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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다른 한 명은 조용하고 겸손하지만 명성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는 의사였다.둘 중에서 과연 누가 승리를 이룰지 사람들은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김초현은 무대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방영길과 한근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평범한 약재로도 독약을 만들 수 있어요?""그럼요."강서준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무리 독성이 없는 약재라 해도 일정한 비율로 합치면 독성이 생기게 돼요. 방영길과 한근명 두 사람 다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으니 무조건 엄청난 맹독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번 대결의 중점은 둘 중 누가 더 강한 독을 만들지겠네요."김초현은 또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준 씨는 저 두 분을 다 이길 수 있지 않나요?"강서준은 입꼬리를 슥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그의 미소를 본 김초현은 바로 답을 알아차렸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방영길과 한근명은 수많은 관객과 카메라의 주목 하에 약을 만들어 갔다.둘은 자신이 약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약을 만들었다.삼십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제한 시간이 됐습니다. 두 분 다 약재를 내려놓으세요."방영길과 한근명이 동작을 멈췄다.김준서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실험자의 안전을 위해 두 분은 해독 약을 만들어 주세요. 제한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무조건 정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의 목숨이 위험해지면 큰일이니까요. 공정성을 위해 두 분이 만든 독약은 잠시 밀봉 보관하겠습니다."한근명은 바로 약재를 뒤적이며 해독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하지만 방영길은 한참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았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방선미가 물었다.방영길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독약은 독성이 너무 강해서 1000가지 약재로 해독 약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해독 약을 만든다고 해도 반쪽짜리 일뿐이니..."방선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침을 놓을 수도 있고 혈자리를 이용할 수도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그래."방영길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지금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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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방영길과 한근명이 만든 독약이 전부 맹독이었기에 먹자마자 중독 증세가 나타났다. 바닥으로 쓰러진 방선미와 홍준태는 서로 다른 중독 증상을 나타냈다.방영길은 몸을 숙여 맥을 짚으며 방선미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같은 시각 한근명도 홍준태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무대 위에는 십몇 대의 카메라가 방영길과 한근명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었다.기초적인 진단을 내린 방영길은 은침으로 방선미의 혈자리와 경맥을 막아 독소가 퍼지는 것을 방지했다."10분 안에 해결해야겠어."진단을 끝낸 방영길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정리를 했다.만약 10분 내에 제대로 된 해독 약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방선미는 생명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었다. 즉 방영길이 투항을 해서 한근명의 해독 약을 받는다고 해도 수많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방영길은 빠르게 해독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다른 한쪽의 한근명은 아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홍준태의 바지를 벗겨 속옷만 남겼다.홍태준의 몸에는 검은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근명은 은침을 꺼내 홍준태의 혈자리에 놓기 시작했다.그의 침술을 지켜보고 있던 강서준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탈명회혼침?"한근명이 침을 놓는 수법과 위치를 보면서 강서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탈명회혼침을 알다니... 만약 삼합지까지 배워서 탈명회혼침과 함께 사용한다면 어떤 독이든 다 해독할 수 있겠어."옆에 있던 김초현이 물었다."뭐라고 혼잣말을 하는 거예요? 탈명회혼침은 뭐고 삼합지는 또 뭐예요?"강서준이 설명을 했다."탈명회혼침은 침술 중의 하나에요. 정확히는 침의 배열 방법인데 침을 놓는 위치에 따라 효과가 달라져요. 그리고 삼합지는 침을 놓는 방법이에요."강서준은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했다.하지만 김초현은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왜냐하면 강서준이 말한 기술은 수십 년 경력의 한의사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 진작에 사라진 기술이라 들어본 적 있다고 해도 사용할 줄은 모를 것이다.강서준이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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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한근명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만든 독약은 전파 속도가 빠른 데다가 방영길마저 해독 방법을 찾지 못할 정도로 독했다.만약 독이 퍼지는 속도라도 조금 느렸더라면 방영길은 무조건 해독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시간은 그렇게 1분 1초 흘러갔고 제한 시간 10분이 되기에는 2분 남짓이 남아있었다.체내의 대부분 독소를 빼낸 홍준태는 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방영길은 한근명을 힐끔 바라봤다. 홍준태의 상태가 회복한 것을 보고 그는 자신이 패배했음을 직감했다.방영길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제가 졌어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해독을 못하겠으니 해독 약을 주세요."방영길이 빠르게 포기를 하지 않으면 독소가 퍼져서 방선미가 위험하게 된다.20년 동안 신의라는 호칭을 지켜왔던 방영길이 포기를 선언하자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이번 대결이 아주 팽팽한 대결이 될 줄 알았던 그들은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승리를 할 줄은 몰랐다.방영길이 포기를 선언하고 관계자가 해독 약을 갖고 와서 방선미에게 먹였다.해독 약과 방영길의 침술을 더해 독소를 완전히 빼내자 방선미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할아버지..."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방영길은 작게 손을 저었다. 그러고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근명에게 말했다."아주 대단한 독약이었어요. 제가 졌으니 이번 의술 대회의 규칙은 한근명 선생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겠..."한근명은 손을 들어 방영길의 말을 끊었다.지금의 한근명은 비굴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약간의 오만함과 긍지감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방 선생, 의술 대회라니요. 일단 대회 명칭부터 똑바로 해야 할 모양이네요.""네?"방영길은 미간을 찌푸렸다.한근명은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저는 대하인이 아닌 고군인입니다. 저희 고군국에서는 서양 의학을 몇 천년 동안 전승 및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고군의 조상님이 서양 의학을 대하로 전파한 후로부터는 이곳 대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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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무대 위에서 한근명은 방영길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방 선생, 제가 한 말에 이의가 있나요?"방영길은 진지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한근명이 고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근명이 현재는 고군인이고 대하에서 이민을 갔다는 것까지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러한 목적으로 의술 대회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어찌 됐든 해독 방면에서 그가 한근명보다 못한 건 확실한 것이었다."방 선생, 왜 대답을 안 하나요? 방 선생은 서양 의학의 껍데기만 배운 주제에 한의학이 뿌리라고 주장하며 한의사 협회까지 만들었어요. 그러니 제가 마지막으로 재도전의 기회를 줄게요. 패배를 하는 경우에만 서의사 협회로 개명하는 것이니 꽤 괜찮은 제안이 아닌가요?"한근명은 사람을 절벽 끝으로 몰아세웠다."신의 님, 허락을 해도 상관없지 않나요?""한의학은 대하의 문화에요. 이런 모욕을 참을 수는 없죠.""강중 의료거리의 백만 한의사 중에 저 녀석을 이길 사람 한 명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지."한의사들은 저마다 일어나서 제안을 허락하라고 부추겼다.방영길은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들 중에는 한근명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돈으로 매수를 당한 사람도 있었다. 돈을 받았다고 해도 협박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한근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또다시 진다면 대하의 죄인이 될 것이기에 방영길은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어때요? 저와 재대결 할 용기가 있나요?""말씀을 가려서 하시죠."보다 못한 방선미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의학이 서양 의학에서 유래되었고 서양 의학의 분기라는 말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아니에요."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한 한근명은 홍준태를 향해 몇 마디를 했다. 그러자 홍준태가 무대에서 내려갔다.사람들은 분노한 표정으로 한근명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지켜봤다.몇 분 후, 홍준태가 수많은 물건들을 들고 돌아왔다.한근명은 먼저 고적을 펼치면서 말했다."이 책에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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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저는 여러분의 도전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제가 진다면 바로 사과를 하고 고군으로 떠나 다시는 대하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한근명의 대담한 언행은 사람들의 화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들도 별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왜냐하면 한근명은 방영길도 패배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근명과 겨뤄 봤자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어때요? 역시 도전은 못하겠죠? 한의학이 서양 의학에서 유래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 분명한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되네요. 도전을 할 사람이 없다면 이쯤에서 한의사 협회를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한근명은 무서운 기세로 말했다.무대 아래의 권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뒤늦게 지시를 받은 MC 이수빈이 이렇게 말했다."한 선생님,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희도 상의할 시간이 필요하니 삼십분 뒤에 답변을 드리도록 할게요.""좋아요."한근명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삼십분 정도 휴식하고 다시 돌아오죠."그는 홍준태를 데리고 무대를 떠났다.이어서 방영길도 무대를 떠나고 학계에서 드높은 명성을 갖고 있는 전문가 및 권세들이 한데 모여 대책을 상의했다.강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근명의 연극을 구경했다.김초현도 그의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한근명이 해독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그녀의 남편 강서준 말이다.용천장에서 서청희가 뱀에 물렸을 때 강서준은 은침을 혈자리에 놓아 손쉽게 해독을 했다.강서준은 항상 의술 대회에서 명성을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감옥에 갔으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만약 강서준이 대회에 참가했더라면 무조건 한근명과 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초현은 생각했다.같은 시각, 인터넷에서는 한근명과 고군국을 욕하느라 난리가 났다.그렇게 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한근명의 도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다시 무대 위로 올라온 한근명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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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한근명은 무서울 게 없어 보였다. 그는 의술 대회의 참가자뿐만 아니라 대하 국민 전체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 대하의 모든 한의사를 건드린 셈이었다."간도 크네.""누가 저 영감탱이를 좀 어떻게 해봐!""조만간 진짜 고수가 나타나서 생방송으로 창피를 당할 줄 알아."...인터넷에도 물론 악플로 가득했다."제가 먼저 도전하죠."이때 무대 아래에서 한 노인이 걸어올라 왔다. 그는 의료 거리의 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는 한의사였다.70대 노인은 10대부터 한의학 지식을 공부했고 일을 시작한 지는 50년이 넘었다. 그는 몇 천 년간 이어져 내린 위대한 한의학에 대한 모욕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당당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노인이 가장 자신 있는 것은 혈자리 안마였다. 그는 안마 하나로 의료 거리에 이름을 날렸다.그렇게 첫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노인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기롭게 도전을 했지만 금세 패배를 하고 말았다.그렇게 두 번째 도전자도 나타나고 수많은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도전을 했지만 전부 실패하고 말았다.한근명은 단점 하나 없는 진정한 고수였다. 보고 듣고 묻는 것은 물론이고 침술, 혈자리, 약재까지 의료 거리의 의사와 100명의 참가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했다.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가 되었다.사람들은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한근명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하지만 배가 고팠던 한근명은 또 한차례의 대결을 이기고는 이렇게 말했다."저는 배가 고파서 이만 밥을 먹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방금 말했듯이 오늘 새벽 2시가 되기 전까지는 모든 도전을 받아들일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말을 마친 한근명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관객들이 슬슬 흩어졌고 강서준과 김초현도 함께 밖으로 나갔다.시내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김초현과 강서준은 마주 앉았다.강서준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보고 김초현은 약간 쑥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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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밥 먹어요."강서준은 별다른 말없이 젓가락을 든 채 코를 박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가 밥을 먹는 모습은 우아한 차림새와 아주 많이 달랐다.그를 바라보다가 김초현은 자신의 남편인 강서준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둘이 밥을 먹는 모습이 똑같았기 때문이다.'남황의 군인들은 다 이렇게 밥을 먹나?'김초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묻지는 않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늦은 점심을 먹은 후 두 사람은 다시 대회당으로 돌아왔다.둘은 나간 지 한 시간 반도 채 되지 않았는데 대회당은 벌써 꽉 차 있었다. 밥 먹을 기분이 아니었던 그들은 컵라면으로 대충 때운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밥도 먹지 않고 지금까지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회의를 해봤자 압도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한근명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오후에도 도전은 계속되었다.100명의 참가자들은 연달아 도전을 했고 압도적으로 완패를 당했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의 명성을 위해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았다."도전은 여기서 끝인가요? 그러면 이쯤에서 서양 의학이 한의학의 뿌리임을 증명하고 협회의 명칭을 바꿔도 될까요?"한근명의 목소리는 아주 우렁찼다.두 명의 MC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도 속으로 답답하기는 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다른 도전자가 없나요?"이대로 지기 싫었던 이수빈은 애탄 표정으로 앞줄에 앉아 있는 유명한 한의사들을 바라봤다."정말 이대로 포기를 하실 거예요? 방영길 선생님도 기회가 한 번 더 있잖아요.""맞아요."김준서도 입을 보탰다.카메라들은 방영길을 향해 돌아갔다.방영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미 한근명과 대결을 해봤고, 또 다른 대결을 지켜본 결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100번 재도전을 한다고 해도 패배의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신의 님,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지금은 신의 님 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요.""오전의 대결은 무조건 실수일 거에요.""다시 한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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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저요?"김초현은 약간 멈칫하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저는 안돼요. 명의들도 다 패배를 했는데 의술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이기겠어요."김초현은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비록 고군에서 온 한근명이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마땅한 능력이 없으니 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강서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저만 믿고 도전해요. 제가 옆에서 도와줄게요."이 말을 들은 김초현은 갑자기 깨달았다. 강서준은 무력뿐만 아니라 의술도 천하제일인 흑룡이었다. 비록 그의 의술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그러고 보니..."김초현이 물었다."서준 씨의 의술이 엄청나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는데 왜 그런 소문이 난 거예요?"강서준은 그저 작게 미소만 지었다.소문의 시작을 따지자면 강서준이 흑룡이 되기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교토의 거물이 중병에 걸려 거의 죽어갈 때 강서준이 살려냈고 그렇게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처음에는 권세 사이에서만 소문이 퍼지다가 용수가 되고 나서부터는 천하제일 무술과 의술은 강서준의 상징이 되었다.강서준은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같이 올라가요.""그래도 무서운데..."김초현은 겁이 났다.한근명은 아직도 무대 위에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여러분이 서양의학을 인정하고 저희와 함께 발전을 도모한다면 많은 혜택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료로 진료를 보는 것은 기본이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좋은 약재를 살 수 있다고요."듣다 못한 강서준은 김초현을 끌고 무대위로 올라갔다."잠깐만요."관객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카메라들은 일제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갔다.카메라 화면에서 흰색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우아한 기품의 여자와 함께 관객석에서 내려오고 있었다.두 사람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한근명은 강서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저한테 도전을 하러 온 건가요?"강서준은 김초현의 손을 놓으면서 미소를 지었다."저는 일개 조수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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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좋아요."한근명은 큰 소리로 말했다."아주 자신만만한 모양인데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요. 저와 무엇으로 대결할 생각인가요?"강서준은 태연하게 말했다."선생님이 잘하는 것으로 대결하죠."관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한근명의 의술은 모두가 보다시피 단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강서준은 대담하게 한근명에게 선택권을 넘겼다."서양 의학이고 뭐고 진짜로 유서 깊은 역사를 갖고 있는 건 한의학이에요. 저도 티끌만큼만 알고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을 담고 있기도 하죠. 한의학이 서양 의학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하시니 직접 대결 분야를 선택하세요. 그럼 제가 진정한 한의학이 뭔지 가르쳐 줄 테니까."강서준의 말에 관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맞아요.""대하의 국민 중에서 의술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고군인 따위를 못 이길까.""전쟁의 신이 돌아왔다!""변관에 수호신이 있다면 한의학도 수호신이 필요하죠."박수갈채는 끊임없이 쏟아졌다.강서준이 흑룡이라는 소문이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관객이 무대 위의 젊은이가 전쟁의 신이고 흑룡인 듯이 응원을 했다.왜냐하면 흑룡을 제외하고 이러한 용기를 갖고 있을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강서준의 말과 현장의 박수갈채에 한근명은 약간 위축되었다. 그는 강서준의 마음이라도 읽으려는 듯이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이 자식이 설마 소문대로 진짜 흑룡인가?'한근명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그는 의술로 아무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딱 흑룡만 빼고 말이다.한근명은 흑룡이 유명해진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도 흑룡의 모습을 보고 전대미문의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계획을 망치지 않기 위해 한근명은 갖은 수를 써가며 강서준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았다. 흑룡을 감옥에 가둔 것만 해도 그는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갑자기 불안해진 한근명은 홍준태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흑룡이 아직도 구치소에 있는 게 확실해?"홍준태는 영상 하나를 꺼내보며 말했다."네. 경찰서에서 보낸 영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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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정정당당한 승부로 모든 이가 서양 의학을 인정하게 하기 위해 약재는 백초당에서 선별하도록 하죠."한근명도 자신감이 넘치기는 마찬가지였다.방영길은 이번이 한의학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강서준까지 실패를 하게 된다면 한의학은 모두의 웃음 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사람들은 서양 의학만 알고 한의학을 잊게 될 것이란 말이다.방영길은 직접 약재를 고르러 갔다. 천 가지의 약재는 전부 랜덤으로 선택되였고 두 사람이 판별해야 하는 약재 내용은 전부 달랐다.곧이어 두 개의 상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완전히 밀봉된 상자에는 겨우 손만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이 있었다.방영길은 강서준과 한근명을 바라보며 말했다."약재는 랜덤으로 선택했고 두 상자 속의 약재가 전부 달라요. 두 분께서 임의로 선택하시죠."강서준은 한근명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먼저 선택하세요."한근명은 손가락으로 아무 상자나 짚었다. 그렇게 스태프가 상자 두 개를 나누고 책상, 종이, 펜, 수면 안대 등 기타 도구들도 전부 준비를 했다.두 사람은 상자 앞에 서서 눈을 가렸다. 그들의 뒤에는 승패를 가리기 위해 판별해낸 약재의 이름을 기록하여 약재와 함께 밀봉 보관할 스태프들이 잔뜩 서있었다.중간에 선 MC 이수빈은 이렇게 말했다."두 분 다 준비되셨나요?"강서준과 한근명은 동시에 대답했다."네.""그럼 3... 2... 1...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대결이 시작되고 무대의 뒤편에 있는 스크린에서는 1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한근명은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상자 안에서 약재를 꺼내 냄새를 맡고 종이에 답안을 적었다. 그러고는 무한히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스태프는 빠르게 약재와 답안을 밀봉해서 보관했다.무대 주위에는 카메라가 빽빽이 있었다. 360도 빈틈 없이 촬영되고 있는 카메라 아래에서 커닝은 아예 불가능했다.한근명이 벌써 몇 가지의 약재를 적은 가운데 강서준은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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