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말해주고 싶었어. 네 남편은 해외에서 도주 생활을 하는 날에도 그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무기창고를 가지고 있었어. 부소경 개인의 명의로 말이야.”“병장기 뿐만이 아니야 신세희. 총기, 화약, 탄약 무기란 무기는 다 가지고 있었다고. 이제 알겠어?”반호영의 말투에서 짙은 서러움과 질투가 묻어났다.배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오면 오라지.신세희는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반호영이 말하는 무기 창고에 대한 내용은 과거에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신세희는 말없이 반호영을 응시했다.갑자기 이 남자가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짙은 서러움, 질투, 분노, 부러움… 온갖 감정이 뒤섞인 그의 얼굴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똑 같은 18세에 난 대학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은 내가 대학에 가는 걸 반대하셨어. 염치가 없다고 오히려 날 비난하셨지.”“부소경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때, 내 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날 반병신으로 만들까 고민했어. 난 악마의 종이라고 생각하셨거든.”“놈이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할 때, 내 엄마라는 사람은 시도때도 없이 날 꼬집고 때려서 피멍이 들게 만들었어. 조금이라도 싫은 티를 내면 유리조각이 가득한 바닥에 날 무릎 꿇고 벌서게 했지.”“부소경은 어땠지? 엄마가 옆에 있었고 아빠는 적지 않은 생활비를 보내줬어. 좋은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용돈 받은 거로 점점 더 많은 돈을 불려나갔지.”“대기업 오너의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해외에서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구경민이라는 대기업2세와 단짝친구가 되었어!”“그렇게 부소경은 자신의 세력을 조금씩 넓혀갔던 거야. 그만큼 무시무시한 힘이 있었기에 지영명은 조직을 해체하고 해외로 도주할 수밖에 없었어.”“해외로 도망쳐서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지영명을 구경민이 끝까지 쫓아가서 벼랑 끝으로 내몰았어.”“하지만 지영명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지. 구경민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감지한 지영명은 같이
신세희는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부소경과의 전화를 끊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통화 내용을 유리가 듣고 있었을 줄이야!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신세희는 조급해졌다.“엄마! 엄마!”아이는 계속 엄마를 불러댔다.“엄마, 죽으면 안 돼! 엄마 죽으면 유리는 엄마를 잃는 거잖아! 외할머니도 많이 슬퍼하시잖아! 그리고 외삼촌도… 엄마, 강하게 살아남아야 해. 약해지지 마, 엄마… 제발… 살아줘. 나쁜 생각하면 안 돼!”“아빠가 엄마 구하러 갈 거야!”신유리는 서럽게 흐느꼈다.신세희는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 이를 악물었다.그리고 울음이 터지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유리야, 엄마가 약속할게. 엄마 안 죽어. 유리는 집에서 아빠 잘 보살펴 드리고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알았지?”신유리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엄마. 엄마, 강해져야 해. 유리도 강하게 살아서 돌아왔잖아. 유리는 호영 삼촌이 전혀 두렵지 않았어. 냉정하게 생각하고 움직여서 도망 나왔어. 그러니 엄마도 할 수 있어.”여섯 살 아이는 엄마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반호영의 말이 다 사실이라면 지금 선박에 오른 자들의 두목은 부소경을 가장 증오할 사람이었다.게다가 그는 10여년을 칼을 갈며 부소경을 어떻게 고통스럽게 해줄지 고민했을 것이다.신세희는 이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남편에게 알려야 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유리 울지 마. 엄마 이제 괜찮아. 유리도 여기서 탈출했는데 엄마도 당연히 할 수 있어. 유리 동생도 곧 태어나는데 힘내야지. 안 그래?”신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엄마. 나중에 동생 오면 잘 보살펴 줄게.”“유리야, 아빠 바꿔줘.”신세희가 말했다.부소경이 전화를 받았다.“신세희,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전화가 끊겨서 제대로 못 들었는데 지영명이라고 했어?”“10여년 전 도주범 지영명?”신세희는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소
“무슨 중2병도 아니고 여자 하나 때문에 섬을 팔아? 이해할 수가 없군!”“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멍청한 자식! 넌 그 사랑 때문에 네 미래를 망친 거야!”“그런데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지영명은 거만하게 반호영을 비웃었다.그는 처음에 반호영을 공략하기 엄청 어려울 줄 알았다.과거 부소경의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았다.지영명은 구경민이 두렵지 않았지만 부소경이 두려웠다.그가 가장 증오하는 존재도 부소경이었다.평생소원이 부소경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이 섬부터 먹기로 결심하고 5년을 준비했다.그런데 그가 그렇게 눈독들이고 있던 이 섬을 반호영이 먹어 버렸다.그리고 반호영이 먼저 그에게 다가와서 섬을 줄 테니 거래를 하자고 했다.거래 조건도 정말 우스꽝스러웠다.한 달 전, 지영명에게 연락한 반호영은 이렇게 말했다.“내가 남성에 몰래 잠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이 섬을 줄게. 난 그냥 이 섬의 평범한 도민으로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내 제안, 수락할 거야?”그때 지영명은 제 귀를 의심했지만 흔쾌히 대답했다.“그럼! 당연히 수락해야지!”그들은 반호영이 남성까지 잠복한 뒤에야 부소경과 그가 쌍둥이형제라는 사실을 알았다.그러니 당연히 반호영을 살려둘 수 없었다.지영명은 반호영을 바다에서 제거할 생각이었다. 부소경에게 보내는 선전포고라고 볼 수도 있었다.“저 인간을 묶어서 가둬.”지영명이 부하에게 지시했다.“꺼져!”그의 부하들이 반호영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반호영은 괴성을 지르며 건장한 남자들을 때려눕혔다.그는 쉽게 제압당할 사람이 아니었다.그가 이 섬을 포기한데는 이유가 있었다.더 이상 부성웅과 진문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기 싫었다.이 섬을 처음부터 지키고 싶었다면 지영명에게 기회가 돌아갔을 리 없다.그런데 오히려 비천한 도주범 주제에 약속을 깨뜨리다니! 그는 반호영이 섬에 도착하기 전에 바다에서 그를 제거할 계획을 꾸몄다.괘씸하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반호영은 감정
신세희는 불룩 나온 배를 손으로 감싸고는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죽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상대가 말이 없자 신세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배가 궁금해? 맞아. 여기 부소경 애가 들어 있어. 지금 날 죽이면 넌 둘을 죽이는 거야. 그러니 빨리 해. 일타쌍피잖아?”“이리 와! 그 칼로 내 배를 찔러! 나도 사는 게 지긋지긋하던 참이었어.”신세희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았다.지영명까지 배에 올랐으니 결국 어떤 식으로든 죽을 것이다.그러니 더 많은 수모를 당하기 전에 빨리 죽고 싶었다.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지영명을 빤히 바라보았다.지영명은 흠칫하다가 총구를 신세희에게 겨누며 말했다.“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내가 임산부라도 괜찮다고 하면 내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어?”“지영명 이 개자식아!”반호영은 몸을 벌떡 일으키고 지영명을 항해 발을 날렸다.만약 1대1로 붙는다면 지영명은 반호영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반호영 역시 그 참혹한 역사를 겪으며 끝끝내 살아남은 자였다.가만히 있을 때는 그냥 미소년 같은 이미지지만 그가 화나면 누구 하나는 죽어 나간다.아쉽게도 반호영에게는 총이 없었다.그의 발길이 지영명에게 닿기도 전에 지영명의 총탄이 그의 다리에 박혔다.“윽….”반호영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뒹굴었다.그는 지영명 가까이에 굴러가서 두 손으로 지영명의 다리를 꽉 잡고 신세희에게 소리쳤다.“신세희, 도망가! 빨리 도망가! 바다로 뛰어! 뛰면 어떻게든 살 수도 있어. 그러니 빨리 도망가!”탕!총탄이 그의 손목을 명중했다.그리고 또 한 발, 멀쩡한 손목까지 관통했다.“반호영….”신세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아무리 미워도 그는 부소경의 동생이자 그녀에게 정을 주었던 하숙민의 아들이었다.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서 엄마가 죽을 때까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비운의 남자.많은 잘못을 했지만 그래도 신유리와 그녀에게 자상하게 대해줬던 사람이었다.신유리
지영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만삭인 임산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만약에 내가 임신한 자기 처랑 잠자리한 게 부소경 귀에 들어가면 아마 분해서 피를 토하지 않을까?”“어이, 임산부. 어떻게 생각해? 아까 내 질문에 대답도 안 했잖아. 내 파트너가 되는 거 어떻게 생각해?”지영명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미친 소리를 지껄였다.쫓겨서 아프리카로 망명을 간 뒤로 한 번도 고국의 땅을 밟지 못했고 부소경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부소경에 대해 알아본 게 있었다.그는 소문을 통해 부소경에게 기개가 남다른 아내가 있다고 들었다.그리고 부소경이 그 아내를 매우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부소경과 반호영이 동시에 사랑한 여자라면 뭔가 특별한 점이 있을 것이다.솔직히 지영명은 임산부에게 매너를 지키는 인간이 아니었다.반호영은 배에 의사와 의료설비 모든 걸 갖추었다고 말했다.지금 당장 저 배를 가르고 아이를 바다에 던져버릴 수도 있었다.그리고 산후조리를 하게 한 뒤, 노예로 굴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만약 태도가 좋으면 정말 애인처럼 예뻐해 줄 수도 있었다.지영명은 신세희가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그래야 스릴 있었다.그런데 만삭이 된 신세희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 당신 같은 남자가 날 여자로 본다니 내가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나?”이어진 신세희의 말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지영명이라고 했었나? 사실 나 다른 건 몰라도 남자를 유혹하는 방면에서는 아주 뛰어나거든. 지금은 임신해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들보다는 내가 낫다고 자부할 수 있어. 어때? 지금 해볼래?”지영명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소문에 들은 신세희는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한 여자라고 들었다. 그런 성격 때문에 부소경의 눈에 들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이 여자도 다른 여자들과 같이 헤프고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였단 말인가?그가 넋을
신세희는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지영명을 바라보며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이거 미친놈 아니야? 너 돌았어? 나 임신한 여자야. 나랑 결혼하겠다고? 너도 반호영처럼 남의 것을 빼앗아야 직성이 풀리는 종이었어? 자기 애보다 남의 애가 더 좋다는 거야?”신세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지영명과 같이 죽자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던 그녀였다. 어차피 죽을 바에 남편의 적을 제거하고 가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그런데 이 더러운 조폭 새끼가 반호영처럼 변태일 줄은 몰랐다.이게 운명인 걸까?왜 내 인생에는 변태만 꼬이는 거지?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지영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신세희, 난 미치지 않았어. 진심이야.”“넌 내가 널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처음 본 사람한테 결혼하자고 해서 미친놈이라고 생각한 거지?”“그게 아니야.”지영명은 쓴 미소를 지었다.신세희는 저 뻔뻔한 면상에 육두문자를 날려주고 싶었다.그녀는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지영명을 바라보았다.지영명이 말했다.“네 남편은 내 평생 원수야. 그 놈을 제거하려고 돈을 주고 정보를 샀어. 난 한국 땅을 다시 밟은 적은 없지만 네 남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 알아. 그리고 너.”지영명은 자신의 가슴에 박힌 칼을 쓰다듬었다.칼날이 박힌 부위에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내렸지만 그는 인상을 쓰지도, 칼을 뽑지도 않았다.그는 손으로 칼을 쓰다듬으며 신세희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신세희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비열한 조폭 주제에 끈기는 있어 보였다.지영명은 계속해서 말했다.“너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봤어. 예전에 조의찬을 구한다고 싸움에 뛰어든 적 있다면서? 그때도 넌 임신한 상태였어. 그런데 그 팔로 서시언을 위해 칼을 막아주었지. 너 때문에 서시언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어.”“하지만 임신한 너는 마취제도 맞을 수 없어서 멀쩡한 정신으로 봉합수술을 받아야 했지.”“임산부가 아니라 멀쩡한 남자라도 그렇게까지는 못해.”지영명은 얕은 한숨을 토하며
그녀는 뒤돌아서 신세희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우리 오빠 네가 찔렀어? 너 죽고 싶구나?”여자는 주먹을 들어 살벌한 기세로 신세희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세희야, 조심해! 쟤는 악마야!”고통스럽게 바닥을 나뒹굴던 반호영이 소리쳤다.하지만 그녀의 주먹이 신세희에게 닿기 전에 지영명이 동생의 손목을 가로챘다.“지영주! 네 새언니가 될 사람이야! 예의를 갖춰!”새언니?지영주라는 여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신세희를 빤히 보았다.신세희가 이를 갈며 말했다.“지영명! 차라리 날 죽여! 이 악마 같은 놈아!”그녀는 발을 들어 지영명을 걷어찼다.지영명은 그녀의 팔을 잡으며 간곡하게 말했다.“신세희, 너도 그만해. 이러다가 아기까지 다쳐.”“어차피 부소경과 접촉도 안 해본 아이니까 이제부터 이 아이는 내거야! 사내아이든 계집애든 난 내 자식으로 기를 거야!”“꺼져, 이 자식아!”“난 아빠가 없어. 엄마가 나를 홀로 키웠어. 부잣집에서 가정부 일을 하면서 힘들게 키웠어. 그러다가 엄마도 돌아가셨어.”지영명은 처연하게 말했다.“오빠, 그만 얘기해!”지영주가 지영명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서 치료부터 받자.”지영명은 옆에 있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사모님 잘 모시고 있어.”그의 부하들은 곧장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형님!”지영명은 바닥을 뒹구는 반호영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저것도 데려가서 상처 잘 꿰매고 치료받게 해. 난 반호영이 보는 앞에서 신세희랑 결혼식을 올릴 거야!”“네, 형님!”신세희는 멍하니 반호영이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지영명도 안으로 들어가고 그녀는 홀로 갑판에 남았다.그녀의 좌우로 지영명의 부하들이 그녀를 에워쌌다.임산부가 아니라 홀몸이었어도 여기서 도망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절망감이 한순간에 몰려왔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어떻게 해야 빠져나갈 수 있을까?이때,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지영명과 대치 중일 때부터 깜빡이고 있었지만 무음으로 설정했기
서진희가 훌쩍이며 말했다.“세희야, 엄마가 원하는 건 하나뿐이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일단은 살아. 살아야 해, 알겠지?”엄마!나 사는 게 너무 힘들어!신세희는 울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 나는….”“살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 유리한테는 엄마가 필요해! 나를 딸을 먼저 보낸 엄마로 만들지 마! 엄마한테는 너뿐이잖아.”“엄마….”“엄마랑 약속해. 넌 살아남을 수 있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 남아. 알겠지?”서진희는 간곡하게 부탁했다.신세희는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이런 상황에 죽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더 힘들었다.지금은 기회가 없어도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죽음으로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어떻게 될까?평생 방랑자로 세상을 떠돌며 살던 그녀의 엄마.이 나이에 딸을 또 잃게 되면 아마 평생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유리도 마찬가지였다.신세희는 울어서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엄마. 꼭 살아남을게.’서진희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래야 우리 딸이지. 유리 걱정은 하지 마. 엄마가 유리 옆에서 잘 돌볼게.”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엄마. 소경 씨 좀 봐꿔줘.”이때, 옆에 있던 부소경이 전화를 받았다.“신세희, 장모님이 하신 말씀 잘 이해했지? 무조건 살아남아.”“소경 씨… 지영명은 최후의 복수 상대로 당신을 지목할 거예요. 꼭 조심해요.”“내 말 들어. 무조건 살아남아. 내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당신 구하러 갈 거야. 어떤 모습이든, 거기서 무슨 일을 당했든 당신은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아내야. 우리 아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당신은 혼자만 생각해. 알겠지?”“여보….”감동이 몰려왔다.잠시 후,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소경 씨, 나도 여기서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울게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상처를 다 처치한 지영명이 갑판으로 올라왔다.“이만 끊을게요.”그녀가 전화를 끊자마자 지영명은 다가와서 핸드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