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411 - 챕터 1420

2823 챕터

제1411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뭔가에 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집에 와서 그에게 온갖 짜증을 부렸으니.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죽은 척, 그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그가 아무리 부르고 간지럼을 태워도 죽은 척 아무 대응도 하지 않기로 했다.어차피 그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을 것을 알기에.처음에는 정말 잠든 척 시늉만 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어제 밤새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그날 밤, 신세희는 정말 달게 잤다.아침에 부소경이 언제 일어나서 신유리를 데리고 집을 나섰는지도 모르고 잤다.아침 식사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그녀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았다.부소경은 신유리를 데리고 문을 나서며 가정부에게 신신당부했다.“사모님은 좀 더 자게 내버려 둬요. 전날에 잠을 설쳐서 많이 피곤할 거예요. 알아서 깨고 밥을 먹게 내버려 둬요.”그래서 가정부도 그녀를 깨우러 가지 않았다.신세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남편이었다. 그녀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소경 씨….”“아직도 자고 있었어?”남자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몇 시예요?”그녀가 물었다.“지금 오후 한 시가 넘었어.”남자의 말에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핸드폰을 던져 버리고 일어나서 부랴부랴 화장실로 달려갔다.씻고 나오니 머리가 한결 개운해졌다.그녀는 다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소경 씨, 집이에요?”“허허!”남자가 어이없는지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어디예요?”그녀가 또 물었다.“당신 딸이랑 같이 애 외삼촌 회사에 있어.”부소경이 부루퉁하게 대꾸했다.외삼촌 회사?신세희는 한참 생각한 뒤에야 서시언이 떠올랐다.‘시언 오빠네 회사라고?’신세희는 곧장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기서 기다려요.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아침을 챙겨 먹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씨 그룹으로 향했다.오늘은 주말이라 회사는 거의 텅 비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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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2화

놀란 신세희는 엉거주춤 의자에서 일어났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여긴 서씨 그룹이고 서시언의 사무실이다. 그리고 서시언이 이 사무실을 소유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곳에서 신세희를 찾는단 말인가?‘이상하네?’이때 밖에서 한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저희는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이곳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이제 가세요. 계속 소란을 피우시면 신고하겠습니다.”“그래? 그럼 신고해! 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데 내가 경찰을 무서워할 것 같아? 어차피 난 잃을 게 없어! 두려울 것 없다고! 당장 신고해! 난 오늘 여기서 신세희를 만나야겠어!”여자는 여전히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신세희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나와!”다른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랜 시간 자취를 감추었던 구자현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이러시면 안 됩니다! 들어가지 마세요!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시면 경비 부르겠습니다!”“불러! 여기 나 모르는 경비 직원이 어디 있어? 이 회사가 내 회사인데 경비 직원이 온다고 나를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아?”잔뜩 화가 난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사무실에 있는 신세희는 셋이나 시비를 걸러 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게다가 이 세 명이 각기 누군지 알 것 같았다.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남자는 서도영이고 그의 아내 구선예, 그리고 동생 구자현일 것이다.신세희는 천천히 사무실에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대치 중인 세 사람이 보였다.1남2녀.“신세희! 역시 여기 있었구나!”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한 사람은 서도영의 아내 구선예였다.반년 전, 구자현이 신세희를 몰아세울 때만 해도 구선예는 이렇게 거칠게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해서인지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신세희,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서씨 그룹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어! 죽어 마땅한 년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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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서시언은 그제야 구선예를 놓아주었다.구선예는 곧장 서도영에게 달려갔고 옆에 있던 구자현도 언니를 부축하며 서시언과 신세희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네. 회사에서 비밀 데이트나 하다니.”구자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세희는 그런 그녀를 차갑게 쏘아보며 반박했다.“여기 이제 우리 오빠 회사야. 지금 셋이 모여서 시비나 걸려고 온 거야?”구자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하! 신세희!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너 때문에 내 언니랑 형부가 갈 곳을 잃었잖아! 갈 곳이 없어서 시비라도 걸려고 왔다! 왜?”“갈 곳을 잃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우리가 네 언니네 집을 불태워 버렸니? 아니면 개인 재산을 우리가 빼앗았니?”그러자 서도영이 잔뜩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우리 개인 재산을 빼앗아가지는 않았지. 하지만 내 회사를 통째로 도둑질했잖아! 내 회사가 하룻밤 사이에 주인이 바뀌었다고! 그리고 네 애인이 회사를 차지했지!”“서도영! 말은 똑바로 해!”서시언이 호통쳤다.“서시언, 넌 가만히 있어! 여자 덕에 출세한 놈이 허세는 무슨! 너 신세희랑 그렇고 그런 사이일 줄 알았어! 감히 형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들어? 너 그거 도둑질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서시언은 그룹을 훔친 적 없어. 그 자리를 빼앗은 건 나지.”뒤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말을 들은 서도영이 고개를 돌렸다.신유리의 손을 잡은 부소경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부… 부 대표님이 어떻게 여기에….”사실 서도영과 구선예, 구자현은 본사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건물로 들어가는 신세희를 보고 따라 들어온 것이었다.분노한 서도영이 그 모습을 보고 욕설을 퍼부으며 난리를 쳤다.“신세희 저년은 이제 당당하게 회사까지 찾아와서 서시언이랑 데이트하네? 오늘 불륜 현장 한 번 잡아보자!”그들은 둘의 불륜 증거를 잡아 부소경에게 보내면 부소경이 회사를 다시 돌려줄 줄 알았다.서도영은 혼자 행복 회로를 굴렸다. 자신은 서시언을 도와 회사까지 되찾아줬는데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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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4화

그 말을 들은 서도영, 구선예 부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하지만 구자현은 여전히 도도한 표정을 유지한 채 부소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래도 옛 애인인데 설마 때리기야 하겠어?’구자현은 용기를 내서 부소경에게 질문했다.“부소경 씨! 내 언니랑 형부의 회사를 통째로 빼앗았으면서 그걸 지금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 언니랑 형부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부소경은 이 미친 여자와는 대화도 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고신걸이라고 알아?”그가 서도영에게 물었다.“대… 대표님,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건….”부소경은 날이 선 말투로 말했다.“고소정한테 아마 증거 파일이 있을 거야. 호텔 로비에서 고신걸이 내 아내를 추행한 영상 말이야.”서도영은 무릎을 꿇으며 그에게 애원했다.“대… 대표님, 고신걸은… 그 사람은 그냥 아는 고객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 인간은 고소정한테 첫눈에 반해서 고소정에게 매달렸어요. 그리고 고소정에게 이용당했죠.”부소경은 발을 들어 서도영을 걷어차고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신걸 그 인간은 시골에서 망나니 짓이나 일삼던 놈이었어.”“너희가 그 인간을 선택한 건 놈에게 가족도 없고 돈만 주면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막무가내였기 때문이지. 그 놈은 구씨 가문에서 고용한 자폭병이잖아. 너희는 계속 그 놈이랑 연락하고 지내다가 마침 해외에서 귀국한 고소정한테 넘겨서 일을 벌인거고”“고신걸이 순정남처럼 고소정한테 매달려서 여자한테 쓴 돈이며 카드, 전부 다 니네가 준거잖아.”“어떻게든 고신걸이랑 고소정이 손을 잡게 해서 경성과 남성에서 피바람을 일으키려고!”서도영은 반박할 수 없었다.부소경이 한 말 중에 거짓은 없었다.그는 그만큼 신세희가 미웠다.곡현에서 돌아와 자기 앞에서 허세를 떠는 그녀의 모습도 꼴보기 싫었고 장인어르신인 구성훈마저 신세희를 죽이고 싶어할 만큼 증오했다.그래서 장인어르신에게서 이런 계획을 들었을 때, 고민도 하지 않고 수락했던 것이다.사실 그에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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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그는 무슨 수를 써도 부소경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뼈 저리게 깨달았다.부소경이 무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부소경 만큼 담대하지도 않고 치밀하지 않았다.5분 뒤, 엄선우가 고신걸을 끌고 나타났다.반호영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은 고신걸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얼굴에 멍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신세희를 본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넌 참 용감한 놈이야.”부소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고신걸은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무례한 놈! 남성 부소경 대표님도 몰라? 어디서 감히 대표님 앞에서 눈을 똑바로 떠?”겁에 질린 서도영은 다급히 고신걸에게 주의를 주었다.“부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고신걸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 여자는….”사실 그는 이 여자가 부소경의 애인이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이 말을 가로챘다.“엄 비서! 고신걸 저 자식의 혀를 도려내고 사지를 찢어버려. 그렇다고 죽이지는 말고.”고신걸과 서도영 일행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고신걸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대표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내 아내랑 어떻게 아는 사이지?”부소경은 신세희를 끌어안으며 고신걸에게 물었다.“그날 호텔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둘이 만난 적 없지 않나?”극심한 공포에 질린 고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 안하면 그 혓바닥을 도려내 버릴 거야.”“말할게요!”고신걸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저는 저분이 부 대표님의 아내분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 그러니까 고소정이 연극 좀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고소정 그 여자랑은… 하룻밤 같이 잔 사이인데 이 일만 성공하면 저랑 결혼해 준다고 해서….”“제발 살려주세요….”“끌고 나가서 혓바닥 자르고 사지를 찢어 버려.”부소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엄선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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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서시언이 말했다.“서울 구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았잖아요. 구경민 씨는 원래 최씨 가문의 최여진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세희 친구 때문에 결혼이 파토났다고 하더라고요.”“세희의 친구가 파렴치한 불륜녀라고 욕을 하더라고요. 끼리끼리 모인다면서요.”“저는 그때 재활센터에 있어서 제대로 된 소식을 알아볼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자 완전히 미친 여자죠.”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들은 참 거짓을 사실이라고 우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네. 윤희 언니만 억울하겠어.”“윤희 언니?”“그래. 윤희 언니는 지금 행방불명이 됐는데….”그런데 이때, 부소경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부성웅이었다.부소경은 통화버튼을 누르고는 짜증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경아, 너….”그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시면 하세요! 또 세희가 다른 남자랑 있는 걸 목격했나요?”부소경이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한참 뒤에야 부성웅은 입을 열었다.“소경아, 네 엄마… 묘소가 어디야?”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사실 그의 아버지는 6년 전에 묘지를 찾아간 적 있었다.엄선우가 차를 운전해서 그를 데리고 갔었다.“엄마는 당신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부소경이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내가 네 엄마를 찾아가지 않은 건 네 큰엄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도 나한테 구체적인 주소를 안 알려줬잖니.”“아빠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줘. 네 엄마 찾아가서 인사라도 하고 올게.”“싫어요.”부소경이 말했다.“소경아, 이 말만은 내가 안 하려고 했는데 네 엄마는 나를 사랑했어. 그 여자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엄마가 죽기 전에 못 이룬 소원이 있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그건 평생 남남처럼 살아 온 남자를 다시 한 번 만나는 것.물론 둘이 결혼식도 올린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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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7화

부소경은 부성웅의 뺨이라도 치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했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그의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도 부성웅을 그리워했다.엄마 얘기가 나오자 부소경은 화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상세한 주소를 알려주었다.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하숙민의 묘지에 찾아가는 건 그와 진문옥이 하루 동안 상의하고 얻어낸 결정이었다.최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부성웅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서씨 어르신과 부소경 사이에 뭔가 있는데 자신에게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점이다.게다가 분명 가성섬과 관련이 있었다.부성웅이 서씨 어르신에게 그 비밀에 관해 물었지만 서씨 어르신은 대답 대신 하숙민의 묘지로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왜 저런 말을 했을까?부성웅은 알 수 없었다.조금 전, 그는 용기를 내서 서씨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서씨 어르신의 목소리는 힘이 많이 없어 보였지만 전달하려는 뜻은 명확했다.“성웅아! 너랑 나는 죄가 있는 남자들이야.”부성웅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나는 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어. 그래야 진짜 남자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너도 나도 다른 생각은 못했던거지. 우리한테 상처받은 여자들도 죄가 없다는 걸 말이야.”“주희진도 그렇고 하숙민도 그렇고 그 여자들이 뭘 잘못했을까?”“하숙민은 너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어. 그런데 넌 그 아이의 인생을 망쳐버렸지. 게다가 그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이를….”여기까지 말한 서씨 어르신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헛기침을 하고 화제를 돌렸다.“어쨌든 넌 숙민이한테 죄인이야.”말을 마친 서씨 어르신은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부성웅은 그럴수록 어르신이 끝내 하지 않으신 말이 궁금해졌다.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하숙민의 묘지에 찾아가보기로 했다.사실 부성웅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하숙민의 자리가 있었다.그는 젊었을 때 원래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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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보슬비 때문에 하숙민의 묘지는 더욱더 초라해 보였다.그녀의 묘비 앞에서 술을 잔뜩 먹고 쓰러진 남자는 반호영이었다.그의 앞에는 비에 젖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차가운 색조의 생화는 묘비에 더 처량한 색채를 더했다.반호영은 꽃다발을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부성웅의 경호원이 그를 바로 눕히면서 놓쳐버린 것 같았다.차가운 대리석에 툭 떨어진 꽃다발은 고독해 보이기까지 했다.부성웅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저놈이 왜 하숙민의 묘지에 있지? 저 인간 도대체 누구야?”진문옥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자라서 그런지 부성웅보다 느낌이 날카로웠다.진문옥은 매번 반호영이 찾아와서 폭행한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고 보면 부성웅은 한 번도 그에게 맞은 적 없었다.게다가 반호영은 가성섬 섬주의 넷째 아들이었다.부소경과 비슷한 나이.진문옥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해서 경호원에게 말했다.“똑바로 눕히고 얼굴에 묻은 빗물 좀 닦아 봐. 얼굴을 좀 자세히 봐야겠어.”아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부성웅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경호원이 반호영을 반듯하게 눕히고 그의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아 주었다.다른 사람이 몸을 계속 건드리자 반호영은 드디어 눈을 떴다.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부성웅이었다.반호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시뻘겋게 핏발이 선 눈으로 부성웅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망할 영감이!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당장 꺼져! 꺼지라고!”반호영은 미친 사람처럼 부성웅을 걷어찼다.다행히 경호원이 그를 막아섰고 반호영은 술에 취한 탓인지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부성웅은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뒤로 물러선 뒤,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반호영! 넌 반씨 가문 자손이 아니잖아! 넌 도대체 누구야! 누구냐고!”진문옥만 그의 신분을 의심한 게 아니었다.부성웅도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부성웅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반호영은 취기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부성웅을 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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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여기서 잠만 자지 말고 일어나 봐! 당신 아직 내 얼굴도 못 봤잖아! 왜 잠만 자고 있어?”“일어나라고! 일어나서 내가 누군지 좀 말해줘 봐!”말을 마친 반호영은 아이처럼 구슬피 울었다.키가 180이 넘는 남자가 실성한 듯 울고 있었다.부성웅은 경호원에게 묘지 관리인을 불러오라고 시켰다.10분 뒤, 묘지 관리인이 도착했다. 반호영을 본 관리인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이 사람은 이틀 전에 왔던 사람인데요? 올 때 제사용 음식을 잔뜩 사왔던데 설마 그걸 먹으며 여태 버틴 걸까요?”“이틀 동안… 여기 있었다고?”이곳은 공동묘지였다. 가족이나 지인을 보러 오는 사람도 잠시 자리를 지키고 떠나는 곳.누가 이런 곳에서 사람이 이틀이나 지낼 줄 알았을까?반호영은 이틀 전 신세희에게서 주소를 받고 이곳에 왔다.그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엄마를 위해 꽃을 사고 먹을 것과 술을 사왔다. 그리고 여기 앉아서 술을 마시며 이틀을 보냈던 것이다.그는 술 취한 상태로 여기서 잠들면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어차피 모든 것을 잃었다.가성섬도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어릴 때부터 그는 궁금한 게 있었다. 왜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그렇게 쌀쌀맞은지, 어머니는 왜 한 번도 자신에게 관심을 준 적 없는지. 사실 그들은 그의 친부모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그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사람의 아들이라니.그를 여태 키워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그러니 무슨 낯짝으로 다시 가성섬에 돌아간단 말인가?하지만 남성은?그의 아버지와 친형이 남성에 살지만 남성은 반호영을 받아주지 않았다.이 세상에 그를 받아줄 곳이 있기나 할까?그는 세상이 미웠고 부모가 미웠다.땅 속 깊은 곳에 잠든 이 여자를 파내서 제대로 따져 묻고 싶었다. 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버려두고 떠났는지! 왜 하필 그였는지!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자신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두 아이를 출산한 여자가 한 아이를 살리려고 가성섬에 숨겼던 그 마음을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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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성웅이 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숙민이 죽은지도 벌써 7년이야. 어떻게 지금 와서 죽은 사람을 욕 보일 수 있어?”서씨 어르신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성웅아,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넌 숙민이한테 결혼식도 주지 않았어. 남자가 있다고 해도 그 아이는 미혼 신분이었다고! 널 위해 순결을 유지할 의무는 없어! 넌 가정이 있는 주제에 숙민이를 만났잖아!”서씨 어르신의 호통에도 부성웅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렇긴 하지만 남성 사람들, 그리고 가성섬 사람들은 다 알죠! 하숙민이 제 여자였다는 사실을 말이에요!”“그 여자가 제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그 여자 무덤 앞에 어떤 남자가 찾아왔어요. 제 예상이 맞다면 이 남자 역시 하숙민의 아들이겠죠!”“그 여자 아들이라고요! 어르신! 아들 나이가 몇 살인지 알아요? 그 아들이 누군지 아냐고요?”“반호영이요! 가성섬 반씨 가문의 귀공자 반호영이라고요! 어르신,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저한테 숨긴 비밀이 혹시….”부성웅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너무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었다.그는 반호영이 하숙민과 가성섬 섬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단정지었다.망할 여자!그러고도 내 앞에서는 순정파 연기를 수십 년이나 하다니!평생 나를 사랑할 것처럼 해놓고!죽기 전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생 나를 죄책감 속에 살게 해놓고!사실은 두 남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거야?아들을 둘이나 낳다니!가증스러운 여자!부성웅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콧구멍으로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수화기 너머로 서씨 어르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성웅이 네 말은 반호영이 자기 엄마 무덤을 찾아갔다는 거야?”“그 말씀은 저 녀석이 하숙민의 사생아가 맞다는 거네요!”부성웅은 바로 전화를 끊고 경호원에게 명령했다.“더러운 자식! 저 자식은 저 자식 엄마가 나를 속이고 다른 남자랑 낳은 사생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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