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뒤, 신세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소경 씨, 내가 없어도 끼니 잘 챙겨 먹고 버텨줘요.”“나 믿죠? 난 무사할 거예요. 유리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올게요. 그리고 배 속의 이 아이까지. 우리 셋 다 무사할 거예요. 6년이나 도망다니면서 무사했잖아요. 절대 죽지는 않을 거예요.”“우리 아이 다치지 않게 조심할게요. 난 강한 엄마니까요.”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절망감, 무기력감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딸이 놈의 손에 잡혔는데 그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반호영이 만약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개처럼 짖으라면 서슴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8년 전, 어머니가 갇혔을 때, 형들이 그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을 때도 그는 개처럼 짖었다.이제 만삭이 된 아내가 딸을 구하러 가겠다고 나섰다.“약속해.”남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이들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살아야 해. 내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구하러 갈게.”“그거 알아? 만약 반호영이 다른 사람을 납치했더라면 그게 누구라도 당신을 보내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유리는 우리 딸이잖아….”“반호영이 그룹 전체를 달라고 했으면 줬을 거야. 그런데 유리… 이제 6살밖에 안 된 유리가 잡혀 있어서 난 아무것도….”“알아요, 여보. 다 알아요.”“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죠. 아무도 우릴 도울 수 없어요. 경호원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해요! 그러니 우리가 흐트러지면 안 돼요. 살아남을 거예요. 보란듯이 살아남아서 무사히 당신의 품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리고 우리 엄마….”신세희는 하숙민을 떠올렸다.“어머님이 하늘에서 지켜주실 거예요. 사실 우리 만나고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이겨냈잖아요.”“반호영은 악마가 아니에요. 어머님의 또다른 아들이죠. 내가 반호영의 마음을 돌려볼게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여보 나는….”신세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애처
남성의 왕이라 불리던 남자가 여자 앞에서 울고 있다.신세희는 남편의 품을 벗어나 가방을 들고 뒤돌아섰다.“세희야.”아래층에서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오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소경은 차창에 이마를 기대고 묵묵히 입술만 깨물었다.그는 속으로 수십번을 되뇌었다.나 믿어줘, 신세희.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너희를 데리고 나올 거야. 당신이 가야 유리가 살 수 있어. 유리 만나면 어떻게든 나한테 연락을 줘. 내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찾으러 갈게.F그룹 전체를 팔아서라도 당신과 유리 데리고 나올게.신세희가 떠났다.부소경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잠시 후, 엄선우가 다가와서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배에 오르는 모습 확인했습니다.”부소경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유리는 봤어?”엄선우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그래도 유리를 그렇게 예뻐하던 사람이니까 아이한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항상 사모님과 유리 셋이 같이 살기를 바랐던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사모님은 만삭인 몸이니 출산하기 전까지는 사모님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최소 한달 사이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그러니까 대표님….”엄선우는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부소경이 그의 말을 잘랐다.“한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도 세희랑 유리 구출해야 돼! 그룹 전체의 자금을 끌어다 써서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어!”“대표님.”엄선우가 다시 그를 불렀다.“또 무슨 일이지?”부소경의 목소리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회장님 전담 운전기사가 대표님 한번 뵙자고 하네요. 회장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고….”“그 기사 어디 있어?”부소경이 물었다.“밖에 있다고 하네요.”엄선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죽여 버려!”부소경이 말했다.“죽여 버리라고!”엄선우는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두 시간쯤 지나서 돌아온 엄선우는 건조한 목소리로 부소경에게 보고했다.“잘 마무리했습니
“아빠, 나 대단하지 않아?”신유리가 부소경의 품을 파고들었다.“냄새가 심하지? 닭장에 숨어 있다가 와서 그래. 졸려서 화장실 들어가서 잠도 자고 그래서 냄새가 심할 거야. 그런데 유리 배고파! 배고프고 힘든데 아무한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어! 지나가는 사람이 다 사기꾼으로 보였어!”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도 유리 속였잖아. 할아버지는 자기가 아빠의 아빠니까 나를 아주 사랑한다고 해놓고… 앞으로는 다시 할아버지 안 믿을 거야!”“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어! 유리는 길을 잘 기억하는 똑똑한 어린이니까!”“더 일찍 올 수도 있었는데 유치원까지 오는 길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유치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오느라 늦었아.”“아빠, 왜 그래? 왜 멍하니 있어? 너무 기뻐서 넋이 나간 거야? 아빠, 그런 표정 짓지 마. 무서워….”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신유리는 작은 손으로 아빠의 얼굴을 감싸고 찰싹찰싹 때렸다.하지만 그의 아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신유리는 엄선우에게 고개를 돌렸다.엄선우도 상태가 비슷했다.신유리는 거실에 있는 가정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도 우두커니 신유리만 바라볼 뿐이었다.“아빠!”유리가 큰소리로 소리쳐서야 부소경은 정신을 차렸다.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칠 사이에 핸드폰 액정만 몇 번 갈았는지 모른다.“소경아, 소경아!”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유리 돌아온 거야? 유리 돌아온 거지? 빨리 말해봐! 소경아!”부소경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뒤돌아서 딸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유리 맞아? 돌아온 거야? 나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니지?”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나 발 아파. 족욕 시켜줘.”“이거 꿈 아니지? 유리야, 아파?”말을 마친 부소경은 아이의 통통한 볼을 꼬집었다.“아파, 아빠!”신유리가 비명을 질렀다.부소경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꿈 아니었네!”“아니다. 이건 아닌가? 날 꼬집어야 맞나?”말을 마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엄마는?”부소경은 멍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왜 이렇게까지 잔인한 걸까?벌을 받고 있는 걸까?이복형제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은 자신을 하늘이 벌하는 걸까?아니면 엄마를 지키지 못한 그를 벌하는 걸까?그것도 아니면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효를 다하지 않아서 벌을 받고 있는 걸까?하지만 그게 부소경을 탓할 수 있는 일이던가?그가 이복형제들을 죽이지 않았으면 부소경은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동생을 먼저 공격한 건, 이복형들이었다. 부소경은 반격을 했을 뿐이다.엄마는?그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보살폈다. 신세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벌을 내리는 걸까?만삭이 된 몸으로 스스로 인질이 되어 범인의 소굴에 들어가다니!왜 이런 식으로 그를 자꾸 벼랑으로 내모는 걸까?그는 순간적으로 본가에 있는 모두를 쓸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아버지? 새엄마?할아버지? 할머니?그들의 고집과 자기주장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원한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그의 엄마는 건축 디자인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고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그와 반호영, 서로를 증오하는 쌍둥이형제는 세상에 태어날 필요도 없었다.이 모든 발단의 시작이 본가였다.모든 원죄는 본가에서 시작되었다.부소경은 주먹을 피나도록 불끈 쥐었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세희의 번호였다. 아직 핸드폰을 끄지 않은 걸까?부소경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신세희?”수화기 너머로 신세희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살아갈 용기를 잃었다.단호하게 반호영의 배에 타기로 한 건 신유리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리는 그 배에 타지 않았다.신세희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애써 버텨오던 멘탈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만삭인 여자는 큰 배를 붙잡고 갑판에서 통곡했다.반호영이 그녀를 달래려고 다가왔지만 그녀는 그의 얼굴을 손톱으로 잡아뜯었다.“미안해, 세희야.
신세희가 울음을 멈추었다.“뭐… 뭐라고 했어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그녀는 귀를 의심했다.운명의 장난인 걸까?“우리 딸이 스스로 집을 찾아 돌아왔어.”부소경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딸이… 혼자 돌아왔다고.”신세희는 한참을 말을 할 수 없었다.부소경의 구슬픈 흐느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소경 씨….”한참이 지난 뒤,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리가 무사히 돌아갔다니 안심이네요. 유리 잘 보살펴 줘요. 그리고… 좋은 여자 만나서….”“그런 말하지 마! 신세희,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곧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이상한 말하지 마!”분노한 부소경이 으르렁거렸다.옆에 있던 반호영도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유리가 부소경의 곁으로 돌아갔다.반호영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처음부터 아이가 그에게 보여줬던 호감은 모두 진심이 아니었다. 그건 그저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이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젠장!그 순간 반호영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신세희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다가가서 신세희를 품에 안고 절절하게 말했다.“신세희, 극단적인 생각하지 마! 그러면 안 돼! 배속의 아이를 봐서라도, 유리를 위해서라도 살아야지. 유리가 아빠 곁으로 돌아갔다잖아. 네가 바라던 거 아니야?”신세희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반호영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신세희는 반호영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애원했다.“반호영… 나 돌려보내 줄 수 있어? 내 남편, 내 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어?”“아니!”반호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하!”신세희가 냉소를 터뜨렸다.반호영이 다급히 말했다.“그 인간은 너 사랑하지 않아! 정신 차려, 신세희! 네가 만삭이 될 때까지 부소경은 뭐 했지? 널 보살피지도, 유리를 보살피지도 않았어! 그 인간이 신경을 조금만 더 썼어도 내가 유리를 납치할 수 있었을까?”“아예 접근도 하지 못했을 거야!”신세희는 그 질문에
진솔하면서도 비굴한 태도.신세희는 갑자기 분노가 사그라졌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알았어. 반호영, 널 미워하지 않을게.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을 막지도 마. 어차피 유리가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갔으니 된 거야. 둘째가 배 속에 있지만 아직 그 사람은 만나지 못했으니까 정이 들지는 않았을 거야.”“소경 씨 옆에는 유리가 있으니까. 둘이 의지하면서 살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여. 그러니까 반호영, 날 막지 마. 나 정말 살고 싶지 않아. 지쳤어.”담담하지만 단호한 말투였다.그녀는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반호영은 시퍼런 대낮에 남성에 진입해서 부소경이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납치했다. 그랬다는 건 그의 배후에 그를 도와주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였다.예를 들자면 부성웅 부부, 그리고 서울에 있는 구성훈.모르긴 해도 이미 해외 세력과 연합했을 지도 모른다.그게 아니라면 반호영이 아무도 모르게 남성에 잠입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신세희의 추측이 맞다면 다시 돌아가도 결국 또 위험에 처할 거라는 얘기였다.그리고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부소경 성격에 그룹을 제물로 바치더라도 그녀를 구출하려 할 것이다.하지만 그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무슨 수로 먹고 살지?그러다가 도중에 부소경이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유리는 누가 돌볼까?아이는 고아가 될 것이다.“안 돼!”신세희는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쌌다.사랑하는 유리를 고아로 만들 수는 없었다.고작 6세, 아직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아이.동년의 절반 이상을 도주 생활을 하며 살았다. 아빠 옆으로 돌아온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을 희생하고 배속의 아이를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유리의 미래를 지켜야 했다.그래서 신세희는 죽기로 결심했다.“반호영, 날 좀 죽게 내버려 둬. 그래야 너, 그리고 소경 씨 사이의 모든 오해와 원한이 풀릴 거야!”“날 돌려보내면 네 형은 평생 널 원수로 생각할 거야. 소경 씨 성격에 널 가만
갑작스러운 굉음에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귀부터 막았다.반호영도 움찔거리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귀를 막아주었다.신세희는 기를 쓰고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저리 꺼져!”그나마 반호영에게 느꼈던 측은지심도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었다.그녀는 이토록 질기게 달라붙는 반호영이 가증스러웠다.둘째 임신하고 이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남편과 생이별을 하게 만들었다. 손에 칼만 있었더라면 그녀는 서슴없이 그의 가슴을 찔렀을 것이다.그런데 배에서 반호영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바다를 바라보았다.저 먼 지평선에서 배 한척이 갑자기 나타났다. 지금 타고 있는 배보다 더 큰 배였다.갑판에서 누군가가 커다란 확성기를 들고 그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해적선 같은 광경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신세희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반호영에게 물었다.반호영은 전방을 물끄러미 주시하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지영명 이 빌어먹을 자식이! 약속을 어겼어. 섬까지 내주었는데 약속을 어기다니! 망할 자식!”“지영명이 누군데?”신세희가 물었다.그제야 반호영은 실속을 털어놓았다.“10여년 전에 서울에서 꽤 잘나가는 귀족 가문의 자제였는데 나중에 회사가 나락가면서 집이 망했어. 그때 지영명 나이가 고작 18세였는데 지원금은 받기 자존심 상하다고 스스로 조직을 만든 놈이야.”“강도였네!”신세희는 냉소를 머금었다.반호영이 말했다.“지영명은 조용히 세력을 넓혀 나갔어. 나중에는 서울에 있는 고위 관원이나 기업가들도 놈의 눈치를 보게 되었지. 그렇게 여기저기 보호세를 뜯어내고 다니다가 구경민이랑 부소경이 연합해서 놈들을 해산시켜 버렸어.”“소경 씨?”신세희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반호영, 이간질하지 마. 소경 씨랑 조폭이 무슨 상관인데?”“10여년 전이면 소경 씨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 때야. 네 엄마도 그렇고. 두 사람은 해외에서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
“그냥 말해주고 싶었어. 네 남편은 해외에서 도주 생활을 하는 날에도 그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무기창고를 가지고 있었어. 부소경 개인의 명의로 말이야.”“병장기 뿐만이 아니야 신세희. 총기, 화약, 탄약 무기란 무기는 다 가지고 있었다고. 이제 알겠어?”반호영의 말투에서 짙은 서러움과 질투가 묻어났다.배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오면 오라지.신세희는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반호영이 말하는 무기 창고에 대한 내용은 과거에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신세희는 말없이 반호영을 응시했다.갑자기 이 남자가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짙은 서러움, 질투, 분노, 부러움… 온갖 감정이 뒤섞인 그의 얼굴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똑 같은 18세에 난 대학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은 내가 대학에 가는 걸 반대하셨어. 염치가 없다고 오히려 날 비난하셨지.”“부소경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때, 내 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날 반병신으로 만들까 고민했어. 난 악마의 종이라고 생각하셨거든.”“놈이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할 때, 내 엄마라는 사람은 시도때도 없이 날 꼬집고 때려서 피멍이 들게 만들었어. 조금이라도 싫은 티를 내면 유리조각이 가득한 바닥에 날 무릎 꿇고 벌서게 했지.”“부소경은 어땠지? 엄마가 옆에 있었고 아빠는 적지 않은 생활비를 보내줬어. 좋은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용돈 받은 거로 점점 더 많은 돈을 불려나갔지.”“대기업 오너의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해외에서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구경민이라는 대기업2세와 단짝친구가 되었어!”“그렇게 부소경은 자신의 세력을 조금씩 넓혀갔던 거야. 그만큼 무시무시한 힘이 있었기에 지영명은 조직을 해체하고 해외로 도주할 수밖에 없었어.”“해외로 도망쳐서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지영명을 구경민이 끝까지 쫓아가서 벼랑 끝으로 내몰았어.”“하지만 지영명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지. 구경민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감지한 지영명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