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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잠깐만.”

강진이 뭔가 생각나 강영을 불러 세웠다.

“할아버지, 지시할 게 있어요?”

강지가 말했다.

“너도 무학에 조예가 깊으니 할 일이 없으면 요 며칠 밀실에 있거라. 뭐라도 터득하면 좋으니 말이다.”

강영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

“할아버지,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

“일어나거라. 내가 허락했으니 괜찮다.”

“하지만 할아버지, 전 강씨 가문 사람 아닙니다. 강씨 핏줄도 아니고 강씨 선조들의…”

강영은 난처했다.

“지금 시대는 달라. 말도 안 되는 선조들의 규칙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넌 비록 강씨 핏줄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이 가문에서 자랐으니 내 친손녀나 다름없다. 그동안 너도 내 옆에서 수많은 계책을 세워주었으니 그냥 시도해 보라고 한 거야. 깨달을 수 있을지는 너한테 달렸다.”

“알겠습니다.”

그제야 강영은 일어섰다.

“물러 가거라.”

강지는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방금 강영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

만약 강천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말이 됐다.

“제발 아니길 바란다.”

강지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서준은 한참을 쉬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다시 경맥도를 펼치고 살펴봤지만 그렇다 할 발견은 없었다.

그러다 눈길을 화월산거도에 돌렸다. 그림의 풍경은 매우 간단했다.

산 하나, 꽃 한 송이, 간단한 통나무집 한 채, 하늘에 뜬 밝은 달. 산은 기복이 심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산기슭에 있는 나무집이 가장 가까이 느껴졌다. 천 년이 지났는데도 색채가 너무 또렷해 나무 무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꽃의 위치도 너무 이상했다. 나무집 위, 즉 명월 아래에 있었다. 하얀색 꽃은 허공에서 활짝 핀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림은 분명 대낮인데 하늘에 명월이 걸려있다니 상식에 어긋났다.

강서준은 화월산거도를 주시하며 어떤 세부 사항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불합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특별한 점이 없어. 그냥 평범한 그림이야. 어떻게 경맥도와 연결된 거지? 글자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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