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고윤희는 고개를 들고 신세희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세희 씨, 지인들 만나는데 저까지 껴서 불편하지 않겠어요?”“불편할 게 뭐가 있나요? 한 명은 민정아 씨라고 어차피 구씨 가문이랑 혼약이 있고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이참에 얼굴 익혀두는 것도 나쁘지 않죠. 또 한 명은 제 직장 동료예요. 언니도 만나보면 좋아하게 될 거예요.”신세희의 예상이 맞았다. 고윤희는 생기발랄한 엄선희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엄선희와 같이 나온 민정아는 비교적 쑥스러워하는 눈치였다.고윤희가 작은 소리로 신세희에게 물었다.“이 아가씨도 꽤 성격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정아 씨요?”신세희는 민정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친한 사람들한테만 본 모습을 보여줘요.”그 말을 들은 고윤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저기….”민정아가 어색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여기 오기 전에 서준 씨한테 말씀 들었어요. 숙모님이라면서요…. 그럼 저도 숙모님이라고 부를게요. 만나서 반가워요.”고윤희도 대범하게 인사를 받았다.“정아 씨 맞지? 사람이 왜 이렇게 착해.”고윤희는 저도 모르게 민정아가 걱정되었다.구경민의 조카인 구서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구서준이 어떻게 이렇게 순수하고 착하기만 한 여자를 마음에 두었는지는 모르나, 외모로만 보면 둘은 무척 잘 어울렸다.눈앞의 이 순진한 아가씨도 구서준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구씨 가문은 보통 가문이 아니었다.워낙 수도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대기업 가문이었고 내부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가 많았다. 고윤희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구씨 가문 모두의 세력을 합쳐도 구경민 한 명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남은 사람들은 서로 은연중에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착하고 순수하게만 보이는 민정아가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고윤희의 칭찬에 민정아의 얼굴이 수줍음으로 물들었다.“사실… 저도
그 여자는 다름 아닌 구선예였다.구선예가 서울 구씨 가문에서 남성 서씨 가문에 시집을 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구씨 가문은 서울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명문가였기에 서도영은 구선예의 눈에 찰 리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스무 살 때부터 따로 만나는 외국인 남자친구가 있었다.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남자가 산업 스파이였을 줄이야.그는 구성훈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일부러 구선예에게 접근했다.남자는 얼마 되지 않아 잡혔지만 구선예는 그때 이미 배 속에 남자의 아이를 배고 있었다. 구씨 가문은 인맥과 권력으로 겨우 이 사실을 은폐하고 비밀리에 덮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피부를 가진 남자아이였다. 손발이 이미 형성이 되었지만 아이는 허무하게 살아갈 기회를 빼앗겼다.구성훈이 사람들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다고는 하지만 상류사회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캔들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구씨 가문을 등에 업었다고는 하지만 구선예에게는 적당한 혼담이 들어오지 않았다.결국 구선예는 친정과는 거리가 있는 남성에 시집을 가게 되었다.마침 서도영은 해외에서 오래 공부하다가 귀국했기에 국내 사정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안의 아가씨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다. 구선예가 구씨 가문이 버린 자식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구선예는 친정에 거의 가는 일이 없었고 구씨 가문 사람들도 그녀와 왕래를 하지 않았다. 구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던 서도영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그래서 구선예는 시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구선예는 어떻게든 시댁을 위해 뭔가 하려고 애썼고 친정과의 관계도 회복하려고 애를 썼다. 다행인 건 아버지가 아직 회사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이었다.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신세희와 고윤희, 민정아 세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구경민과 부소경이 막역한 사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여자들까지 언제 저렇게 가까워진 걸까?구선
‘가장 교양 없는 건 민정아야!’‘성격도 더럽고 학력도 집안도 특출나지 않은 주제에! 감히 구씨 가문 장손과 결혼을 해?’‘네가 뭔데! 저속하고 역겨운 년이!’‘고윤희 저년도 마음에 안 들어! 거지 같은 년이, 상품처럼 팔려 다니던 년이! 운 좋게 구경민을 만나서 팔자가 폈잖아!’‘구경민이 뒤를 봐주지 않았으면 상류 사회에 발도 못 들였을 것이!’구선예는 거리를 방랑하던 여자, 하마터면 굶어 죽을 뻔했던 여자가 자신보다 더한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배알이 뒤틀렸다!그녀는 아직도 웃고 있는 여자들을 보다 속에서 분노가 치솟았다.‘천한 것들!’옥살이를 했던 신세희!감방을 나와서도 방랑 생활을 했던 여자!고윤희도 사실 옥살이보다 나을 게 없었다. 남은 두 사람의 삶은 그들보다 나았지만 그래도 고작 평범한 인간들이었다.‘끼리끼리 모인다더니!’민정아와 고윤희가 정식으로 구씨 가문에 시집을 온다면 가문은 이 두 사람 손에 망해버릴 것 같았다.구선예는 이런 생각을 하며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평생 귀국하지 않을 것 같더니 그건 아니었나 보네?”구선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상대가 작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나야 항상 돌아오고 싶었지. 하지만 그만큼 바빴으니까….”“지금 안 돌아오면 구경민이 그 여자랑 정말 결혼해 버릴지도 몰라.”구선예가 말했다.“그… 그게 사실이야?”상대는 무척 당황한 듯,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구선예는 여자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냉소를 지으며 쇼핑백을 들고 백화점을 나섰다.한편, 네 여자들은 백화점 커피숍에서 즐거운 수다 중이었다.“윤희 언니, 오늘 너무 과소비한 거 아니에요? 첫 만남인데 돈을 너무 쓰게 한 것 같아서 제가 다 미안하네요.”엄선희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민정아도 거들었다.“그래요, 숙모! 오늘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제가 사드려도 모자랄 판에!”고윤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구경민이 건넨 카드에는 2억이나 되는 거금이 들
발신자가 조의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너머로 부드럽고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희 씨, 나예요. 조의찬….”“알고 있어요.”신세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대꾸했다.“저한테 화 많이 났어요?”조의찬이 물었다.“조의찬 씨,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은데요. 저를 위해서 가성섬에 직접 가신 건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저를 돕는 게 아니라고요!”신세희는 말할수록 분노가 치솟았다.옆에서 그녀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던 신유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엄마, 누구랑 싸워? 누가 엄마 화나게 했어? 엄마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유리한테 말해. 유리가 혼내줄게!”부소경의 집에 들어와서 산 지도 반년이나 지났건만, 신유리는 여전히 엄마를 지켜주려고 했다.그만큼 아이에게는 엄마가 소중했다.옆에서 지켜보던 고윤희는 문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신유리를 품에 안고 신세희에게 말했다.“세희 씨, 목소리 낮춰요. 화 나는 일이 있어도 좋게 해요. 애가 놀라겠어요.”신세희는 고마운 눈빛으로 고윤희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휴대폰 스피커를 손으로 가리고 친구들에게 말했다.“유리랑 윤희 언니 데리고 레스토랑에 먼저 가 있을래? 나는 통화만 끝내고 바로 따라갈게.”세 여자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신유리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신세희는 그제야 자세를 고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조의찬 씨, 의찬 씨 부모님께서 의찬 씨가 가성섬에 간 일로 소경 씨를 찾아갔어요.”조의찬은 다급히 해명했다.“세희 씨, 내가 가성섬에 온 건 세희 씨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아무도 나한테 가라고 등 떠밀지 않았고 내가 자진해서 온 거라고요!”“알아요! 하지만 의찬 씨 부모님은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분들은 제가 의찬 씨를 유혹했고 의찬 씨는 못된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여자를 위해 위험한 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적 없어요!”신세희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털어놓았
신유리는 기뻐서 눈을 반짝였다. “기뻐! 당연히 기쁘지!” “그럼, 우리 인내심을 갖고 삼촌 기다리자. 삼촌이 다리가 나으면 자연스럽게 돌아오겠지, 어때?” 신세희는 인내심을 갖고 신유리를 달랬다. 신유리는 말을 잘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신유리는 서시언의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 신세희도 생각했다. 서로 의지하며 6년을 지냈던 가족이 어떻게 생각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오빠가… 저 보고싶었다는 말 없었어요?” 신세희는 목이 막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편에서 조의찬이 말했다. “오빠가… 비록 처음에는 세희씨를 데리고 남성을 떠났지만, 같이 도망 다니던 그 시간동안 대부분의 시간은 다 세희씨가 자신을 챙겨줬다고 했어요.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 걔가 다리가 부러져서, 그때 세희씨가 아이도 봐야하고 시언이도 챙겨야 했었잖아요. 시언이가 영양가 있는 걸 먹어야 하니까 헌혈도 해보고, 아이가 그렇게 어린데도 공사장가서 남자들이랑 똑같이 일하고, 매일 힘들게 들어와서 입맛도 없었다고 했죠.” 여기까지 말한 조의찬은 목이 막혔다. 그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세희씨가 번 첫 월급으로 시언이한테 휠체어를 사주고 매일 햇빛까지 쬐게 해줬죠. 시언이가 세희씨와 이번 생에 사랑은 없었지만, 세희씨 같은 동생과 함께 서로 의지하며 6년을 살았어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어요. 시언이가 세희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의리를 중요시하는 여자라고 했어요. 세희씨, 그때는 내가 세희씨를 놓쳤었잖아요. 그래서 평생 후회할 거예요. 아무리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몇 천 번을 말해도, 이 마음의 후회를 없앨 수가 없어요.” 신세희:“......” “세희씨, 내가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게 해줘요. 내가 이 일만 할 수 있다면 그때 나 대신 칼을 맞고 내 목숨을 구해준 일에 대한 보답을 한번 하는 거라고 칠 수 있을 거 같아요. 난 이번 생에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지 않고 세희씨
신세희는 조의찬이 말하는 게 분명 임서아 가족이라는 걸 알았다. 저 편에서 조의찬은 역시 말했다. “근데 걱정 말아요 세희 씨. 제가 꼭 방법을 찾아서 그들을 죽여버릴 거예요! 그 가족은 지금 반 씨 가문의 손님이에요. 그래서 지금 이미 반 씨 가문 군왕 저 택 서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군왕 저택 안에는 원래 반 씨 형제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임서아네 가족이 더 늘어났죠. 게다가 반 씨 가문의 첫째 반호경은 지금 자기 넷째 동생을 임서아랑 결혼시키려고 해요.” 신세희:“......” 조의찬이 말했다. “제가 지금 들은바 로는, 임서아가 이미 반호경한테 말해서 부소경이 세희씨한테 속아서 이렇게 다급하게 가성섬을 공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반호경이랑 임 씨 가문 사람들이랑 지금 상의하면서, 부소경이 가성섬을 공격하려고 할 때, 그쪽에서 남성에 사람을 파견해서 세희 씨를 상대하려고 한데요. 오늘 세희 씨한테 이거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요. 앞으로 더 조심해요, 꼭 조심 또 조심해야해요. 알겠죠?” “저도 알아요. 고마워요 의찬 씨, 고마워요.” “알겠어요, 그럼 여기까지만 할게요. 본인 잘 챙기고요. 끊을게요!” “알겠어요, 몸 잘 챙기고요.” 신세희는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마당에 앉아서 조의찬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 그녀가 임 씨 가문을 놓아주기 싫은 게 아니라, 임 씨 가문이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던 거다. 차갑게 웃은 뒤, 신세희는 고윤희와 몇몇 사람들을 찾으러 갔다. “왜 그래요 세희 씨?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 고윤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여기서 나이가 제일 많아서 말에는 늘 걱정하는 마음이 뭍어있었다. 민정아와 엄선희는 오늘 처음으로 고윤희를 봤지만 그녀를 매우 좋아했다.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고, 기뻐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다들 주문했어요?” “아직, 세희 씨 기다리고 있었어.” 엄선희가 말했다. 신세희는 엄선희의 이마를 가리
“소경 씨…” 신세희가 불렀다. “응? 오늘 밖에서 쇼핑 잘했어? 양손 가득 들고 집에 가는 거야? 차 불러서 데려 오라고 할까?” 저편에서 부소경이 온화하게 말했다. 그러나 신세희의 말투는 진지했다. “소경 씨, 방금 의찬씨한테 전화 왔었어요…” “왜?” 부소경은 조의찬의 전화가 왔다고 듣자마자 마음이 차가워졌다. “의찬 씨 말로는 임 씨 가문 사람들이 지금 가성섬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데요, 임지강네 가족이 이미 군왕 저택에 들어가서 가성섬 반 씨 가문 사람들이랑 동등하게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뭘 설명하겠어요? 서 씨 집안 어르신과 구성훈이 분명 가성섬에 많은 장점들을 줬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까지 파견해서 …” 신세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부소경이 말을 끊었다. “가성섬에서 또 사람 파견해서 남성에 잠복시켰지?”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 부소경이 말했다. “소경 씨…” 신세희가 갑자기 불렀다. “응?” “조심해요… 당신… 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선 안돼요. 아니면 나랑 유리는… 어떡해요?” 여자는 말을 하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겉으로 강한 척했다. 하지만 자신의 남자 앞에서만 약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있던 구경민을 보았다. 구경민은 그저 웃었다. 몇 초 웃었다가 그가 말했다. “소경아, 넌 지금 갈수록 남편 같고 아빠 같은 것 같아. 가끔은 네가 딸을 두 명 키우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내가 지금 너보다 바빠.” 말이 끝난 뒤, 그는 스피커를 막고 있던 손을 뗀 뒤 스피커에 대고 말했다. “쇼핑하다 피곤하면 얼른 돌아와. 물건 많으면 내가 사람 시켜서 데리러 가라고 할게.” 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끊을게요.” 전화를 끊고 부소경과 구경민 두 사람은 다시 원래 나누던 대화를 나눴다. “소경아, 너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생각이야? 넌 안 급해도 보는 내가 급해.” 구경민이 말했다. 부
구경민의 표정은 오히려 여유로웠다. “왜? 또 움직였데?” 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 방금, 구성훈이 갑자기 엄청난 무기들을 가성섬에 넘겼데. 보아하니 뭐라도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런 추세를 보면 나 부소경을 가성섬에서 죽여버리려는 거겠지. 구성훈 수중에 있는 권리 3분의1을 가성섬에 제공하는 걸 보면, 구성훈한테는 꽤나 큰 희생이잖아.” 구경민은 웃었다. “소경아, 우리 둘째 삼촌이 가성섬에 무력을 지원하는 게 네가 원하던 결과 아니었어?” 부소경은 구경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지! 넌 역시 내 친구가 맞아.” 그는 또 망설이다가 말했다. “경민아, 이번에 내가 가성섬을 공격하고 다시 돌아오면, 너랑 네 삼촌은 아마 적대 관계가 되겠지.” 구경민은 웃었다. “그건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어. 만약 네가 가성섬에서 돌아오면 삼촌도 세력을 반이나 잃을 테니, 그때 가선 나한테 뭐라고 못할지 몰라. 그런데, 서 씨 집안 어르신 쪽은…”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언급하자 부소경의 표정은 또 차가워졌다. “가성섬 일을 다 처리하고, 임 씨 가족 세명을 데려와서 세희가 처리하게 할 거야.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이제 얌전히 계신다면 내가 편하게 요양하게 해 드릴 수 있어. 그래도 우리 부 씨 가문이 어르신한테 빚진 은혜가 있고, 우리 엄마를 구해주신 적이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난 그 분은 건들이진 않을 거야.” 구경민은 한숨을 쉬었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은 그때 아주머니를 구해주셨으니 부 씨 가문이 은혜를 빚지긴 했지. 그래서 더 두려울 거 없이 매번 외손녀를 도우셨잖아.” 부소경은 차갑게 웃었다. “근데 나중에 후회는 안 하셨으면 좋겠어.” “너 지금 비꼬는 거지?’ “지금은 아직 확신을 못 하겠어…” 구경민은 부소경의 성격을 알았다. 그는 확신하지 않는 일은 말을 하기 싫어했고, 구경민도 그를 강요하지 않았다. 구경민은 시간을 보고 일어나서 말했다. “시간이 좀 늦었네, 난 가봐야 해. 네 형수가 요즘 몸이 안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