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811 - 챕터 1820

2823 챕터

제1811화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부소경이 신유리를 가장 사랑하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부소경이 반호영을 놓아준 건, 여러 차례 심사숙고를 거치고 결정했을 수도 있다. 신유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부소경은 처량한 목소리로 흐느끼듯 말했다.“그래도 반호영은 유리를 아끼고 사랑해. 그 마음에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어. 놈을 자극하는 건 유리를 점점 위험으로 몰아갈 뿐이야.”부소경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나도… 유리가 제발…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남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남성 최강 F그룹의 집권자, 8년이나 남성을 주름잡던 남자는 어릴 때도 눈물을 흘린 적 없었다.그런데 그런 부소경이 흐느끼고 있었다.신세희는 그런 남편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남편의 어깨에 기대며 흐느꼈다.아이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는 건, 그 아이의 일가족에게는 파멸과도 같은 일이었다.가주가 부소경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었다.“다들 돌아가.”부소경이 힘없이 말했다.“형, 우리는 여기 남아 있을게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서시언이 말했다.구경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소경아. 지금 너와 세희 씨 모두 제정신이 아닐 거야. 우리가 어떻게 그냥 돌아갈 수 있겠어?”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도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부소경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핸드폰 다 있잖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 일단은 돌아가. 우린 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구경민은 그제야 마지못해 말했다.“그래.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그들은 부소경의 집을 나왔지만 아파트 근처에 차를 세우고 대기했다.아무도 잠을 자지 않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 봐 연락만 기다렸다.한편, 신세희와 부소경은 거실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소경 씨.”신세희는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윤희 언니가 출산하기 전날밤에 내가 당신한테 매달렸던 거 기억해요?”“그때 사실 엄청 불안했거든요. 뭔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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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2화

수화기 너머로 반호영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 나한테 오는 길은 내가 다 깨끗이 터놓았어. 그래서 언제 올 거야?”신세희가 물었다.“유리는?”반호영은 흔쾌히 그녀의 질문에 응했다.“유리야, 이리 와서 엄마 전화 좀 받아봐.”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전화를 바꾼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뭐 하고 있어?”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기분 좋아 보였다.“유리야, 호영 삼촌네서 재밌게 놀았어?”신세희는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애써 다정한 목소리로 유리에게 물었다.신유리가 말했다.“호영 삼촌네 너무 좋아. 삼촌이 아빠보다 유리를 더 예뻐해 줘. 유리 준다고 변신로봇을 사왔는데 유리보다 엄청 커. 기어서 올라가고 싶은데 못 올라가겠어. 너무 좋아.”신세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재밌으면 됐어.”“엄마, 유리 걱정은 하지 마. 호영 삼촌네서 며칠만 더 놀다가 갈게. 엄마랑 아빠가 보고싶으면 그때 다시 연락할게. 걱정할 필요 없어. 여기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아.”“엄마, 나 로봇이랑 놀래. 이만 끊을게.”신세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신유리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변신로봇을 향해 달려갔다.아이의 키를 훌쩍 넘은 커다란 로봇이었다.신유리는 장난감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 옆에 앉아서 반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삼촌, 앞으로 엄마한테 전화 안 하면 안 돼? 우리 엄마 요즘 잔소리가 너무 많아. 유리는 여기서 더 놀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집으로 오라고 해서 짜증나잖아.”신유리가 겁을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호영은 자기가 아이를 인질로 부모한테 협박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사실 반호영은 신유리를 무척 사랑했다.자기가 낳은 아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아이의 요구에 반호영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유리야, 삼촌이 집에 전화를 안 하면 엄마가 많이 걱정하실 거야. 너희 엄마 이제 임신 8개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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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3화

반호영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아이가 왜 아빠가 갖고 싶다고 했는지 이제 이해할 것 같았다.아빠를 그만큼 그리워했고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아빠가 보고 싶으면서 미운 감정이 생긴 것이다.반호영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더 실컷 미워하렴.신유리가 아빠한테 적대심이 생기면 언젠가는 그를 아빠보다 더 좋아할 날이 올 것이다.그리고 지금이 그 기회였다.아이 아빠가 아이한테 무심할수록 그는 더 아이한테 잘해줄 것이다.아이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 그게 그가 원하는 일이었다.“유리 울지 마. 뚝. 삼촌이 아빠랑 쌍둥이니까 아빠가 못해준 거 삼촌이 대신 해줄게.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마. 아빠가 바쁘니까 삼촌이 그 시간 동안 유리 옆에 있어줄게.”아이는 그제야 눈물이 대롱대롱 달린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정말?”신유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아빠 버리고 삼촌이랑 놀래!”“그래!”반호영은 드디어 자신의 계획이 한발 성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그가 물었다.“그럼 유리는 뭐가 갖고 싶어?”신유리는 짐짓 고민하다가 말했다.“사실 집에 없는 장난감이 없어. 우리 아빠는 나랑 놀아주지는 않고 매일 장난감만 사주거든. 한 번도 아빠랑 놀이공원 같은데 가본 적 없어. 사실 남성 이곳저곳 다니고 싶었는데 아무도 나랑….”반호영은 아이의 말을 듣고 고민에 잠겼다.그는 아이랑 같이 여기저기 다니며 노는 모습을 상상했다.아이가 부소경과 멀어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것이다.어차피 데리고 이곳을 떠날 텐데 마지막으로 둘러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앞으로 유리의 보호자로써,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로 살아갈 것이다.딸이 밖을 구경하고 싶다는데 당연히 만족해 줘야지. 그는 부소경, 신세희보다 유리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반호영은 유리를 꼭 안아주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유리야, 아빠가 못해준 거 삼촌이 다 해줄게. 내일 삼촌이랑 놀이공원도 가고 여기저기 둘러보자.”“정말? 그래도 돼?”유리가 눈을 반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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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4화

그날 밤, 유리는 이불 속에 숨어 소리없이 흐느꼈다.아이는 겁이 났다.너무 두렵고 불안했다.하지만 용감해져야 한다고, 어떻게든 반호영을 속여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반호영이 조금 안쓰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에 취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빨리 반호영을 피해 도망쳐야 했다.도망가야 해!‘울면 안 돼! 내일 눈 부은 거 보면 삼촌이 또 의심할 거야!’‘신유리, 너 강한 아이잖아! 울면 안 돼! 곧 동생이 태어나는데 내가 가서 보살펴 줘야 해!’신유리는 눈물을 쓱 닦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아이는 맨발로 화장실로 가서 찬물에 세수를 했다.그리고 다시 침실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푹 자야 했다.잠시 후, 아이는 드디어 잠들었다.그날 밤, 아이는 엄마가 남동생을 낳는 꿈을 꾸었다.그리고 아이는 사랑스러운 남동생을 잘 돌봤다.아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잘 도와주는 착한 아이였다.신유리는 웃으며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침대머리에 서 있는 반호영이었다.그는 하얀 원피스를 흔들며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이제 깼어?”신유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물었다.“삼촌? 왜 들어왔어?”반호영이 말했다.“오늘 우리 할 거 많아. 그래서 깨우려고 들어왔다가 네가 하도 달게 자고 있어서 기다렸어. 그러다가 네가 오늘 나갈 때 입을만한 옷들을 골라서 가져왔는데 꿈 꾸면서 웃고 있더라. 무슨 꿈을 꿨어?”신유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흥! 미운 아빠 골려주는 꿈을 꿨어!”반호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정색해서 말했다.“유리야, 그래도 아빤데 예의는 갖춰야지. 아빠가 그렇게 싫으면 멀리하면 돼. 삼촌이 아빠만큼 예뻐해 줄게! 안 좋은 생각하지 마.”“맞아! 부소경은 악마야! 멀리해야 해!”“빨리 일어나서 옷 입자. 오늘은 남성 시내를 돌아볼 거야.”앞으로 넌 다시 이곳에 올 일 없으니까 오늘 최대한 여기저기 다 둘러보자.반호영이 하고 싶었지만 참았던 말이었다.그는 진지하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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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5화

조금만 더 있으면 그는 신세희, 신유리, 그리고 그녀의 배 속의 아이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좋은 곳으로 가서 전원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살 것이다.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그가 흐뭇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대표님, 주변을 조사해 봤는데 시내에 부소경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공항이나 KTX 부근에도 딱히 수상한 점이 없고요. 지금 섬으로 돌아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부하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요, 대표님….”“무슨 일인데?”반호영이 물었다.“그 섬을 정말 이대로 도웅에 넘기실 겁니까?”반호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섬이나 돈에는 별 관심 없어. 그쪽이랑 거래할 때 약속한 부분이니까 약속을 어길 수는 없지. 난 그냥 세희랑 유리와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야.”“하지만….”부하는 말끝을 흐렸다.반호영이 말했다.“알아, 너희도 나 따라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지. 너무 걱정하지 마. 각자 계좌로 10억씩 넣었어. 더 해주고 싶어도 이게 전부야. 그 돈 가지고 어디 가서 가게나 차리고 자리잡고 살아. 내가 다 미안하네.”“난 그냥 주먹으로 세상을 사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생각해. 좋은 곳에 자리잡고 결혼하고 부족함 없이 살다가 애 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반호영의 말은 진심이었다.부하가 울먹이며 말했다.“대표님이 저희를 생각하시는 마음은 저희도 알죠. 하지만 돈은 필요 없습니다. 평생 대표님 옆에서 안전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어요. 돈 없으면 우리가 벌면 됩니다.”반호영은 감개무량해서 말했다.“그 마음 이해해! 나도 알아! 하지만 평생 표류하며 살 수는 없어. 난 이미 결정했어. 조직은 해산이야. 각자 10억씩 가지고 떠나는 거야.”“대표님!”“내가 결정한 일이야. 더 이상 나를 설득하려 하지 마. 나중에 힘든 일 생기면 언제든 나를 찾아와. 내 말 무슨 의미인지 알지?”반호영이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수화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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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6화

반호영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신유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의 손에 들고 있던 솜사탕이 바닥에 떨어졌다.“선생님, 선생님? 거스름돈 받아가셔야죠.”솜사탕 가게 사장이 소리쳤다.“저리 꺼져!”반호영은 짜증스럽게 발을 들어 사장을 걷어찼다. 명치를 정통으로 맞은 사장은 피를 토하며 바닥을 뒹굴었다.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았다.섬뜩한 눈동자, 마치 악마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오래전에 봤던 범죄영화가 떠올랐다.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즐기는 범인, 반호영의 눈빛이 그 범인을 닮았다.거슬리는 게 있으면 무작정 칼로 찌르고 보는 흉측하고 무자비한 살인자.반호영은 그런 살인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평생 이곳에서 솜사탕을 팔며 누구에게 원한을 진 적도 없는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장은 억울했지만 두려움이 컸다.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하던 중에 남자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어디 간 거야? 삼촌 놀래키지 말고 어서 나와!”“삼촌이랑 있는 게 그렇게 싫었어? 그럼 말해주지 그랬어?”“그럼 삼촌이 얌전히 집에 보내줬을 텐데. 네가 위험에 빠지는 건 싫단 말이야. 유리야….”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솜사탕 사장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잃어버렸으니 화가 날만도 하지.남자는 다급히 그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아이는 어디로 갔을까?불과 몇 분 사이에 아이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 시각, 신유리는 닭장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퀴퀴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진동했지만 아이는 꾹 참았다.유리는 입술을 피나게 깨물며 울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었다.조금만 기척을 내면 반호영이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반호영에게 잡히면 다시는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신유리는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싫어!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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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7화

전화를 한다면 부모님을 빨리 만날 수도 있겠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반호영의 부하들에게 발각될 수도 있었다.신유리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아이가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었다.신유리는 길을 굉장히 잘 기억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여기서 솜사탕을 먹겠다고 조른 건, 솜사탕이 정말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일대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엄선우와 같이 유치원 끝나고 고윤희가 입원한 병원까지 갈 때 자주 지나갔던 길이었다.이 길을 따라 가면 유치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리고 유치원에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6살 신유리는 가장 힘들지만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가는 길에 누군가가 왜 혼자 있냐고 물어볼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아이는 커플이 보이면 그곳을 응시하며 소리치고는 했다.“엄마, 아빠, 같이 가!”하지만 유리는 한참을 가도 유치원에 도착할 수 없었다.피곤하고 배고프고 졸렸다.지나가다가 공중화장실을 발견한 아이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오래 잘 수는 없었다. 신유리는 조금만 자고 체력을 보충한 뒤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그렇게 오후내내 걸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유치원에 도착하지 못했다.하지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점점 기대감이 부풀었다.만약 신유리가 이 시간에 집에 연락했더라면 부모님은 절대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기에 아이는 너무 어렸다.아이는 어른들의 추악한 심리를 잘 알지 못했다.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했다.그래서 부모님이 지금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한 시간 전,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다.불길한 느낌에 부부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마지막으로 다시 통화를 시도했을 때, 반호영이 받았다.신세희는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무너져내렸다.“반호영! 그만해, 제발…. 네가 원하는 거 다 들어줄 테니까 유리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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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8화

전화를 끊은 뒤, 신세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소경 씨, 내가 없어도 끼니 잘 챙겨 먹고 버텨줘요.”“나 믿죠? 난 무사할 거예요. 유리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올게요. 그리고 배 속의 이 아이까지. 우리 셋 다 무사할 거예요. 6년이나 도망다니면서 무사했잖아요. 절대 죽지는 않을 거예요.”“우리 아이 다치지 않게 조심할게요. 난 강한 엄마니까요.”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절망감, 무기력감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딸이 놈의 손에 잡혔는데 그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반호영이 만약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개처럼 짖으라면 서슴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8년 전, 어머니가 갇혔을 때, 형들이 그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을 때도 그는 개처럼 짖었다.이제 만삭이 된 아내가 딸을 구하러 가겠다고 나섰다.“약속해.”남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이들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살아야 해. 내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구하러 갈게.”“그거 알아? 만약 반호영이 다른 사람을 납치했더라면 그게 누구라도 당신을 보내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유리는 우리 딸이잖아….”“반호영이 그룹 전체를 달라고 했으면 줬을 거야. 그런데 유리… 이제 6살밖에 안 된 유리가 잡혀 있어서 난 아무것도….”“알아요, 여보. 다 알아요.”“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죠. 아무도 우릴 도울 수 없어요. 경호원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해요! 그러니 우리가 흐트러지면 안 돼요. 살아남을 거예요. 보란듯이 살아남아서 무사히 당신의 품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리고 우리 엄마….”신세희는 하숙민을 떠올렸다.“어머님이 하늘에서 지켜주실 거예요. 사실 우리 만나고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이겨냈잖아요.”“반호영은 악마가 아니에요. 어머님의 또다른 아들이죠. 내가 반호영의 마음을 돌려볼게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여보 나는….”신세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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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9화

남성의 왕이라 불리던 남자가 여자 앞에서 울고 있다.신세희는 남편의 품을 벗어나 가방을 들고 뒤돌아섰다.“세희야.”아래층에서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오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소경은 차창에 이마를 기대고 묵묵히 입술만 깨물었다.그는 속으로 수십번을 되뇌었다.나 믿어줘, 신세희.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너희를 데리고 나올 거야. 당신이 가야 유리가 살 수 있어. 유리 만나면 어떻게든 나한테 연락을 줘. 내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찾으러 갈게.F그룹 전체를 팔아서라도 당신과 유리 데리고 나올게.신세희가 떠났다.부소경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잠시 후, 엄선우가 다가와서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배에 오르는 모습 확인했습니다.”부소경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유리는 봤어?”엄선우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그래도 유리를 그렇게 예뻐하던 사람이니까 아이한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항상 사모님과 유리 셋이 같이 살기를 바랐던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사모님은 만삭인 몸이니 출산하기 전까지는 사모님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최소 한달 사이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그러니까 대표님….”엄선우는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부소경이 그의 말을 잘랐다.“한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도 세희랑 유리 구출해야 돼! 그룹 전체의 자금을 끌어다 써서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어!”“대표님.”엄선우가 다시 그를 불렀다.“또 무슨 일이지?”부소경의 목소리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회장님 전담 운전기사가 대표님 한번 뵙자고 하네요. 회장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고….”“그 기사 어디 있어?”부소경이 물었다.“밖에 있다고 하네요.”엄선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죽여 버려!”부소경이 말했다.“죽여 버리라고!”엄선우는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두 시간쯤 지나서 돌아온 엄선우는 건조한 목소리로 부소경에게 보고했다.“잘 마무리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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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0화

“아빠, 나 대단하지 않아?”신유리가 부소경의 품을 파고들었다.“냄새가 심하지? 닭장에 숨어 있다가 와서 그래. 졸려서 화장실 들어가서 잠도 자고 그래서 냄새가 심할 거야. 그런데 유리 배고파! 배고프고 힘든데 아무한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어! 지나가는 사람이 다 사기꾼으로 보였어!”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도 유리 속였잖아. 할아버지는 자기가 아빠의 아빠니까 나를 아주 사랑한다고 해놓고… 앞으로는 다시 할아버지 안 믿을 거야!”“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어! 유리는 길을 잘 기억하는 똑똑한 어린이니까!”“더 일찍 올 수도 있었는데 유치원까지 오는 길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유치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오느라 늦었아.”“아빠, 왜 그래? 왜 멍하니 있어? 너무 기뻐서 넋이 나간 거야? 아빠, 그런 표정 짓지 마. 무서워….”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신유리는 작은 손으로 아빠의 얼굴을 감싸고 찰싹찰싹 때렸다.하지만 그의 아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신유리는 엄선우에게 고개를 돌렸다.엄선우도 상태가 비슷했다.신유리는 거실에 있는 가정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도 우두커니 신유리만 바라볼 뿐이었다.“아빠!”유리가 큰소리로 소리쳐서야 부소경은 정신을 차렸다.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칠 사이에 핸드폰 액정만 몇 번 갈았는지 모른다.“소경아, 소경아!”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유리 돌아온 거야? 유리 돌아온 거지? 빨리 말해봐! 소경아!”부소경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뒤돌아서 딸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유리 맞아? 돌아온 거야? 나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니지?”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나 발 아파. 족욕 시켜줘.”“이거 꿈 아니지? 유리야, 아파?”말을 마친 부소경은 아이의 통통한 볼을 꼬집었다.“아파, 아빠!”신유리가 비명을 질렀다.부소경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꿈 아니었네!”“아니다. 이건 아닌가? 날 꼬집어야 맞나?”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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