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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호텔 안에서 아들 한진수는 화려하게 차려 입고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그의 모친은 밭일을 오래 한 탓에 구부정한 허리로 로비 입구에 서서 흐뭇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한진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드는 생각은 재벌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게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처갓집 사람들은 태생이 우월감으로 똘똘 뭉쳐서 시골에서 온 그를 무시하고 통제하려 들었다.

평생 평민들을 무시하며 살아왔으니 아마 그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는 출세한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내적 고통은 가난했을 때보다 두 배로 늘었다.

한진수와 눈이 마주친 그의 모친은 그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조용히 뒤돌아섰다.

사실 그의 모친은 출세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행복했다.

좋은 대학을 나온 아이들이 대도시에서 결혼한 뒤로 시골 부모님과 소원해진다는 말을 그녀도 들은 적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직접 전화까지 했고 며느리가 임신 중이라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딱히 서운한 건 없었다.

하지만 한진수 본인에게 이 결혼식은 고통 그 자체였다.

그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몰랐다.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일 때도 거의 영혼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그의 아내도 그런 그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정소민은 불같이 화를 냈다.

“한진수!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 결혼식에서 그게 무슨 똥 씹은 표정이야! 내가 만만해?”

평소 한진수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내의 아들도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한진수! 우리 엄마랑 결혼하기 싫으면 그만둬! 당장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

한진수는 그들의 횡포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정소민은 예의 없이 구는 아이를 혼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아들을 품에 안으며 칭찬했다.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이제 겨우 세 살인 애가 엄마 편도 들 줄 알고. 역시 내가 아들 하나는 잘 키웠다니까! 엄마는 네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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