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강진이 뭔가 생각나 강영을 불러 세웠다.“할아버지, 지시할 게 있어요?”강지가 말했다.“너도 무학에 조예가 깊으니 할 일이 없으면 요 며칠 밀실에 있거라. 뭐라도 터득하면 좋으니 말이다.”강영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할아버지,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일어나거라. 내가 허락했으니 괜찮다.”“하지만 할아버지, 전 강씨 가문 사람 아닙니다. 강씨 핏줄도 아니고 강씨 선조들의…”강영은 난처했다.“지금 시대는 달라. 말도 안 되는 선조들의 규칙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넌 비록 강씨 핏줄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이 가문에서 자랐으니 내 친손녀나 다름없다. 그동안 너도 내 옆에서 수많은 계책을 세워주었으니 그냥 시도해 보라고 한 거야. 깨달을 수 있을지는 너한테 달렸다.”“알겠습니다.”그제야 강영은 일어섰다.“물러 가거라.”강지는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방금 강영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만약 강천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말이 됐다.“제발 아니길 바란다.”강지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서준은 한참을 쉬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다시 경맥도를 펼치고 살펴봤지만 그렇다 할 발견은 없었다. 그러다 눈길을 화월산거도에 돌렸다. 그림의 풍경은 매우 간단했다. 산 하나, 꽃 한 송이, 간단한 통나무집 한 채, 하늘에 뜬 밝은 달. 산은 기복이 심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산기슭에 있는 나무집이 가장 가까이 느껴졌다. 천 년이 지났는데도 색채가 너무 또렷해 나무 무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꽃의 위치도 너무 이상했다. 나무집 위, 즉 명월 아래에 있었다. 하얀색 꽃은 허공에서 활짝 핀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림은 분명 대낮인데 하늘에 명월이 걸려있다니 상식에 어긋났다.강서준은 화월산거도를 주시하며 어떤 세부 사항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불합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특별한 점이 없어. 그냥 평범한 그림이야. 어떻게 경맥도와 연결된 거지? 글자도 없고
강서준은 진작에 배고팠다. 일어서서 그릇을 들려고 하자 강영이 들어주었다.“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어요. 다 나을 때까지 내가 먹여 줄게요.”“이리 줘, 혼자 먹을 수 있어.”강서준은 거절했다. 고작 몇 번 본 여자한테 계속 밥을 떠먹여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강영도 더 말리지 않고 건네주었다.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팔은 멀쩡하니 충분히 밥 정도는 혼자 먹을 수 있었다.강영은 돌아서 화월산거도를 살펴봤다.강씨 집에서 자라면서 강지의 조언으로 일찍 진기를 수련했다. 지금은 2단에 오른 무도종사지만 강씨 가문의 보물은 본 적이 없었다.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서준 오빠, 찾아낸 게 있어요?”강서준은 말 대신 고개를 저었다.“할아버지가 오빠와 함께 금고 고적을 보면서 화월산거도를 터득하라고 하셨어요.”“그래.”강서준이 고적을 건넸다.강영도 무공을 연마한 사람이라 경맥도를 보자마자 무엇인지 알아챘다.그리고 작은 인물에 표시된 경맥 선을 따라 내공은 움직였다.“풉!”진기를 움직이자마자 강영이 피를 뿜어냈다. 방금 강서준처럼 얼굴이 창백해지며 식은 땀을 흘렸다.강영은 바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진기로 폭동하는 혈기를 짓눌렀다.강서준이 물었다. “왜 그래?”강영이 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그림에 표시한 대로 진기를 움직였더니 역행하면서 경맥과 충돌했어요. 하마터면 혈기가 폭동하면서 큰일이 날 뻔했네요.”강서준은 진기가 없지만 경맥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한참 뒤에야 강영의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경맥도를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18개 경맥도, 하나같이 상식에 어긋나고 진기를 역행시켜요. 무학에서 말하면 금기예요. 가볍게는 중상을 입을 수 있고 엄중하면 장애가 되거나 죽게 돼요.”그 말에 강서준이 흠칫했다.“상식에 어긋나지?”그러면서 화월산거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저기 봐, 화월산거도도 상식에 어긋나. 대낮에 하늘에 어떻게 명월이 있지? 저 그림대
”왜, 왜 그렇게 봐요?”이상한 눈빛에 강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주 보았다.“부탁할 게 있어.”“네?”강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지금 난 무공을 잃었지만 진기를 회복할 방법이 있어. 네가 도와준다면.”“내가요?”예상치 못했던 말에 강영이 그제야 반응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에요. 난 겨우 2단인데, 오빠 무공을 폐기한 구현은 적어도 5단이라고요. 할아버지도 어쩌지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거죠?”“네가 도와준다면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강서준의 진기는 의경 하권을 보고 수련한 것이다.의경 하권은 참 신기했다. 주로 역천 81침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걸 이용한다면 분명 진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이 침을 놔줘야 가능하다.“그럼 말해봐요. 내가 할 수 있다면 도울게요.”역천 81침은 철사처럼 강서준의 팔에 휘감겨 있었다. 강서준이 팔을 조금 움직이자 역천 81침이 스르르 흘러 옷소매 안에서 떨어져 나왔다.그걸 본 강영이 깜짝 놀랐다.“이거 뭐예요?”“알 거 없어.”강서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절대 여기서 있었던 일을 밖에서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역천 81침은 너무 신기해서 일단 소문이 나면 자신에게 득이 될 일이 없다.“알았어요. 약속할게요.”강서준이 철사의 윗부분을 들고 살짝 힘을 주더니 철사가 순식간에 하나하나의 은침으로 변했다.강영은 입이 떡 벌어졌다.“이, 이건 뭐예요?”강서준이 피식 웃었다. 은침 끝부분을 들자 다른 은침들이 자석처럼 붙어 철사모양을 이루었다.그리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이 부쳐 겨우 겉옷만 벗었다. 안에 옷을 벗기엔 무리였다.“또 뭐, 뭐하려고요?”그 모습을 본 강영이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애써 감추며 우스갯소리를 했다.“설마, 나한테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그래요?”그 말에 강서준이 눈을 희번덕거렸다.“내가 미쳤냐? 따지고 보면 내 사촌 여동생인데 나 그렇게 대역무도한 사람이
강서준은 감전이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감전된 고통은 없고 시원한 감각만 있었다."다음은 태양혈이야."강영은 심호흡하며 침을 집어 들고는 진기를 불어넣었다.이 침은 이상할 정도로 많은 진기가 필요했다. 강영도 생각 밖으로 많은 진기를 소모했지만 개의치 않고 또다시 침을 집어 들었다."세번째는 오른쪽 태양혈."강영은 강서준의 말을 따랐다.11침까지 놓은 후, 강영은 영혼이 빨린 듯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저 안 되겠어요. 진기가 바닥나서 더 이상 쓸 수 없어요.""알겠어."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역천 81침은 확실히 진기에 대한 수요가 높았는데 침을 많이 놓으면 놓을수록 점점 더 심했다."이젠 뽑아도 돼."강영이 빠른 속도로 침을 뽑았다. 그러고는 강서준의 곁에 앉아 진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강서준은 방금 전보다 훨씬 개운했다. 하지만 진기를 회복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강영의 경계로는 침술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고 적어도 몇 개월이 지나야만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만약 강지가 직접 나선다면 단번에 회복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믿음이 부족한 관계로 그는 강지에게 모든 걸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강영도 강씨 집안사람으로서 강지와 친밀한 관계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믿고 맡겼다.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된 강서준은 스스로 옷을 입고 역천 81침을 거뒀다.진기를 회복하고 있던 강영은 강서준이 일어나 움직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 어떻게 걸을 수 있어요?"강서준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다 네 덕분이야."강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효과가 이 정도였어요?"강영은 강서준의 몸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진기가 흩어지고 경맥이 파괴된 것을 겨우 이어 놨으니, 목숨은 건졌지만 앞으로 절대 안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무술 실력 또한 절대 회복할 수 없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강서준이 벌써 걸어 다니고 있으니 강영도 놀랄만 했다.강서준은 덤덤하게 웃기만 할 뿐 따
강영은 강서준에게 새로운 발견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는 그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강영은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강서준이 다 먹고 난 밥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강한 별장의 뒤뜰.그릇을 들고 밀실에서 나온 강영은 멀지 않은 곳의 정자에 앉아 있는 강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할아버지."강지는 머리를 끄덕이며 강영에게 물었다."강서준은 좀 어때?"강영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냥 똑같아요. 화월산거도는 참 신기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경맥도는 더 신기해요. 하지만 진기가 거꾸로 돌고 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혈기가 들끓는 것 외에는 따로 발견한 게 없어요."강지가 지시했다."강서준을 잘 감시하고 있다가 무언가 발견한 순간 바로 나한테 보고해.""네, 알겠습니다."강영도 강지가 자신을 밀실로 보낸 이유가 다름 아닌 강서준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영은 그릇을 챙기고 떠났다. 강지도 필요한 물건만 챙기고 바로 떠났다.강영은 그릇을 주방에 돌려놓은 후 다시 밀실로 돌아갔다. 강서준이 마침 이상한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강서준의 한쪽 발은 바닥에 다른 한쪽 발은 허공에 있었고, 양손을 등 쪽으로 돌린 채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었다.상처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고난도 동작을 하려니 힘이 들었던 강서준은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며 말했다."두루마리에 그려져 있는 동작을 해보고 있었어. 혹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강영이 물었다."그래서 떠오른 건 있어요?"강서준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참, 진기는 회복했어?"강영이 머리를 끄덕였다."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회복했어요.""그러면 침을 계속 놔줘.""좋아요."강영은 흔쾌히 동의했다.강서준은 다시 옷을 벗었고 등에 침을 놓았다. 하지만 강영은 4침 만에 진기를 전부 소모하고 말았다."됐어, 이제 뽑아."강영은 강서준의 말을
"뭘 발견했어요?"강영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봤다.강서준은 그림 속의 첫 번째 사람과 열 번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것 봐."강영은 두루마리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기쁜 기색으로 말했다."진짜 두 사람이 함께 수련해야 하는 거 맞죠?"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 맞는 것 같아. 우리 같이 해볼래?""좋아요."강영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첫 번째 사람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손을 위로 올렸고, 열 번째 사람은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 손을 바닥에 붙였다. 이 두 동작을 합하면 한 사람은 위, 다른 한 사람은 아래에 있게 된다.강영은 가볍게 날아올라 강서준의 위에 안착했다. 첫 번째 동작과 열 번째 동작은 이처럼 완벽하게 결합하였다. 두 사람의 결합에 따라 경맥도도 결합 되었다.그림 속 사람의 동작은 절반 짜리에 불과했다. 그래서 따라 하더라도 진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두 사람이 결합하여야만 완전체가 될 수 있었다.강영은 진기를 선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기는 손을 타고 손바닥으로 향했고, 그렇게 강서준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이 순간 손바닥에서 전해진 강한 충격에 강서준은 피를 토했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강영은 몸을 돌려 바닥으로 내려왔고 강서준을 부축해 주며 말했다."왜 그래요? 괜찮아요?"강서준은 저릿저릿한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것도 아닌 것 같아. 네 진기가 흘러 들어오기는 했지만 내 진기가 거부해서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강영은 사색에 빠졌다."혹시 다른 답이 있는 걸까요?"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던 강서준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화월산거도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화월산거도가 간단해 보여도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 이렇게 쉽게 풀릴 문제였다면 아마 진작에 풀렸을 거야. 내가 보기에는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어."강영이 물었다."그 뜻은 저희가 생각한 방향은 맞지만 아직 놓친 게 있다는 말이에요?"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그
강영은 강서준의 진기가 부족해서 수련이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다음에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강서준도 그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강영은 아침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갔고, 강서준은 혼자 밀실에 남아있게 되었다. 몸이 약간 회복한 그는 명상을 통해 스스로 치료할 수 있었다.같은 시각, 강영은 음식을 포장해서 밀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강지를 보고 그녀는 인사하며 다가갔다."할아버지, 좋은 아침이에요."강영이 말했다."그래."강지는 머리를 끄덕이며 물었다."일은 어떻게 됐느냐?"강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별다른 일은 없어요. 화월산거도의 비밀이 어려워서 서준 오빠도 아직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에요.""하아..."강지가 한숨을 쉬었다.강영이 물었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강지가 답했다."구씨 집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나머지 두 고족과 손을 잡고 강서준을 내놓으라고 하는데..."강지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강영이 물었다."그런데요?""구씨 집안의 죽월도가 사라졌는데 강서준을 범인으로 단정 짓고 사람과 그림을 전부 내놓으라고 하더구나.""네?"강영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죽월산거도가 진짜 사라졌데요?"강지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구씨 집안에서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직 모르지."강지는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나갔고 강영도 뒤따라갔다."참, 서준 오빠가 밀실에 계속 있겠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보름 정도 걸릴 것 같아요."강영이 말했다."우리한테는 시간이 없어."강지가 약간 멈칫하다가 말했다."세 고족은 10일 뒤 우리 저택에 모여서 강서준과 죽월산거도를 찾을 거야. 강서준은 그 전에 무조건 떠나야 해.""하지만..."강영이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강지가 물었다."하지만?""서준 오빠를 지금 내보내는 것은 절벽에서 미는 것과 다름없잖아요. 저희 저택에 있는 한, 다른 고족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저
강씨 집안이 위험에 처했으니, 강영도 결국은 강지의 뜻을 따라 강서준을 포기하기로 했다.강영은 화월산거도와 경맥도를 공개하는 조건으로 다른 고족들의 그림도 함께 연구할까 생각했다. 이는 다른 고족들이 강씨 집안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 연구도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어쩌면 이 기회에 그림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강지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림이 사라졌다고 하는 구씨 집안을 제외하고도 쉽사리 자신의 보물을 남에게 보여주려는 고족은 없을 것이다.만약 공유가 가능했다면 천 년 동안 애지중지 숨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태생이 이기적이고 강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경맥도까지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서준이한테 이틀 뒤 무조건 떠나야 한다고 전해."강지는 말을 끝내자마자 몸을 돌려갔다.강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정원을 잠깐 바라보고 있다가 음식을 들고 밀실로 향했다.강서준은 밀실에서 명상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강영은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오빠, 밥 드세요."강서준은 몸을 일으켰고 강영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냈다."집안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응?"강서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강영은 방금 전 강지와 했던 얘기를 강서준에게 알려줬다. 그러자 강서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난 강씨 집안에서 버림받은 건가?"강영이 말했다."다른 고족들이 협력한 이상, 아무리 강씨 집안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방법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할아버지께서 거절하셨어요. 저는 고족끼리 그림을 공유하면 어떨까 했는데 할아버지는 공유하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조만간 그림 문제로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아요."강서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4대고족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구씨 집안만 봐도 대문을 지키는 호위마저 제대로 상대하기 어려울 지경이니 말이다."그렇다면 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 세력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강서준이 강영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