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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주대규!

네 시간 전에 하유권의 집 앞에서 구경민과 충돌했던 늙은 영감이었다.

칠순이나 넘은 영감이 고윤희를 자신의 여자라고 박박 우겼다.

그런데 고윤희가 스스로 주대규를 찾아오다니?

구경민은 정말이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다가갔다.

“대표님!”

주광수가 다급히 그를 뒤에서 불렀다.

요즘 고윤희를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구경민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충동적이고 예민하게 변했으며 가끔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불과 세 시간 전에 고윤희가 같이 안 돌아가겠다고 못을 박았는데 지금 가면 그녀의 심기만 더 건드리는 게 아닐까?

주광수는 이러다가 그가 또 매몰차게 거절당할까 봐 걱정되었다.

주광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데 그렇게 앞으로 다가가던 구경민이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저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고 싶어. 너무 멀어서 잘 안 들려.”

말을 마친 그는 고윤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대문 가까이로 간 주광수와 구경민은 관목 아래에 몸을 숨겼다.

이때, 마침 노인이 고윤희에게 말했다.

“윤희야, 난 여기까지만 동행할게. 네가 무사히 살 곳을 찾은 것 같아서 안심했어. 혼자라도 괜찮다면 너는 여기서 살아. 난 이만 가볼게.”

노인의 말투에는 힘이 없었다.

고윤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머니도 저를 버리시는 건가요?”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 딸… 이 어미는 이제 늙었어. 아들은 심산 속에서 총을 맞아 죽고… 난 그냥 진수 따라 가고 싶은 마음뿐이야.”

“죄송해요,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고윤희는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진수 오빠도 그렇게 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제가 어머니를 보살피게 해주세요. 우린 살아야 해요. 아이는 출산하면 다른 집에 입양 보내고 어머니 따라 저도 죽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산으로 들어가서 진수 오빠를 찾으러 가요. 만약 시신이 아직 거기 있다면 그 옆에서 같이 생을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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