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78화

“세희 씨, 나예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남자가 다급히 말했다.

자세히 다가가서 보니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 몸을 웅크린 남자는 다름 아닌 구경민이었다.

남자는 상당히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

“세희 씨, 또 실패했어요.”

“경민 씨?”

구경민은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찾아와서 많이 놀랐죠?”

“윤희가 또 숨어버렸어요.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곳이… 공동묘지였어요.”

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산을 샅샅이 뒤졌는데 잡초랑 묘지 말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흔한 멧돼지 한 마리 안보이더라고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신세희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구경민이 고윤희를 만나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게 아닐지 줄곧 걱정했던 그녀였다.

신세희는 부소경을 불러 잔뜩 취한 구경민을 부축해서 거실 소파에 눕혔다.

방금 잠에서 깬 신유리는 구경민 앞에 다가가더니 놀려대기 시작했다.

“경민 삼촌은 정말 불쌍해.”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불쌍하긴 한데 점점 더러워지고 있어. 먼지가 잔뜩 묻은 곰인형 같아.”

구경민은 할 말을 잃었다.

“삼촌, 윤희 이모 쫓아낸 거 후회하지? 그러게 왜 그랬어? 윤희 이모랑 같이 있을 때는 그렇게 깔끔하고 옷도 잘 입었는데 윤희 이모 사라지니까 아주 거지 같아. 전혀 잘생기지 않았어. 늙고 병든 영감 같아.”

말을 마친 신유리는 코끝을 살짝 찡그렸다.

“냄새 나잖아. 술만 마시지 말고 좀 씻어. 술 냄새에 퀴퀴한 냄새에 아주 못 봐주겠어. 저기 밥 빌어먹는 거지보다 더 더러워.”

구경민은 아이의 독설에 반박하지 못했다.

항상 모두의 존경만 받던 구경민이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아봤을까?

그는 고개를 들고 자신을 하찮은 듯이 바라보는 아이를 쏘아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한 달.

그는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을 모두 동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윤희를 찾지 못했다.

그를 떠났을 때 그녀는 이미 임신한 상태였다.

아마 지금쯤 2개월 차였다.

배는 좀 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