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581 - 챕터 1590

2823 챕터

제1581화

구경민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얼마 남지 않았어.”주광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설마 사모님을….”그는 구경민이 분노를 못 이기고 고윤희를 죽일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구경민은 그런 그를 곱지 않게 흘기며 대꾸했다.“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구경민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꺼냈다.“일단 돌아가자. 가서 주대규 연락처부터 알아내.”주광수도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차로 갔다. 가면서도 구경민은 주대규의 별장을 힐끔거렸다.고윤희와 노모는 이미 주대규와 함께 별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지금 주대규의 별장에는 오늘 오전에 구경민이 살려준 그 소녀밖에 없었다.하유권의 다섯 애인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자였다.고윤희를 본 소녀가 짜증스럽게 그녀에게 화를 냈다.“고윤희, 당신이 왜 여기 있어?”고윤희는 여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이 어린 여자가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여자는 주대규에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주 사장님, 어떻게 저런 거지 같은 여자를 집으로 들였어요? 저 여자 또 화만 잔뜩 불러올 거라고요! 사실 저 여자 서울 구경민 대표보다 더 악랄한 인간이에요!”“하유권 집에서 제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한 번도 구 대표님 앞에서 좋은 얘기를 안 해줬어요. 그래도 구 대표님이 사리분별을 하시는 분이라 저를 살려준 거죠. 주 사장님, 저 여자를 이곳에 들이면 안 돼요. 그럼 저는 갈 거예요.”소녀는 말을 하다 말고 울음까지 터뜨렸다.“주 사장님께서 제가 싫으시고 저랑 같이 있는 게 불편하시면 제가 떠날게요!”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이 소녀가 이렇게까지 뒤끝이 있는 애인 줄은 몰랐다.비록 직접 그녀를 살려주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구경민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게다가 그때는 고윤희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어떻게 남을 대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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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2화

그 여자가 스스로 자신을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 이건 고윤희가 병약한 노파를 부축해서 그를 떠나던 순간 내린 결정이었다.그 순간 구경민은 어떤 말로 설득해도 고윤희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다시 돌아보았다.남은 평생 그는 더 이상 다른 여자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오래 고민했어. 평생 고윤희 아니면 다른 여자는 나에게 의미 없어. 그 여자와 생사를 함께할 거야!”구경민이 쓸쓸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주광수는 의아했다. 상사가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보통 이런 말은 여자가 자주 쓰는 말 아닌가?이제 설득이 안 통하니 목숨을 걸고 협박이라도 하려는 걸까?주광수는 갑자기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안전을 고려해 억지로 참아냈다.구경민의 표정이 많이 지치고 슬퍼 보였기 때문이었다.고윤희가 떠난 지금의 구경민은 다시 냉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주광수에게 말했다.“광수야, 일단 호텔로 가자. 제대로 좀 씻어야 겠어. 일주일이나 씻지 못해서 몸에서 쉰내가 나.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내 여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겠어.”주광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상사를 바라보았다.어디 아픈 거 아닌가?“나 멀쩡하고 아주 정상이야. 그러니까 빨리 호텔부터 찾자. 이제부터 또 시작이야.”구경민은 주광수의 의혹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네, 대표님.”그날 오후, 그들은 백해시에서 가장 비싼 호텔에 투숙했다.구경민은 말했던 것처럼 씻고 밥까지 챙겨 먹었다.그러고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푹 자고 일어난 뒤, 그는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대표님, 백해시 상황은 대략적인 조사를 마쳤습니다. 지시만 내리시면 바로 움직일 수 있어요.”“대표님, 이건 하유권 소유의 자산인데 불법적인 경로로 재물을 획득한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대표님, 백해시에서 주대규의 인맥과 운영하는 클럽, 사우나 모두 조사를 마쳤습니다. 언제 움직일 건가요?”구경민은 담담한 말투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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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그리고 그 남자 아직 솔로야.”그러자 조금 전 질문했던 여자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아는 건 참 많네. 그런데 너한테 자격이 있을까? 그 사람이 얼마나 눈이 높은지 몰라? 너 내놓을만한 학력은 있어? 너 외국어는 구사할 줄 알아? 옆도시에서 별로 잘나가지도 않는다는 거로 아는데? 큰소리 치고 나갔다가 주점에서 손님이나 받는다면서? 그렇게 구르다 온 몸으로 감히 구 대표님을 넘봐? 꿈 깨!”“너!”두 여자는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로 서로에게 으르렁거렸다.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임신한 몸으로 탁자를 닦고 있는 고윤희도 있었다.주대규는 그럭저럭 그녀에게 잘해주었다.있을 곳을 주고 어머니가 쉴 곳도 마련해 주었다.게다가 그녀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저 다방에서 허드렛일 좀 하고 매월 100만원의 월급을 주기로 약속했다.그것만으로도 고윤희 입장에서는 감지덕지였다.이대로 주대규 옆에서 평생 허드렛일을 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두 여자가 고윤희를 지나치며 까칠하게 말했다.“지나가게 좀 비켜!”“비키라고!”이미 감정의 곬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두 여자는 임신한 몸으로 탁자를 닦는 고윤희에게 분풀이를 했다.“죄송합니다.”“죄송하다면 다야? 너 때문에 원피스가 더러워졌잖아! 알바생 주제에 이거 얼만지 알기나 해? 갚을 수는 있어?”고윤희에게는 그걸 갚아줄 돈이 없었다.그래서 여자가 하는 욕설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어쨌든 상관없었다.그 어떤 것도 감당할 수 있었다. 사는 게 원래 힘들지만 죽었다 살아난 사람에게 이 정도는 약과였다.고윤희는 조용히 뒤돌아섰다.비키라고 했으니 비키면 된다.“거기 서!”여자가 뒤에서 분노한 목소리로 고윤희를 불러세웠지만 고윤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그녀가 직원 휴게실로 들어가는데 주대규의 아홉 번째 애인이 안으로 들어왔다.구경민이 살려준 유일한 생존자였다.소녀는 지금 주대규의 아홉 번째 애인이 되면서 진주아라는 이름까지 받았다.그녀는 자기가 사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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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4화

고윤희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며 그녀에게 물었다.“왜… 때리고 그러세요?”진주아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그래서 뭐? 네가 자꾸 이상한 짓하니까 때리는 거지! 주 사장님이 그렇게 싫다고 했는데 네가 끝까지 들러붙었잖아! 뻔뻔하기는. 여기서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기생하고 있는 주제에! 하긴… 너 같은 배불뚝이를 누가 데려가겠니?”고윤희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어차피 반항해 봐야 돌아오는 건 매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문밖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한진수의 어머니는 문밖에서 그 모습을 보며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딸, 엄마가 죽으면 네가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넌 정이 너무 많은 아이야. 우리 셋이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잖아?”“아니지. 셋이 아니고 네 명이지. 어쨌든 넷이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어. 엄마를 위하는 네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엄마는 먼저 진수의 옆으로 가야겠어. 잘 살아야 한다. 아이가 크면 네 삶도 좀 더 괜찮아질 거야.”혼자 중얼거리던 노인은 묵묵히 자리를 떴다.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노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노인이 고윤희를 따라 주대규의 집에 온지도 열흘이 지났다. 주대규는 매일 먹을 것을 제공해 주고 보살피는 사람도 붙여 주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주대규는 고윤희를 학대하지 않았다.그런데 주대규 신변의 여자들이 틈만 나면 고윤희의 뺨을 때리고 걷어찼다.그 여자들은 전부 고윤희를 싫어했다.모두가 고윤희를 식충이로만 보며 괴롭히고 학대했다. 고윤희는 주대규의 집에서 살면서 먹을 걱정, 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노인은 이게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고윤희를 멀리 떠나기로 결심하고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잠시 후, 노인은 비틀거리며 바닷가에 도착했다.노인은 바닷물은 엄청 짤 거라고 생각했다.바다를 따라가다 보면 죽은 아들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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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5화

“네!”병실을 나온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어르신은 이미 고비를 넘겼습니다.”“알았어. 그쪽 일은 그만하고 돌아와.”구경민이 말했다.그는 직접 나서지 않았다.노인이 그의 얼굴을 알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광수를 보내 노인을 위로해 드렸다.주광수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대표님.”잠시 후, 주광수는 구경민의 거처로 돌아왔다. 구경민이 그에게 말했다.“사모님 어쩌고 있는지 가서 살펴봐. 절대 들키지는 말고.”주광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지시를 받은 주광수는 바로 주대규의 별장으로 향했다.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하루 일과를 마친 고윤희는 자전거를 타고 주대규의 거처로 돌아왔다.그녀와 노인은 다른 고용인들과 같이 1층 고용인 방을 썼다.주대규네 다방에서 일하는 10일동안 고윤희가 퇴근할 시간이면 어머니는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고윤희도 어머니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을 보이면 어머니가 또 가슴 아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자전거를 끌고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밖에서 찬물로 얼굴을 찜질하고 다시 방으로 갔다.그런데 방은 텅 비어 있었다.어머니는 어디로 간 걸까?고윤희는 집안 곳곳을 뒤지고 다녔다.평소 어머니는 한가할 때 옆방 고용인들과 담소를 나누고는 했다.하지만 고용인 방을 다 뒤졌는데도 어머니를 찾지 못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2층은 주대규의 거실이었다.한창 주대규의 품에 안겨 있던 진주아가 고윤희를 보더니 오히려 도발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낮에 뺨 맞고 우리 주 사장님한테 고자질하러 왔어?”고윤희는 진주아의 도발을 무시하고 당황한 얼굴로 주대규에게 물었다.“주 사장님, 혹시… 우리 어머니 못 보셨나요?”주대규도 크게 놀라며 물었다.“어머니가 사라졌어?”고윤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다리도 불편하신 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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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구경민이 이 시간에 전화온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낮에 그가 먼저 일 때문에 여쭤볼 것이 있다고 주광수에게 연락했기 때문이다.그런데 구경민에게서 직접 연락이 오자 여전히 긴장되고 손발이 떨렸다.두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주 사장, 무슨 일로 나를 찾았지?”구경민의 질문에 주대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게 대표님, 백해시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저와 대표님이 접촉한 적 있다는 사실도 알고요 대표님이 백해시에 시찰을 오셨다고 생각하고 있나 봐요.”“본론만 얘기해!”구경민이 짜증스럽게 말했다.“그게… 백해시에서 좀 잘 나간다 하는 사람들이 대표님을 꼭 뵙고 싶어하셔서요. 제 다방에서 만남이라도 가지시는 게 어떨까요? 사실 다방이라고는 하지만 환경도 괜찮고 정상적인 가게거든요.”“커피랑 디저트도 맛있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구경민이 말이 없자 주대규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사실… 안 오셔도 괜찮아요. 그냥 저는 이야기만 전해드린 것뿐입니다. 대표님이 귀찮으시다면 그렇게 전하겠습니다.”주대규는 양쪽으로 난감했다.구경민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입지를 더 단단히 하고 싶지만 구경민이라는 존재가 너무 두려웠다.조금이라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집이고 뭐고 다 날아갈 것 같았다.그런데 구경민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한번 고민해 보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주대규는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었다.구경민은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주대규는 그제야 문밖에 있는 고윤희가 떠올랐다.밖에서도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가 보니 고윤희는 이미 울다가 쓰러진 상태였다. 주대규는 바로 고용인을 시켜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게 하고 의술을 약간 안다는 고용인을 시켜 그녀의 인중을 마사지하게 했다.잠시 후, 고윤희가 다시 정신을 차리더니 또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니….”다른 고용인들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사실 두 사람은 고용인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어머니는 비록 일손에 보탬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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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7화

“윤희 씨, 느껴졌어요?”고윤희도 당연히 그걸 느꼈다.발로 배를 차는 선명한 느낌이었다.그녀는 원래 마른 체형이었기에 피하지방이 얇아서 아이의 작은 발모양까지 똑똑히 보았다.그녀는 부드럽게 배를 어루만졌다.텔레파시가 통한 건지, 그녀의 손이 배에 닿자 아이는 또 한번 발길질을 했다.고윤희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내 아이. 아가… 내 아이가 나한테 응답하는 걸까요?”그녀는 울며 사람들에게 물었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윤희 씨.”“어머니는 윤희 씨 편하라고 떠났잖아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음 강하게 먹어야죠.”사실 이집 고용인들은 고윤희와 별로 접점이 없었다.하지만 모두가 사회 빈곤층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서로 측은지심이 있었다.고윤희는 사람들의 걱정과 관심, 그리고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 준 아이까지 생각하자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그래, 내가 이기적이었어.내 아이를 위해 살 거야.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어머니, 미안해요. 진수 오빠, 정말 미안해요. 아이가 크면 꼭 두 분 찾아가서 묘비라도 만들어 드릴게요.”이때 주대규도 안으로 들어와서 그녀를 위로했다.“윤희야, 아이 낳으면 내가 네 아이를 키워줄게. 아이를 내 호적에 올리면 아무도 너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고윤희는 감격한 얼굴로 주대규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감사합니다, 주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그날 밤, 고윤희는 착잡한 마음으로 밤을 새웠다.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다음 날은 여전히 나가서 일을 해야 했다.다방 일은 진주아가 그녀를 지명한 것이었다.진주아는 고윤희가 당시 자신을 구해주지 않은 것에 큰 앙심을 품고 있었다.그래서 다방에서 가장 힘든 일을 고윤희에게 시켰다.마침 구경민이 다방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진주아는 구경민 앞에서 고윤희를 어떻게 망신줄지 궁리했다.고윤희도 오늘 백해시 실세들이 다방으로 구경민을 초대했다는 사실을 알고 진주아에게 사정했다.“사모님, 오늘만… 휴가를 주시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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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8화

불과 10일 사이에 고윤희의 배는 많이 부풀어 있었다.사실 그동안 구경민이 백해시에서 크게 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한가할 때면 서울이나 본토 의사들에게 임산부에 관해 알아보고 스스로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았다.그래서 요즘 구경민은 임산부에 대해 아주 많이 알게 되었다.임신 기간이 나중으로 갈수록 아이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10일을 안 본 사이에 그녀의 몸에는 아니나 다를까 큰 변화가 찾아왔다.하지만 고윤희는 여전히 얼굴이 핼쑥하고 초췌했다.얼굴은 여전히 창백하고 핏기 하나 없었고 옷도 여전히 초라했으며 배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상태였다.그런 그녀가 차포트로 손님들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백해시 재벌들만 모인 자리에서 그녀의 존재는 그렇듯 이질적이었다.사실 그녀는 구경민과 살짝 부딪치기까지 했다.동부 지구 최북단에 위치한 백해시는 겨울이 매우 추운 지방이었다. 그래서 신체가 건장한 구경민마저 정장 밖에 코트까지 챙겨 입었다.하지만 두꺼운 차림도 그의 몸에서 풍기는 귀티를 막을 수는 없었다.그는 오늘 긴 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성숙하고 강인한 남자의 인상을 주었다.두 사람 사이는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다행인 건, 고윤희가 이제 이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지금 고윤희는 그냥 구경민과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고 싶었다.하지만 공간이 너무 비좁았다.남자가 좁은 복도에서 조용히 여자를 응시하고 있었다.배가 불룩 나온 여자는 차포트를 들고 남자의 옆을 지나가야 했다.그녀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죄송한데… 조금만 비켜주세요.”구경민은 마치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조용히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윤희도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표정은 차가웠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고윤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옆에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앙칼진 여자의 목소리였다.“야, 배불뚝이! 넌 눈이 없어? 서울에서 온 귀한 손님이 여기 있는데 알바 주제에 어디에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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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9화

진주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과거 하유권과 같이 있을 때 그녀는 서열 다섯번 째였고 미녀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안 띄는 존재였다.그런데 운이 좋게 구경민을 만나 극적으로 구원되고 다른 여자들은 전부 죽었다.주대규한테 온 건 어떻게든 굶어 죽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는데 주대규 덕분에 구경민이라는 거물과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다.어쩌면 주대규는 그녀의 복덩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진주아는 구경민이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이번에 백해시를 방문하면서 하유권을 비롯한 많은 인간을 숙청했지만 유독 진주아에게는 관대했다.열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다 보니 측은지심이 생겼던 걸까?하지만 눈앞의 임산부를 보면 가소롭기도 하고 짜증만 났다.서른 살 넘은 늙은 여자 주제에!그때 날 구해주지 않은 벌을 지금 받는 거야!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구 대표님,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제가 오늘 대표님 대신 이 여자를 혼 좀 낼게요. 어차피 이런 여자한테 손 대는 건 대표님 손이나 더럽히는 거잖아요.”진주아는 애교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구경민에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신속히 손을 들어 고윤희의 귀뺨을 때렸다.“주제도 모르는 파렴치한 년! 주방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라고 불렀더니 설거지는 안 하고 감히 밖에 나와 서빙을 해?”“구 대표님이 오늘 귀빈으로 오시는 거 알고 그랬지? 그래서 일부러 구 대표님 앞에 나타나서 심기를 건드린 거지?”“당장 안 꺼져?”나이가 너무 어려서일까? 진주아는 눈치가 없었다.아마 그녀는 구경민이 자신을 살려준 건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 눈에 봬는 게 없었다.현장에 있던 모두가 아연실색했다.구경민에게 매달리려던 여자들은 질투와 시기의 눈빛으로 이 열여덟 살 소녀를 바라보았다.심지어 구경민이 이로써 진주아를 옆에 거둘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여자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평소에 저 여자를 괴롭히거나 한 적은 없었나?현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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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0화

구경민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람들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고윤희는 고저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평생 주 사장님 옆을 지키기로 했어. 죽어서도 여길 떠나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당신 지금 여기서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잖아.”구경민이 말했다.고윤희는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되물었다.“그래서 그게 뭐 어때서?”“과거에 친부모한테 학대를 당하고 형제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시댁 지하실에서 갇혀 지낼 때도 괜찮았어. 당신과 살다가 내쫓길 때도, 당신 약혼녀가 나를 죽이려고 할 때는 더 힘들었어. 이제 겨우 안정적인 삶을 찾은 거야. 그러니 난 만족해.”“하지만….”구경민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하지만 당신은 부족하겠지.”고윤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포기를 못한 거지?”“당신은 항상 나한테 명령을 하는 존재였고 나는 말을 따르는 존재였으니까.”“나한테 꺼지라고 해서 난 아무 말도 없이 꺼져줬어. 그래서 당신이 다시 돌아오라고 하면 감지덕지하며 돌아갈 줄 알았겠지.”“당신은 지금 내가 당신 말을 안 듣는 게 불만인 거야! 내가 당신의 통제를 벗어나서 좌절감이 들고 억울한 거라고. 아니야?”고윤희는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구경민을 바라보았다.구경민은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녀가 행복하다면, 한진수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절대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구경민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과연 있을까?그는 그제야 자신에게 그럴 자격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결국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돌아가자, 윤희야! 예전처럼 지내는 거야. 아이를 출산하면 당신은 서울 여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결혼식을 가지게 될 거야!”고윤희는 고개만 흔들었다.“사실 당신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당신은 주변 환경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오래 쓰던 건 잘 안 버리잖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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