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한진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 아들 노릇도 못해서 미안해요. 결혼식도 못 오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그의 어머니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아들. 너만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해.”잠시 고민하던 어머니가 물었다.“그런데 식은 어느 호텔에서 할 거야?”한진수가 말했다.“그랜드 호텔에서 올릴 거예요. 남성 최고의 호텔이거든요. 우리 마을 사람들에 비하면 저 정말 많이 출세했죠? 그런데 엄마를 모시고 올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해요.”그의 어머니는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엄마도 기뻐! 전화 요금도 많이 나올 텐데 그만 끊자. 결혼 축하해, 아들.”“엄마도 건강 잘 챙기고 계세요.”전화를 끊은 한진수는 한 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4년 전 그가 아직 고등학생일 때, 뛰어난 성적 때문에 그에게 우스갯소리를 하는 마을 주민들이 많았다.“진수야,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고 도시 여자와 결혼해도 네 엄마를 잊으면 안 돼!”“그래, 네 엄마를 잊으면 안 되지.”“진수야, 우리 옆 마을에서 이번에 서울 명문대에 입학한 애가 한 명 있었어.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서울에 남아 일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여자랑 눈 맞아서 결혼한 거야. 그런데 그 애가….”“그 애가 뭐?”한 주민이 물었다.“그 집 부모가 대출까지 내가면서 대학에 보냈는데 서울 물 좀 먹었다고 제 부모도 나 몰라라 하는 거야. 그리고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부모님을 먼 친척이라고 소개했다지 뭐야.”“그건 허영심이지.”“그래, 맞아! 허영심!”“인간성이 없는 거야! 어떻게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무시해? 배은망덕한 놈!”“아들이 아니라 짐승을 키웠네!”“앞으로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말라고 해!”그들 말처럼 그 대학생은 한 번도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다. 평생 고생만 한 그의 부모님은 늙어서까지 대출을 갚느라 등골이 휘게 일만 했다.모두가 그 젊은 청년을 은혜도 모르는 불효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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