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그는 남성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홀로 남을 어머니가 걱정이었다.결국 한진수는 직장을 구하면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웃에게 어머니를 맡겼다.한진수는 성실하고 고된 일 마다하지 않으면서 일 머리도 있는 사람이었다. 대도시인 남성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는 원하던 직장을 찾았다.그가 일하는 곳은 옷을 만드는 공장이었다.그가 맡은 업무는 매일 재봉틀과 씨름해야 했다.남자가 이런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들은 이런 건 여자나 하는 일이라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하지만 한진수는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든 빨리 돈을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에 임했다.그 해 설, 한진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 성품 좋은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게 그의 꿈이었다.그렇게 1년이 더 지나고 한진수는 400만원이라는 큰돈을 모았다.그는 거금 400만 원을 가지고 2년 만에 귀향길에 올랐다. 20년 전에 400만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다. 최소한 고향에 돌아가서 결혼할 자금으로는 충분했다.그런데 집으로 돌아간 그는 뜻밖의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침대에서 운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어머니에게 여러 번 물어서야 그는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머니를 맡겼던 이웃은 매일 어머니에게 한끼 식사만 제공했는데 그것마저 전부 먹다 남은 음식이었다.가끔은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이틀에 한 번 집에 먹을 것을 가져온 적도 있었다.이웃은 한진수가 보낸 생활비로 마을에 으리으리한 기와집까지 지었다.한진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는 어머니를 보살펴야 했기에 억지로 화를 참았다. 그리고 앞으로 잘나가게 되면 이 파렴치한 인간들에게 제대로 복수하겠다고 결심했다.그렇게
한진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름도 모르는 구석진 시골에서 올라온 그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남자들이 싫어하는 의류 공장에 취직해서 4년을 일한 게 전부였다.사장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를 그도 납득할 수 없었다.아주 유혹적인 제안이지만 바로 좋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그는 천성이 착하고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한정수는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사장님, 제 어떤 점을 예쁘게 봐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갑작스러워서요.”사장도 돌려 말하지 않았다.“네가 쓴 글을 우연히 봤어. 글자가 참 단정하고 곱더라고. 어느 날 너희 팀 팀장이 집에 일이 있어 며칠 자리를 비웠는데 넌 팀장 대리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어. 업무 보고서도 아주 깔끔했고. 내 눈은 틀리지 않아.”한진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너 고등학교는 졸업했지?”사장의 질문에 한진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장님.”“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을 포기한 거야?”사장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한진수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제 고향은 아주 가난한 마을입니다. 근처에는 남성처럼 이렇게 큰 공장도 없어서 많은 청년들이 밭일을 하고 있어요.”그 말을 들은 사장은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한진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사정을 이야기했다.“나한테 딸이 한 명 있는데 너보다 두 살 많아. 대학 졸업한지 2년이 넘어. 그 애가 대학교 때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부주의로 임신을 했어.”한진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장을 바라보았다.사장이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애가 출산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남자애는 해외로 떠났지. 분을 참지 못한 우리 애는 죽자는 심정으로 2층 자기 방에서 뛰어내렸어. 그렇게 한쪽 다리를 잃었지.”“진수야, 넌 외모도 출중하고 학교 교육도 어느 정도 받았으니 난 네가 무척 마음에 들어. 네가 우리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온다면 내 재산은 나중에 네 것이 되는 거야. 앞으로 네가 우리 공장을 관리하게 되면 남의 눈치를 보며
그날은 그의 어머니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한진수의 설명을 들은 그의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데릴사위가 수치스럽다는 건 다 옛날 얘기야. 데릴사위가 어때서? 넌 여전히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이야. 그 집에 입적해도 네 아이는 내 손주야.”한진수도 웃으며 어머니에게 말했다.“엄마가 괜찮으시다니 저도 좋아요. 결혼하면 어머니도 도시로 모셔올게요. 사장님께서 그러시는데 신혼집으로 남성에 2층짜리 별장을 사주신대요. 그때가 되면 엄마도 남성으로 와서 우리 같이 살아요.”그의 어머니는 입가가 귀에 걸려서 기쁨에 겨워 말했다.“그래, 그래. 이 엄마도 드디어 복 받을 날이 오는구나.”그렇게 모자가 상의를 마치고 일주일 뒤, 한진수는 사장에게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그는 자신이 이로써 출세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진수는 예의 바르면서도 대범하게 사장에게 말했다.“저도 이 집의 가족이 되었으니 남자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회사 일도 배울게요. 경영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꼭 노력해서 이 집안의 기둥이 될게요.”이건 그가 장인에게 한 약속이었다.장인에 베푼 친절에 대한 보답이라고도 생각했다.나중에 결혼한 뒤에도 한진수는 자신의 약속을 성실히 지켰다.아내가 다른 남자와 낳은 아이도 자신의 아이처럼 사랑해 주었다.다리 한쪽이 불구가 된 아내도 극진히 보살폈다.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장인 장모에게도 효를 다했다. 그가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장인 장모도 전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한진수는 경영에 재능이 있었다.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공장 매출은 전보다 두 배나 올랐다.아내와 혼인신고를 한지 반 년이나 지났지만 처가에서는 결혼식 얘기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어느 날, 기분이 무척 좋았던 그의 아내는 멀쩡한 다리를 그의 배에 올리며 그에게 말했다.“자기, 우리가 혼인신고를 한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결혼식 얘기가 없는지 알아?”한진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만 흔들었다.아내가
아내의 말투는 매몰찼다.“한진수, 당신이 나한테 시집오는 거야! 데릴사위로 우리 가문에 입적하는 거라고! 결혼하게 되면 당신은 우리 가문 사람이야. 우리 부모님이 준비한 결혼식에 그 시골 노인네가 왜 참석해? 우리 부모님 체면은 생각 안 해?”한진수는 순식간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결혼식을 올리려면 우리 엄마도 무조건 참석해야지! 그것도 싫으면 이혼하든가!”그날 그의 아내는 밤새 울며 그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우리 부모님이 당신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회사도 당신한테 맡기고 나 같은 대학교 졸업생이 당신 학벌 안 좋다고 무시한 적 있어? 내 아들도 당신을 잘 따르잖아.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벌써 우리 가문 돈을 넘봐?”한진수는 억장이 무너졌다.“내가 무슨 돈을 넘봤다고 그래?”“그럼 그 시골 노인네는 왜 부르겠다는 거야? 당신 엄마를 데려다가 우리 가족으로 만들고 얼마 안 지나면 숙모, 삼촌, 고모, 사돈에 팔촌까지 다 부를 거잖아! 그렇게 천천히 우리 가문을 갉아먹으려고!”아내의 모욕적인 발언은 계속되고 있었다.“당신 욕심도 많아! 우리 가문 돈을 보고 접근했지? 그러면서 온갖 착한 척은 다 하고 다니고! 역겨워!”한진수가 화를 내려는데 아내가 말했다.“나… 나도 당신이랑 못 살아! 내일 당장 산부인과 가서 애기 수술할 거야!”그 말을 들은 한진수는 화를 내려던 것도 잊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당신… 임신했어?”“쳇! 누가 임신이래? 말실수야!”“내… 내가 아빠가 되는 거야? 맞아?”“은혜도 모르는 놈! 못된 놈!”한진수는 다급히 아내를 달랬다.“알았어, 화내지 마. 다 내가 잘못했어.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을게. 하지만 내가 당신 가족이 된다고 우리 엄마를 버릴 수는 없잖아. 안 그래?”“당신은 우리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거야. 어쨌든 모든 결정은 우리 가문을 위해야 해! 아, 몰라! 우리 애기야? 당신 엄마야?”그 순간 한진수는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지우고
순간 한진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 아들 노릇도 못해서 미안해요. 결혼식도 못 오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그의 어머니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아들. 너만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해.”잠시 고민하던 어머니가 물었다.“그런데 식은 어느 호텔에서 할 거야?”한진수가 말했다.“그랜드 호텔에서 올릴 거예요. 남성 최고의 호텔이거든요. 우리 마을 사람들에 비하면 저 정말 많이 출세했죠? 그런데 엄마를 모시고 올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해요.”그의 어머니는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엄마도 기뻐! 전화 요금도 많이 나올 텐데 그만 끊자. 결혼 축하해, 아들.”“엄마도 건강 잘 챙기고 계세요.”전화를 끊은 한진수는 한 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4년 전 그가 아직 고등학생일 때, 뛰어난 성적 때문에 그에게 우스갯소리를 하는 마을 주민들이 많았다.“진수야,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고 도시 여자와 결혼해도 네 엄마를 잊으면 안 돼!”“그래, 네 엄마를 잊으면 안 되지.”“진수야, 우리 옆 마을에서 이번에 서울 명문대에 입학한 애가 한 명 있었어.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서울에 남아 일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여자랑 눈 맞아서 결혼한 거야. 그런데 그 애가….”“그 애가 뭐?”한 주민이 물었다.“그 집 부모가 대출까지 내가면서 대학에 보냈는데 서울 물 좀 먹었다고 제 부모도 나 몰라라 하는 거야. 그리고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부모님을 먼 친척이라고 소개했다지 뭐야.”“그건 허영심이지.”“그래, 맞아! 허영심!”“인간성이 없는 거야! 어떻게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무시해? 배은망덕한 놈!”“아들이 아니라 짐승을 키웠네!”“앞으로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말라고 해!”그들 말처럼 그 대학생은 한 번도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다. 평생 고생만 한 그의 부모님은 늙어서까지 대출을 갚느라 등골이 휘게 일만 했다.모두가 그 젊은 청년을 은혜도 모르는 불효자식이
호텔 안에서 아들 한진수는 화려하게 차려 입고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그의 모친은 밭일을 오래 한 탓에 구부정한 허리로 로비 입구에 서서 흐뭇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한진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갑자기 드는 생각은 재벌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게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처갓집 사람들은 태생이 우월감으로 똘똘 뭉쳐서 시골에서 온 그를 무시하고 통제하려 들었다.평생 평민들을 무시하며 살아왔으니 아마 그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에게 그는 출세한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내적 고통은 가난했을 때보다 두 배로 늘었다.한진수와 눈이 마주친 그의 모친은 그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조용히 뒤돌아섰다.사실 그의 모친은 출세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행복했다.좋은 대학을 나온 아이들이 대도시에서 결혼한 뒤로 시골 부모님과 소원해진다는 말을 그녀도 들은 적 있었다.하지만 그의 아들은 직접 전화까지 했고 며느리가 임신 중이라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딱히 서운한 건 없었다.하지만 한진수 본인에게 이 결혼식은 고통 그 자체였다.그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몰랐다.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일 때도 거의 영혼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그의 아내도 그런 그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정소민은 불같이 화를 냈다.“한진수!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 결혼식에서 그게 무슨 똥 씹은 표정이야! 내가 만만해?”평소 한진수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내의 아들도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한진수! 우리 엄마랑 결혼하기 싫으면 그만둬! 당장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한진수는 그들의 횡포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정소민은 예의 없이 구는 아이를 혼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아들을 품에 안으며 칭찬했다.“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이제 겨우 세 살인 애가 엄마 편도 들 줄 알고. 역시 내가 아들 하나는 잘 키웠다니까! 엄마는 네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그는 돈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는 인간은 아니었다.집을 나온 한진수는 호텔 근처에서 어머니를 찾았다.다행히도 어머니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어머니는 가장 싼 어느 모텔에 묵고 있었다.“엄마도 참 대단해요. 어떻게 혼자 남성까지 올 생각을 하셨어요? 호텔까지 찾아온 것도 신기하네.”한진수는 어머니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들! 네 엄마 이제 겨우 오십이 좀 넘었어. 아직 늙은 할망구는 아니라고. 일을 좀 많이 해서 등이 굽고 흰머리도 좀 나긴 했지만, 도시에서 관리 잘 받은 사람은 내 또래는 할머니 소리도 못 들어.”“네가 생활비로 쓰라고 보낸 돈으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갔지. 시내에서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남성에 왔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던걸?”어머니가 그렇게 말할수록 한진수는 죄책감이 들었다.그의 어머니가 시골 밖을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글을 조금 읽는다고는 하지만 겨우 초등학교 수준이었다. 그것도 한진수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그의 교과서로 조금 읽힌 게 전부였다.나중에 한진수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또 고등학교에 가면서 공부가 어려워지자 어머니도 배움을 그만두었다.하지만 밖에서 간판을 읽고 길을 찾아가는 건 충분했다.건강도 시원치 않은 몸으로 아들 결혼식을 본다고 그 먼 시골에서 여기까지 온 어머니였다.“아들, 이제 네 결혼식도 봤으니 엄마는 만족해. 엄마는 내일 돌아갈게. 엄마 걱정은 하지 마.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 네 덕분에 남성 구경도 해보고 참 좋네.”어머니가 말했다.한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엄마, 우리랑 그 사람들은 너무 달라요. 왜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라고 했는지 이제 알겠어요. 조건이 너무 심하게 차이 나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 집 사람들은 우리를 사람 취급도 안 하잖아요. 이 결혼 행복할 것 같지 않아요.”그러자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아들, 네 결혼식을 보면서 엄마가 얼마나 기뻤는데! 네가 좋은 사람을 만나 잘사는
한진수가 장인, 장모에게 이혼 얘기를 꺼내려는데 그의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진수야, 집사람이 임신까지 했는데 이혼 얘기를 꺼낸 건 네 잘못이야. 당장 장인어른께 사과드리고 집에 돌아가!”평생 시골 구석을 벗어난 적 없는 어머니였지만 가정의 평화가 소중하다는 이치는 잘 아는 사람이었다.어머니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인도 한진수를 나무람했다.“나쁜 자식!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부부가 살면서 싸우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조금 싸웠다고 이혼 얘기부터 꺼내면 어떡해? 그것도 네 아이를 배고 있는 여자에게!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한진수도 자신의 잘못을 알기에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장인어른, 죄송합니다.”“집에 가!”장인어른이 불호령을 내렸다.“사돈도 오셨는데 같이 집으로 모셔가. 사돈도 고향에 돌아갈 필요 없겠어요. 소민이가 좀 예민한 시기이기도 하고 집에 어린애까지 있어서 집안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긴 했거든요. 안 그래요, 사돈?”한진수의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사돈어른 말씀이 맞아요. 제가 민폐가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민폐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사돈, 같이 집으로 가시죠.”한진수의 장인이 말했다.그렇게 한진수의 어머니는 정재민과 함께 한진수의 신혼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와 보니 정소민은 지금도 울고 있었다. 그녀의 어린 아들은 악의로 가득 찬 눈빛으로 한진수와 그의 어머니를 노려보았다.아이는 촌스러운 늙은 여자와 함께 나타난 한진수를 보자 다짜고짜 한진수의 어머니를 발로 걷어찼다.한진수는 화가 치밀어 얼굴까지 빨개졌지만 그의 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애들이 뭘 알겠어. 아가, 넌 이름이 뭐니? 할머니랑 같이 자러 갈까?”어쨌든 한진수를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인데 한진수 어머니도 아이를 손자처럼 대해주기로 했다.“누가 당신 같은 사람이랑 같이 잔대! 더러워!”아이는 달려가서 엄마의 품에 안겼다.한진수 어머니는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정소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