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슨 수를 써도 부소경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뼈 저리게 깨달았다.부소경이 무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부소경 만큼 담대하지도 않고 치밀하지 않았다.5분 뒤, 엄선우가 고신걸을 끌고 나타났다.반호영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은 고신걸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얼굴에 멍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신세희를 본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넌 참 용감한 놈이야.”부소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고신걸은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무례한 놈! 남성 부소경 대표님도 몰라? 어디서 감히 대표님 앞에서 눈을 똑바로 떠?”겁에 질린 서도영은 다급히 고신걸에게 주의를 주었다.“부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고신걸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 여자는….”사실 그는 이 여자가 부소경의 애인이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이 말을 가로챘다.“엄 비서! 고신걸 저 자식의 혀를 도려내고 사지를 찢어버려. 그렇다고 죽이지는 말고.”고신걸과 서도영 일행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고신걸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대표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내 아내랑 어떻게 아는 사이지?”부소경은 신세희를 끌어안으며 고신걸에게 물었다.“그날 호텔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둘이 만난 적 없지 않나?”극심한 공포에 질린 고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 안하면 그 혓바닥을 도려내 버릴 거야.”“말할게요!”고신걸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저는 저분이 부 대표님의 아내분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 그러니까 고소정이 연극 좀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고소정 그 여자랑은… 하룻밤 같이 잔 사이인데 이 일만 성공하면 저랑 결혼해 준다고 해서….”“제발 살려주세요….”“끌고 나가서 혓바닥 자르고 사지를 찢어 버려.”부소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엄선우에게
서시언이 말했다.“서울 구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았잖아요. 구경민 씨는 원래 최씨 가문의 최여진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세희 친구 때문에 결혼이 파토났다고 하더라고요.”“세희의 친구가 파렴치한 불륜녀라고 욕을 하더라고요. 끼리끼리 모인다면서요.”“저는 그때 재활센터에 있어서 제대로 된 소식을 알아볼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자 완전히 미친 여자죠.”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들은 참 거짓을 사실이라고 우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네. 윤희 언니만 억울하겠어.”“윤희 언니?”“그래. 윤희 언니는 지금 행방불명이 됐는데….”그런데 이때, 부소경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부성웅이었다.부소경은 통화버튼을 누르고는 짜증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경아, 너….”그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시면 하세요! 또 세희가 다른 남자랑 있는 걸 목격했나요?”부소경이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한참 뒤에야 부성웅은 입을 열었다.“소경아, 네 엄마… 묘소가 어디야?”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사실 그의 아버지는 6년 전에 묘지를 찾아간 적 있었다.엄선우가 차를 운전해서 그를 데리고 갔었다.“엄마는 당신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부소경이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내가 네 엄마를 찾아가지 않은 건 네 큰엄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도 나한테 구체적인 주소를 안 알려줬잖니.”“아빠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줘. 네 엄마 찾아가서 인사라도 하고 올게.”“싫어요.”부소경이 말했다.“소경아, 이 말만은 내가 안 하려고 했는데 네 엄마는 나를 사랑했어. 그 여자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엄마가 죽기 전에 못 이룬 소원이 있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그건 평생 남남처럼 살아 온 남자를 다시 한 번 만나는 것.물론 둘이 결혼식도 올린 적
부소경은 부성웅의 뺨이라도 치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했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그의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도 부성웅을 그리워했다.엄마 얘기가 나오자 부소경은 화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상세한 주소를 알려주었다.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하숙민의 묘지에 찾아가는 건 그와 진문옥이 하루 동안 상의하고 얻어낸 결정이었다.최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부성웅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서씨 어르신과 부소경 사이에 뭔가 있는데 자신에게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점이다.게다가 분명 가성섬과 관련이 있었다.부성웅이 서씨 어르신에게 그 비밀에 관해 물었지만 서씨 어르신은 대답 대신 하숙민의 묘지로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왜 저런 말을 했을까?부성웅은 알 수 없었다.조금 전, 그는 용기를 내서 서씨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서씨 어르신의 목소리는 힘이 많이 없어 보였지만 전달하려는 뜻은 명확했다.“성웅아! 너랑 나는 죄가 있는 남자들이야.”부성웅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나는 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어. 그래야 진짜 남자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너도 나도 다른 생각은 못했던거지. 우리한테 상처받은 여자들도 죄가 없다는 걸 말이야.”“주희진도 그렇고 하숙민도 그렇고 그 여자들이 뭘 잘못했을까?”“하숙민은 너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어. 그런데 넌 그 아이의 인생을 망쳐버렸지. 게다가 그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이를….”여기까지 말한 서씨 어르신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헛기침을 하고 화제를 돌렸다.“어쨌든 넌 숙민이한테 죄인이야.”말을 마친 서씨 어르신은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부성웅은 그럴수록 어르신이 끝내 하지 않으신 말이 궁금해졌다.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하숙민의 묘지에 찾아가보기로 했다.사실 부성웅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하숙민의 자리가 있었다.그는 젊었을 때 원래 박
보슬비 때문에 하숙민의 묘지는 더욱더 초라해 보였다.그녀의 묘비 앞에서 술을 잔뜩 먹고 쓰러진 남자는 반호영이었다.그의 앞에는 비에 젖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차가운 색조의 생화는 묘비에 더 처량한 색채를 더했다.반호영은 꽃다발을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부성웅의 경호원이 그를 바로 눕히면서 놓쳐버린 것 같았다.차가운 대리석에 툭 떨어진 꽃다발은 고독해 보이기까지 했다.부성웅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저놈이 왜 하숙민의 묘지에 있지? 저 인간 도대체 누구야?”진문옥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자라서 그런지 부성웅보다 느낌이 날카로웠다.진문옥은 매번 반호영이 찾아와서 폭행한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고 보면 부성웅은 한 번도 그에게 맞은 적 없었다.게다가 반호영은 가성섬 섬주의 넷째 아들이었다.부소경과 비슷한 나이.진문옥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해서 경호원에게 말했다.“똑바로 눕히고 얼굴에 묻은 빗물 좀 닦아 봐. 얼굴을 좀 자세히 봐야겠어.”아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부성웅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경호원이 반호영을 반듯하게 눕히고 그의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아 주었다.다른 사람이 몸을 계속 건드리자 반호영은 드디어 눈을 떴다.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부성웅이었다.반호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시뻘겋게 핏발이 선 눈으로 부성웅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망할 영감이!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당장 꺼져! 꺼지라고!”반호영은 미친 사람처럼 부성웅을 걷어찼다.다행히 경호원이 그를 막아섰고 반호영은 술에 취한 탓인지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부성웅은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뒤로 물러선 뒤,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반호영! 넌 반씨 가문 자손이 아니잖아! 넌 도대체 누구야! 누구냐고!”진문옥만 그의 신분을 의심한 게 아니었다.부성웅도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부성웅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반호영은 취기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부성웅을 노려보며
“여기서 잠만 자지 말고 일어나 봐! 당신 아직 내 얼굴도 못 봤잖아! 왜 잠만 자고 있어?”“일어나라고! 일어나서 내가 누군지 좀 말해줘 봐!”말을 마친 반호영은 아이처럼 구슬피 울었다.키가 180이 넘는 남자가 실성한 듯 울고 있었다.부성웅은 경호원에게 묘지 관리인을 불러오라고 시켰다.10분 뒤, 묘지 관리인이 도착했다. 반호영을 본 관리인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이 사람은 이틀 전에 왔던 사람인데요? 올 때 제사용 음식을 잔뜩 사왔던데 설마 그걸 먹으며 여태 버틴 걸까요?”“이틀 동안… 여기 있었다고?”이곳은 공동묘지였다. 가족이나 지인을 보러 오는 사람도 잠시 자리를 지키고 떠나는 곳.누가 이런 곳에서 사람이 이틀이나 지낼 줄 알았을까?반호영은 이틀 전 신세희에게서 주소를 받고 이곳에 왔다.그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엄마를 위해 꽃을 사고 먹을 것과 술을 사왔다. 그리고 여기 앉아서 술을 마시며 이틀을 보냈던 것이다.그는 술 취한 상태로 여기서 잠들면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어차피 모든 것을 잃었다.가성섬도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어릴 때부터 그는 궁금한 게 있었다. 왜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그렇게 쌀쌀맞은지, 어머니는 왜 한 번도 자신에게 관심을 준 적 없는지. 사실 그들은 그의 친부모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그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사람의 아들이라니.그를 여태 키워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그러니 무슨 낯짝으로 다시 가성섬에 돌아간단 말인가?하지만 남성은?그의 아버지와 친형이 남성에 살지만 남성은 반호영을 받아주지 않았다.이 세상에 그를 받아줄 곳이 있기나 할까?그는 세상이 미웠고 부모가 미웠다.땅 속 깊은 곳에 잠든 이 여자를 파내서 제대로 따져 묻고 싶었다. 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버려두고 떠났는지! 왜 하필 그였는지!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자신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두 아이를 출산한 여자가 한 아이를 살리려고 가성섬에 숨겼던 그 마음을 생각하니
“성웅이 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숙민이 죽은지도 벌써 7년이야. 어떻게 지금 와서 죽은 사람을 욕 보일 수 있어?”서씨 어르신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성웅아,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넌 숙민이한테 결혼식도 주지 않았어. 남자가 있다고 해도 그 아이는 미혼 신분이었다고! 널 위해 순결을 유지할 의무는 없어! 넌 가정이 있는 주제에 숙민이를 만났잖아!”서씨 어르신의 호통에도 부성웅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렇긴 하지만 남성 사람들, 그리고 가성섬 사람들은 다 알죠! 하숙민이 제 여자였다는 사실을 말이에요!”“그 여자가 제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그 여자 무덤 앞에 어떤 남자가 찾아왔어요. 제 예상이 맞다면 이 남자 역시 하숙민의 아들이겠죠!”“그 여자 아들이라고요! 어르신! 아들 나이가 몇 살인지 알아요? 그 아들이 누군지 아냐고요?”“반호영이요! 가성섬 반씨 가문의 귀공자 반호영이라고요! 어르신,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저한테 숨긴 비밀이 혹시….”부성웅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너무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었다.그는 반호영이 하숙민과 가성섬 섬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단정지었다.망할 여자!그러고도 내 앞에서는 순정파 연기를 수십 년이나 하다니!평생 나를 사랑할 것처럼 해놓고!죽기 전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생 나를 죄책감 속에 살게 해놓고!사실은 두 남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거야?아들을 둘이나 낳다니!가증스러운 여자!부성웅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콧구멍으로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수화기 너머로 서씨 어르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성웅이 네 말은 반호영이 자기 엄마 무덤을 찾아갔다는 거야?”“그 말씀은 저 녀석이 하숙민의 사생아가 맞다는 거네요!”부성웅은 바로 전화를 끊고 경호원에게 명령했다.“더러운 자식! 저 자식은 저 자식 엄마가 나를 속이고 다른 남자랑 낳은 사생아야!
진문옥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반씨 가문 사람들 다 못생겼잖아! 키도 작고! 얘 어딜 봐서 반가놈들을 닮았어!”부성웅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다시 제대로 봐!”부성웅은 주저하며 고개를 들고 반호영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반호영은 여전히 날뛰고 있었다.“망할 영감! 죽여버리겠어! 이거 놔!”그는 경호원들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이틀이나 무덤 앞에서 술만 마신 그로서는 그들을 당해낼 힘이 없었다.게다가 술기운 때문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반호영은 사실 계속 살아갈 생각이 없었다. 엄마의 무덤 앞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가 계속 몸부림치면서 그의 머리카락이 흩어졌다.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이 그의 이마를 가렸다.검은 머리카락과 창백한 이마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선이 고운 날카로운 눈썹과 이글거리는 두 눈, 그 밑으로 조금 야위었기는 했지만 선명한 이목구비가 보였다.부성웅은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다.그가 내뱉듯이 말했다.“소경… 소경이야! 우리가 잘못 봤어! 쟤 반호영이 아니라 내 아들 소경이야!”진문옥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여보! 당신 너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어? 쟤 소경이가 아니라 반호영이야! 당신 아들과 닮은 사람이라고.”“그… 그치! 쟤는 소경이가 아니지. 소경이는 엄마를 더 많이 닮았어! 가끔 숙민이 모습이 보이기도 하니까.”부성웅은 눈물을 닦으며 다급히 말했다.진문옥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여보, 당신 늙어서 옛날 모습들이 잘 기억 안 나지? 자세히 보니까 반호영 저 녀석은 당신 어렸을 때를 많이 닮았어.”“뭐… 뭐라고?”그는 저도 모르게 뒤로 뒷걸음질쳤다.진문옥이 말을 이었다.“이제 알 것 같아. 왜 유리와 소경이, 그리고 신세희랑 서씨 어르신까지 우리한테 반호영이 우릴 공격한 건 신세희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는지.”“왜 저 자식이 매번 우리를 찾아올 때면 나한테만 손을 대고 당신은 내버려뒀는지 이제 알 것 같아.”“여섯 살 유리까지
부성웅은 예상치 못했던 전화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전화하자마자 이런 질문이라니.진문옥이 물었다.“누구야?”“신세희.”진문옥은 왜 이 시간에 신세희에게서 전화가 왔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여기 없다고 해!”한편 경호원에게 붙잡힌 반호영은 여전히 악을 쓰고 소리지르고 있었다.“내가 누군데? 엄마한테 버림받고 아빠한테까지 인정받지 못한 쓰레기야!”“난 쓰레기야! 어차피 반씨 가문 핏줄도 아니고 남성 부씨 가문 막내아들도 아니라고!”“부성웅! 이 망할 영감!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세상이 이렇게 큰데 내가 있을 곳은 없어! 반호영 내 자리는 없다고! 아니 난 반씨가 아니지. 부씨인가? 나 부씨 맞아?”“누가 나를 인정해 줬지? 난 성도 물려받지 못한 사생아야! 반씨 가문 자식도 아니고 부씨 가문 핏줄도 아니라고! 난 도대체 누구지?”“부성웅!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엄마한테는 나중에 저승에 가서 사과할게!”반호영은 여전히 분노한 표정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깊은 절망과 자괴감,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었다.그는 아이처럼 울고 소리를 질렀다.“아버님?”수화기 너머로 신세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며칠 사이에 고소정 모녀 사건도 있었고 부소경과의 다툼에 오래 못 만난 서시언까지 만나느라 사실 반호영 생각을 할 겨를이 별로 없었다.한 시간 전, 그녀는 부소경과 함께 경찰서를 들렀다.고신걸은 처벌을 받기 전에 고소정을 한 번 만나고 싶어했다.경찰서에 도착하니 고소정과 고신걸은 서로 네가 잘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신세희와 부소경은 조용히 경찰서를 나왔다.그들이 나오기 전, 고소정은 미친듯이 부소경에게 애원했다.“대표님, 한 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저 정말 대표님 사랑해요! 해외에 있을 때부터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다 알고 있었어요.”“저는 결혼한 적도 없고 명문 대학을 나왔어요. 명분 없는 애인이라도 상관없어요. 대표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요. 그러니 제발 저를 경찰서에서 빼내줘요.”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