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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고윤희는 한 번도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여자는 적금이 있어야 한다며 그가 건넨 돈도 전부 거절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경민 씨, 나 손발 멀쩡해. 스스로를 먹여 살릴 힘 정도는 있다고. 나 요리도 잘해. 마사지도 잘하고. 그래서 당신 돈은 필요 없어.”

그녀가 매번 거절했기에 그도 더 이상 그녀에게 억지로 돈을 건네지 않았다.

사실 남자도 사심이 있었다.

그녀를 오랜 시간 옆에 데리고 있었지만 그녀를 향한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렸다.

사랑일까?

아닐 것이다.

그는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서로의 존재에 습관이 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돈을 주었다가 그녀가 정말 다른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애를 낳을까 봐 두려웠다. 구경민은 그녀의 남자를 살려둘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돈을 거절하면 억지로 쥐여주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는 그녀를 평생 먹여 살릴 만한 돈이 있었다. 그녀는 평생 그의 곁에서 안락한 삶을 살면 된다. 그의 옆에서 애교를 부리고 싶으면 부리고 자기라고 불러도 받아줄 수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만족해 줄 수 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세월이 오래되면서 피임에 주의한다고 했지만 원치 않은 아이가 두 번이나 찾아왔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에게 매달리는 대신 혼자서 처리했다.

그렇게 사려 깊은 그녀의 모습이 구경민은 마음에 들었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이 벌써 6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한 달 전, 고윤희는 세 번째 아이를 지웠다.

그녀는 이번에도 수술 뒤에 그에게 사실을 고했다.

그날 그녀가 미치도록 안고 싶어서 침대에 쓰러뜨리자 창백해진 얼굴로 힘없이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경민 씨, 오늘은 그냥 하지 말까?”

“왜, 어디 아파?”

그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꾸했다.

“미… 미안해. 내가 부주의해서… 일 끝나고 바로 약을 먹었어야 했는데… 또 임신했거든. 오늘 오후에 수술하고 오는 길이야.”

그렇게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는 건 그의 착각일까.

구경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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