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2823 챕터

제561화

부소경은 복잡한 심경으로 신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꾸물꾸물 이불 속으로 들어간 신세희는 다시 잠을 청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부소경에게 등을 돌린 신세희는 키스 마크로 울긋불긋한 팔을 뻗어 그의 가슴팍을 툭 건드렸다. 부소경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잡았다. 물로 빚은 듯한 부드러운 살결이 그의 손에 감겼다. 부소경은 이불속에서 꾸물거리는 그녀를 억지로 꺼내 자신을 마주 보게 하며 진지하게 물었다. “정말 어디 안 좋은 거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신세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의 가슴팍으로 숨어들었다. 부소경이 짧게 미소 지었다. “애까지 낳은 사람이 응석은. ”신세희가 발끈했다. “아니거든요. ”“그럼 왜 아직 미적거리는 건데. 당신 늦잠 자는 사람 아니잖아. ”행여나 자신에게 또 숨기는 건 없는지, 부소경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신세희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백수인데 일찍 일어날 필요가 있나. ”“백수라니? ”부소경이 반문했다. “회사에서 잘렸잖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때문에 밖에 나갈 수도 없는걸요. ”신세희는 회사에 다니며 안정적인 수입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남성에서는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출근해도 돼. ”부소경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리에게 독립적이고 멋진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 거 아니었나? ”부소경이 다시 물었다. “......”그가 조곤조곤 도리를 따지자 신세희는 문득 억울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부소경을 흘겼다. “왜요, 회사에 가는 내내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것도 모자라 회사로부터 당신은 이미 해고되었으니 나올 필요 없습니다, 라는 통보를 들어야만 속이 시원하겠어요? ”“당신을 욕할 사람도 없을 거고 해고 되지도 않았을 테니 이만 출근하는 게 어때? ”부소경이 말했다. “......”부소경이 남성의 절대 권력자라는 걸 불현듯 떠올린 신세희는 그의 품에 안긴 채 핸드폰을 꺼내 실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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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그녀의 입맞춤은 여전히 서툴렀다. 그의 입술에 가닿았지만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다. 심지어 그녀는 자주 버벅대며 멈칫거리기도 했다. 부소경은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등과 뒤통수를 감싸 안고 강제로 떼어낸 부소경이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바보같긴. ”“......”“그렇게 많이 가르쳐 줬는데 어떻게 키스도 제대로 못 해.”신세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이게 과연 그녀만의 잘못일까? 어떻게 매번 짐승처럼 덮쳐오는 행위를 가르치는 거로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매번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앗아갔다. 관계를 이어 나갈 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은 어느새 하얗게 변해버려 그가 이끄는 대로 그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곤 했다. 그런데 대체 뭘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몹시 억울해진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달콤한 체리 같은 입술을 내려다보며 부소경은 애써 답답함을 억눌렀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그만 놀릴게. 감사 인사는 다른 걸로 받도록 하지. 일어나서 옷이나 골라줘.”“네? ”옷을 골라 달라니? 그녀는 여태 이런 일을 해 본 적 없었다. “남편 옷 골라주는 건 흔한 일 아닌가?”부소경이 여상하게 말했다. “아...”신세희는 즉시 몸을 일으켜 침대를 벗어났다. 문득 허전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본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방에는 그녀의 옷이 없는지라 그의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 입을 수밖에 없었다. 소매를 대충 걷어 올린 헐렁한 셔츠를 걸친 그녀는 몹시 관능적이었다. 부소경은 그런 신세희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어느새 옷을 전부 고른 신세희가 침대 가로 다가왔다. “이건 어때요?”“괜찮네.”자신이 평소에 자주 입는 스타일이라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런 스타일이 나한테 어울리는 건 어떻게 알았어? ”불쑥 던져진 물음에 신세희가 얼굴을 붉혔다. “함께 지낸 지가 언젠데, 당신 스타일도 모를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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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고마워요.”신세희가 미소를 지었다.“엄마, 오늘 유치원 지각하게 생겼어.”신유리가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아가. 엄마가 앞으로 다시는 늦잠 자지 않을게.”신세희가 아이에게 사과하자 부소경이 엄격한 목소리로 아이를 꾸짖었다.“어제 엄마가 몸이 안 좋았잖아. 잊었어?”“아, 맞다.”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작은 유리그릇을 신세희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 “사모님, 이건 대표님께서 서울에서 구해오신 최상급 품질의 제비집이에요. 식기 전에 드세요.”제비집이라니,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들어 본 적은 있었다. 작은 유리그릇 안에 담긴 저건 아마 몇백만 원을 호가할 테지.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비싼 걸 대체 왜 나한테...”부소경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신유리가 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흥, 서둘러 오느라고 내 장난감 살 시간도 없었다면서, 엄마한텐 이렇게 비싼 걸 선물하고... 아빠 너무 불공평해!”“......”신세희는 공연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부소경은 아이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외롭진 않고? ”“뭐?”“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냐고.”유리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부소경이 말을 이었다. “동생이 몇 명 더 생긴다면 네가 대장 노릇을 할 수 있을 거야.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마구 부려 먹을 수도 있어. 어때?”“와, 정말? 나한테 동생이 생긴다고?”신유리가 기뻐했다. “엄마 몸이 잘 회복된다면 많이 생기게 되겠지.”천천히 수프를 떠먹은 부소경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신세희 쪽을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얼굴이 복숭아빛으로 물들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귀엽긴. 신세희가 평소 무덤덤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당황할 법한 포인트를 비껴갔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을 제대로 찌르기만 한다면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헤헤, 기분 좋다. 근데 아빠...”아이가 씩 웃으며 제 아빠를 바라봤다. “동생 만들려고 엄마한테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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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부소경의 흔들리는 눈빛을 바라보던 신세희는 조금 전 자신이 마치 유혹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음을 깨닫고 덩달아 쑥스러워졌다.다행히 부소경은 더는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늦었으니 이만 출발 하자고.”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두 아주머니는 아이의 손을 나란히 잡은 부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씨 아주머니가 한탄했다.“사모님은 소탈한 분이시고 대표님도 그저 말수가 적을 뿐인데, 왜 인터넷에 사모님에 대한 소문이 그런 식으로 퍼졌는지 모르겠어. 한 번도 아랫사람들을 박대한 적 없는 분들인데... 소문을 퍼뜨린 범인의 정체만 알았어도 당장 가져 따졌을 거야.”전씨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 오늘 아침에 보니까 기사들이 깨끗이 사라졌던데? 대표님이 벌써 다 알아서 해결하신 모양이야.”그제야 이씨 아주머니는 안심했다. “그럼 다행이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들은 모조리 잡아서 없애버려야 해. 말조심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줘야지.”이씨 아주머니는 불평을 늘어놓은 것뿐이었지만, 실제로도 기자들과 그들이 속한 신문사는 하룻밤 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드넓은 도시에서 저마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더 이상 신세희에 대한 악의적인 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도 잘 나서지 않고 검소한 차림을 고집하던 그녀인지라, F그룹 공식 계정에 그녀와 부소경에 관한 댓글이 수없이 달렸음에도 거리에서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퍼지는 법이었다. 두 사람의 행복하고 달콤한 결혼생활을 부러워하는 네티즌들도 존재했지만 그녀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진 못했다. 두 사람은 가운데 아이를 앉히고 함께 유치원으로 출발했다. 조금 늦은 시간대라 예전처럼 학부모들을 마주치는 일 없이 유리를 데려다준 뒤 무사히 부소경의 차에 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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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얼른 출근하라는 인사팀 팀장의 전화를 받은 신세희는 비로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인터넷상의 악성 루머들조차 깨끗이 사라진 지금, 그 일은 마치 스쳐 지나가 버린 악몽처럼 느껴졌다. 신세희는 과거보단 미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성공한 건축 디자이너가 될 터였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바로 고향으로 내려가 엄마의 묘지를 찾아갈 계획이었다. 운이 좋으면 부모님의 묘지를 남성으로 이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자주 부모님을 찾아뵐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임씨 집안에 대한 복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절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만약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임지강은 그녀의 철천지원수였다. 신세희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느라 따로 부소경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다행히 그도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던 지라 그녀가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괜히 마음 쓰였던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침에 매주었던 넥타이가 느슨하게 풀린 채 비뚤어져 있었다. 자신이 골라준 옷과 넥타이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일까? 왜 벌써 풀렸지? 기댈 듯이 가까이 다가간 신세희는 자연스럽게 그의 넥타이를 매만지며 투덜거렸다.“넥타이가 비뚤어졌잖아요. 이렇게 출근하면 남들이 비웃을 거예요. 다시 매줄 테니 당신... 좀 똑바로 앉아봐요.”부소경과 엄선우는 입을 떡 벌리고 신세희를 응시했다. 늘 자신의 운전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엄선우는 집중력이 흐트러져 하마터면 나무에 부딪힐 뻔했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급정거한 뒤 급히 핸들을 돌려 겨우 나무를 비껴갈 수 있었다. 신세희도 다행히 부소경이 제때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들인 바람에 뒤통수를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다. 신세희가 엄선우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엄 비서님, 괜찮아요? 혹시 피곤한 거예요?”그녀는 이번에 부소경에게 말을 걸었다. “여태 한 번도 엄 비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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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부소경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오늘 신세희는 벌써 두 번이나 그를 자극했다.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람. 당신과 함께 만든 아이라고 하질 않나, 엄선우가 버젓이 보고 있는데 그에게 바짝 다가가서 넥타이를 매주질 않나. 사실 오늘 아침 신세희의 한마디 때문에 그는 하마터면 출근하지 못 할 뻔했다. 게다가 지금의 행동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노부부 사이에나 할 법한 게 아니던가. 그건 마치 데면데면한 남편을 타박하면서도 살뜰히 챙겨주는 아내의 모습 같았다. 전혀 어색함 없이 매끈한 일련의 행동에 부소경의 마음은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렸다. 그녀는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자신을 남편으로 여기지도 않는 듯했다. 갑자기 바뀐 모습에 부소경은 도무지 적응할 수 없었다. 사랑을 받으니 어쩔 줄 몰라 하는 서툰 아이 같은 모습에 부소경은 자조하고 말았다. 엄선우의 말대로 자신은 공처가가 틀림없었다. 목청을 가다듬은 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계속 그렇게 넥타이를 조른다면 당신 남편이 질식사할지도 몰라. 그럼 당신은 과부가 되는 거고.”엄선우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손을 뗀 신세희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처음으로 넥타이를 매주었던 터라 적당한 정도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아까도 너무 꽉 조인 탓에 그가 스스로 푼 게 분명했다.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괜히... “내려.”신세희는 바보같이 부소경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무슨... 뜻이에요?”그녀를 대신해 화를 내주고, 다정하게 대해준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렇게 태도를 바꾼다고? 따듯하게 데워진 마음이 미처 식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역시 남자들은 다 쓰레기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신세희는 울먹이기까지 했다.“당신 회사에 도착했는데 안 내릴 거야? 또 무단결근하려고? 아니라면 나를 따라 우리 회사에 가서 안주인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건가? ”부소경이 정색하며 반문했다. “아...”신세희는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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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그 나이 때 여자들 대부분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사실 신세희도 사랑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소녀였다. 그녀가 이렇듯 냉담한 건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잔인하게 굴었기 때문이리라. 엄선우의 분석은 정확했다. 신세희는 아주 희미한 햇빛만으로도 마음속에 해바라기를 활짝 피울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신세희는 거의 뛰다시피 엘리베이터 안으로 돌진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그제야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녀에게 대인기피증이 있거나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이 맞으면 선뜻 다가가는 유형이었으니까. 그러나 자신을 무작정 헐뜯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오로지 의젓한 모습으로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하여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있는 걸 발견한 그녀는 습관처럼 고개를 약간 숙이고 그들을 외면했다. 그러나 신세희를 발견한 두 여직원은 그녀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사... 사모님.”깜짝 놀란 신세희는 이내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남들이 그녀에게 공격을 가할수록 그녀는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소리 없이 저항했다. 신세희는 그 어떤 비바람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갖고 있었으나 예의를 차리며 건네는 인사에는 전혀 적응할 수 없었다. 신세희는 더듬거리며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그... 저희는 회사 동료니까 저한테 이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신세희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전 이만 내릴게요. 또... 또 봐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도망치듯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시선을 주고받던 두 여직원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사모님은 우리 회사에 입사한 뒤부터 줄곧 성실하게 일해왔어. 오히려 그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사람들을 선동했지. 사모님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겸손하게 구니까 사람을 깔보며 괴롭힌 거야. 그렇지만 사모님은 한 번도 사람을 괴롭힌 적이 없었어.”다른 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너무 귀여우셔. 완전 소녀 같아.”“대여섯 살 난 딸아이도 있다며?”“근데도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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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엄선희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세희... 아니, 사모님. 제가 사모님인 줄도 모르고... 실례를 저질렀어요. 죄송해요.”신세희가 그녀를 가볍게 타박했다.“선희 씨, 언제부터 말을 그렇게 더듬었어요?”그건 전부 엄선희가 깜짝 놀란 탓이었다. 게다가 엄선희는 은근히 신세희가 원망스러웠다. 부소경의 아내이면서도 감쪽같이 자신을 속이지 않았던가? 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의 안주인이었다!신세희가 그녀에게 장난쳤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선희 씨가 이렇게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봤어요.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당장 올라갈 거예요.”그녀의 말에 엄선희가 기겁했다. “안 돼요, 올라오지 마세요! 나 바쁘단 말이에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엄선희는 정말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신세희는 왠지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녀는 엄선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세희는 다른 사람들처럼 언변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사람을 쉽게 사귈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매번 마음이 맞는 사람을 사귀게 되면 그녀는 그 기회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다. 조의찬을 아꼈던 것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세희는 처리해야 할 작업을 분류한 뒤 직접 엄선희를 찾아가 그녀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사과할 생각이었다. 며칠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았고 더 이상 이 회사에 다닐 수 없을 거라는 각오도 했건만,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류를 하나하나 분류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늘 성실하게 일해왔던 그녀인지라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질서정연하게 분류를 마칠 수 있었다. 시큰거리는 목을 주무르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그녀에게 누군가 밀크티를 건넸다. 이어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피곤하시면 밀크티라도 한 잔 드세요. 사모님 입맛에 맞춰 준비한 거예요. 사모님께서 이 회사에 입사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는 항상 사모님을 주의 깊게 살펴 왔거든요. 사모님은 단 걸 좋아하시잖아요. 얼른 드셔보세요, 입맛에 맞을 거예요. ”그 목소리를 들은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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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이런 사람들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상대방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창백하게 질린 리나는 매우 무안했지만 신세희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 그대로였다. 이윽고 서류를 그녀에게 건네준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주에 완성해야 할 업무들입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시고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사무실 안이 발칵 뒤집혔다. 리나가 울상을 지으며 하소연했다.“혹시 내가 사모님 눈 밖에 난 걸까요? ”송주혁이 바로 부정했다. “그런 분 아니에요.”“그럼 대체 왜 내가 준 밀크티를 버린 건데요?”그러자 주현욱이 차갑게 비웃었다. “왜 꼭 리나 씨가 건넨 밀크티를 마셔야 하는 거죠?”동명욱이 옆에서 거들었다. “밀크티에 금가루라도 뿌렸어요?”리나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송주혁 인턴사원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세희 선배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그분은 순수하고 성실하고, 늘 열심히 하는 분이에요. 게다가 남성의 최고 권력자로 불리는 사람을 남편으로 두고도 한 번도 잘난 척한 적 없잖아요. 또한 리나 선배처럼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고요. 선배와 어울릴 마음이 없으니까 선을 그은 거 아닐까요?”송주혁의 말을 들은 리나는 몹시 수치스러워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렇다고 직장을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실력이 떨어지는 그녀를 선뜻 받아줄 회사는 없었으니까. 리나가 아무리 뒤늦게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한편 신세희는 곧바로 엄선희를 찾아갔다. 업무에 몰두한 그녀의 곁에 조용히 다가간 신세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든 엄선희는 긴장 섞인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 사모님.”신세희가 그녀를 가볍게 흘겼다. “우리 베프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부씨 집안 넷째 도련님의 아내잖아요.”신세희는 코웃음 치며 다시 한번 그녀를 흘겼다. “혹시 나한테 밥 사야 하는 거, 잊은 건 아니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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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일주일 사이에 민정아는 볼품 없이 말라 있었다. 민정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신세희는 그녀의 가여운 모습을 보고도 크게 놀라거나 가슴 아파하지 않았다. 그러나 엄선희는 바로 그녀의 곁에 달려가 팔뚝을 매만지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아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틀 사이에 왜 이렇게 말랐대요?”민정아가 순순히 대답했다.“괜찮아.”엄선희가 다시 물었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예요?”민정아가 눈을 찡그리자 눈곱이 한 무더기나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아무렇게나 눈을 비볐다. “선희 씨. 나한테 2만 원만 빌려주면 안 될까? 지금 이틀이나 굶었어.”엄선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민정아를 쳐다보았다. “뭐라고요? 집에 안 들어간 거예요? 부모님은, 집에 안 계시고?”민정아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쫓겨났어.”“대체 무슨 일인데요? ”“그게...”신세희를 힐끔거린 민정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그녀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성미가 급한 엄선희가 그녀를 닦달했다. “어휴, 답답해! 이런 거지꼴을 하고도 뭘 숨기려는 건데! 나 돈 안 빌려줄 거야.”사실 엄선희와 민정아는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줄곧 민정아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엄선희였지만, 이번에 신세희를 모함하는 데 가담하지 말라고 민정아가 막아서면서 엄선희는 그녀가 생각보다 단순하고 바보 같은 여자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민정아는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에게 한두 마디씩 욕설을 퍼부어도 민정아는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성질이 급하고 덤벙거리는 여자일 뿐이었다. 엄선희는 민정아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엄선희의 닦달을 들은 민정아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정연 언니의 말을 거역하고 구자현 아가씨를 도와주지 않았잖아. 사모님의 뺨을 때리는 것도 거절했고... 덕분에 엄마 아빠한테 엄청나게 혼났어. 또 어제 대표님이 정연 언니의 카드를 모두 정지시키고 쫓아내 버렸잖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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