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871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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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어찌 되었든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매번 네 쌍의 쌍둥이를 우리 보배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했다.하지만 고윤희는 남 대하듯이 대하면서 칭찬이란 건 해준 적이 없었다.고윤희는 가끔 아빠가 자기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볼에 뽀뽀도 해주었으면 싶어 아빠의 다리를 안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하지만 매번 고윤희의 아버지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저쪽 가서 놀아!”고윤희는 구석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짝꿍이 있고 다들 똑같은 옷을 예쁘게 입고서 즐겁게 놀이도 하고 부모님에게 마음껏 애교도 부렸다. 고윤희는 그저 부러웠다.매일 밤, 그녀는 이불속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부모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고윤희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늘 노력했다.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고 집에서는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도 도맡아 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혼자 사과 한 박스를 나를 수 있었다.부모님이 힘들 때면 걸상을 놓고 쪼그리고 앉아 두 사람에게 마사지도 해주었다.그녀는 단지 사랑을 받고 싶었다.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님의 안중에 그녀는 없었다. 늘 그랬듯이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매번 고씨 집안에 결혼식과 같은 경사가 있으면 고윤희 부모님은 네 쌍의 쌍둥이만 예쁘게 단장시켜 데리고 갔다.고윤희는 늘 혼자 집에 남겨졌다.그러다 보니 부모님뿐만 아니라 네 쌍의 쌍둥이들까지 고윤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고씨 집안은 비록 중산층에 속하지만, 아홉 아이를 키우는 건 실로 막대한 지출이었다. 게다가 잘 되고 있던 과일 장사도 인터넷 구매나 체인점 등에 대체 되다 보니 장사도 되지 않았다.오히려 연속 몇 년 동안 적자였다.집 두 채와 예금 14억 정도가 있다 하지만 아홉 아이를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래서 맏이는 16살이고 막내는 8살이지만 과일과 간식을 살 때도 사람 수에 따라서 샀다.하지만 매번 고윤희의 몫은 언니 오빠들에게 빼앗기거나 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그러다 보니 다섯째인 고윤희의 키와 몸무게는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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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그 말을 들은 고윤희는 깜짝 놀랐다.“엄마,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고윤희의 어머니는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고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윤희 이젠 다 컸네. 이 머릿결 좀 봐. 풍만한 가슴도 그렇고 키도 훌쩍 자랐네. 얼굴이 좀 마르고 작긴 하다만... 마침 잘됐네. 윤희야, 너도 컸으니 결혼해야지. 엄마가 좋은 집안 알아봤어. 이름 좀 있는 재벌 집이야. 너 그 집에 시집가면 복 터진 거야.”고윤희는 머리를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엄마, 나 결혼 안 해요. 나 검정고시 봐야 해요. 곧 대학교도 갈 거라고요. 나 엄마한테 학비 달라고 안 할게요. 내가 벌어서 학비 낼게요. 엄마, 나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나 싫어요. 언니 오빠들도 아직 결혼 안 했는데 왜 내가 먼저 결혼해요?”“네가 안 하면! 네 동생이 할까? 네 동생 이제 15살이야. 너 그러고 싶어?”고윤희 엄마는 순식간에 얼굴을 바꿨다.고윤희는 의아했다.“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상대가 네 동생을 선택했어! 결혼만 하면 5억을 준대! 5억이면 급한 불을 끌 수도 있어! 네 언니 오빠 학비와 생활비만 매년 2,000만 원도 훨씬 더 돼! 그리고 네 할아버지 할머니도 돌봐드려야지, 네 아빠 담뱃값에 네 동생들 학비에! 네가 좀 집안을 위해 희생하면 안 돼?”고윤희의 엄마는 증오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고윤희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울기 시작했다.“왜 하필 저예요? 난 친딸 아니에요? 친자 검사도 했잖아요. 나 딸 맞잖아요. 근데 왜 저예요? 제가 그렇게 싫으시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을 끊어요!”말을 끝낸 고윤희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그런데 이내 아버지에게 잡혀 몸이 묶였다.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집에 사흘 동안 묶어두었다.고윤희는 사흘 동안 눈물로 지샜다.마지막에는 온몸에 힘이 빠져 울 힘도 없어 문에 기대있었다. 문밖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말해왔다.“윤희야. 너 아빠 딸 맞아. 근데 엄마 아빠한테는 아이가 많잖아. 그때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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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정승리와 주미려는 고윤희가 자기의 아들을 잡아먹었다며 그녀를 원망했다.시간이 흐르고 언제부터인가 고윤희를 바라보는 정강민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그러더니 정승리와 주미려에게 얘기해 고윤희와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정승리와 주미려는 당연히 찬성했다.어차피 돈을 주고 사 왔으니 낭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정강민은 비록 폐인과도 같았지만, 독한 사람이다.매번 정강민은 고윤희의 목을 죽기 직전까지 졸랐다.하지만 고윤희는 정씨 집안의 지하실에 갇혀있는 4,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미 습관이 되어있었다. 그러다가 성격이 점점 과묵해지니 그제야 그녀를 풀어주고 나중에는 정강민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정강민은 밤낮없이 그녀에게 폭행을 저질렀다.매번 죽기 직전까지 그녀를 폭행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살려달라고 애원한 적이 없었으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도 않았다.그녀는 그저 모든 걸 내려놓고 죽고 싶었다.이런 생활은 그녀가 29살 되던 해에까지 계속되었다.그러다 정강민 집안의 호이스트에 문제가 생기면서 몇억의 배상금을 내다보니 집안은 망하고 말았다. 정강민은 하는 수 없이 고윤희를 데리고 서울로 갔다.고윤희는 매일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월급도 적은 데다가 월급날이면 정강민한테 그대로 바쳐야 했다.만약 바치지 않으면 정강민은 또 고윤희를 죽기 직전까지 폭행한다.게다가 고윤희가 다른 남자와 말이라도 섞거나 미소라도 짓는 날에는 고윤희를 밤새도록 폭행하곤 했다.고윤희는 이런 폭력 가정에서 점점 우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 현장의 오야지가 그녀의 예쁜 얼굴과 우울한 분위기에 반해 흑심을 품고 정강민에게 고윤희를 두고 거래를 제안했다. 3년 동안 그녀를 자기에게 넘겨주면 정강민에게 1억을 주겠다고 했다.정강민은 당연히 찬성했다.고윤희는 죽기보다도 싫었다.그녀는 처음으로 정강민과 싸웠다.“못난 자식, 넌 남자도 아니야! 자기 마누라를 팔아넘겨? 넌 천벌을 받을 거야!”정강민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못난 사람이라고, 남자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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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정강민한테 폭행 당하고 눈앞이 흐릿해지던 고윤희는 구세주를 만났다는 듯 구경민의 다리에 매달려 애원했다.“사... 살려주세요. 제발 나 좀 살려줘요. 나 좀 데려가 줘요. 시키는 건 다 할 테니까요. 나 좀 데려가 줘요. 네?”구경민의 녹색 제복과 롱코트, 그리고 강렬하고 정직한 인상은 그녀에게 말 못 할 안정감을 주었다.정강민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구경민이 자기를 죽이기라도 할까 봐 그저 바닥에 앉아 뒤로 슬금슬금 후퇴했다.고윤희 앞에 몸을 낮춘 구경민의 롱코트는 바닥에 닿아 먼지투성이 되었지만, 구경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가에 피를 흘리며 벌벌 떠는 두 팔로 자기의 다리에 매달린 그녀를 바라보았다.“살려주세요... 저 힘든 일도 할 수 있어요. 먹여주기만 하면 다 할 수 있어요. 제발요, 나 좀 살려주세요.”고윤희는 구경민을 애타게 바라보았다.구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즘, 구경민은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5년을 만난 여자친구가 갑자기 구경민을 버리고 남아메리카주에 있는 찾기도 힘든 나라로 가버렸다.떠나기 전에 최여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구경민에게 말했다.“오빠, 나갈게. 오빠한테 기다려 달라 말할 자격이 없어. 하지만 난 지금 오빠랑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나 이제 스물셋이야. 오빠를 떠나서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여진아, 장난치지 마.”최여진이 말했다.“장난 아니야. 이제 오빠와는 질려. 나 혼자 정리하고 싶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부모님을 떠나서, 오빠를 떠나서 멀리 가고 싶어. 그곳에서 전원 생활을 하면서 야채도 심어보고 싶고 꽃도 키우고 싶어. 나 찾아올 생각은 하지 마. 나 숨는 거 엄청 잘하잖아. 그러다가 내가 지겨워지면 돌아올 수도 있어. 그때까지도 오빠 옆에 다른 여자가 없으면 나와 결혼해서 애도 낳자. 어때, 오빠?”구경민은 최여진보다 다섯 살 연상이다.그 해, 최여진은 스물셋, 구경민은 스물여덟이었다.최여진이 열여섯 살 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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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장기적인 영양실조로 피부도 창백하네요. 영양실조에 햇빛도 많이 못 봤는지 골격 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다섯 살은 어리게 나왔어요. 피부는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데 오랫동안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가 온몸이 상처투성인 거로 보아서는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거 같아요.”“....”구경민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일단 치료부터 해주세요. 나머지는 그 뒤에 얘기하죠.”“그럴게요!”의사가 답했다.고윤희는 병원에서 일주일 내내 입원해 있었다.그사이 발생한 모든 비용은 구경민이 내주었다. 경상이라 병원비용은 많이 들지 않았지만, 구경민은 그녀의 몸에 좋은 영양제품만 해도 몇백만 원어치 사다 주었다.그리고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구경민은 고윤희의 사정을 다 알게 되었다.구경민은 분노했다.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하지만 병상에 누워있는 고윤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이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많아요. 큰 도시의 대학생들도 유괴되어 몇 년씩 갇혀 있으면서 아이를 가득 낳아요. 뉴스에도 나왔잖아요. 비록 나는 갇혀져 있었지만 다행히도 아이가 안 생겼어요. 그 바보가 나와 결혼하고 바로 죽어버렸어요. 그리고 그 바보의 동생. 그 사람은 바보는 아니지만... 무능해요.”고윤희는 자기의 기구한 팔자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깊은 생각을 하던 구경민이 입을 열어 말했다.“그 집 사람들은 이미 벌 받았어요. 주범과 공범 모두 평생 감방에서 썩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부모님은 어디 있어요? 집으로 데려다줄까요?”“싫어요!”고윤희는 단칼에 거절했다.“집은 안 돼요. 아픈 데가 나으면 떠날게요. 혼자 살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집에는 데려가지 마세요. 아니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갈게요. 더는 폐 끼치지 않을게요.”말을 끝낸 고윤희는 다급히 몸을 일으켜 병실 밖으로 도망가려 했다.그런데 몇 걸음 못 가 그녀는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구경민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제발요, 놔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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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구경민이 고윤희를 구해주고 일주일이 지난 뒤, 구경민은 고윤희를 자기의 여자로 받아들였다.병원에서도 고윤희는 구경민이 직접 데리고 온 여자라 다들 고윤희를 구경민의 여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의사들도 기분이 다 달랐다.특히나 젊고 미혼인 여의사나 간호사들은 배가 아팠다.서울에서 구경민은 젊음과 권력의 상징이었으니 말이다.서울에서 구경민과의 결혼을 꿈꾸는 여자들은 마치 남성에서 부소경과의 결혼을 꿈꾸는 여자처럼 많았다.그녀들은 두 눈 뻔히 뜨고 구경민이 밤새 다른 여자의 병실에 머무르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경민은 고윤희를 직접 씻겨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고윤희의 창백하던 작은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고윤희는 구경민을 ‘자기.’라고 불렀다.고윤희는 병원의 수많은 여의사와 여간호사, 그리고 여성 환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구경민의 차에 올라 그의 집으로 갔다.도우미들은 모두 그녀를 ‘아가씨’라고 불렀다.하지만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그녀는 자기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고윤희가 구경민의 여자가 된 그해, 고윤희도 곧 서른이 되어갔다. 어릴 적부터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자라 온 그녀는 이 지저분한 세상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구경민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세주님.”그녀는 더는 병원에서처럼 구경민을 ‘자기야’라고 부르지 않았다.하지만 구경민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사리가 분명한 이 여자가 더 좋아졌다.구경민은 그제야 연상의 좋은 점을 알게 되었다. 연하는 대체로 멋대로 행동하는 기분파이지만 연상은 성숙하고 속이 깊으며 사람을 귀찮게 굴지 않는다. 물론 고작 6개월 연상이지만.구경민은 그녀가 좋았다.“왜 그래요?”구경민은 고윤희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고윤희는 구경민을 존경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난 경민 씨의 아내가 되겠다는 헛된 꿈은 꾸지 않아요. 경민 씨의 여자친구도 바라지 않아요. 난... 사실 경민 씨의 썸녀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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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맞아요.”고윤희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친자 확인까지 했었죠.”“....”고윤희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우리가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지출도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 부모님의 사업도 적자가 나면서 살던 집을 팔아 언니 오빠와 동생들에게 주었어요. 당연히 내 몫은 없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부모님은 날 돈 때문에 바보한테 팔아넘겼어요. 난 그곳에서 4년을 감금당했죠. 4년을 햇빛도 못 보고 살았어요. 나 피부 엄청 창백하죠? 이건 지하실에서 감금되어 있다 보니 햇빛을 보지 못해서 그래요. 울어도 보고 외쳐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우리는 법적 부부라고 알고 있었기에 가정사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알아요? 좀 지나서 그 바보는 죽었어요. 하지만 그날 보셨던 그 자식이 날 데리고 서울로 왔어요. 맨날 도박으로 돈은 다 탕진했죠. 경민 씨가 날 도와주었던 그날, 그 자식은 내 몸을 오야지한테 팔려고 했어요. 내가 싫다고 반항하니 날 그렇게 만든 거죠.”고윤희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려왔다.그녀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더니 미소를 지으며 구경민을 바라보았다.“비록 고졸이긴 하지만 공부도 잘했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공부 엄청 열심히 했어요. 공부라도 잘하면 나에게도 눈길을 줄줄 알았죠. 그래서 난 눈치가 빨라요. 내가 뭘 하면 안 되는지, 뭘 해야 할지 다 알 수 있어요. 내 진짜 남편도 아닌 사람의 빚을 갚아주느니 차라리 다른 남자에게 내 몸을 주는 게 나아요. 내 구세주에게 다 바치고 싶어요. 내 구세주 옆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한 날이 될 거 같아요. 나 말인데요. 일 년이라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고윤희의 말을 들은 구경민은 마음이 복잡했다.구경민도 당연히 청순하고 부드러우며 사람의 마음도 잘 이해해 주는 그녀가 탐났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가볍게 대하기 싫었다.하지만 고윤희는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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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고윤희는 행복했다.진심으로 행복했다.구경민의 집에서 지내게 된 밤, 그녀는 이불속에서 펑펑 울었다.여태 누구도 그녀를 사람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고윤희는 왜 부모님이 굳이 그녀를 이 세상에 데려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랑을 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녀를 낳았는지 알 수 없었다.고윤희는 부모님에게 왜 자기에는 사랑을 주지 않는지 따지기도 했었다.하지만 그때마다 부모님은 구구절절한 이유와 핑계를 늘어놓았다.고윤희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윤희야. 우리는 너한테 생명을 주고 하루 세끼 밥도 먹여주잖아. 그러면 너는 엄마 아빠한테 고마워해야지 이런 걸 따져서 되겠어?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속이 좁은 거야?”고윤희는 울면서 물었다.“언니 오빠, 그리고 동생들은 다 자기 방이 있는데 왜 난 아무 데서나 자야 해요?”“널 빼면 다 쌍둥이잖아?”고윤희의 어머니도 옆에서 한마디 했다.“네 언니 오빠는 애교도 많고 너처럼 삐딱하지도 않아!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 아이가 아홉인데 어떻게 모두 똑같은 사랑을 주겠어? 우리도 어쩔 수 없어. 다들 쌍둥인데 너만 혼자니까 엄마 아빠는 먼저 쌍둥이들부터 챙길 수밖에 없지.”고윤희의 아버지도 계속 말했다.“엄마 아빠는 아홉 명의 아이 중에서 여덟은 잘 보살폈지만. 너한테는 관심을 많이 주지 못했어. 하지만 이게 우리 최선이야. 우리도 할 만큼 했어. 열 손가락도 길이가 다 다른데 어떻게 똑같게 해주겠어? 우리가 책임감이 없었더라면 집에 아이도 많은데 널 이미 입양 보냈겠지. 그런데 해외에 입양 보냈다가 혹시라도 입양한 부모가 이혼이라도 하면 넌 버려질 거 아니야?”고윤희의 엄마도 뒤질세라 한마디 거들떴다.“지금 이상한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데. 만약에라도 널 그런 집에 입양 보내면 너 얼마나 상처받겠어. 넌 상상도 못 할 거야. 우리가 널 입양 보내지 않고 계속 키우고 있는데 넌 오히려 우릴 원망해? 너 어쩜 그렇게도 양심이 없니.”고윤희의 부모는 몇 번이고 똑같은 말을 했었다.그녀는 쭉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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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구경민의 말을 들은 고윤희는 사실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고윤희는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응, 그럴게. 그럼, 임플라논으로 하자.”구경민은 고윤희를 데리고 임플라논 시술을 받았다.그날 이후, 구경민은 고윤희를 더 잘 대해주었다.구경민은 5억에 그녀를 사 간 정씨 집안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었으며 고윤희와 함께 고윤희의 고향 집으로 가서 그녀의 부모님이 혈연 포기 각서에 사인하도록 했다.고윤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에서 나왔다.그녀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윤희의 어머니는 고윤희를 향해 애타게 소리쳤다.“윤희야, 너 엄마 아빠 버리고 갈 거야?”고윤희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한참 눈물을 흘리던 고윤희는 머리를 돌리고 말했다.“두 사람의 딸 고윤희는 이제 이 세상에 없어요.”“....”“당신들 모두 에어컨 빵빵한 방에서 잠자고 있을 때, 윤희만 베란다에서 잠을 잤다죠. 베란다에서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뼈도 못추렸을거에요.”“....”“또, 윤희는 시댁의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었죠. 만약 그곳에서 죽기라도 했다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체도 다 썩고 뼈도 안 남았겠죠.”“....”“또, 윤희의 시동생한테 머리채 잡히고 가차없이 폭행당해서 서울에서 죽을 뻔했어요.”“윤희야...”고윤희의 어머니는 눈물을 보였다.“난 이젠 두 사람의 딸 고윤희가 아니에요. 미안해요! 다시 보는 일 없어요!” 말을 끝낸 고윤희는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윤희야...”고윤희의 아버지도 눈물을 흘렸다.아마 그제야 두 사람은 고윤희도 친자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모양이다.고윤희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말했다.“드릴 말씀이 있어요. 나 임플라논 했어요. 아마 평생 아이는 안 낳을 거 같아요. 혹시라도 아이가 생기면 나도 그 아이에게 불공평하게 대할까 봐 겁이 나요. 아이가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말이죠. 왜 내가 낳았다고 무조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죠? 언젠가 내가 정말 아이를 가지게 된다 해도 하나만 낳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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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구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윤희는 차갑게 변해버린 구경민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미안해, 경민 씨.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앞으로 조심할게. 다신 안 할게.”구경민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윤희는 눈치가 빠른 여자다. 그녀는 구경민의 손에 들려있던 수저를 내려주고 두 팔로 구경민의 목을 감싸며 말했다.“내가 말 잘 못했으니 오늘 벌 받아야지. 어때?”구경민이 물었다.“정말 나 사랑해?”“....”그녀는 머리를 푹 숙이고 한참 지나서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사랑해.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말했어.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쩌면 이러면 지금의 행복이 사라질 줄 알면서도... 하지만 경민 씨 걱정하지 마. 나 부담 주려는 거 아니야. 나 성인이야. 어린애 아니야.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어. 언젠가 내가 지겨워졌는데도 말하기 미안하다면 나한테 그렇게 말해줘. 인테리어 다시 해야 하니까 잠시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돌아와. 이렇게 하면 돼. 그럼 내가 조용히 나갈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게. 응?”구경민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고윤희의 이런 안쓰러운 모습은 자꾸만 구경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구경민은 고윤희를 사랑하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최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구경민은 최여진이 열여섯 살 때부터 5년을 짝사랑했던 첫사랑이다.5년이나 말이다.구경민은 그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여진은 구경민을 버리고 해외로 갔다. 구경민은 더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구경민은 비록 고윤희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녀를 아꼈다.아껴줄 수 있는 만큼 지독히도 아꼈다.구경민은 몸을 뒤집어 고윤희의 몸에 올라탔다.고윤희는 깜짝 놀랐다.“경민 씨... 화... 화난거야?”“자기라고 불러!”구경민은 나지막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고윤희는 이내 목소리를 바꿔 애교스럽게 말했다.“자... 자기야!”구경민은 고윤희의 입을 맞추고 사랑을 나눴다.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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