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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당신 같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내 눈이 피곤해집니다."

"......”

"이제부터 당신은 신세희 씨의 조수입니다. 불만이면 당장 자리를 비우도록 하세요."

구서준이 가차 없이 세라를 일갈했다.

"할, 할게요."

그녀라고 별수 있겠는가.

회사를 관뒀는데, 만약 자신의 실수로 직장도 잃고 구 대표에게 쫓겨났다고 업계에 소문이라도 난다면 더 이상 건축 디자이너를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모두 구서준의 꾸짖음과 세라의 풀 죽은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대세를 잘 파악하는 인간들은 바로 신세희의 비위를 맞췄다. 심지어 대놓고 아첨하는 사람도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신세희 수석 디자이너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어머, 신 수석 디자이너님의 비상시 업무 처리 능력은 정말 다시 봤어요.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책상 치우는 거 도와드릴까요?"

"세라 씨, 얼른 물건을 옮기지 않고 뭐 해요?"

"그러게요, 얼른요!"

신세희와 세라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수석 디자이너님은 여기 앉아만 계세요. 제가 짐 옮겨드릴게요."

신세희가 차분하게 말했다.

"아뇨, 혼자 할 수 있어요. 저는 여기에 일하러 온 것뿐이에요. 앞으로 잘 지내고 업무도 잘 해냅시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아요."

말을 마친 신세희가 구서준을 돌아보았다.

"감사합니다, 구 대표님. 저를 믿어 주셨으니 반드시 열심히 해 보일게요. 세라 씨도 뛰어난 사람이니 앞으로 서로 많이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신세희는 세라의 체면도 잊지 않고 챙겨주었다.

세라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고마워요, 세희 씨."

"아니에요."

신세희가 담담하게 대꾸하고는 이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걸 마음에 두지 않는 무덤덤한 신세희를 문 앞에서 지켜보던 구서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

정말 아름다운 여자였다.

외모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조용하고 담백하지만 그 속에는 강인한 아름다움이 배어있었다.

신세희가 평범한 옷차림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름다움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걸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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