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151 - 챕터 1160

2823 챕터

제1151화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통신망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길에서 먹을 걸 구걸하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가 장장 2주를 걸어서 다시 구경민의 산속 별장에 돌아오게 되었다.  고윤희의 생각은 간단했다.  그녀는 심지어 이미 2주나 지났으니 구경민이 아직 여기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구경민은 자신의 진짜 여자친구를 데리고 이미 수도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그녀는 남성에서 신세희와 신세희 친구들 빼고는 달리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여기로 돌아온 건, 몇몇 가정부들이 그녀를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가능하다면 돈 좀 빌리고 옷을 갈아입은 뒤, 지낼 곳을 찾아 일자리를 찾고 싶었다.  만약 집에 있는 가정부들과 대화가 잘 통한다면, 그녀는 안에 있는 옷들까지 가져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당시에는 그녀가 너무 토라져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고윤희는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며 가정부 중 누구라도 나오길 기다렸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그녀를 죽일 뻔했던 최여진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네가 감히 돌아오다니!”최여진은 발로 고윤희의 손을 밟았다.  밟혀서 통증을 느낀 고윤희는 이를 꽉 깨물고 애써 아픔을 참았다.  최여진은 다시 쭈그려 앉은 뒤 고윤희의 더러운 얼굴을 잡았다. “지금 네 몰골이 어떤지 봐봐. 만약 내 남자가 네 이런 꼴을 보면, 길에서 온 강아진 줄 알고 발로 차서 내쫓아버릴 걸?”  고윤희의 눈동자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최여진을 보지 않고 나약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평온하게 말했다. “저는 그쪽 남자를 뺏으러 온 게 아니에요. 전 단지 음식 좀 먹고 살고 싶어서 그래요. 제 옷… 어차피 그 쪽이 안 입을 거니까, 부탁인데… 혹시 저한테 다시 버려주시면 안될까요?”  최여진은 차갑게 웃었다. “벌써 2주나 지났는데, 네 옷이 아직도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내가 이미 다 불에 태워버려서 잿더미로 변했고, 내가 별장 전체도 다 소독했어! 넌 진짜 뻔뻔한 년이야! 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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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전화 너머 구경민의 말투는 무거우면서도 풀이 죽어 있었다. “여진아, 너 하루동안 어딨었어?”  최여진은 고윤희를 한번 보고 달콤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 잘 있었어, 왜 오빠? 내가 그렇게 걱정됐어? 나 잠깐 바람 쐬러 다녀온 건데 걱정한 거야? 내가 밖에서 노는 거 좋아하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집에 돌아와 봐.” 구경민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지금?”  “응.” 구경민은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엄청난 결심을 한 것처럼 이어서 말했다. “여진아, 우리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거 같아. 거의 10년이잖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는…”  최여진은 공기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심지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도 하얘졌다.  그녀는 속으로 그가 하는 말을 듣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천번 만번이나 했다.  그러나, 몇 분 동안 침묵하던 구경민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리 헤어지자.”  이 순간 사실 그녀는 이 말을 들을 걸 예상했었지만, 직접 귀로 들으니 최여진의 마음은 칼에 맞은 것처럼, 바늘에 찔린 것처럼, 근육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  “경민 오빠......” 최여진은 애써 개의치 않는 말투로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그는 전화 너머 차갑게 웃고 있었다.  최여진은 여전히 최여진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온 여자였다.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이런 최여진은 상처를 안 받지 않을까?  “돌아오면 다시 자세히 얘기해자.” 구경민은 간단하게 대화를 끝냈다.  그의 말투에선 어떠한 미련도 느껴지지 않았다.  최여진은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몇 분 뒤, 그녀는 그제서야 차 문을 열고 안에 웅크리고 있던 고윤희에게 말했다. “나쁜년! 방금 오빠가 나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고윤희는 힘없이 말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왜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난 건데? 다 너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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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그냥 뒷탈없이 깨끗하게 처리만해!” 최여진은 호되게 말했다.  “누나, 가격은…”  “20억!”  “근데 우리 사람이 다섯이야. 인당 4억 받게 못 받는데… 우리 인당 20억씩 주면 할 게!”  “그래서 총 100억 달라고?”  “누나, 100억이 뭐야, 1000억도 누나한테는 별 거 아니잖아…”  최여진은 또 무섭게 웅크려 있는 여자를 노려봤다. “100억? 이런 별 것도 아닌 년 하나 처리하자고 내가 100억이나 쓰라고?”  그녀는 망설이다가 결심했다. “그래, 100억이면 100억이지. 대신 꼭 깨끗하게 처리해야 해!”  전화를 끊은 뒤, 최여진은 고윤희의 얼굴을 밟았다. “100억! 네 까짓 게 뭐라고! 내가 100억이나 쓰게 만들어!”  고윤희는 이미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제가 100억만큼의 가치가 있다니. 게다가 죽을 때가 다 된 저한테 남자 4-5명이나 선물로 주고말이에요! 여진 씨 정말 통도 크시네요.”  “여진 씨는 제일 좋을 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느라 하루도 경민이랑 함께 하지 않았었지만, 저는 제가 제일 행복할 때 경민이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받았었죠. 저는 여자로서… 이미 만족했어요, 하지만 여진씨는요?”  “너 죽고싶어?”  “저는 오늘 죽고싶지 않아도 죽겠죠. 죽는 마당에 하고싶은 말도 못 하나요?”  고윤희 때문에 열이 받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 했던 허무함이 느껴졌다.  고윤희가 말했던 것처럼, 최여진은 사실 제일 좋은 시기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걸 떠올린 순간, 최여진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너네 얼른 와! 해 지기 전에!”  전화를 끊은 뒤, 최여진은 가만히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고, 하루종일 그녀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고윤희는 너무 배가 고파서 여러 번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산 꼭대기라 바람도 너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서 그녀는 정신이 자꾸 돌아왔다.  머리속에 아무런 생각도 안 들고,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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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4-5명의 남자들은 고윤희를 건드리려고 했으나, 그들 곁에 갑자기 엄청 많은 뱀들이 기어왔다.  빨간 뱀과 초록 뱀들은 어두운 빛을 눈에서 뿜어내고 있었으며, 서늘한 산 꼭대기위의 뱀들인지 더 차갑게 느껴졌다.  놀란 남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고윤희는 힘없이 눈을 떴다.  그녀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똑같이 죽음이니 말이다.  뱀에 물려 죽는게 어쩌면 더 좋은 결말일지도 모른다.  그 무리의 남자들이 내려간지 몇 분 안돼서, 다리를 절고 있던 남자 한 명이 고윤희 앞으로걸어왔다. 그는 매우 정확하게 한 손으로 뱀들의 목덜미를 잡고 뱀을 한 마리씩 봉지 안으로 넣었다.  고윤희는 힘겹게 눈을 뜬 채로 앞에 있던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대략 40대 정도로 보였다.  “누구…세요?” 고윤희는 힘겹게 물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무던하면서도 조금은 나이든 느낌이 있었다. “저는 이 산에 사는 사람이에요. 늙은 저희 어머니랑 같이 서로 의지하면서 살고 있죠. 어머니가 몸이 많이 약해서 눈이 잘 안 보이시는데, 어머니한테 보약을 사드릴 돈이 없고 지낼 곳도 없어 이 산에서 지내고 있어요. 마침 독 없는 뱀을 잡았어서...”  “아가씨는 누구한테 잘못을 했길래 저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하는거예요?” 남자가 물었다.  “먹… 먹을 것 좀… 주세요. 먹을 게 필요해요.”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네, 잠깐 기다려요, 갖다 드릴게요.”  남자가 줄 수 있는 건 고작 과자 한 조각과 물 조금이었다.  이것밖에 없어도 고윤희는 맛있게 먹었다.  뱃속에 음식이 들어가니 그녀의 정신도 많이 돌아왔다.  “아가씨, 제가 업고 내려가 줄까요?” 남자가 물었다.  고윤희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진데, 안 괜찮을 게 뭐가 있나요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고맙죠.”  “갑시다, 제가 업고 내려가 드릴게요. 저랑 어머니는 벽돌집에 살고 있어요, 우선 저희 어머니랑 같이 하룻밤 자고 날 밝으면 데려다 드릴게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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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그녀는 남자의 등에 업혀서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 집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없었어요. 제가 예전에 잘못한 게 많았거든요. 저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저씨. 만약 괜찮으시다면 제가 당분간 어머님 보살펴 드릴게요. 나중에 제 몸이 좀 괜찮아지면 하산하고 일 자리 찾아서 그때 가서 보답도 해드리고요.”  남자는 순하게 웃었다. “좋아요.”  이렇게 고윤희는 산 속에 살고 있던 중년 남자에 의해 구해졌다.  가끔 그녀는 비록 운명이 많이 뒤틀렸더라도 자신의 명줄이 길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죽을 뻔했지만 다 구해졌으니 말이다.  앞으로 그녀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신의 두 손만 의지해서 살아갈 생각이었고, 재벌이 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면 됐었다.  이 날 저녁, 고윤희는 벽돌집 안에서 늙은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 따뜻한 국물이 있는 야채국수와 산에서 말린 고기를 먹은 뒤 만족스럽게 잠에 들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최여진은 다시 구경민의 산속 별장으로 돌아왔다.  저녁 10시, 구경민은 거실에 앉아서 최여진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는 꼭 이 일을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아니면 그의 마음은 하루가 갈수록 고통스러워질 것 같았다.  저녁 11시가 되자, 최여진은 술에 잔뜩 취해서 돌아왔다.  그녀는 구경민 앞으로 다가와, 그의 양복 넥타이를 잡은 뒤 무표정으로 있는 구경민의 얼굴을 보았다.  “오빠, 내가 16살 때부터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했었지.”  구경민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다. “네가 필요한 만큼 돈은 다 줄게. 내가 너 앞으로 의식주 걱정할 일 없게 해줄 수 있다고 장담해줄 수 있고, 네가 세계여행 하고 싶으면 가도 돼.”  “난 이미 놀만큼 놀았어. 난 오빠한테 시집갈 거야!” 최여진은 박력있게 말했다.  “오빠가 그랬잖아, 내가 오빠 마음 속에 백조라며! 나 평생 지켜주겠다며!”  “근데 여진아, 가끔은 사랑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것들이 있어. 몇 년 동안 돌아오지도 않고 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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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하룻밤 사이에, 구경민은 수염이 많이 자라 있었다.  그의 초췌한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매우 속상하게 만들었다.  만약 신세희가 예전과 같은 이미지로 구경민을 봤더라면, 그녀도 구경민을 보고 속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신세희는 구경민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부소경의 사무실에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생사를 예측할 수 없었으며 당장이라도 부소경이 자신을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때 사업이나 일자리는 더욱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매우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을 때, 구경민이 온화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세희 씨 본인 사업 하고싶으면 하세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해도 좋고요. 건축 좋아하신다고 했으니 그쪽으로 해보시면 되겠네요.”  그 한번으로 인해, 신세희는 구경민의 대한 인상이 좋았었다.  나중에 구경민의 친한 여사친을 만났을 때, 신세희는 고윤희의 온화함과 허세 없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고윤희의 온화함과 우아함, 그리고 허세도 없는 그 모습과 모두에게 무해한 모습은 정말 신세희가 봤을 때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여자가 구경민 곁을 몇 년이나 지켰는데, 그가 쫓아냄으로 인해 쫓겨나고 말았다.  이 순간, 신세희는 당장이라도 구경민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옆에 있던 아이마저도 눈을 굴리며 구경민을 보았다. “삼촌 미워! 삼촌은 못된 아저씨야! 우리 아빠보다 못 됐어!”  이 순간, 그는 억울했다.  삼촌 얘기를 하다가 왜 불똥이 자기한테 튄 거지?  아빠보다 더 못됐다니!  아빠가 못된 적이 있었나?  “소경아 미안해. 너까지 욕먹게 해서.” 구경민은 씁쓸하게 웃으며 부소경을 보았다.  “우선 차에 타.”  부소경은 구경민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있어도 그는 아이 앞에서 그에게 망신을 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부소경은 누구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꾸짖는 귀찮은 일은 신세희가 해야 했다.  하지만 부부가 다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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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그는 너무 후회돼서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그는 단순하게 구씨 가문 입장만 생각하고 말을 한 거라 인간관계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 순간, 구서준은 외숙모랑, 민정아, 그리고 엄선희가 자신의 임시 둘째 숙모와 굉장히 굳건한 관계라는 게 떠올랐다.  그는 말을 더듬으며 인정했다. “그… 그 여자는… 밖에서 미친 듯이 놀았죠.”  신세희는 또 물었다. “그 여자랑 둘째 삼촌이랑 약혼했어요?”  “아… 아니요.”  “그 여자랑 삼촌이랑 안 만난지 얼마나 됐어요?”  “거… 거의 10년 다 됐죠…”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차갑게 웃었다. “그럼 그게 무슨 둘째 숙모예요? 네? 대답해 보세요!”  구서준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외… 외숙모, 다 내 잘못이에요. 내가… 지금부터 둘째 숙모 찾는 걸 도울게요, 그 진짜 둘째 숙모 말이에요. 그리고 이제 막 돌아온 그 숙모 감시도 할 게요. 그럼… 제가 잘못한 거랑 퉁쳐주실 수 있나요?”  “저리 꺼지세요!”  “네, 명령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구서준은 바로 고개 돌려 밖으로 나갔다.  한 두 발짝 걸어갔다가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신세희를 보았다. “외… 외숙모, 근데 여기 제 회사예요. 제가 외숙모 월급 드리는 그 사람이고요…”  “꺼지라고요!” 신세희는 진짜 열 받기 직전이었다.  “바로 꺼지겠습니다!” 구서준은 바로 도망갔다.  원래 오늘 점심 때 민정아랑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보아하니 몰래 약속을 잡아야 할 것 같았다.  구서준이 도망간 후, 신세희는 남편과 구경민이 약속한 바에 있는 룸에 도착했다.  룸 안에 들어가보니, 구경민은 이미 술에 취해있었다.  2주라는 시간 동안, 남자는 많이 늙은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난 수염은 정돈되지 않은 그의 머리카락과 잘 어울렸다.그의 모든 건 세상에 온갖 풍파를 다 맞은 느낌이었다.  신세희는 차갑게 웃은 뒤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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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신세희는 놀라서 그대로 일어났다.  그녀는 너무 흥분해서 순간적으로 눈물을 흘렸다. “윤희 언니, 언니 지금 어디에요? 그동안 잘지냈어요? 저 언니랑 경민씨랑 헤어진 거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 어디에요? 어디 살아요? 내가 지금 찾으러 갈게요.”  고윤희의 전화를 받은 그 순간, 신세희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녀가 제일 어색해서 누구와 말을 섞어야 할지 몰랐을 때, 고윤희가 그녀에게 건넨 물 한 병과 무엇보다 온화했던 미소였다.  고윤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 잘 지내고 있어요 세희 씨, 배부르게 잘 먹었거든요…”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그 말이, 매우 행복하고 평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신세희가 들었을 때는 그렇게 씁쓸할 수가 없었다.   2주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고윤희가 배부름에 만족할 정도로 삶에 대한 요구가 낮아진 걸까?  배부른 게 제일 큰 행복인가?  신세희는 순간 눈물을 마구 쏟았다. “윤희 언니…”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의 핸드폰을 구경민이 뺏어갔다. “윤희야…”  저편에서 고윤희는 너무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우물쭈물 말했다. “구… 구대표님, 어… 어떻게 세희 씨랑 같이 있어요?”  구 대표님.  그녀는 그를 구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구경민은 이 호칭이 왜 이렇게 거슬릴까?  예전에 그녀는 늘 이름으로 불렀었다.  감정이 깊어졌을 땐 그에게 자주 남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를 구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매우 평온하게 불렀다.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교점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말해! 지금 어디야! 구경민은 다급하게 물었다.  전화너머 고윤희는 당황한 말투였다. “구… 구 대표님, 제가… 아직도 신세진 게 있을까요? 제가… 그 집에서 나왔을 때 옆에 계셨잖아요, 저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왔어요… 저한테…. 카드 하나가 있긴 했는데, 그것도 대표님 아내분께서 가져가셨잖아요.”  “뭐라고?” 구경민은 인상을 깊게 찌푸리고 소리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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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고윤희는 처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 제 욕심이었죠, 다른 사람 돈 2억을 탐내는 게 아니었…”  “그 여자가 때렸잖아요! 그리고 죽이려고 했다고 했죠?”  “네, 만약 산에서 절 누군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어제 저녁에 산 꼭대기에서 죽었을 거예요.”  “망할 년, 걘 죽어도 싸요!” 신세희는 갑자기 화를 냈다.  고윤희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괜찮아요 세희 씨, 나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 배부르게 먹었고 춥지도 않아요. 그냥 2주동안 세희 씨를 안 만나서, 갑자기 그 일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내가 저번에 병원 가서 난리치는 바람에, 세희 씨 곤란하게 만든 건 아니죠?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난 괜찮아요 언니, 내 일은 이미 해결됐어요. 내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언니 어디에요? 내가 데리러 갈까요?” 신세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그… 구 대표님이… 저보고 빚진 거 갚으라고 하지 않나요?” 고윤희는 또 걱정하며 물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경민이 다시 신세희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었다. “윤희야, 너 어딨어? 알려주면 내가 거기로 갈게! 들어봐, 넌 너무 멍청해서 밖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없어, 그러니까 돌아와! 내 곁으로 돌아오라고!”  “뭐… 뭐라고 했어요?”  “돌아오라고!”구경민이 명령했다.  그는 사실 명령을 한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급했던 거였다.  하지만 고윤희가 듣기엔 그의 말투는 오히려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고윤희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윤희야, 윤희야…”  전화에선 이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신세희는 분노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민을 보았다. “구경민 씨! 당신은 진짜 멍청해요! 당신네 그 최여진이 언니를 죽일 뻔했다고요! 근데 또 지금 그런 명령조로 돌아오라고 하면 언니가 당연히 놀라죠. 바보 같이 그것도 모르냐고요!”  그녀는 정말 화가 났다.  만약 평소 같았으면 그녀는 이런 식으로 구경민에게 말하지 않았을 테다.  그래도 구경민은 부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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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말이 끝난 뒤, 고윤희는 자신을 밤새 돌봐준 할머니를 보고 온화하고 감격스럽게 말했다. “어머님, 감사해요. 제가 원래 당분간 여기서 살면서 보살펴 드리고, 은혜를 갚으려고 했는데, 지금 저를 죽이러 사람들이 쫓아와서 가야겠어요. 저한테 베푸신 은혜는 나중에 와서 보답할게요.”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 “얘야, 너도 참 팔자가 사납구나, 우리 아들처럼 말이야.”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할머니를 보고, 또 눈 앞에 있는 한씨를 보았다.  한진수는 온화하게 울었다. “아니면 제가 저희 어머니 업고 나가서, 같이 다른 곳으로 떠날까요? 같이 북쪽으로 갈래요?”  “......진수 씨, 그… 무슨 뜻이에요?”  한진수가 말했다. “말투 들어보니까 이쪽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요. 남성은 남쪽이라 말투가 좀 부드러운 편인데, 그쪽은 완전 말투가 북쪽 같아서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도 북쪽에서 왔어요.”  “그럼… 이 산에서 오래 살았던 분이 아니신가 봐요?”  한진수가 말했다. “맞아요, 저랑 저희 어머니도 갈 곳이 없어서 이 산에 머무르게 된 거예요. 원래 이번생에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매일 산 속에서 좋은 약재들로 어머니 병을 좀 고쳐드리고, 저도 그냥 이렇게 살아가면서 여생을 마감하려고 했죠.”  “진수 씨, 오빠도 예전에 억울하게 사셨어요?”  한진수는 처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쪽이랑 비교하자면 비슷하죠.”  그녀는 바로 동정이 가득한 눈으로 한진수를 보았다.  그럼과 동시에 속으로 의지할 곳이 생긴 것 같았다.  그녀는 한진수를 보면서, 그가 지금까지 당했던 일들을 들었다.  한정식의 본명은 사실 한정식이 아니었다. 이건 그가 남성에 와서 어느 외동가정의 사위가 된 후에 누군가 한정식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거였다.  그의 본명은 한진수였다.  한진수는 북쪽에 있는 작은 산속 마을에서 태어났고, 또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당시에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집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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