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812화

수화기 너머로 반호영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신세희, 나한테 오는 길은 내가 다 깨끗이 터놓았어. 그래서 언제 올 거야?”

신세희가 물었다.

“유리는?”

반호영은 흔쾌히 그녀의 질문에 응했다.

“유리야, 이리 와서 엄마 전화 좀 받아봐.”

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바꾼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뭐 하고 있어?”

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기분 좋아 보였다.

“유리야, 호영 삼촌네서 재밌게 놀았어?”

신세희는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애써 다정한 목소리로 유리에게 물었다.

신유리가 말했다.

“호영 삼촌네 너무 좋아. 삼촌이 아빠보다 유리를 더 예뻐해 줘. 유리 준다고 변신로봇을 사왔는데 유리보다 엄청 커. 기어서 올라가고 싶은데 못 올라가겠어. 너무 좋아.”

신세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재밌으면 됐어.”

“엄마, 유리 걱정은 하지 마. 호영 삼촌네서 며칠만 더 놀다가 갈게. 엄마랑 아빠가 보고싶으면 그때 다시 연락할게. 걱정할 필요 없어. 여기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아.”

“엄마, 나 로봇이랑 놀래. 이만 끊을게.”

신세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신유리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변신로봇을 향해 달려갔다.

아이의 키를 훌쩍 넘은 커다란 로봇이었다.

신유리는 장난감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 옆에 앉아서 반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삼촌, 앞으로 엄마한테 전화 안 하면 안 돼? 우리 엄마 요즘 잔소리가 너무 많아. 유리는 여기서 더 놀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집으로 오라고 해서 짜증나잖아.”

신유리가 겁을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호영은 자기가 아이를 인질로 부모한테 협박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사실 반호영은 신유리를 무척 사랑했다.

자기가 낳은 아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아이의 요구에 반호영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리야, 삼촌이 집에 전화를 안 하면 엄마가 많이 걱정하실 거야. 너희 엄마 이제 임신 8개월이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