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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전화 너머 구경민의 말투는 무거우면서도 풀이 죽어 있었다. “여진아, 너 하루동안 어딨었어?”

  최여진은 고윤희를 한번 보고 달콤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 잘 있었어, 왜 오빠? 내가 그렇게 걱정됐어? 나 잠깐 바람 쐬러 다녀온 건데 걱정한 거야? 내가 밖에서 노는 거 좋아하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집에 돌아와 봐.” 구경민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지금?”

  “응.” 구경민은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엄청난 결심을 한 것처럼 이어서 말했다. “여진아, 우리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거 같아. 거의 10년이잖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는…”

  최여진은 공기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심지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도 하얘졌다.

  그녀는 속으로 그가 하는 말을 듣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천번 만번이나 했다.

  그러나, 몇 분 동안 침묵하던 구경민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리 헤어지자.”

  이 순간 사실 그녀는 이 말을 들을 걸 예상했었지만, 직접 귀로 들으니 최여진의 마음은 칼에 맞은 것처럼, 바늘에 찔린 것처럼, 근육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

  “경민 오빠......” 최여진은 애써 개의치 않는 말투로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그는 전화 너머 차갑게 웃고 있었다.

  최여진은 여전히 최여진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온 여자였다.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이런 최여진은 상처를 안 받지 않을까?

  “돌아오면 다시 자세히 얘기해자.” 구경민은 간단하게 대화를 끝냈다.

  그의 말투에선 어떠한 미련도 느껴지지 않았다.

  최여진은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몇 분 뒤, 그녀는 그제서야 차 문을 열고 안에 웅크리고 있던 고윤희에게 말했다. “나쁜년! 방금 오빠가 나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고윤희는 힘없이 말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왜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난 건데? 다 너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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