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571 - 챕터 1580

2823 챕터

제1571화

타이어와 지면이 마찰하는 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렸다.하지만 구경민은 사람을 보내 그를 쫓지 않았다.이곳에서 조금만 세력을 갖췄다 하는 사람들이면 고윤희를 죽도록 괴롭혔다. 조금 전에 그 어린 열여덟 살짜리 소녀도 그렇게 애원했지만 고윤희는 그녀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오히려 고윤희는 늙은 주대규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권고했다.그렇다는 건 주대규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다는 것을 설명했다.구경민은 담담한 눈빛으로 고윤희를 바라보다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물었다.“저 사람은 당신에게 은혜를 베풀었나 봐?”고윤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구경민 씨, 백해시에서 나한테 잘해준 사람은 없어. 조금 전 그 여자애가 몰래 나한테 빵을 가져다준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들이 먹다 남은 말라 비틀어진 빵이었지. 이상한 생각하지 마. 아무도 나한테 잘해주지 않았어. 어차피 죽을 거 무고한 사람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한결 평온해진 말투로 말했다.“당신이 나를 학대했던 인간들을 산에 묻어버리려 한다는 거 들었어. 하지만 난 왜 그러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어. 어차피 나도 죽을 텐데 이유라도 좀 알고 죽으면 안 될까?”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됐어. 이제 와서 이런 얘기가 무슨 소용이라고. 어차피 내가 이렇게 말해도 당신은 들어주지 않을 거잖아. 당신 마음대로 해.”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구경민에게서 시선을 돌렸다.구경민은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윤희야,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믿어줄 거야? 20일 전에 해만현을 떠날 때, 당신과 한진수 씨를 축복하겠다는 말은 진심이었어.”“정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경이에게 맡기고 평생 너희 가족들 주변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했어. 최여진이 당신에게 그런 짓을 할 줄은 나도 몰랐어.”“다 내가 소홀해서 벌어진 일이야. 이건 내 실수야. 이 실수 때문에 난 죄책감에 매일 밤 시달렸어. 내가 경솔해서 당신이 그 고생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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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임신 2개월 차인 신세희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도망다니던 시절, 그녀는 임신한 몸으로 서시언까지 돌보느라 안 해본 일이 없었다.남자들도 가기 싫어하는 공사장에서 가장 힘들고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가 끝난 뒤에는 비를 맞으며 도로 공사장으로 일하러 달려가서 밤을 새워 일했다.그날 밤, 신세희는 하루만에 40만원을 받았다.서시언의 약을 사고도 아이를 위해 한달 치 분유까지 살 수 있는 돈이었다.그때 그녀는 너무 기뻤다.집으로 돌아가자 서시언이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에게 말했다.“세희야! 그러다가 앞으로 애기 못 가질 수도 있어!”하지만 신세희는 개의치 않았다.“오빠, 아이 못 가져도 괜찮아. 어차피 결혼할 생각도 없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질 일도 없는데 뭘. 내가 애를 또 왜 낳아? 괜찮아.”6년 전에 그녀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6년 뒤의 지금 그녀와 부소경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둘째를 낳으려고 꽤 신경을 많이 썼다.하지만 1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신세희가 예전에 몸을 너무 혹사하면서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게 이유라는 것은 둘 다 알고 있었다.부소경은 그녀가 의기소침해할 때마다 그녀를 위로했다.“어차피 우리한테는 유리 하나만 있어도 만족해. 너무 조급해하지 마.”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둘째가 생긴 것이다.처음 산부인과에 방문했을 때, 산부인과 의사가 말했다.“사모님은 신체가 많이 허약하셔서 자연 유산될 수도 있어요.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려면 집에서 푹 쉬어야 합니다. 격렬한 운동은 절대 하면 안 되고 야근도 안 돼요.”“식단에 신경 쓰고 몸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해야 해요. 너무 피곤해도 안 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안 돼요.”이런저런 제약이 걸리자 신세희는 헛웃음만 나왔다.하지만 의사가 한마디 덧붙였다.“좋기는 안정되기 전까지는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시는 게 가장 좋아요.”그 뒤로 부소경은 신세희를 침대에 묶어 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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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주광수는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사모님, 길게 말할 시간이 없어요. 고윤희 씨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아요. 우리 대표님은 빨리 고윤희 씨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시는데 고윤희 씨가 말을 듣지 않아요. 제발 좀 설득해 주세요.”“고윤희 씨가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그렇다는 건 알아요. 그러니 사모님께서 고윤희 씨를 좀 설득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제 임신 5개월이나 된 임산부가 거리 생활을 하는 건 무리예요….”다급하고 간절한 말투였다.설명하는데 불과 1분도 초과하지 않았지만 신세희는 단번에 상황을 알아들었다.그녀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했다.“일단 알았어요. 바로 구경민 씨한테 전화할게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난 4개월 동안 구경민은 고윤희를 찾는 일에 모든 정력과 시간을 매진했다. 그의 죄책감,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신세희도 옆에서 보아서 알고 있었다. 그녀도 고윤희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고 싶었으나 고윤희가 진짜 사랑을 찾았다고 해서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고윤희를 설득해서 데려오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윤희가 울먹이자 신세희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언니….”고윤희가 울며 말했다.“세희 씨, 정말 미안해요. 며칠 전까지는 돈이 있었는데… 그래서 세희 씨한테 빌린 돈 꼭 갚고 싶었거든요. 조금만 수입이 안정되고 식당도 자리를 잡으면 기쁜 소식을 전하고 돈도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신세희는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언니, 많이 힘든 것 같아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 믿고 말해줘요. 무슨 일이 있든 저는 항상 언니 편이고 언니를 도울 거예요!”고윤희는 그 말을 듣고 구슬피 울었다.마치 길을 잃은 아이가 천신만고 끝에 부모님을 다시 만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그녀는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았고 아무 감정 없는 목각 인형처럼 굴지 않았다.그녀는 구슬픈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세희 씨,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죽었어요.”신세희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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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구경민은 그제야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연하지. 윤희야.”그는 첫사랑을 처음 만난 스무 살 소년처럼 해맑게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사실 구경민은 3일이나 양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윤희야, 나랑 집에 가자. 당신 벌써 임신 5개월이야. 앞으로 몸은 점점 무거워질 텐데 집으로 돌아가면 왕처럼 모실게. 앞으로 내가 당신을 보살필 거야.”구경민은 아주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고윤희를 바라보았다.그는 주대규가 그녀에게 어떻게 했는지도 묻지 않았다.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고윤희의 몸이 더럽혀졌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는 자신의 질문이 그녀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낼까 봐 두려웠다.구경민은 양팔을 벌려 고윤희를 품에 안았다. 여자의 부풀어 오른 배가 느껴지자 구경민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아이.앞으로 그도 친우인 부소경처럼 아빠가 되는 것이다.유리처럼 영리하면서도 까칠한 말괄량이 소녀가 되어 아빠를 괴롭힐까?구경민은 행복에 취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윤희야, 이제 돌아가자.”하지만 고윤희는 단호한 표정으로 그를 밀쳐냈다.구경민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윤희야….”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우리 어머니는?”구경민이 웃으며 말했다.“이미 사람을 보내서 한진수 씨 어머니를 찾고 있어. 찾기만 하면 가장 괜찮은 요양시설에 보내드리고 평생 그분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할 거야.”고윤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랬구나….”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다시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나를 죽이려고 열심히 찾아다닌 게 아니야? 나를 노리개처럼 부리려고 쫓아온 게 아니라 세희 씨가 말한 것처럼 나를 데려다가 보살피려고 그런 거야?”“윤희야, 나도 사람이야. 우린 7년을 함께했어. 내가 언제 무고한 사람한테 해코지하는 거 봤어? 나랑 상관없는 사람한테도 하지 않았던 잔인한 짓을 내 옆을 7년이나 지킨 당신한테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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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당신은 그런 나를 다시 받아줄 거야?”구경민은 그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윤희가 웃으며 말했다.“사실 용서라고 할 것도 없어. 우린 그냥 헤어진 순간 이미 끝났어. 당신이 악마였다면 그래서 나한테 당신에게 반항할 힘이 없었다면 당연히 당신과 함께 돌아갔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그랬잖아. 당신은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당신은 진심으로 나를 찾고 있었을 뿐이라고. 그럼 이제 말해줄게. 우린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영원히 못 돌아가. 난 정말 힘들었어. 피곤해.”“나 이제 서른 다섯이야. 스무 살 소녀가 아니라고. 나는 다시는 그 어떤 풍파도 겪고 싶지 않아. 살아서 아이를 낳고 늙은 어머니를 보살피며 평생 밥을 빌어먹으면서 살아가더라도 그런 생활이 더 행복할 거야.”“나는 처음부터 당신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잖아. 당신 가족들, 그리고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당신까지 아무도 우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이제야 알았어. 난 처음부터 불행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 거야.”“서울 구 대표님, 서울을 쥐락펴락하는 남자… 그런 사람이랑 나는 어울리지 않아.”“그러니 돌아가, 경민 씨. 당신을 용서했어. 앞으로 미워하지 않을게. 하지만 당신과 돌아가지는 않을 거야.”말을 마친 고윤희는 천천히 별장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느리고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였다.그녀는 여전히 초라한 옷차림으로 조심스럽게 배를 감싸고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구경민은 울고만 싶어졌다.그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윤희야, 나한테 한 번의 기회도 줄 수 없는 거야? 사람이 살면서 잘못할 수도 있는 거잖아. 실수 한번 했다고 이대로 나를 버리는 거야?”“잘못?”고윤희는 고개를 돌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구경민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마음을 비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7년의 정을 비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우린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여느 연인들처럼 뜨겁게 서로를 안았어. 나와 당신이 함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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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받아줄 사람이 있다고?그게 과연 누굴까?그가 다가가서 물어보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부소경이었다.구경민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임산부와 노인을 힐끗 바라보았다. 둘은 어차피 걷는 속도가 느리고 그들을 따라가 봐야 고윤희의 반감만 살 것이 분명했기에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손짓했다.“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만 잘 지켜봐. 너무 바짝 따라가다가 들키지 말고.”경호원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그 뒤로 구경민은 전화를 받았다.“소경아, 무슨 일이야?”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경민아, 너 윤희 씨랑….”친우의 목소리를 들은 구경민은 한숨만 내쉬었다.후회와 절망이 섞인 한숨이었다.“무슨 일이야?”부소경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더니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세희랑 유리가 갑자기 먹자 거리의 해물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러 갔다 오는 길이야. 거기 떡볶이 국물이 일품인데 줄을 서서 사야 하거든. 아침에 깨자마자 차 끌고 거기 다녀오느라 좀 늦었어.”딸과 아내를 향한 사랑이 듬뿍 담긴 친우의 목소리를 듣자 구경민은 가슴이 찢기는 것 같았다.부소경이 물었다.“집에 오자마자 세희한테 들었는데 고윤희 씨를 찾았다면서? 그런데 네 말을 안 믿는다고 해서 세희가 잘 얘기해 줬다고 들었어. 이제 윤희 씨랑 같이 돌아오는 거야?”구경민은 상처 입은 동물의 목소리로 대답했다.“소경아, 누구는 잘못을 해도 뉘우치고 사과하면 되는데 잘못을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대. 그 잘못 한번으로 우린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부소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물었다.“고윤희 씨가… 네가 후회하고 뉘우친다는 걸 알고도… 네가 그렇게 찾아다닌 걸 다 알면서 안 돌아오겠다고 버티는 거야?”“우린 7년을 함께했어. 내가 아는 그 여자는 항상 부드럽고 배려심 많은 여자였어. 억지를 부린 적도 없고. 그런데 이번에는….”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그래. 처음에 윤희를 옆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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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이제 나도 배 속의 아이한테는 기대가 별로 없어.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하면 유리를 양녀로 삼을 거야.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고윤희야. 이대로 밖에서 고생만 하다가 정말 큰일 날 것 같다고.”“난 삼촌 같은 양부는 필요 없거든?”수화기 너머로 앳되지만 고집스러운 신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아가?”“누가 아가라는 거야? 삼촌 미워!”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아이는 울며 구경민을 비난했다.“윤희 이모는 내가 봤던 중에 가장 좋은 이모였단 말이야! 그렇게 좋은 사람을 왜 쫓아냈어? 삼촌은 한 번 잘못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모한테는 돈도 없었단 말이야. 최여진 그 여자한테 죽을 뻔했어! 다 삼촌 때문이야! 난 윤희 이모가 평생 삼촌이랑 돌아오지 말았으면 좋겠어! 삼촌 미워!”“미안해, 유리야.”신유리는 그제야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내 양엄마는 윤희 이모뿐이야! 삼촌 같은 양부는 싫어! 미워!”구경민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아이는 벌써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저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만 나왔다.주광수가 다가와서 그를 불렀다.“대표님.”구경민은 고개를 돌리고 힘없이 그에게 물었다.“시키는 거 다 처리했어?”주광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 처리했어요. 가장 어린 여자는 대표님이 놓아주라고 해서 그냥 보냈어요.”“그래.”주변을 둘러본 주광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사모님은요…?”조금 전까지 여기 있던 사람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을까?구경민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사람을 보내서 따라가고 있어. 아마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야. 우리도 가자.”주광수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누굴… 따라가요?”구경민은 질문에 대답 대신 이런 질문을 했다.“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야?”주광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대표님은 한 번도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한 적은 없지요. 중동 전쟁에 나갔을 때 길을 지나가다가 밥도 못 먹을 지경이 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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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주대규!네 시간 전에 하유권의 집 앞에서 구경민과 충돌했던 늙은 영감이었다.칠순이나 넘은 영감이 고윤희를 자신의 여자라고 박박 우겼다.그런데 고윤희가 스스로 주대규를 찾아오다니?구경민은 정말이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이었다.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다가갔다.“대표님!”주광수가 다급히 그를 뒤에서 불렀다.요즘 고윤희를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구경민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그는 충동적이고 예민하게 변했으며 가끔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불과 세 시간 전에 고윤희가 같이 안 돌아가겠다고 못을 박았는데 지금 가면 그녀의 심기만 더 건드리는 게 아닐까?주광수는 이러다가 그가 또 매몰차게 거절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주광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그런데 그렇게 앞으로 다가가던 구경민이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저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고 싶어. 너무 멀어서 잘 안 들려.”말을 마친 그는 고윤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대문 가까이로 간 주광수와 구경민은 관목 아래에 몸을 숨겼다.이때, 마침 노인이 고윤희에게 말했다.“윤희야, 난 여기까지만 동행할게. 네가 무사히 살 곳을 찾은 것 같아서 안심했어. 혼자라도 괜찮다면 너는 여기서 살아. 난 이만 가볼게.”노인의 말투에는 힘이 없었다.고윤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머니도 저를 버리시는 건가요?”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우리 딸… 이 어미는 이제 늙었어. 아들은 심산 속에서 총을 맞아 죽고… 난 그냥 진수 따라 가고 싶은 마음뿐이야.”“죄송해요,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고윤희는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진수 오빠도 그렇게 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제가 어머니를 보살피게 해주세요. 우린 살아야 해요. 아이는 출산하면 다른 집에 입양 보내고 어머니 따라 저도 죽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산으로 들어가서 진수 오빠를 찾으러 가요. 만약 시신이 아직 거기 있다면 그 옆에서 같이 생을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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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훌륭하고 착한 여자는 더 이상 구경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한숨을 쉬는 사이, 별장 대문이 열렸다.주대규가 문을 열고 나왔다.그는 노인을 부축하고 서 있는 고윤희를 보자 놀란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너… 구 대표님이랑 간 거….”고윤희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주 사장님….”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에게 잡혀왔을 때 그때 알았어요. 사실 주 사장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것을요. 저에게도 참 잘해주셨죠. 하유권처럼 저를 학대하지도 않으셨잖아요.”“제가… 임신한 몸이지만 그래도 잠은 같이 잘 수 있어요. 명분도 필요 없고 돈도 싫어요.”“그냥 저와 제 어머니에게 먹을 것과 있을 곳만 주시면 돼요….”“그래도 될까요, 주 사장님?”고윤희는 간절한 표정으로 주대규를 바라보았다.주대규는 한참 말이 없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야, 임산부! 너 내가 조금 전에 무덤까지 갔다가 간신히 도망친 거 알아?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나도 하유권처럼 땅에 묻혔어.”“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고.”주대규는 말을 하면서도 수시로 식은땀을 훔쳤다.많이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고윤희가 여기 오기 전에 이미 그는 하유권이 어떤 결과를 맞았는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서울에서 왔다는 구경민은 무고한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고 들었다.그리고 자신이 뱉은 말은 무조건 실행하는 무서운 사람이었다.주대규를 놓아주었다는 건 그의 목숨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게다가 주대규는 특별히 선을 넘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몇 년 전에 돈 좀 벌었다고 백해시에서 왕노릇을 했던 게 전부였다.위법 행위나 인간성을 저버린 짓은 하지도 않았다.그래서 구경민도 그에게 응징을 가하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주대규는 이번 사건으로 고윤희에게 흥미가 떨어졌다.이 여자를 받아주었다가 시끄러운 일에 너무 많이 휘말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서울 구경민과 엮인 여자를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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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구경민은 아버지뻘 되는 영감에게 무릎 꿇고 받아달라고 사정하면서까지 그의 손길을 거부하는 고윤희를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자존심도 상하고 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거대한 좌절감이 몰려오고 분노마저 치솟았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여전히 조용하게 주대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고윤희를 바라보았다.주대규도 너무 냉철한 인간은 아니었는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야, 임산부! 난 말이야. 네가 임신했다고 싫은 게 아니야. 죽은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부양하려는 마음은 갸륵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널 받아줄 수는 없어. 넌 서울 구경민 대표의 여자잖아.”그러자 고윤희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주 사장님, 제 모습을 봐봐요. 서울 구 대표가 정말 저를 사랑해서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럼 그 사람이 멍청한 거죠. 어떤 남자가 저 같은 것을 원하겠어요?”“걱정하지 마세요. 구경민… 구 대표는 저를 버렸어요. 그 사람이 저를 원했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제가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고요.”주대규는 말문이 막혔다.솔직히 며칠 전에 보였던 고윤희의 행동에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보내자니 불쌍했다.다시 생각해 보면 얼굴도 꽤 예쁘고 분위기가 있었다. 행색은 정말 초라해도 귀티 나는 분위기는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었다.역시 대도시에서 살다 와서 그런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아이만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잘하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잠깐 고민을 마친 주대규가 말했다.“그럼 앞으로 내 말만 따르겠다고 약속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약속할 수 있어?”고윤희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그럼 만약에 말이야….”주대규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그는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악덕 사장은 아니었다.“사실 내 생각은 이래. 난 너를 정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네. 그건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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