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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다음 날.

신세희는 커튼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부소경은 이미 옆자리에 없었다. 그는 시간을 잘 준수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신세희는 몸이 피곤하면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늑장을 부리는 타입이었다.

어젯밤은 특히 배로 피곤했다.

아직도 다리가 휘청거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던 그녀는 내딛는 첫걸음 만에 벽을 짚어야 했다.

세면실에서 나온 부소경이 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갔다.

"왜 그래?"

신세희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울컥한 그녀가 불만을 터뜨렸다.

"왜 그러냐고?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이 뭘 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요?"

"...…"

한바탕 짜증을 내던 신세희는 흠칫했다. 서먹하고 심지어는 원수지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방금 내뱉은 말은 마치 신혼부부 사이에 앙탈을 부리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신세희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녀는 부소경을 무시한 채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갔다.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에 가니 부소경과 신유리 부녀가 문밖까지 쫓아왔다.

"엄마, 예쁘게 입어야 해."

신유리가 애늙은이 같은 어조로 말했다. 신세희가 딸을 바라보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엄마가 예쁘게 입어야 내가 유치원에서 체면이 서지."

신세희는 어제저녁 평범한 옷을 입고 딸을 데리러 갔을 때 학부모가 자기를 비웃어 덩달아 유리의 자존심까지 구겨졌던 일이 떠올랐다.

신세희는 고민하며 드레스룸을 서성거렸다.

옷이 너무 많아서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결국 그녀는 아이보리 바탕의 잔잔한 도트 무늬 블라우스를 골랐다.

슬림핏의 블라우스는 카라 앞부분에 리본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가슴 부위에 자잘한 주름이 잡혀 있어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신세희는 그 위에 검은색 세미 정장 재킷을 걸쳤고 하의로는 짙은 색상의 슬랙스를 매칭했는데 다리가 훨씬 더 길어 보였다.

힐까지 신으니 다섯 살 난 신유리는 연신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소경도 딸아이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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