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대단하지 않아?”신유리가 부소경의 품을 파고들었다.“냄새가 심하지? 닭장에 숨어 있다가 와서 그래. 졸려서 화장실 들어가서 잠도 자고 그래서 냄새가 심할 거야. 그런데 유리 배고파! 배고프고 힘든데 아무한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어! 지나가는 사람이 다 사기꾼으로 보였어!”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도 유리 속였잖아. 할아버지는 자기가 아빠의 아빠니까 나를 아주 사랑한다고 해놓고… 앞으로는 다시 할아버지 안 믿을 거야!”“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어! 유리는 길을 잘 기억하는 똑똑한 어린이니까!”“더 일찍 올 수도 있었는데 유치원까지 오는 길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유치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오느라 늦었아.”“아빠, 왜 그래? 왜 멍하니 있어? 너무 기뻐서 넋이 나간 거야? 아빠, 그런 표정 짓지 마. 무서워….”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신유리는 작은 손으로 아빠의 얼굴을 감싸고 찰싹찰싹 때렸다.하지만 그의 아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신유리는 엄선우에게 고개를 돌렸다.엄선우도 상태가 비슷했다.신유리는 거실에 있는 가정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도 우두커니 신유리만 바라볼 뿐이었다.“아빠!”유리가 큰소리로 소리쳐서야 부소경은 정신을 차렸다.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칠 사이에 핸드폰 액정만 몇 번 갈았는지 모른다.“소경아, 소경아!”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유리 돌아온 거야? 유리 돌아온 거지? 빨리 말해봐! 소경아!”부소경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뒤돌아서 딸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유리 맞아? 돌아온 거야? 나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니지?”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나 발 아파. 족욕 시켜줘.”“이거 꿈 아니지? 유리야, 아파?”말을 마친 부소경은 아이의 통통한 볼을 꼬집었다.“아파, 아빠!”신유리가 비명을 질렀다.부소경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꿈 아니었네!”“아니다. 이건 아닌가? 날 꼬집어야 맞나?”말을 마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엄마는?”부소경은 멍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왜 이렇게까지 잔인한 걸까?벌을 받고 있는 걸까?이복형제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은 자신을 하늘이 벌하는 걸까?아니면 엄마를 지키지 못한 그를 벌하는 걸까?그것도 아니면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효를 다하지 않아서 벌을 받고 있는 걸까?하지만 그게 부소경을 탓할 수 있는 일이던가?그가 이복형제들을 죽이지 않았으면 부소경은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동생을 먼저 공격한 건, 이복형들이었다. 부소경은 반격을 했을 뿐이다.엄마는?그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보살폈다. 신세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벌을 내리는 걸까?만삭이 된 몸으로 스스로 인질이 되어 범인의 소굴에 들어가다니!왜 이런 식으로 그를 자꾸 벼랑으로 내모는 걸까?그는 순간적으로 본가에 있는 모두를 쓸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아버지? 새엄마?할아버지? 할머니?그들의 고집과 자기주장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원한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그의 엄마는 건축 디자인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고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그와 반호영, 서로를 증오하는 쌍둥이형제는 세상에 태어날 필요도 없었다.이 모든 발단의 시작이 본가였다.모든 원죄는 본가에서 시작되었다.부소경은 주먹을 피나도록 불끈 쥐었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세희의 번호였다. 아직 핸드폰을 끄지 않은 걸까?부소경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신세희?”수화기 너머로 신세희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살아갈 용기를 잃었다.단호하게 반호영의 배에 타기로 한 건 신유리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리는 그 배에 타지 않았다.신세희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애써 버텨오던 멘탈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만삭인 여자는 큰 배를 붙잡고 갑판에서 통곡했다.반호영이 그녀를 달래려고 다가왔지만 그녀는 그의 얼굴을 손톱으로 잡아뜯었다.“미안해, 세희야.
신세희가 울음을 멈추었다.“뭐… 뭐라고 했어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그녀는 귀를 의심했다.운명의 장난인 걸까?“우리 딸이 스스로 집을 찾아 돌아왔어.”부소경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딸이… 혼자 돌아왔다고.”신세희는 한참을 말을 할 수 없었다.부소경의 구슬픈 흐느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소경 씨….”한참이 지난 뒤,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리가 무사히 돌아갔다니 안심이네요. 유리 잘 보살펴 줘요. 그리고… 좋은 여자 만나서….”“그런 말하지 마! 신세희,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곧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이상한 말하지 마!”분노한 부소경이 으르렁거렸다.옆에 있던 반호영도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유리가 부소경의 곁으로 돌아갔다.반호영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처음부터 아이가 그에게 보여줬던 호감은 모두 진심이 아니었다. 그건 그저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이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젠장!그 순간 반호영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신세희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다가가서 신세희를 품에 안고 절절하게 말했다.“신세희, 극단적인 생각하지 마! 그러면 안 돼! 배속의 아이를 봐서라도, 유리를 위해서라도 살아야지. 유리가 아빠 곁으로 돌아갔다잖아. 네가 바라던 거 아니야?”신세희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반호영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신세희는 반호영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애원했다.“반호영… 나 돌려보내 줄 수 있어? 내 남편, 내 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어?”“아니!”반호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하!”신세희가 냉소를 터뜨렸다.반호영이 다급히 말했다.“그 인간은 너 사랑하지 않아! 정신 차려, 신세희! 네가 만삭이 될 때까지 부소경은 뭐 했지? 널 보살피지도, 유리를 보살피지도 않았어! 그 인간이 신경을 조금만 더 썼어도 내가 유리를 납치할 수 있었을까?”“아예 접근도 하지 못했을 거야!”신세희는 그 질문에
진솔하면서도 비굴한 태도.신세희는 갑자기 분노가 사그라졌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알았어. 반호영, 널 미워하지 않을게.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을 막지도 마. 어차피 유리가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갔으니 된 거야. 둘째가 배 속에 있지만 아직 그 사람은 만나지 못했으니까 정이 들지는 않았을 거야.”“소경 씨 옆에는 유리가 있으니까. 둘이 의지하면서 살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여. 그러니까 반호영, 날 막지 마. 나 정말 살고 싶지 않아. 지쳤어.”담담하지만 단호한 말투였다.그녀는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반호영은 시퍼런 대낮에 남성에 진입해서 부소경이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납치했다. 그랬다는 건 그의 배후에 그를 도와주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였다.예를 들자면 부성웅 부부, 그리고 서울에 있는 구성훈.모르긴 해도 이미 해외 세력과 연합했을 지도 모른다.그게 아니라면 반호영이 아무도 모르게 남성에 잠입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신세희의 추측이 맞다면 다시 돌아가도 결국 또 위험에 처할 거라는 얘기였다.그리고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부소경 성격에 그룹을 제물로 바치더라도 그녀를 구출하려 할 것이다.하지만 그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무슨 수로 먹고 살지?그러다가 도중에 부소경이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유리는 누가 돌볼까?아이는 고아가 될 것이다.“안 돼!”신세희는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쌌다.사랑하는 유리를 고아로 만들 수는 없었다.고작 6세, 아직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아이.동년의 절반 이상을 도주 생활을 하며 살았다. 아빠 옆으로 돌아온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을 희생하고 배속의 아이를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유리의 미래를 지켜야 했다.그래서 신세희는 죽기로 결심했다.“반호영, 날 좀 죽게 내버려 둬. 그래야 너, 그리고 소경 씨 사이의 모든 오해와 원한이 풀릴 거야!”“날 돌려보내면 네 형은 평생 널 원수로 생각할 거야. 소경 씨 성격에 널 가만
갑작스러운 굉음에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귀부터 막았다.반호영도 움찔거리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귀를 막아주었다.신세희는 기를 쓰고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저리 꺼져!”그나마 반호영에게 느꼈던 측은지심도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었다.그녀는 이토록 질기게 달라붙는 반호영이 가증스러웠다.둘째 임신하고 이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남편과 생이별을 하게 만들었다. 손에 칼만 있었더라면 그녀는 서슴없이 그의 가슴을 찔렀을 것이다.그런데 배에서 반호영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바다를 바라보았다.저 먼 지평선에서 배 한척이 갑자기 나타났다. 지금 타고 있는 배보다 더 큰 배였다.갑판에서 누군가가 커다란 확성기를 들고 그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해적선 같은 광경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신세희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반호영에게 물었다.반호영은 전방을 물끄러미 주시하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지영명 이 빌어먹을 자식이! 약속을 어겼어. 섬까지 내주었는데 약속을 어기다니! 망할 자식!”“지영명이 누군데?”신세희가 물었다.그제야 반호영은 실속을 털어놓았다.“10여년 전에 서울에서 꽤 잘나가는 귀족 가문의 자제였는데 나중에 회사가 나락가면서 집이 망했어. 그때 지영명 나이가 고작 18세였는데 지원금은 받기 자존심 상하다고 스스로 조직을 만든 놈이야.”“강도였네!”신세희는 냉소를 머금었다.반호영이 말했다.“지영명은 조용히 세력을 넓혀 나갔어. 나중에는 서울에 있는 고위 관원이나 기업가들도 놈의 눈치를 보게 되었지. 그렇게 여기저기 보호세를 뜯어내고 다니다가 구경민이랑 부소경이 연합해서 놈들을 해산시켜 버렸어.”“소경 씨?”신세희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반호영, 이간질하지 마. 소경 씨랑 조폭이 무슨 상관인데?”“10여년 전이면 소경 씨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 때야. 네 엄마도 그렇고. 두 사람은 해외에서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
“그냥 말해주고 싶었어. 네 남편은 해외에서 도주 생활을 하는 날에도 그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무기창고를 가지고 있었어. 부소경 개인의 명의로 말이야.”“병장기 뿐만이 아니야 신세희. 총기, 화약, 탄약 무기란 무기는 다 가지고 있었다고. 이제 알겠어?”반호영의 말투에서 짙은 서러움과 질투가 묻어났다.배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오면 오라지.신세희는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반호영이 말하는 무기 창고에 대한 내용은 과거에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신세희는 말없이 반호영을 응시했다.갑자기 이 남자가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짙은 서러움, 질투, 분노, 부러움… 온갖 감정이 뒤섞인 그의 얼굴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똑 같은 18세에 난 대학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은 내가 대학에 가는 걸 반대하셨어. 염치가 없다고 오히려 날 비난하셨지.”“부소경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때, 내 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날 반병신으로 만들까 고민했어. 난 악마의 종이라고 생각하셨거든.”“놈이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할 때, 내 엄마라는 사람은 시도때도 없이 날 꼬집고 때려서 피멍이 들게 만들었어. 조금이라도 싫은 티를 내면 유리조각이 가득한 바닥에 날 무릎 꿇고 벌서게 했지.”“부소경은 어땠지? 엄마가 옆에 있었고 아빠는 적지 않은 생활비를 보내줬어. 좋은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용돈 받은 거로 점점 더 많은 돈을 불려나갔지.”“대기업 오너의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해외에서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구경민이라는 대기업2세와 단짝친구가 되었어!”“그렇게 부소경은 자신의 세력을 조금씩 넓혀갔던 거야. 그만큼 무시무시한 힘이 있었기에 지영명은 조직을 해체하고 해외로 도주할 수밖에 없었어.”“해외로 도망쳐서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지영명을 구경민이 끝까지 쫓아가서 벼랑 끝으로 내몰았어.”“하지만 지영명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지. 구경민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감지한 지영명은 같이
신세희는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부소경과의 전화를 끊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통화 내용을 유리가 듣고 있었을 줄이야!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신세희는 조급해졌다.“엄마! 엄마!”아이는 계속 엄마를 불러댔다.“엄마, 죽으면 안 돼! 엄마 죽으면 유리는 엄마를 잃는 거잖아! 외할머니도 많이 슬퍼하시잖아! 그리고 외삼촌도… 엄마, 강하게 살아남아야 해. 약해지지 마, 엄마… 제발… 살아줘. 나쁜 생각하면 안 돼!”“아빠가 엄마 구하러 갈 거야!”신유리는 서럽게 흐느꼈다.신세희는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 이를 악물었다.그리고 울음이 터지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유리야, 엄마가 약속할게. 엄마 안 죽어. 유리는 집에서 아빠 잘 보살펴 드리고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알았지?”신유리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엄마. 엄마, 강해져야 해. 유리도 강하게 살아서 돌아왔잖아. 유리는 호영 삼촌이 전혀 두렵지 않았어. 냉정하게 생각하고 움직여서 도망 나왔어. 그러니 엄마도 할 수 있어.”여섯 살 아이는 엄마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반호영의 말이 다 사실이라면 지금 선박에 오른 자들의 두목은 부소경을 가장 증오할 사람이었다.게다가 그는 10여년을 칼을 갈며 부소경을 어떻게 고통스럽게 해줄지 고민했을 것이다.신세희는 이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남편에게 알려야 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유리 울지 마. 엄마 이제 괜찮아. 유리도 여기서 탈출했는데 엄마도 당연히 할 수 있어. 유리 동생도 곧 태어나는데 힘내야지. 안 그래?”신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엄마. 나중에 동생 오면 잘 보살펴 줄게.”“유리야, 아빠 바꿔줘.”신세희가 말했다.부소경이 전화를 받았다.“신세희,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전화가 끊겨서 제대로 못 들었는데 지영명이라고 했어?”“10여년 전 도주범 지영명?”신세희는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소
“무슨 중2병도 아니고 여자 하나 때문에 섬을 팔아? 이해할 수가 없군!”“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멍청한 자식! 넌 그 사랑 때문에 네 미래를 망친 거야!”“그런데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지영명은 거만하게 반호영을 비웃었다.그는 처음에 반호영을 공략하기 엄청 어려울 줄 알았다.과거 부소경의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았다.지영명은 구경민이 두렵지 않았지만 부소경이 두려웠다.그가 가장 증오하는 존재도 부소경이었다.평생소원이 부소경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이 섬부터 먹기로 결심하고 5년을 준비했다.그런데 그가 그렇게 눈독들이고 있던 이 섬을 반호영이 먹어 버렸다.그리고 반호영이 먼저 그에게 다가와서 섬을 줄 테니 거래를 하자고 했다.거래 조건도 정말 우스꽝스러웠다.한 달 전, 지영명에게 연락한 반호영은 이렇게 말했다.“내가 남성에 몰래 잠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이 섬을 줄게. 난 그냥 이 섬의 평범한 도민으로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내 제안, 수락할 거야?”그때 지영명은 제 귀를 의심했지만 흔쾌히 대답했다.“그럼! 당연히 수락해야지!”그들은 반호영이 남성까지 잠복한 뒤에야 부소경과 그가 쌍둥이형제라는 사실을 알았다.그러니 당연히 반호영을 살려둘 수 없었다.지영명은 반호영을 바다에서 제거할 생각이었다. 부소경에게 보내는 선전포고라고 볼 수도 있었다.“저 인간을 묶어서 가둬.”지영명이 부하에게 지시했다.“꺼져!”그의 부하들이 반호영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반호영은 괴성을 지르며 건장한 남자들을 때려눕혔다.그는 쉽게 제압당할 사람이 아니었다.그가 이 섬을 포기한데는 이유가 있었다.더 이상 부성웅과 진문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기 싫었다.이 섬을 처음부터 지키고 싶었다면 지영명에게 기회가 돌아갔을 리 없다.그런데 오히려 비천한 도주범 주제에 약속을 깨뜨리다니! 그는 반호영이 섬에 도착하기 전에 바다에서 그를 제거할 계획을 꾸몄다.괘씸하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반호영은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