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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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한편으론 은근히 고소하기도 했다. 이런 걸 두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는 거겠지."좋아." 놀이방 쪽에서 부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만들어 줄 거야?"신유리가 신나서 물었다."아니."부소경이 단호하게 말했다."......""계속 못된 아빠라고 불러. 난 도와주지 않을 거야."부소경의 말투는 온화했지만 반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함이 배어 있었다.화가 잔뜩 난 신유리가 입을 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안 할 거야, 놀고 싶지 않아. 됐지? 흥."네다섯 살 난 아이는 한 가지 일에만 줄곧 집중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아직 한참 어린 탓에 예전에도 이렇게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럴 때마다 서시언은 항상 아이를 감싸주었다. 아이가 서시언에게 애교를 부리며 도와달라고 하면 서시언은 늘 이렇게 달랬다. "그래그래, 우리 유리가 어려워하는 건 당연히 삼촌이 도와줘야지. 공주님이 힘들다는데 어쩌겠어. 내가 다 해줄게요~"서시언은 아이에게 지나칠 정도로 사랑을 듬뿍 주었으며 한 번도 엄격하게 군 적 없었다. 그래서 아이는 삼촌에게 부리던 애교가 부소경에게도 먹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밖에 부소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안 돼. 오늘 꼭 완성해야 해, 끝나면 그때 자는 거야.""...싫어!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야.""그건 무효야.""나쁜 악당!""그렇게 불러. 하지만 이건 꼭 조립을 끝내야 해."부소경은 정색하며 조금도 아이를 봐주지 않았다.신세희는 어쩐지 조금 감동했다. 이게 바로 관대함과 엄격함을 겸비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그는 딸아이를 사랑하지만 절대 오냐오냐하진 않았다. 잘 먹히던 애교가 못된 아빠에게 통하지 않자 아이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너무 어렵단 말이야. 모르겠어.""어렵지만 내가 조금씩 힌트를 줄게. 하지만 오늘 내로 네가 직접 조립해야 해. 아니면 못 잘 줄 알아!"그는 신유리가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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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신세희도 어느새 아이가 장난감 조립에 빠져 스스로 완성해나가는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니 그녀도 덩달아 격려되는 것만 같았다.신유리는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인생 첫 로봇을 조립해냈다. 잔뜩 신난 아이는 두 번째 로봇도 조립하려 들었다.옆에 있던 부소경이 짐짓 미간을 찌푸리며 주의를 주었다."방금 거보다 더 어려울 텐데." 부소경조차도 아이가 성공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아직 어리니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좋았다.그러나 신유리는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다. 아이가 똑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흥! 날 우습게 보지마, 이 못된 아빠야. 이것도 잘 할 수 있다고. 우리 내기해!""안 될걸?"부소경이 피식 코웃음 쳤다.서른이 넘은, 평생을 냉혹하게 살아온 남자가 자기 딸과 아이처럼 장난쳤다.그조차 지금 자기가 얼마나 무해한지 알지 못했다.지켜보고 있던 신세희도 과연 딸아이가 훨씬 더 어려운 로봇을 잘 조립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딸아이를 응원하느라 꼭 쥔 손에 땀이 맺혔다.만약 30분 전의 신유리였다면 난도가 상승한 로봇을 금방 포기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부소경이 잠재력을 깨워주니 아이는 낑낑거리며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더구나 힌트도 거절했다.그러다 네 번째 시도만에 드디어 스스로 해내고 말았다. 하나를 보고 열을 깨우친 아이는 로봇이 변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리저리 조립하며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세상에!마치 위대한 걸 발견하기라도 한 듯 신유리는 흥분해서 팔짝팔짝 뛰었다.잔뜩 신이 난 아이가 부소경을 불러댔다."못된 아빠, 아빠가 졌어, 졌다고! 내가 이겼어!" 한바탕 춤을 추고 난 뒤 신유리는 부소경의 품을 파고들었다. 말랑한 손이 스위치를 돌리듯 부소경의 코를 비틀었다. "못된 아빠가 졌어!"아이는 아버지의 코를 비틀며 잔뜩 거드름을 피웠다.밖에 있던 신세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말렸다."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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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부소경은 부씨 집안을 정복하고 이 도시를 정복하여 이 땅 위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는 딸바보였다. 사람이란 참 신기했다.유리가 이렇게 즐거워했던 적이 드물었기에 신세희는 차마 두 사람을 방해할 수 없었다. 9시 30분이 될 무렵, 졸음을 버티지 못한 유리가 꾸벅거리자 신세희는 아이를 씻긴 뒤 귀여운 피카츄 잠옷을 입혀 공주 침대에 눕혔다. 그런데 신유리가 중얼거렸다."엄마, 나 아빠…, 아니 악당이 이야기 들려줬으면 좋겠어.""……" 그녀가 말리기도 전에 부소경이 다가왔다.부소경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신세희가 들려주었던 잔잔한 이야기와는 달랐다.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강직함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는데 주인공이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였다. 생생한 이야기에 아이도 잔뜩 몰입했다.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갔고 그제야 부소경은 자장가를 속삭이듯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아이를 재웠다.부소경이 정성을 다해 아이를 보살피는 것을 본 신세희는 마음이 평온해졌다.그녀는 일단 샤워하기로 했다.그녀도 이젠 어엿한 직장인이었기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세면실에 도착한 그녀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하루 새 텅 비었던 세면실에 스킨케어 제품, 마스크팩, 색조화장품들이 잔뜩 비치되어 있었다. 그녀도 들어본 적 있는 성분이 순한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었다. 굳이 광고를 많이 하지 않아도 화장품 자체의 품질만으로 사랑을 받으며 여태 이어져 온 브랜드였다. 예전에 그 작은 도시에서 지낼 때 강정운이 그녀에게 격려차 이런 화장품 세트를 준 적 있었다. 간단한 3종 세트일 뿐인데도 이백만 원을 웃돌았다.그때 신세희 덕분에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성했다며 상으로 준 것이었는데 처음엔 그저 괜찮은 브랜드인 줄만 알았다. 그녀는 유명 쇼핑몰에 가서 저렴한 화장품으로 교환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이백만 원짜리 화장품인 걸 알게 되었고 사용하기 아까웠던 그녀는 돈으로 환불했다.현재 세면실에 갖춰진 건 그 3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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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다음 날.신세희는 커튼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부소경은 이미 옆자리에 없었다. 그는 시간을 잘 준수하는 사람이었다.반면 신세희는 몸이 피곤하면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늑장을 부리는 타입이었다.어젯밤은 특히 배로 피곤했다.아직도 다리가 휘청거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던 그녀는 내딛는 첫걸음 만에 벽을 짚어야 했다.세면실에서 나온 부소경이 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갔다."왜 그래?"신세희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울컥한 그녀가 불만을 터뜨렸다."왜 그러냐고?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이 뭘 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요?""...…"한바탕 짜증을 내던 신세희는 흠칫했다. 서먹하고 심지어는 원수지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방금 내뱉은 말은 마치 신혼부부 사이에 앙탈을 부리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신세희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그녀는 부소경을 무시한 채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갔다.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다.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에 가니 부소경과 신유리 부녀가 문밖까지 쫓아왔다."엄마, 예쁘게 입어야 해."신유리가 애늙은이 같은 어조로 말했다. 신세희가 딸을 바라보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엄마가 예쁘게 입어야 내가 유치원에서 체면이 서지."신세희는 어제저녁 평범한 옷을 입고 딸을 데리러 갔을 때 학부모가 자기를 비웃어 덩달아 유리의 자존심까지 구겨졌던 일이 떠올랐다.신세희는 고민하며 드레스룸을 서성거렸다.옷이 너무 많아서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결국 그녀는 아이보리 바탕의 잔잔한 도트 무늬 블라우스를 골랐다.슬림핏의 블라우스는 카라 앞부분에 리본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가슴 부위에 자잘한 주름이 잡혀 있어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신세희는 그 위에 검은색 세미 정장 재킷을 걸쳤고 하의로는 짙은 색상의 슬랙스를 매칭했는데 다리가 훨씬 더 길어 보였다.힐까지 신으니 다섯 살 난 신유리는 연신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소경도 딸아이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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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신세희는 부소경의 안목에 큰 문제가 생긴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고분고분 옷을 갈아입었다. 회사에서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아이가 반대하며 소리쳤다."안 예뻐!""네 의견은 무효야." 부소경이 무심하게 딸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엄마가 이 옷을 입는 데 우리 두 사람 모두 동의했으니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지. 그러니 네가 반대해도 소용없어.""...…"신유리는 입술을 잔뜩 내밀고 불만을 가득 담아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오늘 저녁도 로봇을 만들어서 못된 아빠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흥."신세희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나 부소경이 그녀를 흘끔 쳐다보자 바로 정색했다.세 가족은 엄선우가 도착할 때까지 서로 말을 섞지 않았다. 그들을 차에 태운 엄선우가 눈치를 살폈다. 비록 조용했지만 차안은 훈훈한 분위기가 가득했다.엄선우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려 했다."세 분...""아저씨, 어제 내가 아빠를 이겼어!"잔뜩 신난 신유리가 엄선우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어... 그랬구나. 아저씨한테 어떻게 아빠를 이겼는지 알려줄 수 있어?""나 혼자 로봇을 만들었거든. 못된 아빠보다 훨씬 빠르고 모양도 다양하게. 그래서 못된 아빠를 이겼어!"아이는 어젯밤에 흥분해서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부소경이 아이를 재워줬지만 그가 조용히 방을 나가자마자 다시 깨어났다. 이대로 계속 못된 아빠랑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더 이상 '못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당장 호칭을 바로 할 수도 없었다. 엄마와 삼촌을 위해서라도 아이는 아빠에게 이렇게나 빨리 호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엄선우가 아이에게 맞장구를 쳐주었다."세상에나, 공주님, 아빠는 보통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분이 아닌데... 이 세상에서 아빠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두 사람뿐일 거야. 공주님이랑 공주님 엄마! 아빠를 물리친 다음엔 어떤 벌을 줬어?"엄선우가 농담을 던졌다. 그는 절대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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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아이의 순수한 말에 신세희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가 부소경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부소경이 명령했다. "차 세워."엄선우가 손을 부르르 떨었다."도련님..."아직 기자로 전직하지도 못했고 소식을 폭로한 것도 아닌데, 설마 즉결 처분하려고? 설령 처분한다고 해도 공주님이 먼저였다. 왕의 자식이 법을 범해도 백성과 같은 죄로 다스린다고 하지 않았던가.엄선우가 간절한 표정으로 신세희에게 도움을 청했다.그녀가 겉으로는 냉담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 약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여전히 새빨간 얼굴을 한 신세희가 엄선우에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엄 비서님. 유치원에 거의 도착했으니 여기서부턴 걸어갈게요."엄선우는 마치 큰 죄를 사면받은 것 같은 기분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아이고, 사모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수진과 아이의 엄마를 마주쳤다.공주 드레스를 입은 서수진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하지만 분홍색 고급 맞춤 코트에 머리도 귀엽게 묶은 유리와 비할 수는 없었다. "수진아, 너 오늘 정말 예쁘다. 나는 너랑 노는 게 좋아."유리는 수진의 손을 잡으며 아낌없이 칭찬을 건넸다. 서수진도 유리의 옷이 부러운 눈치였다."유리가 나보다 더 예쁜 걸. 코트 어디서 샀어? 나도 엄마한테 하나 사달라고 해야지. 너랑 같은 옷 입고 싶어."함께 걸어가는 두 아이를 보다 보면 유리 쪽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그러나 우열을 가리는 건 어디까지나 어른들뿐이었고 두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이들은 마냥 서로가 좋았다.그러나 엄마끼리는 결코 두 아이만큼 사이가 좋지 못했다.보석으로 온몸을 잔뜩 치장한 서수진의 엄마는 재단하는 눈빛으로 오만하게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유리 엄마, 걸어왔어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근처에 살아요?"그녀가 다시 물었다.이번엔 고개를 저었다."그러면 버스 타고 왔겠네요? 아니라면 이렇게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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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기라도 해야지. 아이에게 비싼 옷을 입히면 자기가 상류층 사람이라도 된 줄 아나 봐요? 정말 웃겨.""......"어젯밤 신세희에게 촌스럽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월감에 젖어있었는데 오늘 유리가 자기 딸보다 예쁘고 세련되게 입으니 배가 아팠던 것이었다. 그래서 질투심에 불타올라 막말을 지껄였다.신세희가 받아치려고 하던 찰나,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부소경이었다.신세희를 끌어안은 그 남자의 뒤로 20억을 호가하는 외제차가 뒤따라왔다."아는 사이야?" 부소경이 싸늘한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물었다.서수진 엄마가 흠칫했다."당신... 회사에 안 갔어요?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신세희가 더듬거리며 물었다.부소경이 날카로운 말투로 서수진 엄마가 들으란 듯이 비난했다."내가 유리를 이 유치원에 보내지 말자고 했지. 꼭 이렇게 무식하고 수준 떨어지는 사람들을 상대해야겠어? 원장에게 말해서 당장 이런 집안 아이는 유치원에서 쫓아내라고 해야겠군."신세희와 서수진 엄마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녀도 바보가 아닌지라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에 이런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절대 보통내기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의 안색이 더없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부소경에게 사정했다. "제가... 제가 너무 보는 눈이 없었어요. 잘못했어요.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사실은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 정말 간신히 이 유치원에 등록한 거예요.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제발요..."부소경이 냉소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세희에게 사정했다."사모님, 제가 정말 면목 없습니다. 검소한 재벌이신 걸 제가 몰라뵈었어요. 무식한 촌뜨기는 다름 아닌 저였고요. 아이가 따님 친구인 걸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요? 다신 그러지 않을게요. 흑흑"그녀는 가련한 모습으로 통곡했다.신세희가 부소경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만 해요.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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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신세희는 민정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부소경이 참지 말라고 해서 반드시 눈에 보이는 반격을 가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민정아는 가족의 연줄을 통해 회사에서 한자리 차지한,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만 하는 뇌가 텅텅 빈 여자였다.신세희는 동시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첫 번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민정아가 그녀를 뒤쫓아왔다."어제 구 대표님이 관심 좀 줬다고 아주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넌 스폰받는 것보다 못한 처지야."민정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세희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그러자 민정아가 바로 뒤따라 들어왔다.신세희는 짧게 코웃음치고는 재빨리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탔다. 민정아가 반응했을 땐 이미 신세희가 엘리베이터 문을 닫은 뒤였다."걸레 같은 게! 감히 날 갖고 놀아?"급하게 쫓아가던 중 엘리베이터 틈에 하이힐이 끼어버렸다."악!"민정아는 발목을 접질렸을 뿐만 아니라 치마도 찢어지며 민망한 부위가 노출되었다. 차마 두 눈 뜨고는 못 볼 꼴이었다.다행히 아직 출근 피크 타임이 아니라 그런 모습을 본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들도 민정아의 못된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애써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민정아의 기분은 바닥을 쳤다.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위층으로 올라간 민정아는 먼저 제자리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후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절뚝거리며 신세희가 있는 디자인 부서로 찾아갔다.신세희는 세라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자인 디렉터가 세라한테 일주일 동안 신세희를 멘토링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라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매일 신세희에게 번거롭고 까다로운 교정 업무를 맡길 생각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개의치 않았다.교정 업무를 하며 나름 세라의 다양한 설계도를 볼 수 있으니 참고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아름의 설계도를 자기 자리로 옮긴 신세희가 미처 제자리에 앉기도 전에 민정아가 쳐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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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두고 봐!"신세희의 말에 숨이 턱 막힌 민정아는 입술마저 새파랗게 질렸다. 가슴을 움켜쥐며 애써 화를 가라앉힌 민정아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디자인 부서를 떠났다."참 잘나셨어." 뒤에서 세라가 비꼬았다."…..."신세희는 못 들은 척했다.세라의 디자인에서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그녀의 디자인은 화려함으로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편이었다. 비록 눈이 즐거웠지만 건축 디자인은 패션 디자인과 달랐다. 화려함만 따지고 견고함을 간과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베테랑 디자이너인 세라가 이걸 모른단 말인가?신세희가 고개를 들고 세라를 바라보았다.세라는 동료 몇 명과 함께 신세희에게 시비를 걸었다."우리 신입은 구 대표님이 한 번 편들어줬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죠? 구 대표님 회사에 잘 안 나오세요. 일주일? 어떨 땐 한 달? 근데 오늘 다시 온다고 해도 대표님은 세희 씨 기억도 못 할 걸? 어제 왜 대표님이 세희 씨 감싸줬는지 알아요?"세라에게 문제점을 지적하려다 관둔 신세희가 되물었다."뭔데요?""산해진미를 하도 많이 먹어서 고들빼기로 입가심하려고. 예쁜 여자들을 질릴 만큼 봤으니 촌스러운 여자가 새로워 보이는 거죠.""풋."사무실이 이내 웃음바다가 되었다.세라가 생글거리며 신세희를 쳐다봤다. "농담이에요. 신입들 들어오면 보통 다들 한 번쯤은 짓궂은 장난을 치는 편이거든요. 세희 씨, 화난 거 아니죠?"신세희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네.""자, 자, 일들 합시다. 세희 씨는 잘 검토하고요."세라가 말했다."네." 막 자리에 앉아 세라의 디자인을 확인하려 하는데 누군가 그녀를 호출했다. "세희 씨, 잠시 인사팀으로 오시랍니다."신세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민정아가 고발해서 쫓겨나는 건가?나가라면 나가는 거지 뭐. 자리에서 일어난 신세희가 그 사람을 따라 인사팀으로 향했다.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다. 어제 입사한 그녀에게 회사 내규와 신입사원이 참여해야 하는 한 시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안내했다.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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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세라를 쳐다봤다. 그녀는 검토한 자료를 들고 세라에게 가서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라 씨, 이건 제가 검토한 것들이에요. 여기요." 멀뚱한 표정으로 자료를 받은 세라가 신세희를 쳐다봤다. 신세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는 먼저 밥 먹고 올게요. 나머진 밥 먹고 다시 검토하려고요. 식당에 사람이 적을 때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사람들의 구경하는 듯한 시선이 불편해서요."세라가 코웃음 쳤다."학습 능력이 좋네요."신세희가 싱긋 웃었다."직장 생활은 유연하게 해야죠. 그럼, 먼저 밥 먹고 올게요." 세라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신세희는 얼른 디자인 부서를 벗어났다.디자인 팀원들이 수군거렸다. 모두 좋은 구경을 놓쳐 아쉬워했다."휴, 민정아 씨의 계략이 또 실패했네요.""아직이에요. 눈치 못 챈 거 같은데요? 그냥 일찍 밥 먹고 돌아온다잖아요. 나중에 좋은 구경이나 하자고요.""이번엔 너무 과한 거 아닐까요?"무리 중 한 사람이 걱정을 내비쳤다."걱정하지 말아요. 뭐, 우리가 그랬나? 오자마자 민정아 씨에게 미운털이 박힌 탓이지.""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희에게도 방관한 책임이 있잖아요...""됐어요, 더 이상 이 얘긴 하지 말고 모른 척합시다. 어차피 우리도 민정아 씨에게 꼼짝 못 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직원들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그 의자를 힐끔 쳐다봤다. 그저 불똥이 자기네들에게 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다들 내심 신세희가 굴욕을 당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식사하겠다던 신세희는 사실 식당으로 가지 않고 위층의 행정팀에 가서 엄선희를 찾았다."무슨 일이에요, 세희 씨?"엄선희가 신세희를 쓱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왜 오늘도 이렇게 입었어요? 세희 씨 정말 미인이란 말이에요. 민정아나 다른 여직원들보다 훨씬 예쁜데... 예쁘게 꾸며서 구 대표님도 확 반하게 만들어 버려요. 그 사람들 배 아파하는 꼴을 꼭 봐야겠어요. 다들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텃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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