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호영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신유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의 손에 들고 있던 솜사탕이 바닥에 떨어졌다.“선생님, 선생님? 거스름돈 받아가셔야죠.”솜사탕 가게 사장이 소리쳤다.“저리 꺼져!”반호영은 짜증스럽게 발을 들어 사장을 걷어찼다. 명치를 정통으로 맞은 사장은 피를 토하며 바닥을 뒹굴었다.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았다.섬뜩한 눈동자, 마치 악마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오래전에 봤던 범죄영화가 떠올랐다.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즐기는 범인, 반호영의 눈빛이 그 범인을 닮았다.거슬리는 게 있으면 무작정 칼로 찌르고 보는 흉측하고 무자비한 살인자.반호영은 그런 살인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평생 이곳에서 솜사탕을 팔며 누구에게 원한을 진 적도 없는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장은 억울했지만 두려움이 컸다.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하던 중에 남자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어디 간 거야? 삼촌 놀래키지 말고 어서 나와!”“삼촌이랑 있는 게 그렇게 싫었어? 그럼 말해주지 그랬어?”“그럼 삼촌이 얌전히 집에 보내줬을 텐데. 네가 위험에 빠지는 건 싫단 말이야. 유리야….”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솜사탕 사장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잃어버렸으니 화가 날만도 하지.남자는 다급히 그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아이는 어디로 갔을까?불과 몇 분 사이에 아이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 시각, 신유리는 닭장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퀴퀴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진동했지만 아이는 꾹 참았다.유리는 입술을 피나게 깨물며 울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었다.조금만 기척을 내면 반호영이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반호영에게 잡히면 다시는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신유리는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싫어!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해
전화를 한다면 부모님을 빨리 만날 수도 있겠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반호영의 부하들에게 발각될 수도 있었다.신유리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아이가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었다.신유리는 길을 굉장히 잘 기억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여기서 솜사탕을 먹겠다고 조른 건, 솜사탕이 정말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일대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엄선우와 같이 유치원 끝나고 고윤희가 입원한 병원까지 갈 때 자주 지나갔던 길이었다.이 길을 따라 가면 유치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리고 유치원에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6살 신유리는 가장 힘들지만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가는 길에 누군가가 왜 혼자 있냐고 물어볼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아이는 커플이 보이면 그곳을 응시하며 소리치고는 했다.“엄마, 아빠, 같이 가!”하지만 유리는 한참을 가도 유치원에 도착할 수 없었다.피곤하고 배고프고 졸렸다.지나가다가 공중화장실을 발견한 아이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오래 잘 수는 없었다. 신유리는 조금만 자고 체력을 보충한 뒤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그렇게 오후내내 걸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유치원에 도착하지 못했다.하지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점점 기대감이 부풀었다.만약 신유리가 이 시간에 집에 연락했더라면 부모님은 절대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기에 아이는 너무 어렸다.아이는 어른들의 추악한 심리를 잘 알지 못했다.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했다.그래서 부모님이 지금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한 시간 전,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다.불길한 느낌에 부부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마지막으로 다시 통화를 시도했을 때, 반호영이 받았다.신세희는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무너져내렸다.“반호영! 그만해, 제발…. 네가 원하는 거 다 들어줄 테니까 유리 어디 있어
전화를 끊은 뒤, 신세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소경 씨, 내가 없어도 끼니 잘 챙겨 먹고 버텨줘요.”“나 믿죠? 난 무사할 거예요. 유리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올게요. 그리고 배 속의 이 아이까지. 우리 셋 다 무사할 거예요. 6년이나 도망다니면서 무사했잖아요. 절대 죽지는 않을 거예요.”“우리 아이 다치지 않게 조심할게요. 난 강한 엄마니까요.”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절망감, 무기력감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딸이 놈의 손에 잡혔는데 그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반호영이 만약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개처럼 짖으라면 서슴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8년 전, 어머니가 갇혔을 때, 형들이 그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을 때도 그는 개처럼 짖었다.이제 만삭이 된 아내가 딸을 구하러 가겠다고 나섰다.“약속해.”남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이들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살아야 해. 내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구하러 갈게.”“그거 알아? 만약 반호영이 다른 사람을 납치했더라면 그게 누구라도 당신을 보내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유리는 우리 딸이잖아….”“반호영이 그룹 전체를 달라고 했으면 줬을 거야. 그런데 유리… 이제 6살밖에 안 된 유리가 잡혀 있어서 난 아무것도….”“알아요, 여보. 다 알아요.”“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죠. 아무도 우릴 도울 수 없어요. 경호원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해요! 그러니 우리가 흐트러지면 안 돼요. 살아남을 거예요. 보란듯이 살아남아서 무사히 당신의 품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리고 우리 엄마….”신세희는 하숙민을 떠올렸다.“어머님이 하늘에서 지켜주실 거예요. 사실 우리 만나고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이겨냈잖아요.”“반호영은 악마가 아니에요. 어머님의 또다른 아들이죠. 내가 반호영의 마음을 돌려볼게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여보 나는….”신세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애처
남성의 왕이라 불리던 남자가 여자 앞에서 울고 있다.신세희는 남편의 품을 벗어나 가방을 들고 뒤돌아섰다.“세희야.”아래층에서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오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소경은 차창에 이마를 기대고 묵묵히 입술만 깨물었다.그는 속으로 수십번을 되뇌었다.나 믿어줘, 신세희.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너희를 데리고 나올 거야. 당신이 가야 유리가 살 수 있어. 유리 만나면 어떻게든 나한테 연락을 줘. 내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찾으러 갈게.F그룹 전체를 팔아서라도 당신과 유리 데리고 나올게.신세희가 떠났다.부소경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잠시 후, 엄선우가 다가와서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배에 오르는 모습 확인했습니다.”부소경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유리는 봤어?”엄선우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그래도 유리를 그렇게 예뻐하던 사람이니까 아이한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항상 사모님과 유리 셋이 같이 살기를 바랐던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사모님은 만삭인 몸이니 출산하기 전까지는 사모님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최소 한달 사이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그러니까 대표님….”엄선우는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부소경이 그의 말을 잘랐다.“한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도 세희랑 유리 구출해야 돼! 그룹 전체의 자금을 끌어다 써서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어!”“대표님.”엄선우가 다시 그를 불렀다.“또 무슨 일이지?”부소경의 목소리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회장님 전담 운전기사가 대표님 한번 뵙자고 하네요. 회장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고….”“그 기사 어디 있어?”부소경이 물었다.“밖에 있다고 하네요.”엄선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죽여 버려!”부소경이 말했다.“죽여 버리라고!”엄선우는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두 시간쯤 지나서 돌아온 엄선우는 건조한 목소리로 부소경에게 보고했다.“잘 마무리했습니
“아빠, 나 대단하지 않아?”신유리가 부소경의 품을 파고들었다.“냄새가 심하지? 닭장에 숨어 있다가 와서 그래. 졸려서 화장실 들어가서 잠도 자고 그래서 냄새가 심할 거야. 그런데 유리 배고파! 배고프고 힘든데 아무한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어! 지나가는 사람이 다 사기꾼으로 보였어!”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도 유리 속였잖아. 할아버지는 자기가 아빠의 아빠니까 나를 아주 사랑한다고 해놓고… 앞으로는 다시 할아버지 안 믿을 거야!”“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어! 유리는 길을 잘 기억하는 똑똑한 어린이니까!”“더 일찍 올 수도 있었는데 유치원까지 오는 길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유치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오느라 늦었아.”“아빠, 왜 그래? 왜 멍하니 있어? 너무 기뻐서 넋이 나간 거야? 아빠, 그런 표정 짓지 마. 무서워….”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신유리는 작은 손으로 아빠의 얼굴을 감싸고 찰싹찰싹 때렸다.하지만 그의 아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신유리는 엄선우에게 고개를 돌렸다.엄선우도 상태가 비슷했다.신유리는 거실에 있는 가정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도 우두커니 신유리만 바라볼 뿐이었다.“아빠!”유리가 큰소리로 소리쳐서야 부소경은 정신을 차렸다.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칠 사이에 핸드폰 액정만 몇 번 갈았는지 모른다.“소경아, 소경아!”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유리 돌아온 거야? 유리 돌아온 거지? 빨리 말해봐! 소경아!”부소경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뒤돌아서 딸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유리 맞아? 돌아온 거야? 나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니지?”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나 발 아파. 족욕 시켜줘.”“이거 꿈 아니지? 유리야, 아파?”말을 마친 부소경은 아이의 통통한 볼을 꼬집었다.“아파, 아빠!”신유리가 비명을 질렀다.부소경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꿈 아니었네!”“아니다. 이건 아닌가? 날 꼬집어야 맞나?”말을 마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엄마는?”부소경은 멍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왜 이렇게까지 잔인한 걸까?벌을 받고 있는 걸까?이복형제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은 자신을 하늘이 벌하는 걸까?아니면 엄마를 지키지 못한 그를 벌하는 걸까?그것도 아니면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효를 다하지 않아서 벌을 받고 있는 걸까?하지만 그게 부소경을 탓할 수 있는 일이던가?그가 이복형제들을 죽이지 않았으면 부소경은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동생을 먼저 공격한 건, 이복형들이었다. 부소경은 반격을 했을 뿐이다.엄마는?그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보살폈다. 신세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벌을 내리는 걸까?만삭이 된 몸으로 스스로 인질이 되어 범인의 소굴에 들어가다니!왜 이런 식으로 그를 자꾸 벼랑으로 내모는 걸까?그는 순간적으로 본가에 있는 모두를 쓸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아버지? 새엄마?할아버지? 할머니?그들의 고집과 자기주장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원한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그의 엄마는 건축 디자인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고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그와 반호영, 서로를 증오하는 쌍둥이형제는 세상에 태어날 필요도 없었다.이 모든 발단의 시작이 본가였다.모든 원죄는 본가에서 시작되었다.부소경은 주먹을 피나도록 불끈 쥐었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세희의 번호였다. 아직 핸드폰을 끄지 않은 걸까?부소경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신세희?”수화기 너머로 신세희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살아갈 용기를 잃었다.단호하게 반호영의 배에 타기로 한 건 신유리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리는 그 배에 타지 않았다.신세희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애써 버텨오던 멘탈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만삭인 여자는 큰 배를 붙잡고 갑판에서 통곡했다.반호영이 그녀를 달래려고 다가왔지만 그녀는 그의 얼굴을 손톱으로 잡아뜯었다.“미안해, 세희야.
신세희가 울음을 멈추었다.“뭐… 뭐라고 했어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그녀는 귀를 의심했다.운명의 장난인 걸까?“우리 딸이 스스로 집을 찾아 돌아왔어.”부소경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딸이… 혼자 돌아왔다고.”신세희는 한참을 말을 할 수 없었다.부소경의 구슬픈 흐느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소경 씨….”한참이 지난 뒤,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리가 무사히 돌아갔다니 안심이네요. 유리 잘 보살펴 줘요. 그리고… 좋은 여자 만나서….”“그런 말하지 마! 신세희,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곧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이상한 말하지 마!”분노한 부소경이 으르렁거렸다.옆에 있던 반호영도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유리가 부소경의 곁으로 돌아갔다.반호영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처음부터 아이가 그에게 보여줬던 호감은 모두 진심이 아니었다. 그건 그저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이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젠장!그 순간 반호영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신세희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다가가서 신세희를 품에 안고 절절하게 말했다.“신세희, 극단적인 생각하지 마! 그러면 안 돼! 배속의 아이를 봐서라도, 유리를 위해서라도 살아야지. 유리가 아빠 곁으로 돌아갔다잖아. 네가 바라던 거 아니야?”신세희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반호영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신세희는 반호영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애원했다.“반호영… 나 돌려보내 줄 수 있어? 내 남편, 내 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어?”“아니!”반호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하!”신세희가 냉소를 터뜨렸다.반호영이 다급히 말했다.“그 인간은 너 사랑하지 않아! 정신 차려, 신세희! 네가 만삭이 될 때까지 부소경은 뭐 했지? 널 보살피지도, 유리를 보살피지도 않았어! 그 인간이 신경을 조금만 더 썼어도 내가 유리를 납치할 수 있었을까?”“아예 접근도 하지 못했을 거야!”신세희는 그 질문에
진솔하면서도 비굴한 태도.신세희는 갑자기 분노가 사그라졌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알았어. 반호영, 널 미워하지 않을게.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을 막지도 마. 어차피 유리가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갔으니 된 거야. 둘째가 배 속에 있지만 아직 그 사람은 만나지 못했으니까 정이 들지는 않았을 거야.”“소경 씨 옆에는 유리가 있으니까. 둘이 의지하면서 살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여. 그러니까 반호영, 날 막지 마. 나 정말 살고 싶지 않아. 지쳤어.”담담하지만 단호한 말투였다.그녀는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반호영은 시퍼런 대낮에 남성에 진입해서 부소경이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납치했다. 그랬다는 건 그의 배후에 그를 도와주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였다.예를 들자면 부성웅 부부, 그리고 서울에 있는 구성훈.모르긴 해도 이미 해외 세력과 연합했을 지도 모른다.그게 아니라면 반호영이 아무도 모르게 남성에 잠입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신세희의 추측이 맞다면 다시 돌아가도 결국 또 위험에 처할 거라는 얘기였다.그리고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부소경 성격에 그룹을 제물로 바치더라도 그녀를 구출하려 할 것이다.하지만 그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무슨 수로 먹고 살지?그러다가 도중에 부소경이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유리는 누가 돌볼까?아이는 고아가 될 것이다.“안 돼!”신세희는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쌌다.사랑하는 유리를 고아로 만들 수는 없었다.고작 6세, 아직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아이.동년의 절반 이상을 도주 생활을 하며 살았다. 아빠 옆으로 돌아온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을 희생하고 배속의 아이를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유리의 미래를 지켜야 했다.그래서 신세희는 죽기로 결심했다.“반호영, 날 좀 죽게 내버려 둬. 그래야 너, 그리고 소경 씨 사이의 모든 오해와 원한이 풀릴 거야!”“날 돌려보내면 네 형은 평생 널 원수로 생각할 거야. 소경 씨 성격에 널 가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