“우리 누나 아이들을 등하교시켜주고 밥을 해줘. 애들이 여기서 먹지 않아도 밥은 해야 하잖아. 그냥 밥그릇 두 개 더 놓는다고 생각하면 돼. 아직 애들이라 얼마 먹지도 않아. 날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 돼? 부부 사이에 이런 작은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그렇지?”주형인의 말투는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얘기할 때 하예진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가여운 척했다.“그리고 누나가 공짜로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매달 당신한테 20만 원씩 주겠대. 지난번에 나도 생활비를 매달 30만 원 더 주겠다고 했잖아. 누나가 준 20만 원까지 합하면 50만 원이야. 얼마나 좋아.”주형인과 형님의 꿍꿍이에 하예진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작 20만 원으로 두 아이를 등하교시켜주고 하루 세끼 차려주는 것도 모자라 숙제까지 봐줘야 한다고?“주형인, 지금 20만 원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야?”“먹는 거랑 쓰는 건 당신 돈이 안 들잖아. 그러니까 누나가 주는 20만 원은 거저 생긴 돈이나 마찬가지인데 비상금으로 모아놓아도 되잖아, 그게 적어? 적다고 생각하면 내가 20만 더 줄게.”하예진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지난번에도 내가 똑똑히 얘기했었지? 내 아이가 아니라서 난 책임질 수 없다고. 그리고 당신한테도 할 얘기가 있어. 나 일자리 찾았어. 내일부터 출근해야 해. 지금 우빈이도 내 동생이 봐주고 있어. 내 아들도 동생한테 맡겼는데 남의 집 애를 봐줄 시간이 어디 있어?”그녀의 말에 주형인의 낯빛이 굳어졌다.“당신이 무슨 출근을 해? 우빈이 이제 몇 살이나 됐다고 아직 엄마가 옆에 있어 줘야지. 내가 당신한테 먹을 걱정, 입을 걱정 하게 했어? 왜 갑자기 출근하겠다고 하는 건데?”“출근하든 말든 그건 내 자유야. 그리고 우빈이는 내 동생이 잘 돌봐줄 거야. 나한테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안 하게 했다고? 주형인, 나 지금 사는 게 정말 지긋지긋해! 내가 정말 돈 벌 줄 몰라서 지금까지 가만히 있은 줄 알아? 당신이랑 당신 가족들은 늘 내가 먹을 줄만 알고 돈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