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부소경의 안목에 큰 문제가 생긴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고분고분 옷을 갈아입었다. 회사에서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아이가 반대하며 소리쳤다."안 예뻐!""네 의견은 무효야." 부소경이 무심하게 딸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엄마가 이 옷을 입는 데 우리 두 사람 모두 동의했으니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지. 그러니 네가 반대해도 소용없어.""...…"신유리는 입술을 잔뜩 내밀고 불만을 가득 담아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오늘 저녁도 로봇을 만들어서 못된 아빠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흥."신세희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나 부소경이 그녀를 흘끔 쳐다보자 바로 정색했다.세 가족은 엄선우가 도착할 때까지 서로 말을 섞지 않았다. 그들을 차에 태운 엄선우가 눈치를 살폈다. 비록 조용했지만 차안은 훈훈한 분위기가 가득했다.엄선우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려 했다."세 분...""아저씨, 어제 내가 아빠를 이겼어!"잔뜩 신난 신유리가 엄선우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어... 그랬구나. 아저씨한테 어떻게 아빠를 이겼는지 알려줄 수 있어?""나 혼자 로봇을 만들었거든. 못된 아빠보다 훨씬 빠르고 모양도 다양하게. 그래서 못된 아빠를 이겼어!"아이는 어젯밤에 흥분해서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부소경이 아이를 재워줬지만 그가 조용히 방을 나가자마자 다시 깨어났다. 이대로 계속 못된 아빠랑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더 이상 '못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당장 호칭을 바로 할 수도 없었다. 엄마와 삼촌을 위해서라도 아이는 아빠에게 이렇게나 빨리 호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엄선우가 아이에게 맞장구를 쳐주었다."세상에나, 공주님, 아빠는 보통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분이 아닌데... 이 세상에서 아빠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두 사람뿐일 거야. 공주님이랑 공주님 엄마! 아빠를 물리친 다음엔 어떤 벌을 줬어?"엄선우가 농담을 던졌다. 그는 절대 그럴
아이의 순수한 말에 신세희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가 부소경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부소경이 명령했다. "차 세워."엄선우가 손을 부르르 떨었다."도련님..."아직 기자로 전직하지도 못했고 소식을 폭로한 것도 아닌데, 설마 즉결 처분하려고? 설령 처분한다고 해도 공주님이 먼저였다. 왕의 자식이 법을 범해도 백성과 같은 죄로 다스린다고 하지 않았던가.엄선우가 간절한 표정으로 신세희에게 도움을 청했다.그녀가 겉으로는 냉담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 약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여전히 새빨간 얼굴을 한 신세희가 엄선우에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엄 비서님. 유치원에 거의 도착했으니 여기서부턴 걸어갈게요."엄선우는 마치 큰 죄를 사면받은 것 같은 기분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아이고, 사모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수진과 아이의 엄마를 마주쳤다.공주 드레스를 입은 서수진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하지만 분홍색 고급 맞춤 코트에 머리도 귀엽게 묶은 유리와 비할 수는 없었다. "수진아, 너 오늘 정말 예쁘다. 나는 너랑 노는 게 좋아."유리는 수진의 손을 잡으며 아낌없이 칭찬을 건넸다. 서수진도 유리의 옷이 부러운 눈치였다."유리가 나보다 더 예쁜 걸. 코트 어디서 샀어? 나도 엄마한테 하나 사달라고 해야지. 너랑 같은 옷 입고 싶어."함께 걸어가는 두 아이를 보다 보면 유리 쪽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그러나 우열을 가리는 건 어디까지나 어른들뿐이었고 두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이들은 마냥 서로가 좋았다.그러나 엄마끼리는 결코 두 아이만큼 사이가 좋지 못했다.보석으로 온몸을 잔뜩 치장한 서수진의 엄마는 재단하는 눈빛으로 오만하게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유리 엄마, 걸어왔어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근처에 살아요?"그녀가 다시 물었다.이번엔 고개를 저었다."그러면 버스 타고 왔겠네요? 아니라면 이렇게 멀리
"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기라도 해야지. 아이에게 비싼 옷을 입히면 자기가 상류층 사람이라도 된 줄 아나 봐요? 정말 웃겨.""......"어젯밤 신세희에게 촌스럽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월감에 젖어있었는데 오늘 유리가 자기 딸보다 예쁘고 세련되게 입으니 배가 아팠던 것이었다. 그래서 질투심에 불타올라 막말을 지껄였다.신세희가 받아치려고 하던 찰나,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부소경이었다.신세희를 끌어안은 그 남자의 뒤로 20억을 호가하는 외제차가 뒤따라왔다."아는 사이야?" 부소경이 싸늘한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물었다.서수진 엄마가 흠칫했다."당신... 회사에 안 갔어요?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신세희가 더듬거리며 물었다.부소경이 날카로운 말투로 서수진 엄마가 들으란 듯이 비난했다."내가 유리를 이 유치원에 보내지 말자고 했지. 꼭 이렇게 무식하고 수준 떨어지는 사람들을 상대해야겠어? 원장에게 말해서 당장 이런 집안 아이는 유치원에서 쫓아내라고 해야겠군."신세희와 서수진 엄마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녀도 바보가 아닌지라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에 이런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절대 보통내기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의 안색이 더없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부소경에게 사정했다. "제가... 제가 너무 보는 눈이 없었어요. 잘못했어요.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사실은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 정말 간신히 이 유치원에 등록한 거예요.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제발요..."부소경이 냉소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세희에게 사정했다."사모님, 제가 정말 면목 없습니다. 검소한 재벌이신 걸 제가 몰라뵈었어요. 무식한 촌뜨기는 다름 아닌 저였고요. 아이가 따님 친구인 걸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요? 다신 그러지 않을게요. 흑흑"그녀는 가련한 모습으로 통곡했다.신세희가 부소경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만 해요. 아이는
신세희는 민정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부소경이 참지 말라고 해서 반드시 눈에 보이는 반격을 가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민정아는 가족의 연줄을 통해 회사에서 한자리 차지한,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만 하는 뇌가 텅텅 빈 여자였다.신세희는 동시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첫 번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민정아가 그녀를 뒤쫓아왔다."어제 구 대표님이 관심 좀 줬다고 아주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넌 스폰받는 것보다 못한 처지야."민정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세희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그러자 민정아가 바로 뒤따라 들어왔다.신세희는 짧게 코웃음치고는 재빨리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탔다. 민정아가 반응했을 땐 이미 신세희가 엘리베이터 문을 닫은 뒤였다."걸레 같은 게! 감히 날 갖고 놀아?"급하게 쫓아가던 중 엘리베이터 틈에 하이힐이 끼어버렸다."악!"민정아는 발목을 접질렸을 뿐만 아니라 치마도 찢어지며 민망한 부위가 노출되었다. 차마 두 눈 뜨고는 못 볼 꼴이었다.다행히 아직 출근 피크 타임이 아니라 그런 모습을 본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들도 민정아의 못된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애써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민정아의 기분은 바닥을 쳤다.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위층으로 올라간 민정아는 먼저 제자리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후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절뚝거리며 신세희가 있는 디자인 부서로 찾아갔다.신세희는 세라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자인 디렉터가 세라한테 일주일 동안 신세희를 멘토링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라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매일 신세희에게 번거롭고 까다로운 교정 업무를 맡길 생각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개의치 않았다.교정 업무를 하며 나름 세라의 다양한 설계도를 볼 수 있으니 참고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아름의 설계도를 자기 자리로 옮긴 신세희가 미처 제자리에 앉기도 전에 민정아가 쳐들어왔다
"...두고 봐!"신세희의 말에 숨이 턱 막힌 민정아는 입술마저 새파랗게 질렸다. 가슴을 움켜쥐며 애써 화를 가라앉힌 민정아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디자인 부서를 떠났다."참 잘나셨어." 뒤에서 세라가 비꼬았다."…..."신세희는 못 들은 척했다.세라의 디자인에서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그녀의 디자인은 화려함으로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편이었다. 비록 눈이 즐거웠지만 건축 디자인은 패션 디자인과 달랐다. 화려함만 따지고 견고함을 간과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베테랑 디자이너인 세라가 이걸 모른단 말인가?신세희가 고개를 들고 세라를 바라보았다.세라는 동료 몇 명과 함께 신세희에게 시비를 걸었다."우리 신입은 구 대표님이 한 번 편들어줬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죠? 구 대표님 회사에 잘 안 나오세요. 일주일? 어떨 땐 한 달? 근데 오늘 다시 온다고 해도 대표님은 세희 씨 기억도 못 할 걸? 어제 왜 대표님이 세희 씨 감싸줬는지 알아요?"세라에게 문제점을 지적하려다 관둔 신세희가 되물었다."뭔데요?""산해진미를 하도 많이 먹어서 고들빼기로 입가심하려고. 예쁜 여자들을 질릴 만큼 봤으니 촌스러운 여자가 새로워 보이는 거죠.""풋."사무실이 이내 웃음바다가 되었다.세라가 생글거리며 신세희를 쳐다봤다. "농담이에요. 신입들 들어오면 보통 다들 한 번쯤은 짓궂은 장난을 치는 편이거든요. 세희 씨, 화난 거 아니죠?"신세희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네.""자, 자, 일들 합시다. 세희 씨는 잘 검토하고요."세라가 말했다."네." 막 자리에 앉아 세라의 디자인을 확인하려 하는데 누군가 그녀를 호출했다. "세희 씨, 잠시 인사팀으로 오시랍니다."신세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민정아가 고발해서 쫓겨나는 건가?나가라면 나가는 거지 뭐. 자리에서 일어난 신세희가 그 사람을 따라 인사팀으로 향했다.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다. 어제 입사한 그녀에게 회사 내규와 신입사원이 참여해야 하는 한 시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안내했다. 오리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세라를 쳐다봤다. 그녀는 검토한 자료를 들고 세라에게 가서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라 씨, 이건 제가 검토한 것들이에요. 여기요." 멀뚱한 표정으로 자료를 받은 세라가 신세희를 쳐다봤다. 신세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는 먼저 밥 먹고 올게요. 나머진 밥 먹고 다시 검토하려고요. 식당에 사람이 적을 때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사람들의 구경하는 듯한 시선이 불편해서요."세라가 코웃음 쳤다."학습 능력이 좋네요."신세희가 싱긋 웃었다."직장 생활은 유연하게 해야죠. 그럼, 먼저 밥 먹고 올게요." 세라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신세희는 얼른 디자인 부서를 벗어났다.디자인 팀원들이 수군거렸다. 모두 좋은 구경을 놓쳐 아쉬워했다."휴, 민정아 씨의 계략이 또 실패했네요.""아직이에요. 눈치 못 챈 거 같은데요? 그냥 일찍 밥 먹고 돌아온다잖아요. 나중에 좋은 구경이나 하자고요.""이번엔 너무 과한 거 아닐까요?"무리 중 한 사람이 걱정을 내비쳤다."걱정하지 말아요. 뭐, 우리가 그랬나? 오자마자 민정아 씨에게 미운털이 박힌 탓이지.""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희에게도 방관한 책임이 있잖아요...""됐어요, 더 이상 이 얘긴 하지 말고 모른 척합시다. 어차피 우리도 민정아 씨에게 꼼짝 못 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직원들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그 의자를 힐끔 쳐다봤다. 그저 불똥이 자기네들에게 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다들 내심 신세희가 굴욕을 당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식사하겠다던 신세희는 사실 식당으로 가지 않고 위층의 행정팀에 가서 엄선희를 찾았다."무슨 일이에요, 세희 씨?"엄선희가 신세희를 쓱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왜 오늘도 이렇게 입었어요? 세희 씨 정말 미인이란 말이에요. 민정아나 다른 여직원들보다 훨씬 예쁜데... 예쁘게 꾸며서 구 대표님도 확 반하게 만들어 버려요. 그 사람들 배 아파하는 꼴을 꼭 봐야겠어요. 다들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텃세
“괜찮아요, 괜찮아요, 사소한 일인데요 뭘. 이건 사생활 침해도 안 해요. 본인 자리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되돌려 보는 건데 안될 게 뭐가 있어요?” 경비원 한 명이 예의 있게 말했고, 나머지 경비원은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와 엄선희 두 사람은 순조롭게 감시 카메라를 조정한 뒤, 신세희는 자신이 인사팀에 불려간 그 1시간을 돌려봤다. 역시 10분도 되기 전에 그녀에게 발견됐다.그녀가 인사팀에 불려 간지 5분정도 지나자 민정아는 조심스럽게 회전 의자를 끌고 신세희의 자리에 왔고, 신세희의 회전 의자를 가져갔다.민정아는 신세희의 의자를 가져가면서 아무렇지 않게 빠르게 움직였고, 방금 전 조심스러움과 달랐다.“저 사람이 의자는 왜 바꾼 거죠?” 엄선희는 이해가 안되서 물었다.“저도 알고싶네요.” 신세희가 말했다.보안실에서 나와 신세희는 바로 디자인팀으로 갔고, 이때 디자인팀 사람들은 다 밥을 먹으러 가서 아무도 없었다.이것도 나쁘지 않았다.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게 가장 좋으니 말이다.신세희는 민정아의 모습을 따라하며 조심스럽게 그 회전 의자를 끌고 민정아의 사무실로 왔고, 민정아 자리는 엄선희가 이미 알려주었으니, 그녀가 그대로 앉기만 하면 됐다.의자를 바꿔온 뒤 그녀는 민정아의 원래 있던 의자를 구석 쪽에 옮겨 놨고, 민정아가 돌아오길 기다렸다.민정아는 다른 동료들과 웃으면서 사무실로 돌아왔고, 민정아의 사무실에서 모든 동료들은 다 평소에 그녀의 눈치를 보고 행동했다.늘 민정아에게 아부하던 직원들은 신세희가 민정아 앞에 가만히 서 있자 깔깔대며 웃었다. “정아씨, 도련님이 눈길 좀 줬다고 자기가 왕비가 됐다고 생각한 이 촌뜨기께서 오셨네요.”“잘못했다고 사과하러 왔나 봐요.”“그러니까요, 저 쫄은 것 좀 봐.”“이렇게 빨리 쫄으면 재미없는데.” 민정아는 신나서 말하다가 차갑게 웃었다. “쫄았어도 절대 용서 안 해줄 거예요! 얘는 우리 언니와 형부의 관계를 망가트린 세컨드일 뿐이니까요!”민정아는 신세희 앞으로 걸어왔다. “세컨드,
민정아는 회전의자 좌석과 베어링 사이에 걸렸고, 의자 좌석이 옆으로 기울어져 민정의에 엉덩이는 어딘가에 긁혔는지 피가 났다.이 순간 민정아의 자세는 정말 웃겼다.그녀는 기마 자세처럼 반쯤 쭈그려 앉았고, 엉덩이가 의자에 걸린 채 양 손으로 책상을 잡으며 마치 똥을 못 싸는 강아지 같았다. 정말 보이는 그대로 추했다.게다가 그녀의 돼지 같은 비명은 더 이 상황을 추하게 만들었다.이 소리를 듣고 민정아의 자세를 본 사무실 동료들은 참지 못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잠깐 웃다가 다시 눈치를 보고 웃지 않았다.이때 민정아의 엉덩이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다들 왜 시체처럼 가만히 있어요! 웃기나 하고, 얼른 구급차 부르고 경찰 불러서 이 세컨드 잡아요! 신세희 너 이 살인범, 이 대낮에 감히 날 죽이려 해? 너 내가 감옥 보낼 거야!” 민정아는 아파하며 신세희에게 소리쳤다.신세희도 벙쪘다.그녀는 이 의자를 민정아가 망가트린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생각지도 못 하게 민정아의 수법은 더 악랄했고, 일찍 발견한 뒤 의자를 다시 옮겨와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이 순간 다치게 된 건 신세희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 “해치려고 한 사람이 누군지는 경찰서에서 확인하죠. 제가 봤을 때 회사에 감시카메라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그리고 신세희는 뒤돌아 나갔다.사무실에 동료들은 벙쪘다.민정아는 더 벙쪘다.그녀는 죽기 직전에 돼지처럼 소리쳤다. “이리와! 신세희 너 당장 이리와! 다들… 다들 우선 경찰은 부르지 말아봐요…”하지만 동료 한 명이 이미 전화를 걸었다.그래도 경찰에게 건 전화가 아니라 인사팀에 건 전화였다.그 동료도 꽤나 똑똑했다. 그녀는 신세희가 회사에 온지 얼마 안 된 신입인 걸 알았기에, 대담하게 민정아를 해칠 수 없다고 생각했고, 해치고 싶어도 이런 고장 난 의자를 가져올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이런 경우에는 보통 민정아가 먼저 시작한 것이다.그래서 동료는 먼저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고, 인사팀은 분명 민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