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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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사실 이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예요!"다리에 힘이 풀린 세라는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디렉터님, 이... 이렇게 갑자기 2천만 원을 내놓으라 하시면 어떡해요. 남자친구랑 막 헤어져서 이젠 생활비도 없단 말이에요. 자동차 대출금, 주택 대출금도 다 제가 갚아야 해서 매달 400만 원으로도 빠듯하고요. 저한테 모아둔 돈이 어디있다고..."디자인 디렉터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세라를 노려보았다.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디자인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디렉터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한번 세라를 노려보고는 신세희를 달랬다."세희 씨, 요즘 고생 많았어요. 일단은 이렇게 해요. 세라 씨가 지금은 2천만 원을 마련할 수 없으니 내가 회사 재무팀에 말해서 먼저 세희 씨에게 지불하게 할게요. 어때요?"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좋아요."신세희는 정정당당하게 돈만 받으면 그만이었다.무보수로 도와줄 순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세라가 아니던가.이 회사에 출근한 지 고작 이틀 만에 곳곳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지금은 잘린 마당에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보수를 받아내야 했다."좋아요. 그럼...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디렉터가 물었다."내 말이. 이젠 얘기해 봐요. 설마 방법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죠?"세라가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신세희를 향했다.특히 디자인 팀은 그녀가 해결하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기세였다.신세희가 미소 지었다."간단해요. 일단 공동벽돌을 보통벽돌로 바꾸면 지지력이 배가 될 거예요. 그럼, 그쪽엔 부담이 덜 하겠죠. 이러면 절반은 해결된 셈이에요. 나머지는 문제가 발생한 측의 90도 각도에 각각 말뚝을 박으면 돼요."큰 공사장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 문제라 이들은 미처 좋은 수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 이상 이런 식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도시에서 6년을 머물렀던 신세희는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그곳에는 작은 건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 건물을 짓는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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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구서준을 마주한 신세희는 거부감이 들었다.이곳에 취직하자마자 관두게 된 건 사실 구서준 때문이었다. 그가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굴지 않았더라면 여직원들이 질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민정아가 망가진 의자를 바꿔치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구서준 때문에 성가셨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신세희의 눈엔 구서준이나 6년 전의 조의찬이나 다를 게 없었다. 바람기가 다분해서 예쁜 여자들을 하도 많이 만나다 보니 어쩌다 무던하고 촌스러운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더는 6년 전의 신세희가 아니었다. 그녀는 구서준 같은 인간들에 익숙했다.구서준을 전혀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신세희는 그를 냉담하게 바라보았다.그녀의 냉담함은 차에서 내린 디자인 디렉터마저 타이를 정도였다. "구 대표님이 세희 씨를 좋게 봐주시는 건 세희 씨에게도 기회예요. 구 대표님과 식사 한번 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널렸는데요. 대표님이 세희 씨 편을 들어준다면 아무도 감히 세희 씨를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나중에 민정아 씨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대표님이 당신을 감싸는 이상 그 여자도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단 말이죠."신세희가 말했다."전 이미 해고당했어요. 전 단지 보수를 받기 위해 여기에 온 겁니다.""…..."디렉터가 신세희를 다시 설득하려고 할 때 버스에서 대여섯 명의 여성 디자이너들이 내렸다. 그들은 구서준을 발견하고 흥분하며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어머, 구 대표님. 혹시 저희 팀의 세라 씨를 기다리신 건가요? 2주 전에 세라 씨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도 안 사주셨잖아요.""구 대표님, 혹시 식사 자리에 저희도 껴도 되나요?""대표님…."구서준은 얼굴에 떡칠한 여자들을 경멸하듯 바라보았다. 싸구려 향수 냄새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역시 신세희가 좋았다. 그녀에게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마음마저 편해지는 자연의 향기였다.사실 이건 부소경이 그녀를 위해 특별 제작한 향수라는 걸 구서준이 알 리 없었다. 고작 몇 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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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신세희를 발견한 엄선희는 바로 그녀를 향해 달려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세희 씨, 대체 이번 주에 어디로 출장 갔던 거예요?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같이 밥 먹으려고 내려갔더니 출장을 갔더라고요. 어느 도시로 갔어요? 내 선물은 사 왔어요?"엄선희의 순수한 진심을 담은 미소에 신세희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신세희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미안해서 어쩌죠, 잊어버렸어요...""아니, 괜찮아요, 농담이에요! 방금 회사에 입사해서 월급도 안 줬는데 선물은 무슨!" 엄선희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세희 씨는 돈이 없지만 나한텐 있죠."갑자기 구서준이 끼어들었다. "세희 씨가 출장 가서 선물을 사 오는 걸 깜빡했다고요? 그럼 내가 대신 두 사람 밥 사줄게요. 어때요?""좋아요!" 엄선희는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구 대표가 밥을 사는 건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 아니던가. 그러나 엄선희는 자기에게 이런 행운이 올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구서준이 이렇게 먼저 초대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물론 구서준이 정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사실 신세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기대를 잔뜩 담은 맑은 눈빛이 신세희를 향했다.마침내 신세희의 입술이 열렸다. 거절은 가차 없었다."죄송해요, 바빠서요."엄선희와 구서준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아직 옆에 있던 디자인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매몰차게 거절한 신세희가 디자인 디렉터에게 말했다."디렉터님, 이젠 함께 올라가서 보수를 받아도 될까요? 돈만 받고 바로 떠나려고요." "아아, 알겠어요…." 디렉터는 신세희를 만류하고 싶었다. 그녀는 실무 경험이 많은 훌륭한 인재였으니 붙잡고 싶은 건 당연했다."보수라니요? 왜 돈 받고 떠나려는 건데요. 세희 씨, 이 회사에서 일하기로 했잖아요. 혹시 내가 보기 싫은 겁니까? 그럼 내가 세희 씨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되잖아요. 왜 회사를 관두려고 하는 거예요?"구서준의 말을 들은 여자들은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이런 말을 하면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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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왜요?"멍해 있는 엄선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신세희가 물었다.엄선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그거 알아요? 회사에서 민정아에게 되갚아 준 것도, 구 대표님을 거절한 것도 세희 씨가 처음이에요. 게다가 구 대표님도 처음으로 먼저 여직원에게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죠. 그런데 이렇게 보기 좋게 실패할 줄이야. 세희 씨 얌전하게 생겼는데 이런 성격일 줄은 몰랐어요."엄선희는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신세희가 마음에 들었다. 깔끔하고 책임감 있고, 수다스럽지도 않았고 천박하지도 않았다.신세희도 엄선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녀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6년 전에 출소한 이후로 줄곧 암투 속에 휘말려 정신이 없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사람은 엄선희가 처음이었다.하여 신세희도 엄선희에게 숨김없이 말했다."난 그저 일 열심히 해서 월급 제때 받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만약 내가 민정아 씨 자리에 그 의자를 다시 돌려놓지 않았다면 다치는 건 나였을 거예요. 아무리 내가 고지식해도 이런 일까지 참지는 않아요."엄선희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머뭇거린 그녀가 다시 물었다."그나저나 정말 구 대표님과 식사하지 않을 거예요?"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나왔다.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왜 먹어야 하는데요? 나는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어요. 밥 한 끼 먹었다고 사람들 미움만 잔뜩 살 텐데 굳이 먹을 필요가 있나요?"신세희의 말에 엄선희가 웃음을 터뜨렸다."세희 씨 말이 맞아요. 그럼 나도 안 갈 거야. 우리는 우리답게 행동해요."이윽고 엄선희가 다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하지만 이런 밀당이 구 대표님에게 먹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비록 남성의 제일 잘나신 그분과 비교할 순 없지만 구 대표님과 결혼하는 건 엄청 자랑스러운 일이라고요. 사실 마음속으로 그런 꿈을 꾼 적은 있어요.""풋..."엄선희의 말에 신세희도 즐거워졌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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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50만 원 정도를 요구할까 했는데 100만 원이라니. 이건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그러나 만약 남게 된다면 신세희는 더 좋은 근무 환경도 요구하고 싶었다."좋습니다, 디렉터님. 그렇지만 다른 조건이 있어요. 앞으로는 조수가 아니라 세라 씨의 상사로서 일하고 싶습니다. 세라 씨의 설계도를 제가 확인해봐도 됩니까?"세라를 짓밟으려는 게 아니었다.처음 회사에 와서 세라의 설계도를 교정했을 때 신세희는 그녀의 기법이 매우 뛰어나고 자신과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흡수하고 싶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세라의 디자인을 살피는 것이었다. 디렉터가 입을 다물고 있자 신세희가 바로 말을 이었다."2천만 원을 굳이 받지 않아도 됩니다. 동료 사이에 서로 도와야죠. 금액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좋아요, 좋아. 그럼 앞으로는 세라 씨가 세희 씨의 조수로 일하면 되겠어요.""네, 감사합니다."신세희가 만족스럽게 대답했다. 그녀가 다시 공손하게 물었다."그럼… 디렉터님, 저는 일하러 가봐도 될까요? 원래 제 자리로 가면 되나요?""아니요, 수석 디자이너는 세희 씨에요. 그러니 세라 씨랑 자리를 바꾸는 게 좋겠어요. 일단 가봐요. 인사팀에 말해놓고 나도 바로 갈게요.""네, 디렉터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신세희가 디렉터의 사무실을 나섰다.미처 디자인 부서의 출입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말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면, 전부 신세희의 험담이었다.역시나 그 몇몇 여직원들이었다.건축 디자인 팀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들이 모인 곳에는 말이 도는 법이었다.그들이 세라의 편을 들어주었다."너무 어이없지 않아요? 아주 작정한 거 아니에요?""디렉터님은 세희 씨가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시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냥 공사장에서 오래 일한 것뿐이잖아요. 디자이너의 자질은 무슨, 그냥 공사장 인부가 제격인데.""대체 구 대표님은 어떻게 홀렸대? 세라 씨에게 밥을 먼저 사주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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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한참 뒤 세라가 반응했다.의사소통에 서툰 신세희는 그저 사실을 전했다."여기에 남아서 계속 일하게 됐어요. 세라 씨와 자리를 바꾸게 됐고, 앞으로 세라 씨는 내 조수로 일하게 될 거예요. 세라 씨의 모든 설계도는 내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잠시 멈칫했던 그녀가 빽 소리를 질렀다."신세희! 사고 한 번 수습해줬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올라? 건방져. 나를 도와준 대신에 2천만 원이나 갈취했잖아! 그런데 이젠 내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려고 들어? 꿈도 꾸지 마. 다들 들었죠? 이 여자가 나한테서 2천만 원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나더러 책상까지 옮기라잖아요. 조수라고? 기가 막혀서. 이봐요, 구 대표님한테 잘 보였다고 이 회사 안주인이라도 된 것 같아요? 망상도 정도껏 해요."그녀의 날카로운 말투에 당장이라도 베일 것만 같았다.하지만 여자 동료들은 모두 세라와 같은 마음이었다. 방금 신세희 편을 들었던 몇몇 남자 동료들도 신세희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세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디자인 디렉터가 들어왔다. 이윽고 구서준도 뒤따라왔다."세라 씨. 일하기 싫어요? 만약 세희 씨가 대신 해결해주지 않았더라면 2천만 원을 배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도 관둬야 했을 겁니다. 더구나 업계에서도 안 좋은 말이 돌 수도 있었어요."디자인 디렉터가 엄격하게 지적했다.깜짝 놀란 세라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디렉터님..."그녀는 세라를 흘겼다."세희 씨는 세라 씨 편을 들어줬어요. 더 이상 2천만 원을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했고요. 얼마나 너그러운 처사인가요. 더구나 실력도 세라 씨를 능가했을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한 수 위라고요. 세희 씨 밑에서 배우는 건 세라 씨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왜요, 아예 대놓고 하극상을 저지르려고요? 너무 텃세를 부리는 거 아닙니까?"디렉터의 신랄한 말이 가리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명확했다. 바로 신세희가 계속 남아 일하게 되었고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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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당신 같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내 눈이 피곤해집니다.""......”"이제부터 당신은 신세희 씨의 조수입니다. 불만이면 당장 자리를 비우도록 하세요."구서준이 가차 없이 세라를 일갈했다. "할, 할게요."그녀라고 별수 있겠는가.회사를 관뒀는데, 만약 자신의 실수로 직장도 잃고 구 대표에게 쫓겨났다고 업계에 소문이라도 난다면 더 이상 건축 디자이너를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모두 구서준의 꾸짖음과 세라의 풀 죽은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대세를 잘 파악하는 인간들은 바로 신세희의 비위를 맞췄다. 심지어 대놓고 아첨하는 사람도 있었다."축하드립니다, 신세희 수석 디자이너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어머, 신 수석 디자이너님의 비상시 업무 처리 능력은 정말 다시 봤어요.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책상 치우는 거 도와드릴까요?""세라 씨, 얼른 물건을 옮기지 않고 뭐 해요?""그러게요, 얼른요!"신세희와 세라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수석 디자이너님은 여기 앉아만 계세요. 제가 짐 옮겨드릴게요."신세희가 차분하게 말했다."아뇨, 혼자 할 수 있어요. 저는 여기에 일하러 온 것뿐이에요. 앞으로 잘 지내고 업무도 잘 해냅시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아요."말을 마친 신세희가 구서준을 돌아보았다."감사합니다, 구 대표님. 저를 믿어 주셨으니 반드시 열심히 해 보일게요. 세라 씨도 뛰어난 사람이니 앞으로 서로 많이 배울 수 있을 겁니다."신세희는 세라의 체면도 잊지 않고 챙겨주었다.세라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고마워요, 세희 씨.""아니에요." 신세희가 담담하게 대꾸하고는 이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모든 걸 마음에 두지 않는 무덤덤한 신세희를 문 앞에서 지켜보던 구서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정말 아름다운 여자였다.외모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조용하고 담백하지만 그 속에는 강인한 아름다움이 배어있었다.신세희가 평범한 옷차림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름다움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걸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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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잠시 말이 없던 구서준은 너무 아쉽고 납득할 수 없다는 복잡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이렇게 동안이신데... 결혼까지 했다고요?" "…저기, 좀 비켜주세요."검은 세단 안에서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만 같은 살벌한 눈빛이 느껴졌다."세희 씨. 남편이 잘해주나요? 혹시 속아서 결혼한 거 아니에요? 아니라면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결혼했어요?"구서준이 신세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죄송합니다만, 비켜주세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구서준을 밀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세희 씨!" 구서준이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비록 결혼했지만 친구는 할 수 있잖아요!""......"만약 부소경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더라면 신세희는 궁금증을 못 참고 그에게 물어보았을지도 몰랐다. 대체 그녀의 어디가 마음에 드는 것일까? 과묵한 성격? 촌스러운 패션? 아니라면 6년 전의 조의찬처럼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건가?하지만 신세희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부소경이 떡하니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황급히 부소경의 차 쪽으로 다가갔다. 구서준은 계속 신세희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버스가 모두의 시선을 가려버렸다.버스가 움직인 건 신세희가 부소경의 차에 올라 자취를 감춘 뒤였다.차에 오른 신세희는 고분고분 그에게 사실을 전했다."구서준 씨라고, 꽤 대단한 집안 사람 같더라고요. 혹시 당신 형제인 구경민 씨와 친척관계라고 되나요?"'친척관계냐고? 꽤 똑똑하군. 녀석의 조카야!'부소경이 신세희를 매섭게 노려봤다."왜, 그 녀석 집안에 관심이라도 생겼어?"본인은 말속에 질투가 잔뜩 배어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나 운전하던 엄선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헴...""난 그냥 그 사람이 일방적으로 나한테 관심을 보인다고…."신세희는 문득 울컥했다. 대체 왜 이 사람에게 이걸 설명하고 있는 거람?두 사람이 부부 사이던가? 그들은 단지 혼인신고를 했을 뿐이었다. 또한 부소경은 자신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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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그런데 왜 자꾸 얘기하시는 건가요?'엄선우가 웃음을 터뜨리자 신세희는 더욱 당황했다.엄선우에게 월급을 주는 건 부소경이었지만 그는 줄곧 사모님 편이었다. 그가 얼른 분위기를 다잡았다."그게요, 내일 쉬냐고 물으신 건, 만약 그렇다면 같이 운전 연습을 하려는 거랍니다.""아…"구서준에 대한 일은 묻지 않으려는 건가?그렇다면 다행이었다.자신과 구서준은 특별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내일은 출근하지 않아요."신세희가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부소경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얼굴만 딱딱하게 굳혔다.그녀도 부소경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가 입을 꾹 다물자 그녀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 침묵은 유치원에서 신유리를 데려온 뒤에야 깨졌다. 차에 올라탄 유리가 신세희에게 말을 걸었다."엄마, 수진이 엄마가 카톡 친추하고 싶다는데, 엄만 괜찮아?""…..."그녀는 썩 내키지 않았다. 성질이 거칠고 돈만 많은 졸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지난번에 그런 일도 있었는데 대체 왜 추가한단 말인가.신세희는 유리의 작은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유리야, 수진이 엄마 무리에는 모두 부유한 사모님들뿐이야. 엄마는 매일 그 사람들이랑 모여서 명품이나 보석 얘기를 할 시간이 없어. 그래서 추가하지 않을 거야.""알겠어." 아이는 엄마 말을 잘 들었다. 그녀가 고생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아이는 제 엄마가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지 않았다.유리는 또 그들에게 유치원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웃고 떠들던 사이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밥을 먹은 뒤 부녀는 매일 함께 어울리곤 했다. 신세희도 이때가 가장 기다려졌다. 밖에서는 거침없던 그는 집에 오면 항상 좋은 아빠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딸바보 같으니라고.부녀가 즐겁게 노는 걸 지켜보노라면 신세희는 차마 그들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런 뒤 피부도 가꿀 생각이었다.하지만 타월을 두른 그녀가 온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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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부소경에게 안겨 침실로 들어간 신세희는 남자의 사고방식이 보통이 아니란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퇴근할 때 구서준에 대해 논의하다가 갑자기 주말에 쉬는지를 물어봤다. 그러다가 학부모의 카톡 친구 추가에 대해 논의하다가 침실 문을 닫으니 다시 구서준의 문제로 되돌아왔다."당신 남편이 좋아, 구서준이 좋아?""…모르겠어요."구서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판단한단 말인가?"모르겠어?" 부소경이 냉소했다."그럼 벌 받아야지.""당신이… 나아요.""내가 누군데?" 그가 계속 질문했다."내 남편이 구서준보다… 백배는 나아요."이제야 좀 똑똑해진 것 같았다.신세희는 마침내 당한 건 반드시 되돌려주어야 하는 부소경의 성정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회사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더 악독한 수를 숨겨두었기 때문이었다.내내 시달린 신세희는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들을 보며 신세희는 또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부소경은 사고방식이 비약적인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걸 좋아할 따름이었다.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가기 전 보석과 명품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눴더니 오늘 아침 침대 머리맡에 보석의 향연이 펼쳐졌다. 졸린 눈을 비비던 신세희는 그만 아연해지고 말았다.그녀는 비록 경옥이나 연옥, 또는 보석과 다이아몬드를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작은 상자 안에 한가득 쌓인 색색의 보석과 진주만으로도 집을 여러 채 살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이 정도면 그 여자들 앞에서 자랑하기엔 충분하겠지?" 나른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신세희는 늘 차분하고 냉정했으며 이런 물건들을 욕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도 이 순간만큼은 어린애처럼 흥분했다.상의를 탈의한 채 한 손으로 침대를 받치고 나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몸을 돌린 신세희가 말했다."유리를 기쁘게 해주려고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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