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훌륭하고 착한 여자는 더 이상 구경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한숨을 쉬는 사이, 별장 대문이 열렸다.주대규가 문을 열고 나왔다.그는 노인을 부축하고 서 있는 고윤희를 보자 놀란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너… 구 대표님이랑 간 거….”고윤희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주 사장님….”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에게 잡혀왔을 때 그때 알았어요. 사실 주 사장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것을요. 저에게도 참 잘해주셨죠. 하유권처럼 저를 학대하지도 않으셨잖아요.”“제가… 임신한 몸이지만 그래도 잠은 같이 잘 수 있어요. 명분도 필요 없고 돈도 싫어요.”“그냥 저와 제 어머니에게 먹을 것과 있을 곳만 주시면 돼요….”“그래도 될까요, 주 사장님?”고윤희는 간절한 표정으로 주대규를 바라보았다.주대규는 한참 말이 없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야, 임산부! 너 내가 조금 전에 무덤까지 갔다가 간신히 도망친 거 알아?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나도 하유권처럼 땅에 묻혔어.”“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고.”주대규는 말을 하면서도 수시로 식은땀을 훔쳤다.많이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고윤희가 여기 오기 전에 이미 그는 하유권이 어떤 결과를 맞았는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서울에서 왔다는 구경민은 무고한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고 들었다.그리고 자신이 뱉은 말은 무조건 실행하는 무서운 사람이었다.주대규를 놓아주었다는 건 그의 목숨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게다가 주대규는 특별히 선을 넘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몇 년 전에 돈 좀 벌었다고 백해시에서 왕노릇을 했던 게 전부였다.위법 행위나 인간성을 저버린 짓은 하지도 않았다.그래서 구경민도 그에게 응징을 가하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주대규는 이번 사건으로 고윤희에게 흥미가 떨어졌다.이 여자를 받아주었다가 시끄러운 일에 너무 많이 휘말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서울 구경민과 엮인 여자를 누가
구경민은 아버지뻘 되는 영감에게 무릎 꿇고 받아달라고 사정하면서까지 그의 손길을 거부하는 고윤희를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자존심도 상하고 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거대한 좌절감이 몰려오고 분노마저 치솟았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여전히 조용하게 주대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고윤희를 바라보았다.주대규도 너무 냉철한 인간은 아니었는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야, 임산부! 난 말이야. 네가 임신했다고 싫은 게 아니야. 죽은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부양하려는 마음은 갸륵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널 받아줄 수는 없어. 넌 서울 구경민 대표의 여자잖아.”그러자 고윤희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주 사장님, 제 모습을 봐봐요. 서울 구 대표가 정말 저를 사랑해서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럼 그 사람이 멍청한 거죠. 어떤 남자가 저 같은 것을 원하겠어요?”“걱정하지 마세요. 구경민… 구 대표는 저를 버렸어요. 그 사람이 저를 원했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제가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고요.”주대규는 말문이 막혔다.솔직히 며칠 전에 보였던 고윤희의 행동에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보내자니 불쌍했다.다시 생각해 보면 얼굴도 꽤 예쁘고 분위기가 있었다. 행색은 정말 초라해도 귀티 나는 분위기는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었다.역시 대도시에서 살다 와서 그런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아이만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잘하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잠깐 고민을 마친 주대규가 말했다.“그럼 앞으로 내 말만 따르겠다고 약속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약속할 수 있어?”고윤희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그럼 만약에 말이야….”주대규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그는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악덕 사장은 아니었다.“사실 내 생각은 이래. 난 너를 정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네. 그건 저도
구경민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얼마 남지 않았어.”주광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설마 사모님을….”그는 구경민이 분노를 못 이기고 고윤희를 죽일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구경민은 그런 그를 곱지 않게 흘기며 대꾸했다.“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구경민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꺼냈다.“일단 돌아가자. 가서 주대규 연락처부터 알아내.”주광수도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차로 갔다. 가면서도 구경민은 주대규의 별장을 힐끔거렸다.고윤희와 노모는 이미 주대규와 함께 별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지금 주대규의 별장에는 오늘 오전에 구경민이 살려준 그 소녀밖에 없었다.하유권의 다섯 애인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자였다.고윤희를 본 소녀가 짜증스럽게 그녀에게 화를 냈다.“고윤희, 당신이 왜 여기 있어?”고윤희는 여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이 어린 여자가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여자는 주대규에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주 사장님, 어떻게 저런 거지 같은 여자를 집으로 들였어요? 저 여자 또 화만 잔뜩 불러올 거라고요! 사실 저 여자 서울 구경민 대표보다 더 악랄한 인간이에요!”“하유권 집에서 제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한 번도 구 대표님 앞에서 좋은 얘기를 안 해줬어요. 그래도 구 대표님이 사리분별을 하시는 분이라 저를 살려준 거죠. 주 사장님, 저 여자를 이곳에 들이면 안 돼요. 그럼 저는 갈 거예요.”소녀는 말을 하다 말고 울음까지 터뜨렸다.“주 사장님께서 제가 싫으시고 저랑 같이 있는 게 불편하시면 제가 떠날게요!”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이 소녀가 이렇게까지 뒤끝이 있는 애인 줄은 몰랐다.비록 직접 그녀를 살려주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구경민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게다가 그때는 고윤희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어떻게 남을 대신해
그 여자가 스스로 자신을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 이건 고윤희가 병약한 노파를 부축해서 그를 떠나던 순간 내린 결정이었다.그 순간 구경민은 어떤 말로 설득해도 고윤희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다시 돌아보았다.남은 평생 그는 더 이상 다른 여자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오래 고민했어. 평생 고윤희 아니면 다른 여자는 나에게 의미 없어. 그 여자와 생사를 함께할 거야!”구경민이 쓸쓸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주광수는 의아했다. 상사가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보통 이런 말은 여자가 자주 쓰는 말 아닌가?이제 설득이 안 통하니 목숨을 걸고 협박이라도 하려는 걸까?주광수는 갑자기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안전을 고려해 억지로 참아냈다.구경민의 표정이 많이 지치고 슬퍼 보였기 때문이었다.고윤희가 떠난 지금의 구경민은 다시 냉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주광수에게 말했다.“광수야, 일단 호텔로 가자. 제대로 좀 씻어야 겠어. 일주일이나 씻지 못해서 몸에서 쉰내가 나.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내 여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겠어.”주광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상사를 바라보았다.어디 아픈 거 아닌가?“나 멀쩡하고 아주 정상이야. 그러니까 빨리 호텔부터 찾자. 이제부터 또 시작이야.”구경민은 주광수의 의혹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네, 대표님.”그날 오후, 그들은 백해시에서 가장 비싼 호텔에 투숙했다.구경민은 말했던 것처럼 씻고 밥까지 챙겨 먹었다.그러고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푹 자고 일어난 뒤, 그는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대표님, 백해시 상황은 대략적인 조사를 마쳤습니다. 지시만 내리시면 바로 움직일 수 있어요.”“대표님, 이건 하유권 소유의 자산인데 불법적인 경로로 재물을 획득한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대표님, 백해시에서 주대규의 인맥과 운영하는 클럽, 사우나 모두 조사를 마쳤습니다. 언제 움직일 건가요?”구경민은 담담한 말투로 그들
“그리고 그 남자 아직 솔로야.”그러자 조금 전 질문했던 여자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아는 건 참 많네. 그런데 너한테 자격이 있을까? 그 사람이 얼마나 눈이 높은지 몰라? 너 내놓을만한 학력은 있어? 너 외국어는 구사할 줄 알아? 옆도시에서 별로 잘나가지도 않는다는 거로 아는데? 큰소리 치고 나갔다가 주점에서 손님이나 받는다면서? 그렇게 구르다 온 몸으로 감히 구 대표님을 넘봐? 꿈 깨!”“너!”두 여자는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로 서로에게 으르렁거렸다.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임신한 몸으로 탁자를 닦고 있는 고윤희도 있었다.주대규는 그럭저럭 그녀에게 잘해주었다.있을 곳을 주고 어머니가 쉴 곳도 마련해 주었다.게다가 그녀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저 다방에서 허드렛일 좀 하고 매월 100만원의 월급을 주기로 약속했다.그것만으로도 고윤희 입장에서는 감지덕지였다.이대로 주대규 옆에서 평생 허드렛일을 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두 여자가 고윤희를 지나치며 까칠하게 말했다.“지나가게 좀 비켜!”“비키라고!”이미 감정의 곬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두 여자는 임신한 몸으로 탁자를 닦는 고윤희에게 분풀이를 했다.“죄송합니다.”“죄송하다면 다야? 너 때문에 원피스가 더러워졌잖아! 알바생 주제에 이거 얼만지 알기나 해? 갚을 수는 있어?”고윤희에게는 그걸 갚아줄 돈이 없었다.그래서 여자가 하는 욕설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어쨌든 상관없었다.그 어떤 것도 감당할 수 있었다. 사는 게 원래 힘들지만 죽었다 살아난 사람에게 이 정도는 약과였다.고윤희는 조용히 뒤돌아섰다.비키라고 했으니 비키면 된다.“거기 서!”여자가 뒤에서 분노한 목소리로 고윤희를 불러세웠지만 고윤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그녀가 직원 휴게실로 들어가는데 주대규의 아홉 번째 애인이 안으로 들어왔다.구경민이 살려준 유일한 생존자였다.소녀는 지금 주대규의 아홉 번째 애인이 되면서 진주아라는 이름까지 받았다.그녀는 자기가 사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고윤희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며 그녀에게 물었다.“왜… 때리고 그러세요?”진주아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그래서 뭐? 네가 자꾸 이상한 짓하니까 때리는 거지! 주 사장님이 그렇게 싫다고 했는데 네가 끝까지 들러붙었잖아! 뻔뻔하기는. 여기서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기생하고 있는 주제에! 하긴… 너 같은 배불뚝이를 누가 데려가겠니?”고윤희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어차피 반항해 봐야 돌아오는 건 매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문밖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한진수의 어머니는 문밖에서 그 모습을 보며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딸, 엄마가 죽으면 네가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넌 정이 너무 많은 아이야. 우리 셋이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잖아?”“아니지. 셋이 아니고 네 명이지. 어쨌든 넷이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어. 엄마를 위하는 네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엄마는 먼저 진수의 옆으로 가야겠어. 잘 살아야 한다. 아이가 크면 네 삶도 좀 더 괜찮아질 거야.”혼자 중얼거리던 노인은 묵묵히 자리를 떴다.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노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노인이 고윤희를 따라 주대규의 집에 온지도 열흘이 지났다. 주대규는 매일 먹을 것을 제공해 주고 보살피는 사람도 붙여 주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주대규는 고윤희를 학대하지 않았다.그런데 주대규 신변의 여자들이 틈만 나면 고윤희의 뺨을 때리고 걷어찼다.그 여자들은 전부 고윤희를 싫어했다.모두가 고윤희를 식충이로만 보며 괴롭히고 학대했다. 고윤희는 주대규의 집에서 살면서 먹을 걱정, 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노인은 이게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고윤희를 멀리 떠나기로 결심하고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잠시 후, 노인은 비틀거리며 바닷가에 도착했다.노인은 바닷물은 엄청 짤 거라고 생각했다.바다를 따라가다 보면 죽은 아들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순식
“네!”병실을 나온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어르신은 이미 고비를 넘겼습니다.”“알았어. 그쪽 일은 그만하고 돌아와.”구경민이 말했다.그는 직접 나서지 않았다.노인이 그의 얼굴을 알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광수를 보내 노인을 위로해 드렸다.주광수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대표님.”잠시 후, 주광수는 구경민의 거처로 돌아왔다. 구경민이 그에게 말했다.“사모님 어쩌고 있는지 가서 살펴봐. 절대 들키지는 말고.”주광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지시를 받은 주광수는 바로 주대규의 별장으로 향했다.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하루 일과를 마친 고윤희는 자전거를 타고 주대규의 거처로 돌아왔다.그녀와 노인은 다른 고용인들과 같이 1층 고용인 방을 썼다.주대규네 다방에서 일하는 10일동안 고윤희가 퇴근할 시간이면 어머니는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고윤희도 어머니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을 보이면 어머니가 또 가슴 아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자전거를 끌고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밖에서 찬물로 얼굴을 찜질하고 다시 방으로 갔다.그런데 방은 텅 비어 있었다.어머니는 어디로 간 걸까?고윤희는 집안 곳곳을 뒤지고 다녔다.평소 어머니는 한가할 때 옆방 고용인들과 담소를 나누고는 했다.하지만 고용인 방을 다 뒤졌는데도 어머니를 찾지 못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2층은 주대규의 거실이었다.한창 주대규의 품에 안겨 있던 진주아가 고윤희를 보더니 오히려 도발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낮에 뺨 맞고 우리 주 사장님한테 고자질하러 왔어?”고윤희는 진주아의 도발을 무시하고 당황한 얼굴로 주대규에게 물었다.“주 사장님, 혹시… 우리 어머니 못 보셨나요?”주대규도 크게 놀라며 물었다.“어머니가 사라졌어?”고윤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다리도 불편하신 분이라
구경민이 이 시간에 전화온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낮에 그가 먼저 일 때문에 여쭤볼 것이 있다고 주광수에게 연락했기 때문이다.그런데 구경민에게서 직접 연락이 오자 여전히 긴장되고 손발이 떨렸다.두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주 사장, 무슨 일로 나를 찾았지?”구경민의 질문에 주대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게 대표님, 백해시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저와 대표님이 접촉한 적 있다는 사실도 알고요 대표님이 백해시에 시찰을 오셨다고 생각하고 있나 봐요.”“본론만 얘기해!”구경민이 짜증스럽게 말했다.“그게… 백해시에서 좀 잘 나간다 하는 사람들이 대표님을 꼭 뵙고 싶어하셔서요. 제 다방에서 만남이라도 가지시는 게 어떨까요? 사실 다방이라고는 하지만 환경도 괜찮고 정상적인 가게거든요.”“커피랑 디저트도 맛있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구경민이 말이 없자 주대규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사실… 안 오셔도 괜찮아요. 그냥 저는 이야기만 전해드린 것뿐입니다. 대표님이 귀찮으시다면 그렇게 전하겠습니다.”주대규는 양쪽으로 난감했다.구경민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입지를 더 단단히 하고 싶지만 구경민이라는 존재가 너무 두려웠다.조금이라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집이고 뭐고 다 날아갈 것 같았다.그런데 구경민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한번 고민해 보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주대규는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었다.구경민은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주대규는 그제야 문밖에 있는 고윤희가 떠올랐다.밖에서도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가 보니 고윤희는 이미 울다가 쓰러진 상태였다. 주대규는 바로 고용인을 시켜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게 하고 의술을 약간 안다는 고용인을 시켜 그녀의 인중을 마사지하게 했다.잠시 후, 고윤희가 다시 정신을 차리더니 또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니….”다른 고용인들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사실 두 사람은 고용인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어머니는 비록 일손에 보탬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