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웅은 예상치 못했던 전화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전화하자마자 이런 질문이라니.진문옥이 물었다.“누구야?”“신세희.”진문옥은 왜 이 시간에 신세희에게서 전화가 왔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여기 없다고 해!”한편 경호원에게 붙잡힌 반호영은 여전히 악을 쓰고 소리지르고 있었다.“내가 누군데? 엄마한테 버림받고 아빠한테까지 인정받지 못한 쓰레기야!”“난 쓰레기야! 어차피 반씨 가문 핏줄도 아니고 남성 부씨 가문 막내아들도 아니라고!”“부성웅! 이 망할 영감!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세상이 이렇게 큰데 내가 있을 곳은 없어! 반호영 내 자리는 없다고! 아니 난 반씨가 아니지. 부씨인가? 나 부씨 맞아?”“누가 나를 인정해 줬지? 난 성도 물려받지 못한 사생아야! 반씨 가문 자식도 아니고 부씨 가문 핏줄도 아니라고! 난 도대체 누구지?”“부성웅!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엄마한테는 나중에 저승에 가서 사과할게!”반호영은 여전히 분노한 표정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깊은 절망과 자괴감,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었다.그는 아이처럼 울고 소리를 질렀다.“아버님?”수화기 너머로 신세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며칠 사이에 고소정 모녀 사건도 있었고 부소경과의 다툼에 오래 못 만난 서시언까지 만나느라 사실 반호영 생각을 할 겨를이 별로 없었다.한 시간 전, 그녀는 부소경과 함께 경찰서를 들렀다.고신걸은 처벌을 받기 전에 고소정을 한 번 만나고 싶어했다.경찰서에 도착하니 고소정과 고신걸은 서로 네가 잘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신세희와 부소경은 조용히 경찰서를 나왔다.그들이 나오기 전, 고소정은 미친듯이 부소경에게 애원했다.“대표님, 한 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저 정말 대표님 사랑해요! 해외에 있을 때부터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다 알고 있었어요.”“저는 결혼한 적도 없고 명문 대학을 나왔어요. 명분 없는 애인이라도 상관없어요. 대표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요. 그러니 제발 저를 경찰서에서 빼내줘요.”
“싫어….”고소정은 눈에 뵈는 게 없어 보였다.‘감옥은 안 돼! 싫어! 끔찍해! 그럴 바에야 죽고 말겠어!’이성을 잃은 고소정은 신세희의 팔목을 꼭 잡고 애원했다.“신세희, 제발! 한 번만 봐줘! 부 대표님 옆에서 애인으로 살게 해줘! 내가 너 대신 부 대표님 주변을 처리할게! 평생 부 대표님에게는 우리 둘밖에 없는 거야!”“아니! 넌 정실 부인이고 난 그냥… 일주일에 한번 만날게… 아니지 한 달에 한번이라도 좋아. 그러면 얌전히 너 속 안 썩이고 조용히 살게. 제발!”“네가 허락만 하면 부 대표님의 개가 될게! 걱정하지 마! 어차피 아이 가질 생각도 없어. 그냥 개처럼 부 대표님이 필요할 때 부릴 수 있게 같은 자리에 있을게. 물론 네가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시켜도 돼. 그러니까 제발 감옥에만 보내지 마….”신세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보름 전 신유리의 유치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도도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맞나 싶었다.아니 세상에 이 정도로 비굴한 사람이 있을까?보름 전의 고소정은 자신이 가장 잘난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하지만 지금의 고소정은 염치도 없고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구역질이 올라왔다.“너… 정말 역겨운 애였구나. 내 귀가 다 썩을 것 같아! 미안한데 난 너처럼 대범하지 못해! 나와 소경 씨 사이에 제3자는 용납 못한다고!”“언젠가 나타난다고 해도 난 하루도 용납하지 못할 거야! 아니 한 시간도!”“소경 씨는 나를 사랑하고 평생 나만 사랑할 거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그 사람이 나를 배신하면 난 바로 뒤돌아설 테니까! 난 그 사람과 이혼할 거고 철저히 그를 무시할 거야! 하지만 너는 어떻지?”“넌 소경 씨한테 여자도 아니야! 왜 사람들이 싸구려를 잘 안 사는지 알아? 너 같은 여자는 고신걸도 더러워서 싫다고 할걸!”“네 의도가 뭔지는 알겠어! 감옥에 가기 싫다는 거지?”“하지만 고소정! 사람은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는 게 당연해! 도망친다고 해결되지 않아!”“탓할 거면
“아버님, 다시 한번 물을게요. 어머님 묘지에 반호영 아직도 있어요?”“신세희! 예의 차려!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전에 널 오해한 건 맞지만 나 아직 네 시아버지야!”“아버님….”부성웅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내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해줘. 반호영이 왜 네 시엄마 무덤에 찾아온다는 거냐? 이유가 뭐냐고!”“도대체 너희가 나한테 숨기는 게 뭐야!”부성웅이 강하게 나올수록 신세희는 그가 뭔가를 감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전화에 대고 태연하게 말했다.“알겠어요, 아버님! 묘지에 너무 오래 계시지는 마세요. 가을비에 감기 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요.”“끊어!”전화를 끊은 부성웅은 진문옥을 돌아보며 물었다.“왜 신세희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 거지?”진문옥은 반호영을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쟤 상태 좀 봐. 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쟤 지금 갈 곳이 없다고 했어. 세상에 자신을 용납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면서!”“가성섬은 반씨 가문 거고 남성은 자기 형 거라고 했다고. 자기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면서.”“자기한테 남은 건 치욕뿐이라고 했어.”진문옥이 반호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말하자 부성웅은 짜증스럽게 아내를 흘겨보았다.“왜 저놈이 했던 말을 곧이곧대로 다시 말하는 거야? 지금 상황이 그렇기도 하고. 다 자기 팔자지 뭐!”“그건 아니지! 반호영은 핏줄로 따지면 우리 가문 다섯째야!”진문옥이 말했다.“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왜 어르신이 우리한테 이 일을 비밀로 한 건지 알 것 같아! 당신이었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남성 전체가 소경이 거라고 해도 반대할 사람이 없어. 그런데 갑자기 반호영이 나타났어. 이제 어떻게 할까?”부성웅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예전에 반호영이 자신의 아들인 걸 몰랐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그런데 자신에게 아들이 한 명 더 있었다니.당연히 기뻤다.하지만 기쁨이 지나가고 현실을 생각하니 막막했다.서른이 넘은 아들
진문옥은 과장해서 얘기하지 않았다.“그러니까 여보, 호영이를 아들로 거두게 해줘.”“저 아이가 나를 증오하는 거 알아. 나를 때린 건 괘씸하지만 그게 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 눈에 뵈는 게 없어서 저지른 짓이라고 생각해. 저 아이는 당신 아들이기도 하잖아. 우리가 모은 적금이나 재산, 그리고 지방에 있는 계열사들을 전부 팔아서 해외에 호영이가 운영할 수 있는 회사를 하나 차려주자. 어떻게 생각해?”진문옥은 간절한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부성웅은 자신의 아내가 이렇게 대범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진문옥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 나를 위해서야. 내 아들들은 다 죽었잖아. 난 80세가 되어서 소경이한테 내쫓겨서 길거리에 나앉고 싶지 않아. 그때가 되면 난 어딜 가라고?”말을 마친 진문옥은 눈물을 흘렸다.“아들 하나 생겼다 치지 뭐. 최소한 당신이 있는 한 쟤네가 서로 피 터지게 싸울 일은 없잖아.”“당신 말이 맞아. 그렇게 되면 쌍둥이 형제끼리 죽일 듯이 대립할 일은 없겠지.”잠시 고민하던 부성웅이 말했다.“하지만 우리가 가진 돈은 많지 않아. 소경이가 매달 준 돈으로 생활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호영이를 재기시켜 줄 정도는 아니야.”“당신은 거지지만 난 돈이 있어.”진문옥이 말했다.“당신한테… 무슨 돈이 있어?”“오래 전에 친정에서 준 돈이 있어. 나중에 그분들 돌아가시고 상희나 주려고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걔도 딱히 능력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럴 거면 호영이 주는 게 낫지.”감격한 부성웅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여보….”진문옥은 그런 남편을 곱지 않게 흘겨보며 말했다.“지금은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야. 일단 호영이를 데려가자. 아마 세희랑 소경이는 당신 말을 안 믿을 거야. 일단 자리부터 피하자.”“그래.”노부부는 의논을 마친 뒤,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반호영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그들이 떠나고 30분 후, 신세희와 부소경이 묘지에 도착했다.하지만 묘지에는 꽃다발 하나만 덩
집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작은 사모님, 두 분께서 바쁜걸 아셔서 사모님께서 두 분께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신세희와 부소경은 집사의 표정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집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이 좀 편찮으세요. 예전에 그 망나니에게 가슴을 맞아서 그런지 혹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수술해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모님은 회장님과 함께 서울에 있는 군병원으로 가셨어요. 거기 최고 흉부외과 의사가 있다고 해서 급히 떠나셨습니다.”부소경과 신세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일이 있었다니.“일단 알겠어요.”그렇게 그들은 같이 본가로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부성웅과 진문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큰 옛날식 거실 안에는 할아버지인 부태성과 윤혜정 여사가 앉아 있었다.부태성은 1년만 있으면 100세를 맞는다.귀도 잘 안 들리는 상태였고 최근에는 집안 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그저 때가 되면 식사를 하고 산책하고 졸리면 잠자는 일상을 반복할 뿐이었다.예전처럼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다.반면 윤혜정 여사는 요즘 따라 말이 많아졌다.윤혜정 여사와 신세희는 사이가 각별했고 본가에서 신세희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이 윤혜정 여사였다.그만큼 신세희도 윤혜정 여사의 말을 잘 따랐다.“소경아, 세희야. 큰엄마가 너희랑 사이가 별로 안 좋은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소경이 큰엄마도 본가에서 평생을 살았잖니. 할머니가 비록 팔찌를 너한테 주기는 했지만 사실 순서대로라면 소경이 큰엄마한테 가야 했었어. 하지만 소경이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서 세희 너한테 물려준 거야.”말을 마친 노인은 신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아가, 내 말 이해하지?”신세희는 진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할머니.”“그때는 이 가문에서 입지가 좁은 너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순서 건너뛰고 너한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가보를 준 거야.”“하지만 이번에
급하게 할아버지,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한 뒤, 부소경은 신세희와 함께 본가를 나섰다.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거실에서 서시언과 신유리가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외삼촌, 앞으로 엄마 아빠랑 외삼촌이랑 다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거야?”신유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서시언에게 물었다.그들은 한 시간 전에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신유리는 계속 서시언의 품에 안겨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아이에게 외삼촌은 아빠를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가족이었다. 외할머니도 이 외삼촌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었다.태어날 때부터 서시언과 같이 생활했고 일 년이나 지나서 다시 만났기에 신유리는 정말 서시언을 각별하게 대했다.서시언이 웃으며 아이에게 물었다.“유리는 외삼촌이 여기 살았으면 좋겠어?”신유리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당연하지!”말을 마친 아이는 서시언의 품을 빠져 나가 그의 손을 이끌고 방들을 보여주었다.“외삼촌, 이것 좀 봐! 우리 집에 방이 이렇게 많다? 내 방이랑 아빠, 엄마 방을 제외하고 외삼촌이 머물고 싶은 방을 고르면 돼.”아이는 자랑스러운 말투로 서시언에게 말했다.서시언은 가슴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고마워, 유리야. 하지만 외삼촌은 여기서 지낼 수 없어.”신유리가 입을 삐죽이며 물었다.“왜?”“음….”서시언은 곰곰이 생각하고는 대답했다.“여긴 유리네 집이잖아. 유리와 엄마, 아빠가 같이 사는 집이지. 외삼촌은 손님이야. 손님은 놀러 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여기서 지낼 수는 없어.”말을 마친 그는 유리가 속상해할까 봐 또 한마디 덧붙였다.“하지만 유리 보고 싶을 때마다 자주 올게.”“알았어.”다행히 유리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아이는 서시언의 손을 잡고 거실로 가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넓은 거실에서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가정부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전씨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10년 이상을 일한 베테랑이었다.그래서 부
“소경아, 나다.”수화기 너머로 구씨 가문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경민이 어린 나이에 회사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서 사실 그의 아버지 구성림은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노인은 거의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유는 동생 구성훈 때문이었다.구성림과 구성훈은 나이 차이가 열 살 이상 나는 이복형제였다.구성림의 나이 올해 75세, 구성훈은 60세.구성림의 장자인 구경진은 회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구경민은 그때 나이가 어렸기에 구성림은 동생인 구성훈을 많이 밀어주었다.그런데 구성훈은 권력을 얻고 자리를 얻은 뒤로 구성림의 등에 칼을 꽂았다.그는 구성림이 배신자라고 몰아갔다.구성림은 화병에 쓰러졌지만 이 일을 외부로 알리고 싶지는 않아했다.다행히 최여진의 아버지가 실력이 뛰어난 의사였기에 그는 최여진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그 뒤로 그는 외출도 자제하고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우울한 날들이 지속되던 중, 아들 구경민이 그에게 활력을 찾아주었다.막내인 구경민은 경영 쪽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몇 년 사이에 구경민은 회사의 잔가지들을 처리하고 서울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구경민은 한 번도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구성훈에게 큰집의 위력을 보여 주었고 그때부터 구성훈도 감히 구경민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다.그 뒤로 몇 년 사이에 구경민은 삼촌을 제치고 서울에서 가장 뛰어난 오너라는 칭호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부터 서울에서 구경민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아들이 이렇게 잘나가니 구성림도 편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그에게 유일한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아마 막내아들의 혼사였다.서울 구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대대로 유대 관계를 쌓아온 가문이었다. 구경민도 어릴 때부터 최여진을 좋아했고 그들은 두 사람이 앞으로 결혼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최여진은 성인이 된 뒤로 비뚤어지더니 갑자기 해외 여행을 하겠다며 훌쩍 떠나버렸다.그렇게 구경민은 최여진을 10년이나 기다렸다.다행히 이제
부소경은 침착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아저씨, 경민이한테 무슨 일 있어요?”사실 그 역시 생사를 같이 한 친구를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주말에 고가령 모녀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구경민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할 겨를도 없었다.그런 상황에서 구성림의 전화를 받으니 부소경도 구경민이 걱정됐다.수화기 너머로 노인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소경아, 경민이가 사는 별장에 한번 가봐. 뭐 하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줘. 정말 걱정돼서 미칠 것 같아.”노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부소경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지금 가볼게요.”전화를 끊은 뒤, 그는 신세희와 눈을 맞추었다.그의 마음을 알기에 신세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이 정말 어디 아파서 서울에 가신 걸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그 나이에 설마 이상한 일을 하겠어요? 먼저 경민 씨한테 같이 가봐요.”사실 신세희 역시 구경민을 걱정하고 있었다.부소경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부부는 저녁도 먹지 못하고 바로 구경민의 거처로 향했다.산기슭에 위치한 별장은 부소경이 있는 시내와 대략 50분 거리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신세희가 초인종을 눌렀고 가정부는 부소경과 신세희를 보고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부 대표님, 전에 작은 도련님도 오셨는데 글쎄 우리 대표님이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도 지시를 거절할 수 없어서 얼마나 난감했는데요. 잘 오셨어요. 대표님은 지금 3일 째 술만 마시고 계세요. 열도 좀 나는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부소경은 바로 침실로 달려갔다.침실은 돼지우리처럼 어질러져 있었고 구경민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방에서 역한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부소경은 구경민의 멱살을 잡아서 일으킨 뒤, 억지로 거실로 끌고 나왔다.“소경아, 나 좀 내버려둬….”부소경은 가정부에게서 체온계를 건네 받아 체온을 측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열이 39도까지 오른 상태였다.남자는 힘껏 구소경의 뺨을 쳤다.“살기 싫으면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