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181 - 챕터 1190

2823 챕터

제1181화

아니나 다를까, 엄선우는 이내 정색하며 공손히 대답했다.“사모님, 사실 제가 오늘 늦잠을 잤는데 오는 길에 급하게 김밥을 먹다가 좀 체한 것 같습니다.”그러자 신세희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병원에 가보는 게 좋지 않아요? 운전은 소경 씨한테 맡기고 어서 병원에 가봐요!”부소경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신세희를 품에 끌어안으며 무언의 항의를 했다.차는 곧 신세희의 회사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회사로 들어가는 구서준과 서준명이 보였다.서준명도 사실 회사에 출근하는 게 오랜만이었다.할아버지가 몸져누우면서 줄곧 병원에서 할아버지를 보살피고 있었다.서씨 가문은 효를 중요시하는 가문이었다.그래서 요즘 회사 업무는 거의 구서준이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는데 금요일이 된 오늘에야 서준명이 회사에 나타난 것이다.우연인 건지, 세 사람은 회사 입구에서 서로 마주쳤다.오랜만에 신세희를 만난 서준명은 무척 들떠 있었다.“세희야.”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이미 사촌남매가 되어 있었다.서준명은 만감이 교차했다.처음 신세희를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자신의 동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동생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물론 신세희 모녀는 그의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혈연관계만 따지면 그들은 여전히 가족이었다.“점심에 뭐 먹을래? 오빠가 사줄게.”서준명은 동생을 굉장히 아끼는 오빠처럼 자상하게 행동했다.한편 신세희는 팔목 통증 때문에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소경이 그녀의 팔목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뿐이 아니었다. 부소경은 냉랭한 눈빛으로 서준명과 구서준을 쏘아보며 말했다.“최근에 매출이 별로 오르지 않았던데 어떻게 된 거지?”“삼촌, 그게… 나랑 서준이가 딱히 잘못한 게 아니라….”“난 서 대표한테 물었어!”부소경은 날카로운 말투로 조카의 말을 잘랐다.서준명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에게 물었다.“형이 회사 주주도 아니잖아요?”하지만 부소경은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회사 매출 지금의 두 배로 올리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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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신세희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고 서준명을 바라보았다.혹시라도 그가 자신을 데리고 서씨 어르신을 만나러 갈까 봐, 거부감이 앞섰다.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서준명의 요청을 거절했다.“죄송하지만 그 집 어르신을 만나달라는 요청이라면 제가 좀….”하지만 서준명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그런 게 아니야! 할아버지가 너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거 나도 알아. 나도 그 생각만 하면 할아버지가 밉거든. 어쨌든 할아버지 병문안을 가자는 얘기는 아니었어.”신세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요. 고마워요, 오빠.”“너 나를 뭐라고 불렀어? 오빠?”“처음부터 서 대표님은 나를 동생으로 생각했잖아요.”“맞아!”서준명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신세희가 물었다.“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 어디예요?”“지금 가보면 알아!”서준명이 말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요지부동이었다.“중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난 오늘 할 일도 많은데… 내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부서까지 피해를 보는 거라.”그러자 서준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참, 깜빡하고 있었네. 내 동생 워크홀릭이었지? 너 같은 직원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럼 점심 휴식 시간에 잠깐 나가자.”신세희도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먼저 엘리베이터에 탔다.서준명이 가자고 한 곳이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다.그녀는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였다.최근 서씨 어르신과의 분쟁 때문에 2주를 쉬고 고윤희를 찾느라 또 며칠 쉬었기 때문에 밀린 일들이 많았다.내일은 주말이라 어떻게든 오늘 안에 남은 일들을 마무리해야 했다.사무실로 돌아온 신세희는 온 정신을 업무에 몰두했다.그래도 업무보조가 민정아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민정아는 점점 업무에 적응하고 있었고 배우는 것도 빨랐다.오전 내내 그녀는 신세희가 원하는 서류나 물건을 빠른 시간 안에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신세희가 그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못 그린 초안도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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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신세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서 대표님, 도대체 어디로….”그러자 서준명은 안심하라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세희야. 가보면 너도 마음이 훨씬 편해질 거야.”신세희는 생각에 잠겼다.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곳?고윤희를 찾았다는 건가?아니면 서시언이 돌아왔나?신세희는 기대를 품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그렇게 서준명은 차로 30분을 달려 교외의 편벽한 곳으로 왔다.신세희는 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길 모퉁이를 돌자 높은 담벼락이 보였다.문 앞에는 치료감호소라고 쓰여진 간판이 있었다.신세희는 의아한 얼굴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여기 맞아. 병에 걸린 범죄자들을 가두고 치료하는 곳!”“걔… 죽은 거 아니었어요?”최근 한 달, 신세희는 바쁘게 보내느라 자신의 최대 적이었던 사람들의 생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신세희에게는 복수보다 더 중요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자.”신세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서준명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치료감호소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안은 매우 조용했는데 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중증 환자들이었다.일부는 이곳에 온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신세희는 사방이 꽉 막히고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좁은 복도를 걷고 있자니 음침한 느낌마저 들었다.“여기 느낌이 마치….”신세희는 서준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정신병원 같아요.”서준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뭐, 비슷하지.”그들은 대략 5분을 더 걸어서 한 병실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안에서는 음침한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마치 밤중에 귀신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선생님, 저… 언제 죽어요? 왜 아직도 살아 있어요?”의사는 아주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당신은 죽지 않아. 이식 수술을 받았거든.”“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죠?”“응, 수술 부작용 때문에 그래.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선생님, 저 매일 밤 악몽을 꾸어요. 너무 무서운 악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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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임서아는 어깨를 움찔하더니 초점이 없는 눈으로 문밖에 선 노인을 바라보았다.“외할아버지?”임서아는 힘없는 목소리로 상대를 불렀다.그리고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서씨 어르신에게 다급히 다가갔다.“외할아버지, 서아를 가장 예뻐해 주셨잖아요.”서씨 어르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서아의 배를 걷어찼다.“내가 예뻐한 건 내 외손녀야. 넌 내 핏줄도 아니지 않니?”임서아는 고통스럽게 고개를 떨어뜨렸다.서씨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기침을 하고는 임서아에게 또박또박 말했다.“넌 처음부터 네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떻게든 나를 속이려고 온갖 거짓말로 너 자신을 포장했지.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선동해서 진짜 내 핏줄을 죽이려고 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인간들이 있지?”말을 마친 어르신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평생 나는 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위치에서 살았단다. 너 같은 가짜를 위해 양심에 찔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지. 너희는 내 권력을 이용한 거야. 하지만 나를 이용해서 내 진짜 외손녀를 공격할 때, 어느 날 너희에게도 내가 똑같이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니?”임서아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서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외할아버지….”“난 네 외할아버지가 아니래도!”서씨 어르신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임서아를 바라보고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난 전국 각지를 뒤져서 너에게 맞는 신장을 구했어. 너를 그렇게 쉽게 죽게 내버려두기 싫었거든. 네가 예뻐서 널 살린 게 아니란 말이야!”“네가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넌 모르지? 이건 면역 억제제라는 건데, 대략 50년 전에 만들어진 약물이야. 네 목숨은 보전할 수 있겠지만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하지.”임서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며 어르신에게 매달렸다.“외할아버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잠을 잘 수도 없고요. 눈만 감으면 악몽이 찾아와요. 관절 마디마디가 아파서 걸을 수도 없어요. 밥도 먹을 수 없고요. 먹으면 토하거든요.”“저 정말 배 고파요. 억지로 삼킨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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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아빠….”임지강을 알아본 임서아는 다시 눈을 빛내며 그를 불렀다.“아빠, 외할아버지가 금방 나가셨어. 가서 얼른 외할아버지 좀 설득해 봐. 신세희 외할아버지이긴 하지만 신세희가 아빠 딸이기도 하잖아.”임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지강은 발로 그녀를 걷어찼다.“누가 네 아빠야? 더러운 년!”임지강은 발에도 족쇄를 차고 있었기에 다리를 높게 들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의 발목에 찬 족쇄가 임서아의 머리를 강타할 뻔했다.임지강 역시 임서아를 쉽게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방향을 조금 틀었다.임서아는 울며 임지강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아빠, 제발 나 좀 죽여줘!”임지강은 발로 임서아의 손을 짓밟으며 악에 받쳐 말했다.“더럽고 추한 모습으로 평생 살아. 살아서 네가 지은 죄를 다 갚아!”말을 마친 임지강은 다시 발을 들어 임서아의 무릎을 짓밟았다.임서아는 원래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흑흑….”이때, 안으로 들어선 허영이 임지강을 힘껏 밀치며 소리쳤다.“꺼져! 내 딸 때리지 마! 우리 딸….”“이런 미친 년이! 너 때문에 내 인생은 망했어! 내 이년을 그냥!”임지강은 허영의 머리채를 잡고 힘껏 흔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허영의 머리카락은 임지강의 우악스러운 손에 우수수 빠졌다.허영도 지지 않고 몸을 비틀어 임지강의 팔을 깨물었다.임서아도 자신을 20년이나 사랑해 준 아빠의 다리를 깨물었다.그 모습을 전부 지켜본 신세희는 구역질이 올라왔다.저들이 짐승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과거에 그녀를 죽이려고 덤비던 가족들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한때 가족이었던 셋은 서로 엉겨붙어 싸우며 바닥을 뒹굴었다.무척 가증스럽고 추한 모습이었다.가끔 그들의 앙칼진 욕설도 들려왔다.“임지강! 당신 미쳤어? 어떻게 딸한테 주먹질을 해? 서아 환자야! 어떻게 인간성도 없이 그럴 수 있어! 확 깨물어 죽여버릴 거야!”허영은 악에 받친 비명을 지르며 임지강을 힘껏 깨물었다.임지강도 허영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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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신세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들을 발견한 관리자는 예의 바르게 서준명에게 인사를 건넸다.“서 대표님, 어르신께서는 조금 전에 다녀갔습니다.”서준명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그 모습을 본 임지강은 관리자에게 매달려 애원했다.“주임님, 저 애가… 제 딸이거든요. 딸과 잠시 이야기만 하고 싶은데… 혹시 안 될까요?”관리자는 임지강의 애원에 답을 하는 대신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서준명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임지강은 족쇄를 찬 다리로 절뚝거리며 복도를 지나 창가로 나왔다. 그리고 관리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1미터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세희야… 잘 지내지?”“잘 지내죠.”“네… 엄마는?”신세희는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엄마도 잘 지내요.”임지강은 기쁜 얼굴로 손바닥을 마주 비볐다.“아빠가….”“난 당신 딸이 아니에요. 당신 딸은….”그녀는 고개를 돌려 병실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울고 있는 임서아를 가리켰다.“당신 딸은 저기 있잖아요. 아까 보니까 당신 딸도 폭행하던데.”한참이 지난 뒤에야 임지강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빠가… 아빠가 다 잘못했어.”그건 애원의 눈빛이었다. 신세희에게 아빠가 잘못했으니 제발 이곳에서 내보내달라는 간청을 담은 눈빛.“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임지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딸에게 지금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한참 지난 뒤에야 임지강은 입을 열었다.“아빠가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는 거 알아. 이곳에서 내보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그냥 나중에라도 가끔 보러 와줄 수 있나 해서….”“아! 자주 올 필요는 없어. 반년에 한 번… 아니, 일년에 한 번이라도….”임지강은 애처로울 만큼 비굴한 말투로 물었다.하지만 신세희는 한치 동요도 없었다.“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딸 학업을 방해하고 학교를 다니는 딸을 감옥에 집어넣나요?”“그건 그렇다 쳐도 내가 감옥에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나 보러 온 적 있어요?”신세희는 담담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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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그리고 보석으로 신세희를 감옥에서 빼내고 그녀를 이용했던 일, 그리고 임신한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일도 떠올랐다.이 모든 과정이 임서아가 먹는 약물처럼 마치 악몽과도 같았다.아무 관계가 없는 남이라도 이건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친아빠인 그가 자신의 딸을 이렇게까지 몰아세웠다니!정말 후회막급이었다.임지강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벽에 머리를 부딪치려 했지만 그것마저 감호소 직원들에 의해 제지 당했다.감호소 관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임지강 씨, 당신에게는 죽을 자격도 없어. 엄한 사람 해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제발 죽게 해주세요… 죽어야 속죄할 수 있다고요.”임지강이 절규하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당신은 자신의 사형을 집행할 권한이 없어.”관리자가 말했다.임지강이 흐느끼는 소리는 신세희가 대문을 나갈 때까지 들렸다.신세희 역시 울고 있었다.서준명은 깊은 죄책감이 들었다.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세희야,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난 네가 보고 마음이 조금 편해질 줄 알았는데….”신세희는 대답이 없었다.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저 눈물이 났다.왜 눈물이 나는지도 알 수 없었다.불행한 동년 때문에 눈물이 난 걸까?아니면 이런 아버지를 만난 게 억울한 걸까?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봤다는 서러움 때문일까?그녀는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조용히 흐느꼈다.서준명은 죄책감에 견딜 수 없었다.“미안해, 세희야….”‘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어.’그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어서 안타까웠다.시내로 돌아온 뒤, 차에서 내린 신세희는 눈물을 훔치고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 고마워요. 나를 위해서 그런 거 알아요. 예전에는 그 사람들이 정말 미워서 죽이고 싶었거든요. 매일 저들을 죽이는 상상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바라던 결말을 오빠 덕분에 드디어 봤잖아요. 고마워요.”“앞으로 다시는 저 인간들한테 너 데려가는 일 없어.”잠시 고민하던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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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신세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그게 뭔데요?”부소경은 어쩐 일인지 자꾸 뜸을 들였다.“올라와 보면 알아.”신세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부소경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엄선희와 민정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두 사람, 뭐 아는 거 있지?”엄선희가 웃으며 말했다.“남편이 이벤트 해주려나 보지. 부 대표님 같은 분이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인 줄 어떻게 알았겠어? 글쎄 우리한테 연락해서 세희 씨를 꼭 이 백화점으로 데리고 오라지 뭐야? 얼른 올라가 봐.”민정아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이벤트인지는 우리도 몰라.”신유리도 엄마를 재촉했다.“엄마! 빨리 가보자!”신세희는 딸의 손을 잡고 일행과 함께 백화점 위층으로 향했다.6층은 이 백화점의 맨 위층이었다.일층에서는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를 팔고 2층과 3층은 패션, 4층은 가구매장이고 5층은 카페나 식당이 있었다.신세희도 이곳을 몇 번이나 방문했지만 5층위에 또 층이 있는 줄은 몰랐다.6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다른 층과는 다르게 아주 조용한 분위기가 풍겼다.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간 신세희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곳은 가구매장이었다.가구라고는 하지만 일반 가구를 파는 곳은 아니고 원목 재질의 유명 디자이너 작품들로만 구성되었다.신세희는 목재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구들을 만져보고 둘러보니 이곳 물건들이 무척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을 디자인과 아늑한 느낌을 주는 가구들이 가득했다.멀리서 부소경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서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소경 씨, 가구들이 참 좋아 보이네요. 하지만 딱 봐도 몇천만 원은 훌쩍 넘을 것 같은데요?”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건축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가구에 대해서도 잘 아네.”“당연하죠.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잖아요.”부소경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곳 가구들은 외국에서 수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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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옆에 있던 신세희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돈을 지불한 뒤, 부소경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아래층으로 가서 장모님 드릴 선물도 좀 사자. 여긴 내가 다 처리하고 뒤따라갈게.”신세희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걸음을 돌리던 신세희는 부소경이 고른 소파 위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가까이 다가간 신세희는 상대를 알아보고 미간부터 찌푸렸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얼굴이 수염으로 뒤덮인 구경민이 말했다.“그게… 소경이가 장모님한테 가구를 사드린다고 해서 따라왔어요. 사실 이 가구세트는 내가 추천한 거예요.”하지만 신세희는 고맙게 느껴지지 않았다.“그럴 시간에 윤희 언니나 찾지 않고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이때, 어린 신유리가 구경민의 앞에 달려오더니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경민 삼촌! 열흘 안에 우리 윤희 이모 찾아와! 찾지 못 하면 다시는 삼촌한테 안기지 않을 거야! 뽀뽀도 금지할 거야! 얼굴도 안 돼! 흥!”그러던 아이가 눈물을 글썽였다.구경민은 볼이 퉁퉁 부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아이가 무척 사랑스러웠다.그는 매번 신유리를 만날 때면 아이를 안고 이마에 뽀뽀를 하거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런데 그렇게 좋은 짓을 앞으로는 할 수 없다니!그 순간 구경민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마치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고윤희가 떠올랐다.그녀는 줄곧 아이를 원했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항상 외면했다.만약 그들의 첫 아이를 지우지 않았더라면 아마 유리보다 조금 더 컸을 것이다.만약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그녀는 이렇게 종적을 감췄을까?“웃음이 나와?”신유리는 다짜고짜 짧은 다리를 들어 구경민의 명품 구두를 짓밟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짝이던 구경민의 구두는 볼품이 없어졌다.“삼촌 나빠! 빨리 윤희 이모 찾아오라니까! 당장 일어나! 이거 우리 외할머니한테 선물할 소파야!”여섯 살 어린애가 고집을 부리면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천군만마를 호령하는 구경민도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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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고윤희의 연락을 받은 신세희는 비싼 가구를 선물 받았을 때보다 더 표정이 밝아졌다.그녀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윤희 언니….”어디냐고 물으려던 그녀는 구경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래도 고윤희를 아는 사람은 구경민뿐이었다.서른 살이 넘은 성인이지만 고윤희는 여전히 생각이 단순했다.나가서 일을 해본 경력도 없었기에 돈이 필요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구경민의 추측은 정확했다.고윤희는 그의 추측대로 돈 때문에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 얼마나 필요해요?”신세희가 고윤희와 통화하고 있는 사이, 구경민은 부하 직원에게 연락해서 전화번호를 추적하라고 지시했다.한편, 고윤희와 한진수 모자는 시골로 내려가는 길에 있었다.가는 내내 그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한진수의 어머니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렸다. 그들은 가장 싼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한진수 어머니가 고열을 호소해서 차에서 내리게 되었다. 그들은 근처 마을의 진료소로 이동했다.한진수의 모친은 병세가 조금 호전되자 링거를 거부했다.그들이 가진 돈도 사실 얼마 없었다.세 성인이 거리에 나가서 구걸을 해도 뒤돌아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한진수는 어머니를 업은 채, 고속도로를 걸었다. 혹시라도 지나가던 화물차를 얻어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그렇게 그들은 운이 좋게 시내로 가는 화물차를 얻어 타고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그런데 이번에는 고윤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열물을 토했다.처음에는 그냥 멀미인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사흘이 지나도록 구토가 멎지 않았다.식사가 불규칙 적이라 먹다가 체한 게 분명했다.한진수는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고윤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한진수는 오히려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요.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 며칠 하죠, 뭐. 공사장 일도 할 수 있어요. 예전에도 해봤거든요. 나 맷집 좋아요. 그러니까 병원에 일단 가요.”고윤희는 한진수의 고집을 못 이겨 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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