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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발신자가 조의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너머로 부드럽고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희 씨, 나예요. 조의찬….”

“알고 있어요.”

신세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한테 화 많이 났어요?”

조의찬이 물었다.

“조의찬 씨,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은데요. 저를 위해서 가성섬에 직접 가신 건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저를 돕는 게 아니라고요!”

신세희는 말할수록 분노가 치솟았다.

옆에서 그녀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던 신유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엄마, 누구랑 싸워? 누가 엄마 화나게 했어? 엄마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유리한테 말해. 유리가 혼내줄게!”

부소경의 집에 들어와서 산 지도 반년이나 지났건만, 신유리는 여전히 엄마를 지켜주려고 했다.

그만큼 아이에게는 엄마가 소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고윤희는 문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신유리를 품에 안고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 씨, 목소리 낮춰요. 화 나는 일이 있어도 좋게 해요. 애가 놀라겠어요.”

신세희는 고마운 눈빛으로 고윤희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휴대폰 스피커를 손으로 가리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유리랑 윤희 언니 데리고 레스토랑에 먼저 가 있을래? 나는 통화만 끝내고 바로 따라갈게.”

세 여자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신유리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신세희는 그제야 자세를 고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조의찬 씨, 의찬 씨 부모님께서 의찬 씨가 가성섬에 간 일로 소경 씨를 찾아갔어요.”

조의찬은 다급히 해명했다.

“세희 씨, 내가 가성섬에 온 건 세희 씨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아무도 나한테 가라고 등 떠밀지 않았고 내가 자진해서 온 거라고요!”

“알아요! 하지만 의찬 씨 부모님은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분들은 제가 의찬 씨를 유혹했고 의찬 씨는 못된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여자를 위해 위험한 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신세희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털어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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