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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구경민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가 갖고 싶었어?”

고윤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난 아이 같은 거 원한 적 없어!”

“진심이야?”

남자가 다시 물었다.

고윤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경민 씨, 나도 여자야. 아이를 지운 지 얼마나 됐다고… 속상한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나는 성인이야. 내가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 아이를 낳으려면 그 아이의 미래도 책임질 수 있어야 해. 그러니까 나는 엄마가 될 수 없어. 경민 씨 옆에서 6년이나 살았던 것만으로 만족해. 당신은 나한테 예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행복을 주었어. 난 욕심 부리지 않아, 경민 씨.”

말을 마친 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당신 옆에서 당신을 보살피고 매일 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큰 은혜를 입은 거야.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복에 겨워 눈앞의 행복을 망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아.”

구경민은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

그는 여자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고개를 숙여 여자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은 내가 만났던 여자 중 가장 착한 여자야.”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고윤희는 그의 품에서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야, 사랑한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세 글자가 듣고 싶어서 허락한 건 아니었다.

매번 그 말을 할 때마다 수줍게 애교를 부리던 그녀의 표정이 보고 싶었다.

구경민보다 6개월 연상인 고윤희는 그의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그녀의 애교가 보고 싶었다.

“자기야… 사랑해!”

그녀는 수줍게 달아오른 볼을 들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 하나가 구경민의 몸에 불을 지폈다.

그는 그녀를 거칠게 밀치고 욕실로 들어갔다.

한 시간 뒤, 욕실에서 나온 그가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방에 돌아가서 자!”

고윤희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 역시 자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그의 서툰 배려라는 것을 잘 알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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