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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8화

신세희는 불룩 나온 배를 손으로 감싸고는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죽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상대가 말이 없자 신세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 배가 궁금해? 맞아. 여기 부소경 애가 들어 있어. 지금 날 죽이면 넌 둘을 죽이는 거야. 그러니 빨리 해. 일타쌍피잖아?”

“이리 와! 그 칼로 내 배를 찔러! 나도 사는 게 지긋지긋하던 참이었어.”

신세희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았다.

지영명까지 배에 올랐으니 결국 어떤 식으로든 죽을 것이다.

그러니 더 많은 수모를 당하기 전에 빨리 죽고 싶었다.

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지영명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영명은 흠칫하다가 총구를 신세희에게 겨누며 말했다.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내가 임산부라도 괜찮다고 하면 내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어?”

“지영명 이 개자식아!”

반호영은 몸을 벌떡 일으키고 지영명을 항해 발을 날렸다.

만약 1대1로 붙는다면 지영명은 반호영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반호영 역시 그 참혹한 역사를 겪으며 끝끝내 살아남은 자였다.

가만히 있을 때는 그냥 미소년 같은 이미지지만 그가 화나면 누구 하나는 죽어 나간다.

아쉽게도 반호영에게는 총이 없었다.

그의 발길이 지영명에게 닿기도 전에 지영명의 총탄이 그의 다리에 박혔다.

“윽….”

반호영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뒹굴었다.

그는 지영명 가까이에 굴러가서 두 손으로 지영명의 다리를 꽉 잡고 신세희에게 소리쳤다.

“신세희, 도망가! 빨리 도망가! 바다로 뛰어! 뛰면 어떻게든 살 수도 있어. 그러니 빨리 도망가!”

탕!

총탄이 그의 손목을 명중했다.

그리고 또 한 발, 멀쩡한 손목까지 관통했다.

“반호영….”

신세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미워도 그는 부소경의 동생이자 그녀에게 정을 주었던 하숙민의 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서 엄마가 죽을 때까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비운의 남자.

많은 잘못을 했지만 그래도 신유리와 그녀에게 자상하게 대해줬던 사람이었다.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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