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가 조의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너머로 부드럽고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희 씨, 나예요. 조의찬….”“알고 있어요.”신세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대꾸했다.“저한테 화 많이 났어요?”조의찬이 물었다.“조의찬 씨,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은데요. 저를 위해서 가성섬에 직접 가신 건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저를 돕는 게 아니라고요!”신세희는 말할수록 분노가 치솟았다.옆에서 그녀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던 신유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엄마, 누구랑 싸워? 누가 엄마 화나게 했어? 엄마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유리한테 말해. 유리가 혼내줄게!”부소경의 집에 들어와서 산 지도 반년이나 지났건만, 신유리는 여전히 엄마를 지켜주려고 했다.그만큼 아이에게는 엄마가 소중했다.옆에서 지켜보던 고윤희는 문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신유리를 품에 안고 신세희에게 말했다.“세희 씨, 목소리 낮춰요. 화 나는 일이 있어도 좋게 해요. 애가 놀라겠어요.”신세희는 고마운 눈빛으로 고윤희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휴대폰 스피커를 손으로 가리고 친구들에게 말했다.“유리랑 윤희 언니 데리고 레스토랑에 먼저 가 있을래? 나는 통화만 끝내고 바로 따라갈게.”세 여자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신유리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신세희는 그제야 자세를 고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조의찬 씨, 의찬 씨 부모님께서 의찬 씨가 가성섬에 간 일로 소경 씨를 찾아갔어요.”조의찬은 다급히 해명했다.“세희 씨, 내가 가성섬에 온 건 세희 씨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아무도 나한테 가라고 등 떠밀지 않았고 내가 자진해서 온 거라고요!”“알아요! 하지만 의찬 씨 부모님은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분들은 제가 의찬 씨를 유혹했고 의찬 씨는 못된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여자를 위해 위험한 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적 없어요!”신세희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털어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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