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반호영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 나한테 오는 길은 내가 다 깨끗이 터놓았어. 그래서 언제 올 거야?”신세희가 물었다.“유리는?”반호영은 흔쾌히 그녀의 질문에 응했다.“유리야, 이리 와서 엄마 전화 좀 받아봐.”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전화를 바꾼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뭐 하고 있어?”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기분 좋아 보였다.“유리야, 호영 삼촌네서 재밌게 놀았어?”신세희는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애써 다정한 목소리로 유리에게 물었다.신유리가 말했다.“호영 삼촌네 너무 좋아. 삼촌이 아빠보다 유리를 더 예뻐해 줘. 유리 준다고 변신로봇을 사왔는데 유리보다 엄청 커. 기어서 올라가고 싶은데 못 올라가겠어. 너무 좋아.”신세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재밌으면 됐어.”“엄마, 유리 걱정은 하지 마. 호영 삼촌네서 며칠만 더 놀다가 갈게. 엄마랑 아빠가 보고싶으면 그때 다시 연락할게. 걱정할 필요 없어. 여기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아.”“엄마, 나 로봇이랑 놀래. 이만 끊을게.”신세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신유리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변신로봇을 향해 달려갔다.아이의 키를 훌쩍 넘은 커다란 로봇이었다.신유리는 장난감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 옆에 앉아서 반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삼촌, 앞으로 엄마한테 전화 안 하면 안 돼? 우리 엄마 요즘 잔소리가 너무 많아. 유리는 여기서 더 놀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집으로 오라고 해서 짜증나잖아.”신유리가 겁을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호영은 자기가 아이를 인질로 부모한테 협박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사실 반호영은 신유리를 무척 사랑했다.자기가 낳은 아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아이의 요구에 반호영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유리야, 삼촌이 집에 전화를 안 하면 엄마가 많이 걱정하실 거야. 너희 엄마 이제 임신 8개월이야.
Last Updated : 2023-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