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그게 뭔데요?”부소경은 어쩐 일인지 자꾸 뜸을 들였다.“올라와 보면 알아.”신세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부소경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엄선희와 민정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두 사람, 뭐 아는 거 있지?”엄선희가 웃으며 말했다.“남편이 이벤트 해주려나 보지. 부 대표님 같은 분이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인 줄 어떻게 알았겠어? 글쎄 우리한테 연락해서 세희 씨를 꼭 이 백화점으로 데리고 오라지 뭐야? 얼른 올라가 봐.”민정아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이벤트인지는 우리도 몰라.”신유리도 엄마를 재촉했다.“엄마! 빨리 가보자!”신세희는 딸의 손을 잡고 일행과 함께 백화점 위층으로 향했다.6층은 이 백화점의 맨 위층이었다.일층에서는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를 팔고 2층과 3층은 패션, 4층은 가구매장이고 5층은 카페나 식당이 있었다.신세희도 이곳을 몇 번이나 방문했지만 5층위에 또 층이 있는 줄은 몰랐다.6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다른 층과는 다르게 아주 조용한 분위기가 풍겼다.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간 신세희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곳은 가구매장이었다.가구라고는 하지만 일반 가구를 파는 곳은 아니고 원목 재질의 유명 디자이너 작품들로만 구성되었다.신세희는 목재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구들을 만져보고 둘러보니 이곳 물건들이 무척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을 디자인과 아늑한 느낌을 주는 가구들이 가득했다.멀리서 부소경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서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소경 씨, 가구들이 참 좋아 보이네요. 하지만 딱 봐도 몇천만 원은 훌쩍 넘을 것 같은데요?”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건축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가구에 대해서도 잘 아네.”“당연하죠.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잖아요.”부소경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곳 가구들은 외국에서 수입한
옆에 있던 신세희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돈을 지불한 뒤, 부소경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아래층으로 가서 장모님 드릴 선물도 좀 사자. 여긴 내가 다 처리하고 뒤따라갈게.”신세희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걸음을 돌리던 신세희는 부소경이 고른 소파 위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가까이 다가간 신세희는 상대를 알아보고 미간부터 찌푸렸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얼굴이 수염으로 뒤덮인 구경민이 말했다.“그게… 소경이가 장모님한테 가구를 사드린다고 해서 따라왔어요. 사실 이 가구세트는 내가 추천한 거예요.”하지만 신세희는 고맙게 느껴지지 않았다.“그럴 시간에 윤희 언니나 찾지 않고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이때, 어린 신유리가 구경민의 앞에 달려오더니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경민 삼촌! 열흘 안에 우리 윤희 이모 찾아와! 찾지 못 하면 다시는 삼촌한테 안기지 않을 거야! 뽀뽀도 금지할 거야! 얼굴도 안 돼! 흥!”그러던 아이가 눈물을 글썽였다.구경민은 볼이 퉁퉁 부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아이가 무척 사랑스러웠다.그는 매번 신유리를 만날 때면 아이를 안고 이마에 뽀뽀를 하거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런데 그렇게 좋은 짓을 앞으로는 할 수 없다니!그 순간 구경민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마치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고윤희가 떠올랐다.그녀는 줄곧 아이를 원했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항상 외면했다.만약 그들의 첫 아이를 지우지 않았더라면 아마 유리보다 조금 더 컸을 것이다.만약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그녀는 이렇게 종적을 감췄을까?“웃음이 나와?”신유리는 다짜고짜 짧은 다리를 들어 구경민의 명품 구두를 짓밟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짝이던 구경민의 구두는 볼품이 없어졌다.“삼촌 나빠! 빨리 윤희 이모 찾아오라니까! 당장 일어나! 이거 우리 외할머니한테 선물할 소파야!”여섯 살 어린애가 고집을 부리면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천군만마를 호령하는 구경민도 신유리
고윤희의 연락을 받은 신세희는 비싼 가구를 선물 받았을 때보다 더 표정이 밝아졌다.그녀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윤희 언니….”어디냐고 물으려던 그녀는 구경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래도 고윤희를 아는 사람은 구경민뿐이었다.서른 살이 넘은 성인이지만 고윤희는 여전히 생각이 단순했다.나가서 일을 해본 경력도 없었기에 돈이 필요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구경민의 추측은 정확했다.고윤희는 그의 추측대로 돈 때문에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 얼마나 필요해요?”신세희가 고윤희와 통화하고 있는 사이, 구경민은 부하 직원에게 연락해서 전화번호를 추적하라고 지시했다.한편, 고윤희와 한진수 모자는 시골로 내려가는 길에 있었다.가는 내내 그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한진수의 어머니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렸다. 그들은 가장 싼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한진수 어머니가 고열을 호소해서 차에서 내리게 되었다. 그들은 근처 마을의 진료소로 이동했다.한진수의 모친은 병세가 조금 호전되자 링거를 거부했다.그들이 가진 돈도 사실 얼마 없었다.세 성인이 거리에 나가서 구걸을 해도 뒤돌아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한진수는 어머니를 업은 채, 고속도로를 걸었다. 혹시라도 지나가던 화물차를 얻어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그렇게 그들은 운이 좋게 시내로 가는 화물차를 얻어 타고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그런데 이번에는 고윤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열물을 토했다.처음에는 그냥 멀미인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사흘이 지나도록 구토가 멎지 않았다.식사가 불규칙 적이라 먹다가 체한 게 분명했다.한진수는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고윤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한진수는 오히려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요.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 며칠 하죠, 뭐. 공사장 일도 할 수 있어요. 예전에도 해봤거든요. 나 맷집 좋아요. 그러니까 병원에 일단 가요.”고윤희는 한진수의 고집을 못 이겨 현지
그러다가 이내 웃었다."임신이 뭐가 무서워요? 낳으면 그만이죠, 우리 어른 셋이 앞으로 아이 하나 먹여 살리지 못하겠어요?""그게... 이 애 가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애 아빠가...""모르게 하면 그만이죠 뭐.""나도 이 애 가지고 싶지 않아요, 지워버리고 싶어요, 나...”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진수를 바라보았다. 오는 길에 이미 열 번도 넘게 생각해 봤던것이다. 고윤희는 용기를 내 말을 꺼냈다."오빠, 고향으로 돌아가면 나와 결혼하지 않을래요?""내 나이가 이미 마흔다섯으로 윤희씨보다도 열 살 위인걸요. 그리고 난 거친 사람이라... 윤희 씨가 입은 옷은 너덜너덜해도 여린 아이 같은 게, 혹여나 윤희 씨를 망치지는 않을까 두려워요.""알겠어요, 오빤 날 싫어하시는 게 틀림없어요!" 고윤희는 울먹이며 말했다."아이고 바보 같은 소리는, 내가 이 처지에 늙은 어미까지 데리고서 싫어할 게 뭐가 있겠어요? 다만 깊은 산속에서 원시인의 삶을 사는 처지에 윤희 씨까지 따라 고생하게 할 순 없잖아요! 원래 내 생각엔 고향으로 돌아가서 윤희 씨한테 좀 부지런한 사람 찾아주려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 집이 윤희 씨 친정인 거예요. 윤희 씨가 아이를 낳으면 날 외삼촌이라 부르게 하고요! 난 윤희 씨와 결혼할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이미 결혼도 한번 했고 아이도 딸린 사람인 데다 나이도 이렇게 많은데, 윤희 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에요. 난…여태까지 결혼 같은 거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고윤희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졌다."전에 그 남자 앞에서 여태껏 감히 말을 꺼낸 적이 없지만... 나, 결혼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도 가지고 평범한 생활을 지내고 싶어요. 오빠 나랑 결혼하면 안 돼요?""….""오빠 나랑 결혼하지 않을 거면 나도 오빠랑 함께 가지 않을 것에요. 임신한 몸으로 오빠에게 영향 주기 싫어요!""그래요! 그래! 결혼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결혼하는 거로 해요! 윤희 씨를 데리고 먼저 혼
그녀는 혼이 나간 듯 천천히 상담실에서 나왔다. 이 세상이 자신한테 이 정도로 잔인할줄 몰랐다. 이때 가까이 다가온 한진수가 물었다. "괜찮아요?""나중에 우리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 하여도 오빠는… 나와 결혼할 거예요?""이미 임신했잖아요, 왜 아이를 가질 수 없겠어요? 그리고... 난 몸도 아주 건강해요, 예전에 아들이 있었어요, 그러니 아이 가지는 건 문제없을 거예요."고윤희는 눈물을 흘리며 한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이 애 지우면, 앞으로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가 없대요...""그러면 낳으면 되죠! 윤희 씨 자식인데, 엄마로서 잔인해지먼 안되잖아요? 이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빠가 나일테니 앞으로도 틀림없이 나를 아빠로 여길 거예요.""….""남들은 다 낳는 공보다 키우는 공이 더 크다고 하니 안심해요, 앞으로 우리 친자식인 거예요."말을 마친 한진수는 고윤희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막 병원을 나서자마자 한진수는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방금 친구한테서 돈을 빌린 거예요?”"맞아요, 수술비 36만 원만 빌려 달라고 했는데 180만 원을 보내줬어요."한진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면 우선 36만 원만 남겨두는 걸로 해요. 그중 20만은 여비로 충분하고, 나머지 16만 원은 만일에 대비하여 남겨둬요, 그 나머지는 돌려주고요. 지금 우리 형편에 180만 원이나 빚을 지면 언제 갚을 수 있겠어요?""좋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이렇게 결정을 내린 후, 고윤희는 다시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다른 한편, 신세희는 여전히 쇼핑몰 6층에 있는 가구점에 있었다. 원래는 돈을 지불하고 떠나갈 생각이었는데, 바로 전에 고윤희로부터 걸려 온 전화 때문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옆에서 구경민은 한창 부하들을 시켜 고윤희를 찾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서 몇 분마다 전해오는 부하들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도 안 되어 부하들은 범위를 현성까지 많이 좁혔다.
그는 아주 손쉽게 차를 부를 수 있었다.30여 분 뒤, 차는 작은 현성을 떠나 한진수의 고향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또 30여 분 뒤, 구경민의 부하들도 병원에 도착했다.구경민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병원 안에 들이닥칠 수가 없어 먼저 구경민에게 전화부터 걸었다."이미 병원 밖에 도착해서 병원도 포위하였습니다.""알았으니 샅샅이 찾아봐, 안에 있는 의사랑 환자들 놀라게 하지 말고. 지금 바로 갈테니 몇 시간이면 도착할 거야."통화를 마친 구경민은 부소경과 신세희와 작별을 고했다. "내일 큰어머니한테는 못 간다고 전해줘."말을 마친 구경민은 돌아서서 가버렸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혼이 빠져나간 것만 같던 구경민은 지금 마치 바로 전쟁터에라도 나가려는 듯 분초를 다투었다. 신세희는 뒤에서 구경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 이럴거면서 왜 그랬을까? 윤희 언니, 꼭 무사해야 돼요."신세희는 돌아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속으로 사람의 일생에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한 식구가 함께 평온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소경 씨, 우리 가요."부소경이 신유리를 안고 떠나가려는 찰나, 바로 앞 입구에서 세 명의 쌍둥이 소녀가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세 쌍둥이는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세 살쯤 되어 보였다.세 쌍둥이는 작은 언니가 있는 것을 보고 신유리 쪽으로 달려왔다. 재잘재잘 웃으며 휘청거리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었다. 뒤에는 그들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이 뒤따르고 있었다."맏이야, 둘째 그리고 셋째야! 너희 셋 그렇게 빨리 뛰어다니지 마, 알았지? 엄마, 아빠는 너희들을 찾기 어려운걸."어린 세 쌍둥이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하여 신유리를 향해 달려왔다. 이렇게 귀엽게 똑같은 어린이 복을 챙겨입은 세 여자 쌍둥이는 신세희와 부소경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여섯 살 된 신유리는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와! 귀요미 세
이른 아침, 눈부신 햇살이 비쳐 들어왔다. 어젯밤 신유리의 소원을 들어주려 노력한 탓으로 힘이 든 부부는 깊은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미 오전 9시도 다 되었다.'어머나! 오늘 어머니한테 가보기로 하고는 이렇게 늦게 일어나다니!!!'두 사람은 황급히 옷을 챙겨입고는 서둘러 침실에서 나왔다. 거실로 들어서기도 전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선희 이모, 이모 오늘 너무 예뻐."신유리는 앳된 목소리로 엄선희를 칭찬했다.신세희는 엄선희의 방문에 살짝 놀랐다. 이어 엄선우의 목소리도 들려왔다."선희 이모보다 우리 공주님이 훨씬 더 예뻐요.""오빠! 너무 유리만 챙기는 거 아냐?""그야 당연하지, 내가 누구한테서 월급을 받는데?""…."신유리는 옆에서 깔깔 웃었다. 이때 엄선희는 화제를 돌렸다."유리야, 네 엄마 아빠는 왜 이렇게 게으른 거야? 해가 중천인데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있어... 유리 넌 부르러 가지 않아? "신유리는 꼬마 어른 같은 말투로 말했다."엄마 아빠는 따로 미션이 있어.""무슨 미션?”"내가 어제 내준 미션.""오구오구, 이 꼬맹이가 벌써 부모들에게 미션 줄줄 아네? 어디 빨리 말해봐, 무슨 미션을 줬어?""비밀!"신유리는 더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는 말하면 엄마가 부끄러워할 것을 알고 비밀로 하기로 했다."…."엄선희는 유리를 달래 미션의 내용에 대하여 알아내려는 찰나 신세희와 부소경이 거실에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신세희는 좀 쑥스러운 듯했다, 부소경은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얼굴이었다. 엄선희 남매는 부소경을 보는 순간 거실에서 도망쳐 가려고 하였다. 그 순간, 신세희는 엄선희 불러 세웠다."서준명 씨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엄선희는 문 앞까지 다가갔다가 이 말을 듣고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준명 씨 할아버지가 어제 퇴원하셨어. 아직 할아버지를 뵙는게 편하지만은 않아서 난 그쪽으로 가지 않았어. 오빠가 여기로 온다길래 따라온거고."신세희는
잠시 후, 신세희는 다시 입을 열었다."선희 씨, 사실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좋은 사람인 건 알겠는데 할아버지 정말이지... 나는 정말…. 그 영감 말이야,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기에는 정의감으로 가득 차 있고, 맞다고 하기에는 평생 만회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아니, 이런 것들은 모두 중요치 않아.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사상 관념이야. 그 영감의 주관적인 생각에 의하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나쁜 사람인 거야! 설사 그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다 해도. 설사 그 대상이 친혈육인 세 살짜리 아이라도 말이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나쁜 사람이라고 딱지를 붙인단 말이야. 솔직히 그런 영감이 정말 무서워. 세희 씨도 이것 때문에 그 영감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거 아니야? 무슨 근거로 다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지 모르겠어. 자기가 나쁜 사람이다 싶으면 끊임없이 압박하고 모욕하고...""…."엄선희가 말한 것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신세희는 확실히 이런 이유로 서 씨 어르신과 영원히 만나지 않기로 했다.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서로 낯선 사람으로 지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이 엄선희에게도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선희 씨, 미안하게 됐어…"엄선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아이고, 이건 나 스스로 내린 결정이야! 이 세상에 잘생긴 남자가 서준명 한 명뿐인 게 아니잖아. 그렇다고 준명 씨보고 할아버지를 버리라 할 수는 없는 법이고, 그래서 나는 거리를 두려고 결정했어."엄선희는 아직 서준명한테 헤어지자는 말을 정식으로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거의 한 달 동안 거리를 멀리 두었다. 신세희는 엄선희를 보며 문득 이 여자는 모든 것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선희 씨 선택을 존중할게."신세희가 말했다."응!"엄선희는 안색이 많이 풀렸다. 신유리도 어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은 듯싶다."선희 이모, 나중에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