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271 - Chapter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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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1화

전화를 끊은 고가령은 그 뒤에도 한참 흐느꼈다.차에서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고소정이 말했다.“엄마! 서준명이 우리한테 하는 거 못 봤어? 그리고 할아버지도! 엄마는 할아버지 그립다며 찾아왔는데 그분은 엄마한테 어떻게 했어? 그게 어떻게 오랜만에 딸을 본 아버지의 태도야!”고가령은 미간을 찌푸리고 딸을 잠시 쏘아보다가 말했다.“넌 아직 너무 어려! 세상 살아가는 법을 그렇게 몰라서야. 그렇게 해야 여기 온 목적을 달성하지!”고소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이 엄마가 누구야? 난 그냥 네 이모할머니의 조카딸일 뿐이야. 고씨라고! 서씨가 아니라.”“저 집에서 나와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은 내 이모, 그러니까 네 이모할머니뿐이야. 그런데 그분은 돌아가신 지 오래됐잖아. 그 집 사람들은 우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당연해.”고소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엄마에게 쏘아붙였다.“그러니까 싫어하는데 왜 그렇게 빌빌대야 하는 거냐고!”“그러지 않으면 우린 뭘 먹고 살아? 거리에서 방랑 생활이라도 할 거야?”고소정은 할 말을 잃었다.“엄마가 들고 있는 명품백, 그리고 옷들, 네가 들고 다니는 백과 옷, 네 직장과 신분 모두 저 집에서 준 거야. 어떻게든 저 가문의 배경을 이용해서 괜찮은 남자를 만나야지. 엄마는 네가 엄마처럼 사는 거 절대 못 봐! 알겠어?”고소정이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 엄마.”고가령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엄마는 외국 남자를 선택해서 이렇게 된 거야. 그때는 국내에 나랑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평생을 망쳤어.”“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해외에서 무시당하며 사는 바에야 남성으로 돌아오는 게 낫겠더라고.”“남성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 서씨 가문이라는 배경만 있으면 남성에서 어떤 남자든 네 남자로 만들 수 있어!”“난 너한테 미모를 줬고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학력까지 줬어.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는 도도하고 자신감 넘쳐야 한다고 가르쳤지. 서씨 가문에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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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서준명이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역시 세희는 똑똑하구나. 네 눈을 속일 수 없겠어.”“난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도 친척이잖아요. 친척이 친척을 보러 오는데 뭐라 할 수는 없죠. 게다가 우리 엄마랑은 상관없는 일이고요.”잠시 숨을 고른 신세희는 간절한 눈빛으로 서준명에게 물었다.“오빠, 이 일을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줄 수 있어요?”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엄마가 그 집 사람들을 가족으로 인정하기는 싫어하지만 그래도 어릴 때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던 안 좋은 기억이 있잖아요. 그냥 먼 친척집 딸이 자기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걸 보고 어떤 심정이었겠어요? 친딸인 자신은 항상 외면당했는데….”“나도 알아.”서준명이 말했다.“고모가 많이 상처받은 거 알아. 나한테도 고모는 한 명뿐이야. 내 고모는 네 엄마야. 네 엄마한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을 생각이야.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만나달라고도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고마워요, 준명 오빠.”“이제 만두 먹으러 가자.”그날 식사는 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마쳤다.식사가 끝나고 오후에는 가볍게 산책을 했다. 아이는 외할머니의 안방에서 낮잠을 잤고 서준명은 정원을 정돈한다며 잡초를 뽑았다. 부소경은 사람을 불러 장모님의 피아노를 다시 세팅했다.신세희는 엄마의 춤 연습을 도왔다.그렇게 오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저녁식사는 여전이 이곳에서 먹었다.하지만 서진희가 피곤할 것을 고려해 신세희 부부는 저녁만 먹고 작별인사를 했다.물론 서준명도 함께였다.대문을 나선 신세희는 서준명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준명 오빠, 엄마를 자주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엄마도 자식이 둘이나 생긴 것 같다며 좋아하셨어요.”“걱정하지 마. 난 끝까지 고모를 돌볼 거야.”“오빠가 좋은 사람인 건 알아요. 선희 씨는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 볼게요. 오빠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희 씨를 위해서요.”서준명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고마워.”“조심히 들어가요.”“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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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갑자기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윤희 언니도 그렇게 생각할까?“그 여자가 자처한 거잖아요.”신세희가 말했다.“물론이지!”서준명도 웃음을 터뜨렸다.“나도 나중에 알았어. 그 여자 해외로 돌아다니면서 구경민 대표 돈을 펑펑 써댔다면서? 그러면서 태도는 어찌나 거만했는지. 몇 년을 떠나 있었으면서 돌아오면 자기 자리는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나? 사람을 바보로 아나 봐. 이제 자기 잘못을 알았으니 울어야지.”신세희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속으로 묵묵히 고윤희를 위해 기도했다.‘언니, 잘 살아 있어줘요. 꼭 그래야 해요. 구경민은 평생을 두고 언니한테 속죄하며 살아야 할 거예요. 돌아오면 언니를 여왕처럼 모시겠죠! 언니 괴롭히던 사람들 꼭 밟아줘요!’깊은 밤, 신세희는 꿈에서도 고윤희 걱정을 했다.“임신한 몸으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소경은 가슴이 아팠다.그녀가 이렇게까지 고윤희를 걱정하는 이유가 자신이 겪었던 일들과 고윤희가 지금 겪는 일들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임신한 몸으로 방랑 생활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걸 알기에 그녀는 이렇듯 고윤희를 걱정하고 있었다.신세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부소경은 그 느낌을 제대로 알 수는 없었다.그는 아내를 품에 꼭 안고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남편의 품에 안긴 신세희는 다시 악몽을 꾸지 않고 편안하게 잠들었다.월요일.신세희는 활력이 넘쳤다.유리를 유치원에 데려가는 길, 그녀는 고소정과 또 마주쳤다.물론 이제 그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고소정은 자신의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그녀는 엄마의 성을 따랐고 그건 그의 딸 고상은도 마찬가지였다.고소정을 본 신세희는 싱긋 웃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했다.하지만 고소정은 여전히 일관된 차가운 얼굴이었다.마치 넌 부자고 나는 독립적이고 자존심 강한 사람이니 너 같은 사람이랑 상종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신경 쓰지 않았다.남편과 오래 함께하면서 그의 침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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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신세희는 흥분한 나머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언니… 윤희 언니…. 언니 맞죠?”수화기 너머로 온화한 고윤희의 목소리가 전해졌다.“세희 씨, 그냥 이 말 전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빌려준 돈 2년 좀 지나야 갚을 수 있을 것 같아요.”신세희는 즉시 눈물을 흘렸다.“그런 말 하지 마요. 언니….”방랑 생활을 할 때도 이렇게 울어본 적 없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아이를 임신하고 지방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사는 느낌이 어떤 건지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그건 지옥 같은 날들이었다.“나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어요.”고윤희가 오히려 신세희를 위로했다.“언니… 돌아와요. 내가 언니를 보살필게요.”고윤희는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세희 씨, 난 잘 지내고 있어요. 평화롭고 평범하게….”고윤희의 말은 사실이었다.최소한 살 곳은 해결했다.그녀와 한진수는 고향으로 돌아가 한진수 소유의 시골 땅에서 거처를 마련했다.주광수가 그들을 놓아준 뒤로 두 사람은 택시를 갈아타며 50만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힘겹게 고향에 도착했다.한진수의 고향은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마을이었다.그들의 집은 산기슭에 위치한 헌 기와집에다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었다.다행히 집 안에 쓰던 이불이 남아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첫날, 고윤희는 이불을 깨끗이 빨아 햇빛에 말렸다. 한진수는 집 안팍을 깨끗이 청소했다.하루 사이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처가 마련되었다.그날 밤, 고윤희는 한진수 어머니 옆을 지켰고 한진수는 산을 올라갔다.날이 거의 밝을 때쯤, 한진수는 꿩 두 마리를 잡아 집으로 돌아왔다.그들은 아침 시장에 가지고 나가 팔아서 10만원 정도를 마련했다.한진수는 그 돈으로 쌀 20kg와 밀가루, 기름, 야채를 샀다.그날 그들은 드디어 따뜻한 밥과 채소, 그리고 한진수 어머니가 직접 만든 만두를 먹을 수 있었다.밥을 먹으며 고윤희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윤희 씨, 친구한테 빌린 돈으로 농기구를 장만할까 하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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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한진수는 뒷산의 공터에 밭을 일구고 농작물을 심었다. 모든 일을 끝낸 뒤, 그는 읍내에 일을 찾으러 갔다.“윤희 씨는 집에서 푹 쉬어요. 너무 심심하면 엄마랑 같이 밖에서 산책 좀 해도 괜찮아요. 산밖에 없는 시골이라 남성 같은 대도시에 비교할 수는 없을 거예요. 한 달이 지나도 사람 하나 찾아보기 힘든 곳이니까요.”떠나기 전, 한진수가 고윤희에게 한 말이었다.고윤희는 한진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수 씨, 나는 고독이 두렵지 않아요.”한진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과거에 빛도 안 들어오는 방에 갇힌 적 있어요. 그렇게 몇 년을 갇혀 살았죠. 외로움에는 이미 적응됐어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당신과 같이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어요. 저녁에 퇴근할 때, 당신과 같이 집에 돌아오면 좋겠어요. 나는 배속의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고윤희는 간절한 눈빛으로 한진수를 바라보았다.한진수는 여자의 이런 갈망을 이해했다.많은 일을 겪고 그녀도 느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임신한 몸으로 일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한진수는 그녀의 결정에 동의했다.“좋아요. 그럼 같이 읍내로 가요.”“가기 전에 할 일이 있어요.”고윤희가 말했다.“무슨 일이요? 옷을 사고 싶으면 같이 사러 가요.”고윤희는 고개를 저었다.“세희 씨한테 돈을 빌렸으니 전화라도 한 통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난 진수 씨와 평생 살기로 했으니 어떤 부담도 끼치기 실어요. 세희 씨한테 그쪽 일을 좀 해결해 달라고 부탁할 거예요.”한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렇게 하루가 지난 뒤, 고윤희는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세희 씨, 나는 지금이 정말 좋아요.”고윤희가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언니, 걱정하지 마요. 언제든지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요.”신세희가 다급히 말했지만 고윤희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우린 두 사람이에요. 손도 있고 발도 있어요. 평소에 돈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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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며칠 사이에 구경민의 이마에는 주름이 생겼다.그는 몹시 지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그냥… 서울에 있자니 재미 없어서 내려왔어요. 별장에 들리지 않고 바로 여기로 온 거예요. 윤희는….”신세희가 조금 전 고윤희와 통화했을 거라고 의심하지는 않았다.그냥 생각이 나서 여기로 온 것이다.고윤희가 정말 절박한 상황이 오면 신세희에게 연락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평소 고윤희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건 신세희였다.“구경민 씨.”신세희는 목청을 가다듬고 그에게 말했다.“서울에서… 최여진 씨 만났어요?”구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만났죠. 하지만 우린 완전히 끝났어요. 솔직히 헤어진지 10년도 더 됐잖아요. 난 그 여자랑 아무 상관도 없어요!”신세희는 고대를 끄덕여 주었다.“알아요, 알아요. 구경민 씨.”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말했다.“구경민 씨, 내 말 잘 들어요. 나는 최여진 씨가… 조금 과격한 행동을 했지만 그건 경민 씨를 사랑해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그 여자가 윤희 언니를 때린 것도… 아마 사랑 때문일 거예요.”“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구경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신세희의 말을 잘랐다.“사실 구경민 씨… 윤희 언니는 줄곧 알고 있었어요. 두 사람이 오래 같이 생활하기는 했지만… 구경민 씨는 언니를 사랑하지 않았잖아요. 그거 언니도… 아마….”신세희는 마음을 굳게 먹고 또박또박 말했다.“윤희 언니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구경민은 멍한 표정이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니 이제 찾을 필요도 없잖아요. 각자 삶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신세희가 말했다.“아니! 윤희는 나를 사랑해요! 사랑한다고요!”“하지만 당신은 언니를 사랑하지 않잖아요!”구경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윤희 어디 있는지 알죠? 알고 이러는 거죠?”구경민은 신세희의 옷깃을 잡고 반복해서 물었다.“그건 정말 몰라요, 경민 씨. 언니가 어디 있는지 알면 내가 가장 먼저 찾아갔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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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살아 있는 새우만 봐도 겁이 나서 목을 움츠리는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새우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까다로운 그의 입맛을 알기에 식당에서 요리한 새우나 냉동 새우는 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항상 직접 해산물 시장으로 가서 신선한 새우를 샀다.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와 두려움을 참으며 새우를 하나하나 직접 손질했다.그녀는 그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했다.그런데 사랑하지 않는다니?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구경민은 그녀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너무 일상적으로 들어서 밥 먹었냐는 인사처럼 들릴 정도로 많이 들었다.그래서 그녀가 했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는지도 모른다.고윤희는 줄곧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경민 씨,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그냥 당신 집 가정부일 뿐이야. 나를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그리고 그는 그 말대로 정말 그녀를 가정부처럼 생각했다.밖에서는 훌륭한 파트너, 집에서는 요리 잘하는 가정부, 침대에서는 누구보다 정열적인 요부.구경민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걸음을 돌렸다.신세희가 그의 등뒤에 대고 말했다.“경민 씨, 괜찮은 거죠?”구경민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신세희는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말이라면 항상 옳다고 하던 남편이 처음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당신 고윤희 씨 사는 곳 알지? 알면 알려줘. 경민이 이대로 두다가는 정말 미칠지도 몰라.”“내가 언니 사는 곳을 그 사람에게 알려주면 언니의 지금 생활이 깨지잖아요. 평화로운 생활을 위해 언니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아요?”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오늘 경민이한테 말했어. 윤희 씨가 정말 돌아오기 싫다고 하면 절대 강요하지 말라고. 어쨌든 경민이가 먼저 내쫓았잖아. 그러니 연락처를 경민이한테 줘. 끝을 맺더라도 두 사람이 만나서 해결해야지.”잠시 고민하던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아내와 자식을 잃은 고통을 직접 느껴봐야죠!”그녀는 고윤희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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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세희 씨, 나예요!”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남자가 다급히 말했다.자세히 다가가서 보니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 몸을 웅크린 남자는 다름 아닌 구경민이었다.남자는 상당히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세희 씨, 또 실패했어요.”“경민 씨?”구경민은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침부터 찾아와서 많이 놀랐죠?”“윤희가 또 숨어버렸어요.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곳이… 공동묘지였어요.”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산을 샅샅이 뒤졌는데 잡초랑 묘지 말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흔한 멧돼지 한 마리 안보이더라고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신세희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구경민이 고윤희를 만나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게 아닐지 줄곧 걱정했던 그녀였다.신세희는 부소경을 불러 잔뜩 취한 구경민을 부축해서 거실 소파에 눕혔다.방금 잠에서 깬 신유리는 구경민 앞에 다가가더니 놀려대기 시작했다.“경민 삼촌은 정말 불쌍해.”“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불쌍하긴 한데 점점 더러워지고 있어. 먼지가 잔뜩 묻은 곰인형 같아.”구경민은 할 말을 잃었다.“삼촌, 윤희 이모 쫓아낸 거 후회하지? 그러게 왜 그랬어? 윤희 이모랑 같이 있을 때는 그렇게 깔끔하고 옷도 잘 입었는데 윤희 이모 사라지니까 아주 거지 같아. 전혀 잘생기지 않았어. 늙고 병든 영감 같아.”말을 마친 신유리는 코끝을 살짝 찡그렸다.“냄새 나잖아. 술만 마시지 말고 좀 씻어. 술 냄새에 퀴퀴한 냄새에 아주 못 봐주겠어. 저기 밥 빌어먹는 거지보다 더 더러워.”구경민은 아이의 독설에 반박하지 못했다.항상 모두의 존경만 받던 구경민이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아봤을까?그는 고개를 들고 자신을 하찮은 듯이 바라보는 아이를 쏘아보았다.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한 달.그는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을 모두 동원했다.하지만 여전히 고윤희를 찾지 못했다.그를 떠났을 때 그녀는 이미 임신한 상태였다.아마 지금쯤 2개월 차였다.배는 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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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하지만 임신한 여자는 피곤함을 자주 느낀다고 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많이 붓는다고 했는데 그녀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삼촌 때문에 우리 집 소파가 더러워졌잖아!”신유리도 최근 구경민이 싫었다. 그만 보면 짜증이 치밀었다.아픈 사람이 자신의 집 소파에 누웠다면 그게 누구든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오히려 많이 아프냐고 걱정하고 돌봐줬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구경민은 아니었다.고윤희가 구경민에게 쫓겨났다는 말을 들은 뒤로 아이는 구경민이 눈에 거슬렸다.“우리 집에서 나가! 당장 안 나가면 때릴 거야!”신유리는 허리에 양손을 얹은 뒤, 눈을 부릅뜨고 구경민을 향해 소리쳤다.금방 잠에서 깬 아이는 부스스한 머리에 사랑스러운 원피스 잠옷을 입고 어린아이 특유의 분유 냄새를 솔솔 풍기며 제딴에는 무섭게 보이려고 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구경민은 생각에 잠겼다.만약 고윤희가 딸을 낳는다면 이 아이처럼 사랑스러울까?어쩌면 이 아이 못지 않게 성격이 사나울지도 모른다.하지만 그와 고윤희의 딸이라면 서울은 물론이고 남성에서도 성깔을 부릴 자격은 충분하다.하지만….“유리야, 삼촌 때려줘. 죽여도 좋아.”구경민은 눈을 감고 아이의 매를 기다렸다.하지만 아이가 손을 들기도 전에 신세희가 아이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그에게 다가온 부소경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 원래 이렇게 못난 놈이었어? 마누라 못 찾겠으니까 왜 자꾸 우리 집에 와서 사람 괴롭히고 그래?”말을 마친 부소경은 구경민을 부축해서 밖으로 향했다.문을 연 부소경이 고개를 돌려 신세희에게 말했다.“일단 이놈은 내가 데리고 회사로 갈게.”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날 아침도 신세희가 신유리를 유치원에 데려갔다.그리고 우연인지 유치원 앞에서 고소정을 만났다.여자는 통화 중이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좋아요. 고마워요, 오빠. 이렇게 큰 고객을 소개시켜 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따가 점심이라도 같이 할래요?”고소정은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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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신세희는 여전히 뚱한 얼굴로 대꾸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그녀는 고소정과 친절하게 통화했을 서준명을 생각하니 기분이 언짢았다.“세희야, 고마워! 드디어 선희 씨랑 화해했어!”서준명은 아이처럼 기뻐했다.신세희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축하해요, 오빠. 선희 씨한테 잘해요. 선희 씨 정말 괜찮은 여자거든요. 다른 여자들처럼 내숭도 없고 밝은 사람이에요.”“나도 다 알지.”서준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신세희는 점심에 고소정과 밥을 먹을 거냐고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급격히 화제를 돌렸다.“오늘 점심에 정아 씨랑 선희 씨랑 같이 밥 먹으려 했는데 안 되겠네요. 둘이 같이 데이트할 거죠?”“당연하지!”서준명이 말했다.“가요. 이제 일할 시간이에요.”그날 오전, 신세희는 물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보냈다.점심시간이 돼서 민정아가 신세희를 찾아왔다.“세희 씨, 일 그만하고 밥부터 먹자. 계속 머리 숙이고 일만 하다가 디스크 걸리겠어. 가자, 선희 씨 불러서 밥 먹어. 오늘은 내가 살게.”신세희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선희 씨는 안 돼. 오늘 데이트 있을 예정이야.”그러자 민정아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난리를 떨었다.“뭐라고? 선희 씨가 우리 오빠, 아니 세희 씨 오빠… 아니지 우리 두 사람 오빠랑 화해한 거야?”신세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호칭이 그래? 어쨌든 그렇게 됐어.”민정아는 그저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가자, 초밥 먹으러. 정아 씨가 산다고 했지?”“당연하지!”“어쩌다가 오늘 먼저 밥을 사겠다고 나선 거야?”신세희는 민정아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농을 걸었다.민정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서준 씨가 월급 카드 줬거든.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본인이 극구 준다는데 안 받을 필요는 없잖아? 내 남자 월급이니까 내가 관리해야지.”“잘했어!”두 여자는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복도를 걸었다. “두 사람 어디 가?”복도에 기대고 서 있던 엄선희가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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