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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장군 용수님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2444 챕터

제861화

강영이 다가가 강서준을 부축했다.“일어나요.”강서준이 힘없이 손을 들며 거절했다. 그 바람에 다시 체내의 상처를 건드려 피를 토했다.그때 강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반듯한 한복을 차려 입은 강지는 기개가 남달라 보였다.“할아버지!”강영이 외쳤다.강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의자에 앉아 강서준을 바라봤다.강서준은 있는 힘껏 몸을 뒤집어 바닥에 반듯하게 누웠다. 입가에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를 쳐다봤다. “10년 전에 우리 가족을 불태워 죽인 사람이 당신이에요?”“맞다.”강지는 인정했다.“죽여 버릴 거야…”화가 치밀어 오른 강서준은 으르렁거렸다.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몸이 마음 같지 않았다.강지가 손을 저었다.“서준아, 화내지 말고 내 말 들어 봐.”강서준의 눈은 이미 뻘겋게 독이 올랐다.할아버지, 아버지, 큰아버지, 둘째삼촌, 고모까지 30명이 넘는 남녀노소가 전부 이 인간 때문에 죽었다. 이 인간이 그러지 않았다면 가족이 산 채로 불에 타 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옳고 그름을 누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 역사는 성공한 자만이 쓰는 법, 만약 30년 전에 내가 패했다면 가문의 반역자는 내가 됐을 것이고 불에 타 죽는 것도 우리 가족이였을거다.”강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강서준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강천은 무예를 전공한 천재였어.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잘못된 길에 들어섰지. 가문의 보물을 훔친 것도 모자라 윗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어.”“허튼소리 집어 쳐요.”강서준이 반박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기억속의 할아버지는 친절하고 발이 넓어 강중에 지인들이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자선가로서 적지 않는 자산을 기부하여 수많은 아동을 구원했다.그러니 할아버지는 절대 간사한 사람이 아니다.“뭐가 맞고 뭐가 틀렸는지는 누구도 장담 못해. 지난 일을 꺼내기 보다 내가 너를 구한 건 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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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그런데 강서준 때문에 말려들었다.“당신 때문에 강씨 가문이 말려들어간 거예요. 당신이 강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천자를 죽게 의도하고 구씨 가문과 강씨 가문을 이 판에 끌어들인 거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서준은 흠칫했다.교토의 형세가 복잡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다.천왕전이 모든 형세를 뒤엎었다.“천왕전은 대체 뭐지?”“누구도 몰라요. 알았다면 이렇게 당하고 있지 않았어요. 내일 아침에 아마 누군가가 집에 와서 할아버지한테 따질 거 같아요. 솔직히…”강영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계속 말했다.“할아버지는 바깥 일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당신이 집문 앞에서 죽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구해준 거예요. 그래도 강씨 가문의 핏줄이니까요.”강서준은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에 천자에게 모함을 당하고 공판에 나섰을 때 그림자가 찾아왔었다.아마도 그때부터 누군가 자신의 손을 빌어 천자를 제거하려고 했을 것이다.천자의 죽음이 바로 시작이다.다만 천왕전이 나타나는 바람에 더 혼란스럽게 되어버렸다. 강서준은 누가 자기 편이고 누가 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왕을 믿어도 돼?”순진하고 유치한 질문을 던졌다.강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각자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은 정확하고 남이 하는 일은 다 틀리다고 생각하겠죠.”그 사이에 강서준에게 약을 다 먹였다.“됐어요. 이만 쉬세요.”강영이 그릇을 들고 나갔다.마당 정자에서 강지가 마른 담배를 피우며 사색에 잠겼다.강영이 다가오며 불렀다.“할아버지.”“그래.”강지가 가볍게 응했다.“천왕전은 대체 무엇일까? 왕이 강서준의 손을 이용해 천자를 죽이고 천왕전을 밀어붙여 우리 가문을 끌어들였어. 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구나.”강영이 옆에 앉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함부로 추측할 수 없어요.”“넌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모든 일을 꿰뚫어 보았다. 지금 네 생각을 말해 보거라. 우리 가문이 이 혼란속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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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그날 밤, 강서준은 뜬 눈으로 밤을 샜다.누워서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회상했다.지금의 형세는 그도 정확히 맞출 수 없었다. 왕이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천자의 배후는 또 무엇을 꾸미려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그런데 천왕전이 불쑥 나타났다. ‘도대체 목적이 뭐지?’그렇게 밤은 조용히 지나갔다.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누군가 강씨 가문을 방문했다.첫 번째 방문자는 주 선생과 왕이다.두 늙은 여우의 목적은 오로지 어제 저녁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떠보는 것이였다. 강지는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답했다. 강서준이 집문 앞에 버려졌다고 하니 주 선생은 그 말을 의심했다.주 선생을 배웅하고 나니 바로 고 선생이 도착했다.그 뒤로 구씨 가문 그리고 나머지 두 가문도 방문했다. 모두 어젯밤 일을 물었다.강지는 모두 똑같이 대답하면서 강씨 가문과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 확실히 잘라냈다.점심 때가 되자 드디어 조용해졌다.강서준은 해가 밝아질 무렵에야 잠들었다.누군가 와서 깨웠을 때 고소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몸을 살짝 돌려 강영을 바라봤다.“죽을 끓였어요. 좀 드세요.”강서준은 하룻밤을 푹 쉬었더니 정신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겨우 일어나 베개를 등에 대고 기댔다.강영이 죽을 들고 와 떠먹였다.강서준은 한 입 받아먹고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강영이 대답했다.“무슨 일이긴요. 높으신 분들이 집에 와서 질문만 하고 갔어요. 할아버지가 돌려보냈으니 다음은 어떻게 움직일지 봐야죠.”“움직여?”강서준이 어리둥절했다.“뭘 움직여?”강영이 째려봤다.“흑룡 맞아요? 아니 용왕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몰라요? 당신이 천자를 죽이고 도화선에 불을 지폈으니 모든 사람이 당신을 주시하고 있어요. 안전하지 않다고요.”그제야 강서준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천자를 죽이기 전에 이미 짐작했던 일이다.그래서 팔부천룡에게 누구도 몰래 용전을 세우라고 한 것이다.하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강영이 계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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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강지가 강서준을 힐끗 봤다.“안색이 좋은 걸 보니 잘 회복되고 있구나.”강서준은 눈앞에 선 노인을 쳐다봤다. 따지고 보면 그에게 할아버지다.30년 전에 왜 그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지금도 확실하지 않다.강지가 말했다.“강영한테서 들었겠지. 그자들이 너를 죽이려 한다면 우리 가문에서 너를 보호할 수 없다.”강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필요 없어요.”“허허.”강지가 가볍게 웃었다.“강단은 있구나. 한데 그 모양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멀쩡해 있다고 해도 혼자 힘으로 막아내지 못해. 개미새끼처럼 짓밟혀 죽고 말 것이야. 네 몸속에 강씨 피가 흐르고 있는데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장으로 부끄럽겠지.”강서준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강지가 분부했다.“밀실로 데리고 와.”“네.”강영은 어느새 휠체어를 끌고 와 강서준을 앉혔다.강서준이 물었다.“밀실에 가서 뭐하는 거야?”강영이 말했다.“당신이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이제부터 서준 오빠라고 부를게요. 이건 다 오빠한테 달렸으니 터득할 수 있는지는 다 자신에게 달렸어요.”강서준은 의심스러웠다.“무슨 뜻이야?”“난서왕 묘에서 꺼낸 금고를 봐서 알잖아요. 그 물건으로 화월산거도 비밀을 풀 수 있어요. 우리 가문에서도 다 아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난서왕 묘에서 나온 물건은 지금까지 오빠와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부만 봤어요.”강서준은 강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소문은 사실이에요. 화월산거도에는 9단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숨겨져 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더 깊은 무공심법이 들어있죠.”그제야 강서준이 알아들었다.“그걸 내게 보여준다는 거야?”강영이 피식 웃더니 휠체어를 밀면서 말했다.“영광스럽죠? 강씨 가문에서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주 드물거든요. 할아버지도 오빠가 그 비밀을 풀기를 바라고 있어요.”강씨 저택은 엄청 넓었다. 뒷마당에 도착하니 인공산 입구까지 길다란 복도가 구불구불 뻗어 있었다. 강영이 기관을 열자 통로가 나타났다. 강서준이 앉은 휠체어를 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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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화월산거도의 유래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아는 것이 많지 않을 뿐이다.강서준은 휠체어에 앉아 그림을 봤다.강지도 그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천 년 전 난서왕에서 유래됐지. 당시 왕야 난서왕은 권력 다툼에서 실패했어. 다시 일어서려고 천하의 보물을 찾아다녔지만 보좌에 오르지 못했지. 죽지 전에 4대 가신에게 네 폭의 그림을 하사하면서 이 그림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얘기했지.”강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무슨 비밀이죠?”강무현이 말한 적이 있다. 화월산거도에 장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했지만 그땐 믿지 않았다.강지가 고개를 저었다.“난서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강씨 선조들도 몰라. 다만 나중에 4대 가신이 난서왕 유물을 정리하면서 네 폭의 그림에 난서왕이 만든 무공 절학이 숨겨져 있다는 걸 발견했어. 만약 그 절학을 배우면 9단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몰라. 9단이라…”강지가 한숨을 내쉬었다.“예로부터 수많은 천재와 영웅호걸, 수많은 무도자들이 추구해 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강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9단이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9단은 영생을 의미한다고 전해졌어. 이 경지에 이르면 불로장생을 할 수 있지.”“그게 말이 돼요?”강서준이 경악하자 강지가 웃었다.“누구도 이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믿어지지 않겠지. 아마 난서왕은 돌파했을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죽었잖느냐. 그러니 터무니없는 소문이다. 하지만 이 경지에 이른다면 천하1인자, 천하 제일인 건 틀림없어. 무공을 수련한 자들에게 아주 큰 동력이 될 거다.”강지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계속 말했다.“천 년 전의 4대 가신은 난서왕의 재산을 나누어 갖고 지금의 4대고족이 되었어. 천 년 동안 4대 고족은 무사히 지냈는데 난서왕 금고가 도난당하면서 이 물건이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었어. 그 때문에 4대고족은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있는지 아느냐.”강서준이 또 질문했다.“난서왕 묘는 4대 가문이 찾았으니 그들이 도굴군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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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아니면 천자 배후에 고 선생 외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그걸 알아내려면 다시 강중에 가서 천자1호 사장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뒤로 하고 강서준이 물었다.“여기 데리고 온 이유가 뭐예요? 고작 4대고족과 화월산거도 유래를 말하려는 건 아니죠?”강지가 고개를 젖더니 벽에 걸린 화월산거도를 가리켰다.“저 그림속에 최고의 무공 절학이 숨겨져 있다. 그걸 푸는 열쇠가 금고에 있던 18개 경맥도지. 내가 그동안 연구를 해봤는데 찾아낸 게 아무도 없어. 너도 경맥도를 봤을 거 아니냐.”“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처음으로 금고를 연 사람이니 확실히 봤어요.”강지가 말을 이었다.“지금 네 처지는 매우 위험하다. 각 세력에서 너를 죽이려 들 거야. 완전히 혼란스러워지면 물고기를 잡기 쉬워질 테니 살아남으려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화월산거도가 여기 있으니 3일을 주마. 3일 내에 터득할 수 있을지는 너한테 달렸다.”다름이 아니라 강서준에게 그림의 비밀을 풀게 했다. 그동안 밖에 굴러다니면서 누구의 조언도 없이 혼자 힘으로 진기를 수련해 1단에 이르렀다.그러니 무서운 잠재력을 갖고 있다. 만약 강서준이 화월산거도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강지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강씨 가문도 위험에서 피할 수 있게 된다.그렇지 않다고 해도 솔직히 강씨 가문에서 손해보는 건 없다. 이 틈에 더 혼란을 만들면 되니까. 강씨 가문의 실력이라면 어느 가문에서도 움직이기 전에 이해득실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강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날 너무 과대평가했군요. 무도 선배인 당신도 못 터득한 비밀을 내가 어떻게 찾아낸다는 거죠?”“되든 안 되는 시도는 해봐야 아는 거다. 3일이다. 식사 때가 되면 강영이 음식을 여기로 가져올 테니까 넌 온전히 연구에만 집중해. 벽에서 떼어내 볼 수 있지만 여기서 가지고 나갈 수는 없다.”말을 마친 강지가 나가자 밀실이 조용해졌다.벽에 걸린 등불은 지하실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었다.강서준은 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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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강서준은 내심 기대되었다.휠체어에 앉아 금고를 열고 고전 서적을 꺼내 위에 그려진 작은 사람을 바라봤다.작은 사람들의 모양은 모두 달랐다. 서 있는 것, 앉아 있는 것, 쪼그린 것 등등.그리고 몸에 하얀색 점과 빨간색 선이 그려져 있었다.하얀색 점은 혈도의 위치이고 빨간색 선은 경맥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건 혈도 경맥도다. 강서준은 인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다만 경맥도의 경맥과 혈도가 연결된 곳은 매우 기이해 현대 의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했다. 전에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의경 하권에서 내가수련십법을 습득한 이후로 진기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되니 그제야 의미를 깨달았다.이것은 진기를 체내에서 운행하는 노선이다. 강서준은 시도해보고 싶었다. 진기를 움직여보려 했지만 체내에 이미 진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내공을 움직이자마자 극심한 고통이 전해져 휠체어에서 그만 거꾸로 떨어졌다.바닥에 쓰러진 강서준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렇게 큰 밀실에 혼자 있으니 누구 하나 부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안간힘을 쓰면서 겨우 휠체어에 앉았다.창백한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옷이 금세 젖어버렸다.숨이 너무 차올라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았다.“빌어먹을 구씨, 억지로 진기를 없애고 경맥을 끊어버렸어. 할아버지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겠지.”그렇게 씩씩거리던 강서준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한편 강지는 뒷마당 돌의자에 앉아 있다.강영이 다가와 작은 소리로 불렀다. “할아버지.”“그래.”강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강영이 옆에 앉았다.“할아버지 강서준이 정말로 비밀을 풀어내고 무공 절학을 터득할까요?”강지는 고개를 저었다.“모른다. 그냥 시도해 보라고 한 것뿐이다. 그 녀석은 깨달음이 남달라서 성공할지도 몰라. 화월산거도에 숨겨진 것이 무공 절학이 맞는지 증명되지 않은 이상 남은 3개 그림을 찾아와야 알 수 있을 거 같구나.”강영은 뭔가 떠올랐다.“참, 할아버지는 도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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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잠깐만.”강진이 뭔가 생각나 강영을 불러 세웠다.“할아버지, 지시할 게 있어요?”강지가 말했다.“너도 무학에 조예가 깊으니 할 일이 없으면 요 며칠 밀실에 있거라. 뭐라도 터득하면 좋으니 말이다.”강영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할아버지,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일어나거라. 내가 허락했으니 괜찮다.”“하지만 할아버지, 전 강씨 가문 사람 아닙니다. 강씨 핏줄도 아니고 강씨 선조들의…”강영은 난처했다.“지금 시대는 달라. 말도 안 되는 선조들의 규칙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넌 비록 강씨 핏줄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이 가문에서 자랐으니 내 친손녀나 다름없다. 그동안 너도 내 옆에서 수많은 계책을 세워주었으니 그냥 시도해 보라고 한 거야. 깨달을 수 있을지는 너한테 달렸다.”“알겠습니다.”그제야 강영은 일어섰다.“물러 가거라.”강지는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방금 강영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만약 강천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말이 됐다.“제발 아니길 바란다.”강지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서준은 한참을 쉬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다시 경맥도를 펼치고 살펴봤지만 그렇다 할 발견은 없었다. 그러다 눈길을 화월산거도에 돌렸다. 그림의 풍경은 매우 간단했다. 산 하나, 꽃 한 송이, 간단한 통나무집 한 채, 하늘에 뜬 밝은 달. 산은 기복이 심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산기슭에 있는 나무집이 가장 가까이 느껴졌다. 천 년이 지났는데도 색채가 너무 또렷해 나무 무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꽃의 위치도 너무 이상했다. 나무집 위, 즉 명월 아래에 있었다. 하얀색 꽃은 허공에서 활짝 핀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림은 분명 대낮인데 하늘에 명월이 걸려있다니 상식에 어긋났다.강서준은 화월산거도를 주시하며 어떤 세부 사항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불합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특별한 점이 없어. 그냥 평범한 그림이야. 어떻게 경맥도와 연결된 거지? 글자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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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강서준은 진작에 배고팠다. 일어서서 그릇을 들려고 하자 강영이 들어주었다.“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어요. 다 나을 때까지 내가 먹여 줄게요.”“이리 줘, 혼자 먹을 수 있어.”강서준은 거절했다. 고작 몇 번 본 여자한테 계속 밥을 떠먹여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강영도 더 말리지 않고 건네주었다.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팔은 멀쩡하니 충분히 밥 정도는 혼자 먹을 수 있었다.강영은 돌아서 화월산거도를 살펴봤다.강씨 집에서 자라면서 강지의 조언으로 일찍 진기를 수련했다. 지금은 2단에 오른 무도종사지만 강씨 가문의 보물은 본 적이 없었다.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서준 오빠, 찾아낸 게 있어요?”강서준은 말 대신 고개를 저었다.“할아버지가 오빠와 함께 금고 고적을 보면서 화월산거도를 터득하라고 하셨어요.”“그래.”강서준이 고적을 건넸다.강영도 무공을 연마한 사람이라 경맥도를 보자마자 무엇인지 알아챘다.그리고 작은 인물에 표시된 경맥 선을 따라 내공은 움직였다.“풉!”진기를 움직이자마자 강영이 피를 뿜어냈다. 방금 강서준처럼 얼굴이 창백해지며 식은 땀을 흘렸다.강영은 바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진기로 폭동하는 혈기를 짓눌렀다.강서준이 물었다. “왜 그래?”강영이 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그림에 표시한 대로 진기를 움직였더니 역행하면서 경맥과 충돌했어요. 하마터면 혈기가 폭동하면서 큰일이 날 뻔했네요.”강서준은 진기가 없지만 경맥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한참 뒤에야 강영의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경맥도를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18개 경맥도, 하나같이 상식에 어긋나고 진기를 역행시켜요. 무학에서 말하면 금기예요. 가볍게는 중상을 입을 수 있고 엄중하면 장애가 되거나 죽게 돼요.”그 말에 강서준이 흠칫했다.“상식에 어긋나지?”그러면서 화월산거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저기 봐, 화월산거도도 상식에 어긋나. 대낮에 하늘에 어떻게 명월이 있지? 저 그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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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왜, 왜 그렇게 봐요?”이상한 눈빛에 강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주 보았다.“부탁할 게 있어.”“네?”강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지금 난 무공을 잃었지만 진기를 회복할 방법이 있어. 네가 도와준다면.”“내가요?”예상치 못했던 말에 강영이 그제야 반응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에요. 난 겨우 2단인데, 오빠 무공을 폐기한 구현은 적어도 5단이라고요. 할아버지도 어쩌지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거죠?”“네가 도와준다면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강서준의 진기는 의경 하권을 보고 수련한 것이다.의경 하권은 참 신기했다. 주로 역천 81침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걸 이용한다면 분명 진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이 침을 놔줘야 가능하다.“그럼 말해봐요. 내가 할 수 있다면 도울게요.”역천 81침은 철사처럼 강서준의 팔에 휘감겨 있었다. 강서준이 팔을 조금 움직이자 역천 81침이 스르르 흘러 옷소매 안에서 떨어져 나왔다.그걸 본 강영이 깜짝 놀랐다.“이거 뭐예요?”“알 거 없어.”강서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절대 여기서 있었던 일을 밖에서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역천 81침은 너무 신기해서 일단 소문이 나면 자신에게 득이 될 일이 없다.“알았어요. 약속할게요.”강서준이 철사의 윗부분을 들고 살짝 힘을 주더니 철사가 순식간에 하나하나의 은침으로 변했다.강영은 입이 떡 벌어졌다.“이, 이건 뭐예요?”강서준이 피식 웃었다. 은침 끝부분을 들자 다른 은침들이 자석처럼 붙어 철사모양을 이루었다.그리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이 부쳐 겨우 겉옷만 벗었다. 안에 옷을 벗기엔 무리였다.“또 뭐, 뭐하려고요?”그 모습을 본 강영이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애써 감추며 우스갯소리를 했다.“설마, 나한테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그래요?”그 말에 강서준이 눈을 희번덕거렸다.“내가 미쳤냐? 따지고 보면 내 사촌 여동생인데 나 그렇게 대역무도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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