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의 흔들리는 눈빛을 바라보던 신세희는 조금 전 자신이 마치 유혹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음을 깨닫고 덩달아 쑥스러워졌다.다행히 부소경은 더는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늦었으니 이만 출발 하자고.”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두 아주머니는 아이의 손을 나란히 잡은 부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씨 아주머니가 한탄했다.“사모님은 소탈한 분이시고 대표님도 그저 말수가 적을 뿐인데, 왜 인터넷에 사모님에 대한 소문이 그런 식으로 퍼졌는지 모르겠어. 한 번도 아랫사람들을 박대한 적 없는 분들인데... 소문을 퍼뜨린 범인의 정체만 알았어도 당장 가져 따졌을 거야.”전씨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 오늘 아침에 보니까 기사들이 깨끗이 사라졌던데? 대표님이 벌써 다 알아서 해결하신 모양이야.”그제야 이씨 아주머니는 안심했다. “그럼 다행이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들은 모조리 잡아서 없애버려야 해. 말조심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줘야지.”이씨 아주머니는 불평을 늘어놓은 것뿐이었지만, 실제로도 기자들과 그들이 속한 신문사는 하룻밤 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드넓은 도시에서 저마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더 이상 신세희에 대한 악의적인 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도 잘 나서지 않고 검소한 차림을 고집하던 그녀인지라, F그룹 공식 계정에 그녀와 부소경에 관한 댓글이 수없이 달렸음에도 거리에서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퍼지는 법이었다. 두 사람의 행복하고 달콤한 결혼생활을 부러워하는 네티즌들도 존재했지만 그녀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진 못했다. 두 사람은 가운데 아이를 앉히고 함께 유치원으로 출발했다. 조금 늦은 시간대라 예전처럼 학부모들을 마주치는 일 없이 유리를 데려다준 뒤 무사히 부소경의 차에 오를
얼른 출근하라는 인사팀 팀장의 전화를 받은 신세희는 비로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인터넷상의 악성 루머들조차 깨끗이 사라진 지금, 그 일은 마치 스쳐 지나가 버린 악몽처럼 느껴졌다. 신세희는 과거보단 미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성공한 건축 디자이너가 될 터였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바로 고향으로 내려가 엄마의 묘지를 찾아갈 계획이었다. 운이 좋으면 부모님의 묘지를 남성으로 이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자주 부모님을 찾아뵐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임씨 집안에 대한 복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절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만약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임지강은 그녀의 철천지원수였다. 신세희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느라 따로 부소경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다행히 그도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던 지라 그녀가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괜히 마음 쓰였던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침에 매주었던 넥타이가 느슨하게 풀린 채 비뚤어져 있었다. 자신이 골라준 옷과 넥타이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일까? 왜 벌써 풀렸지? 기댈 듯이 가까이 다가간 신세희는 자연스럽게 그의 넥타이를 매만지며 투덜거렸다.“넥타이가 비뚤어졌잖아요. 이렇게 출근하면 남들이 비웃을 거예요. 다시 매줄 테니 당신... 좀 똑바로 앉아봐요.”부소경과 엄선우는 입을 떡 벌리고 신세희를 응시했다. 늘 자신의 운전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엄선우는 집중력이 흐트러져 하마터면 나무에 부딪힐 뻔했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급정거한 뒤 급히 핸들을 돌려 겨우 나무를 비껴갈 수 있었다. 신세희도 다행히 부소경이 제때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들인 바람에 뒤통수를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다. 신세희가 엄선우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엄 비서님, 괜찮아요? 혹시 피곤한 거예요?”그녀는 이번에 부소경에게 말을 걸었다. “여태 한 번도 엄 비서님이
부소경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오늘 신세희는 벌써 두 번이나 그를 자극했다.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람. 당신과 함께 만든 아이라고 하질 않나, 엄선우가 버젓이 보고 있는데 그에게 바짝 다가가서 넥타이를 매주질 않나. 사실 오늘 아침 신세희의 한마디 때문에 그는 하마터면 출근하지 못 할 뻔했다. 게다가 지금의 행동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노부부 사이에나 할 법한 게 아니던가. 그건 마치 데면데면한 남편을 타박하면서도 살뜰히 챙겨주는 아내의 모습 같았다. 전혀 어색함 없이 매끈한 일련의 행동에 부소경의 마음은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렸다. 그녀는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자신을 남편으로 여기지도 않는 듯했다. 갑자기 바뀐 모습에 부소경은 도무지 적응할 수 없었다. 사랑을 받으니 어쩔 줄 몰라 하는 서툰 아이 같은 모습에 부소경은 자조하고 말았다. 엄선우의 말대로 자신은 공처가가 틀림없었다. 목청을 가다듬은 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계속 그렇게 넥타이를 조른다면 당신 남편이 질식사할지도 몰라. 그럼 당신은 과부가 되는 거고.”엄선우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손을 뗀 신세희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처음으로 넥타이를 매주었던 터라 적당한 정도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아까도 너무 꽉 조인 탓에 그가 스스로 푼 게 분명했다.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괜히... “내려.”신세희는 바보같이 부소경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무슨... 뜻이에요?”그녀를 대신해 화를 내주고, 다정하게 대해준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렇게 태도를 바꾼다고? 따듯하게 데워진 마음이 미처 식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역시 남자들은 다 쓰레기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신세희는 울먹이기까지 했다.“당신 회사에 도착했는데 안 내릴 거야? 또 무단결근하려고? 아니라면 나를 따라 우리 회사에 가서 안주인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건가? ”부소경이 정색하며 반문했다. “아...”신세희는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그 나이 때 여자들 대부분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사실 신세희도 사랑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소녀였다. 그녀가 이렇듯 냉담한 건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잔인하게 굴었기 때문이리라. 엄선우의 분석은 정확했다. 신세희는 아주 희미한 햇빛만으로도 마음속에 해바라기를 활짝 피울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신세희는 거의 뛰다시피 엘리베이터 안으로 돌진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그제야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녀에게 대인기피증이 있거나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이 맞으면 선뜻 다가가는 유형이었으니까. 그러나 자신을 무작정 헐뜯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오로지 의젓한 모습으로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하여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있는 걸 발견한 그녀는 습관처럼 고개를 약간 숙이고 그들을 외면했다. 그러나 신세희를 발견한 두 여직원은 그녀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사... 사모님.”깜짝 놀란 신세희는 이내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남들이 그녀에게 공격을 가할수록 그녀는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소리 없이 저항했다. 신세희는 그 어떤 비바람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갖고 있었으나 예의를 차리며 건네는 인사에는 전혀 적응할 수 없었다. 신세희는 더듬거리며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그... 저희는 회사 동료니까 저한테 이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신세희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전 이만 내릴게요. 또... 또 봐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도망치듯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시선을 주고받던 두 여직원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사모님은 우리 회사에 입사한 뒤부터 줄곧 성실하게 일해왔어. 오히려 그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사람들을 선동했지. 사모님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겸손하게 구니까 사람을 깔보며 괴롭힌 거야. 그렇지만 사모님은 한 번도 사람을 괴롭힌 적이 없었어.”다른 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너무 귀여우셔. 완전 소녀 같아.”“대여섯 살 난 딸아이도 있다며?”“근데도 너무
엄선희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세희... 아니, 사모님. 제가 사모님인 줄도 모르고... 실례를 저질렀어요. 죄송해요.”신세희가 그녀를 가볍게 타박했다.“선희 씨, 언제부터 말을 그렇게 더듬었어요?”그건 전부 엄선희가 깜짝 놀란 탓이었다. 게다가 엄선희는 은근히 신세희가 원망스러웠다. 부소경의 아내이면서도 감쪽같이 자신을 속이지 않았던가? 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의 안주인이었다!신세희가 그녀에게 장난쳤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선희 씨가 이렇게 말을 더듬는 건 처음 봤어요.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당장 올라갈 거예요.”그녀의 말에 엄선희가 기겁했다. “안 돼요, 올라오지 마세요! 나 바쁘단 말이에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엄선희는 정말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신세희는 왠지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녀는 엄선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세희는 다른 사람들처럼 언변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사람을 쉽게 사귈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매번 마음이 맞는 사람을 사귀게 되면 그녀는 그 기회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다. 조의찬을 아꼈던 것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세희는 처리해야 할 작업을 분류한 뒤 직접 엄선희를 찾아가 그녀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사과할 생각이었다. 며칠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았고 더 이상 이 회사에 다닐 수 없을 거라는 각오도 했건만,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류를 하나하나 분류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늘 성실하게 일해왔던 그녀인지라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질서정연하게 분류를 마칠 수 있었다. 시큰거리는 목을 주무르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그녀에게 누군가 밀크티를 건넸다. 이어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피곤하시면 밀크티라도 한 잔 드세요. 사모님 입맛에 맞춰 준비한 거예요. 사모님께서 이 회사에 입사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는 항상 사모님을 주의 깊게 살펴 왔거든요. 사모님은 단 걸 좋아하시잖아요. 얼른 드셔보세요, 입맛에 맞을 거예요. ”그 목소리를 들은 신세
이런 사람들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상대방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창백하게 질린 리나는 매우 무안했지만 신세희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 그대로였다. 이윽고 서류를 그녀에게 건네준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주에 완성해야 할 업무들입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시고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사무실 안이 발칵 뒤집혔다. 리나가 울상을 지으며 하소연했다.“혹시 내가 사모님 눈 밖에 난 걸까요? ”송주혁이 바로 부정했다. “그런 분 아니에요.”“그럼 대체 왜 내가 준 밀크티를 버린 건데요?”그러자 주현욱이 차갑게 비웃었다. “왜 꼭 리나 씨가 건넨 밀크티를 마셔야 하는 거죠?”동명욱이 옆에서 거들었다. “밀크티에 금가루라도 뿌렸어요?”리나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송주혁 인턴사원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세희 선배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그분은 순수하고 성실하고, 늘 열심히 하는 분이에요. 게다가 남성의 최고 권력자로 불리는 사람을 남편으로 두고도 한 번도 잘난 척한 적 없잖아요. 또한 리나 선배처럼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고요. 선배와 어울릴 마음이 없으니까 선을 그은 거 아닐까요?”송주혁의 말을 들은 리나는 몹시 수치스러워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렇다고 직장을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실력이 떨어지는 그녀를 선뜻 받아줄 회사는 없었으니까. 리나가 아무리 뒤늦게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한편 신세희는 곧바로 엄선희를 찾아갔다. 업무에 몰두한 그녀의 곁에 조용히 다가간 신세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든 엄선희는 긴장 섞인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 사모님.”신세희가 그녀를 가볍게 흘겼다. “우리 베프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부씨 집안 넷째 도련님의 아내잖아요.”신세희는 코웃음 치며 다시 한번 그녀를 흘겼다. “혹시 나한테 밥 사야 하는 거, 잊은 건 아니죠? 지
일주일 사이에 민정아는 볼품 없이 말라 있었다. 민정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신세희는 그녀의 가여운 모습을 보고도 크게 놀라거나 가슴 아파하지 않았다. 그러나 엄선희는 바로 그녀의 곁에 달려가 팔뚝을 매만지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아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틀 사이에 왜 이렇게 말랐대요?”민정아가 순순히 대답했다.“괜찮아.”엄선희가 다시 물었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예요?”민정아가 눈을 찡그리자 눈곱이 한 무더기나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아무렇게나 눈을 비볐다. “선희 씨. 나한테 2만 원만 빌려주면 안 될까? 지금 이틀이나 굶었어.”엄선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민정아를 쳐다보았다. “뭐라고요? 집에 안 들어간 거예요? 부모님은, 집에 안 계시고?”민정아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쫓겨났어.”“대체 무슨 일인데요? ”“그게...”신세희를 힐끔거린 민정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그녀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성미가 급한 엄선희가 그녀를 닦달했다. “어휴, 답답해! 이런 거지꼴을 하고도 뭘 숨기려는 건데! 나 돈 안 빌려줄 거야.”사실 엄선희와 민정아는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줄곧 민정아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엄선희였지만, 이번에 신세희를 모함하는 데 가담하지 말라고 민정아가 막아서면서 엄선희는 그녀가 생각보다 단순하고 바보 같은 여자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민정아는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에게 한두 마디씩 욕설을 퍼부어도 민정아는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성질이 급하고 덤벙거리는 여자일 뿐이었다. 엄선희는 민정아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엄선희의 닦달을 들은 민정아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정연 언니의 말을 거역하고 구자현 아가씨를 도와주지 않았잖아. 사모님의 뺨을 때리는 것도 거절했고... 덕분에 엄마 아빠한테 엄청나게 혼났어. 또 어제 대표님이 정연 언니의 카드를 모두 정지시키고 쫓아내 버렸잖아. 그래
민정아는 주눅든 상태로 엄선희와 신세희 뒤를 따라갔다. 엄선희가 1인 20만원 뷔페를 먹으려고 하자 신세희는 정말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세 사람이 합하면 60만원이다 이 뷔페 식당은 정말 컸다 안에 음식들이 정말 많아서 눈이 어지러웠다.고급스러운 음식은 랍스타, 성게, 사시미와 각종 해산물과 제비집 요리가 있었다 제일 가격이 싸다고 해도 연어알 초밥이나 초절임 생선 등이 있었다.세 사람은 사실 모두 이런 고급 식당에 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엄선희와 민정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신세희는 매우 담담했다 그녀는 먹는 것에 신경을 크게 안 썼다. 어릴 때부터 배가 부르게만 먹으면 괜찮았기에 그녀는 이런 고급 식당에 대한 갈망이 없었다 그러나 민정아와 엄선희 두 사람은 재잘거리며 음식을 골랐고 신세희는 속으로 기뻐했다 그녀는 친구가 없다.그리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서투르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를 원했다.그리고 그녀는 항상 성실하게 사람을 대했다.지금처럼 엄선희와 민정아가 기쁘기만 한다면 그녀는 얼마를 계산해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민정아와 엄선희가 음식을 다 고르고 그녀들의 테이블에 왔을 때 민정아는 갑자기 큰 접시에 담긴 초절임 생선을 보았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와!” 그리고는 하마터면 침이 나올 뻔 했다.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 “먹어”“사모님, 어……어떻게 제가 초절임 생선을 좋아하는 걸 아신 거에요?” 민정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신세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정아씨가 처음 저와 말싸움 했을 때 그렇게 화냈었는데 이젠 다 같이 앉아서 저 큰 접시에 담긴 초절임 생선도 먹을 수 있네요. 새콤하고 매콤한 음식을 먹는 것을 제가 자주 봤어서 기억해냈어요. 근데 정아씨 한끼도 안 먹었는데 우선 되도록 이건 적게 드시고 먼저 죽부터 드세요.”신세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민정아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신세희는 곧바로 입을 닫았다.그녀가 잘못 말한 것인가?그녀는 항상 말을 잘 하는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