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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보슬비 때문에 하숙민의 묘지는 더욱더 초라해 보였다.

그녀의 묘비 앞에서 술을 잔뜩 먹고 쓰러진 남자는 반호영이었다.

그의 앞에는 비에 젖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차가운 색조의 생화는 묘비에 더 처량한 색채를 더했다.

반호영은 꽃다발을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부성웅의 경호원이 그를 바로 눕히면서 놓쳐버린 것 같았다.

차가운 대리석에 툭 떨어진 꽃다발은 고독해 보이기까지 했다.

부성웅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

“저놈이 왜 하숙민의 묘지에 있지? 저 인간 도대체 누구야?”

진문옥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자라서 그런지 부성웅보다 느낌이 날카로웠다.

진문옥은 매번 반호영이 찾아와서 폭행한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고 보면 부성웅은 한 번도 그에게 맞은 적 없었다.

게다가 반호영은 가성섬 섬주의 넷째 아들이었다.

부소경과 비슷한 나이.

진문옥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해서 경호원에게 말했다.

“똑바로 눕히고 얼굴에 묻은 빗물 좀 닦아 봐. 얼굴을 좀 자세히 봐야겠어.”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부성웅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경호원이 반호영을 반듯하게 눕히고 그의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아 주었다.

다른 사람이 몸을 계속 건드리자 반호영은 드디어 눈을 떴다.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부성웅이었다.

반호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시뻘겋게 핏발이 선 눈으로 부성웅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망할 영감이!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당장 꺼져! 꺼지라고!”

반호영은 미친 사람처럼 부성웅을 걷어찼다.

다행히 경호원이 그를 막아섰고 반호영은 술에 취한 탓인지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부성웅은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뒤로 물러선 뒤,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반호영! 넌 반씨 가문 자손이 아니잖아! 넌 도대체 누구야! 누구냐고!”

진문옥만 그의 신분을 의심한 게 아니었다.

부성웅도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부성웅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반호영은 취기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부성웅을 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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