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2823 챕터

제1021화

남자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거친 키스를 이어갔다.한참 뒤, 고윤희는 힘없이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 늦게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오자마자 다른 사람 얘기만 하고 있어? 다른 사람 생각하느라 내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는 건가?”고윤희가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지한 얘기 하고 있었잖아….”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구경민은 바로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고윤희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오늘 해외에서 택배가 왔었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녀는 지쳐 잠이 들 때까지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그날 밤, 남자는 마치 굶주린 늑대 같았다.고윤희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온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이 남자가 어젯밤 얼마나 거칠었는지 설명해 주고 있었다.마치 한참을 굶은 사람 같았고 또 마치 오늘 밤이 지나면 다음은 없는 것처럼 굴었다.침대에 누운 고윤희는 어젯밤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못된 사람이야.”그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언니! 출발했어요? 나랑 정아 씨는 이미 준비 다했거든요.”‘이런!’고윤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어제 엄선희, 민정아와 오늘 움직이기로 약속했는데 구경민한테 밤새 시달리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여덟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조금만 기다려 줘요! 바로 갈게요!”고윤희가 다급히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온몸에서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마치 돌에 깔린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일어나서 재빨리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화장도 생략한 채, 핸드백만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가는 길에 그녀는 구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경민 씨, 어디야?”“일이 있어서 나왔어.”수화기 너머로 구경민의 자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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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너!”침대에 누운 임서아는 세 사람을 알아보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임지강을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이 황당한 소리에 많이 놀란 듯했다.“정아 네가 어쩐 일이야?”서준명의 모친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너도 네 동생 보러 온 거니?”민정아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이모, 임서아가 죽게 생겼다고 해서 미리 추도회를 열어주러 왔어요.”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못된 것들… 다 나가서 죽어버려! 외할아버지, 저 여자들 다 죽여버리라고 해요. 어떻게 저한테 저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죠?”안 그래도 두려웠던 임서아인데 민정아의 말을 듣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서 씨 어르신은 너무 화가 나서 말까지 더듬었다.“신세희가 보내서 온 거냐?”임지강도 버럭 화를 냈다.“예의도 모르는 것들!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소란이야? 당장 안 꺼져?”허영은 핸드폰을 엄선희에게 던졌다.세 사람은 급히 몸을 피했다.소란을 피우거나 욕을 하는 건 고윤희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냥 머릿수라도 채우려고 동참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세희만 괴롭히는 임 씨 가문 사람들이 괘씸하기도 했다.하지만 엄선희나 민정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민정아는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임서아, 너 혈액에 독소가 가득하다면서? 네가 왜 이런 꼴이 났는지 알려줘?”그녀는 임서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한 짓이 많아서 그래. 넌 원래 사회의 암 같은 존재였잖아. 그 독들이 돌고 돌아 네 몸에 쌓인 거지. 인과응보야. 설마 독소를 배출하지 못해서 나중에 피부가 다 썩는 거 아니야? 아유, 징그러워!”“민정아!”임서아가 눈물을 흘리며 이를 갈았다.“지금 네 꼴이 어떤지 알아? 온몸이 썩고 있어. 그 얼굴 보면 한 달도 살기 힘들겠네. 그 모습 구경하려고 우리가 온 거야.”“당장 꺼져! 빨리 저 인간들을 내쫓아요!”임서아가 바르르 떨며 소리쳤다.하지만 서준명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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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고윤희는 엄선희나 민정아처럼 저주의 말을 퍼붓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만으로 임지강을 압박하기는 충분했다.병실 안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임서아, 이게 뭔지 알아? 너 죽는 날 장례식에 보낼 화환이야. 몇십만 원이나 들여서 구매했다고.”“윽….”임서아는 분해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민정아는 노트 하나를 꺼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이건 공동묘지 리스트를 하나 뽑아왔는데 어디가 좋을지 네가 한번 골라 볼래? 넌 세희 씨 이복동생이잖아. 우린 세희 씨 친구니까 당연히 도와야지. 북쪽이 좋아? 아니면 남쪽이 좋아?”“푸흡….”임서아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민정아 일행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돌아갈 준비를 했다.어차피 목적은 달성했으니 빨리 도망가는 게 상책이었다.이 일로 경찰서에 불려갈지 몰라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어차피 기증자가 나서지 않으면 임서아는 죽을 목숨이고 미리 꽃을 준비해 왔을 뿐이었다.세 사람이 걸음을 돌리는데 등 뒤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거기 서!”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엄선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르신, 어르신께 신세를 진 사람은 부소경 대표지 우리가 아니거든요? 그러니 당신은 우리한테 명령할 자격이 없어요!”“준명이랑 결혼하기 싫은 게냐?”어르신이 물었다.“내가 누구랑 결혼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 어르신과 결혼할 것도 아닌데!”엄선희는 두려울 게 없었다.“너….”그녀는 냉소를 머금고 어르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래! 말 한번 잘했다!”어르신이 차갑게 웃었다.“신세희 대신 복수를 하러 온 거구나! 맞지?”민정아도 지지 않고 맞섰다.“어르신! 당신께 은혜를 입은 사람은 진짜 내가 아니죠! 나를 사칭한 어떤 나쁜 년이지. 난 당신들 집안에 신세 진 거 없거든요? 그러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서 씨 어르신은 할 말을 잃었다.“나는 누가 내 친구 괴롭히는 거 못 보거든요!”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고윤희를 바라보았다.그녀가 구경민의 애인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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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민정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서 씨 어르신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서아가 신세희와 자매 사이라는 걸 알면 됐어.”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다들 돌아가.”어르신이 말했다.“내가 힘없는 노인네라고 하지만 당장 경찰서에 전화 한 통 넣으면 바로 달려올 형사들이 차고 넘쳐. 이번 일은 철없는 젊은이들이 벌인 일이라고 문제 삼지 않을 테니 돌아가.”어르신이 이렇게 나오자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진 쪽은 민정아 일행이었다.엄선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안 그래도 가려고 했거든요?”말을 마친 세 사람은 바로 걸음을 돌렸다.큰 충격을 받은 임서아는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코에서는 코피가 멎지 않았다.허영이 울부짖었다.“빨리 의사 좀 불러와요! 우리 딸 살려야죠!”임지강이 이를 갈며 말했다.“서아 잘못되면 저 여자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임서아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잠시 후, 의사들이 들이닥쳤다.그들은 급히 임서아를 수술실로 옮겼고 가족들도 부랴부랴 뒤를 따라갔다.네 명의 의사들이 한참을 바쁘게 응급조치를 진행해서야 임서아는 안정을 찾았다.피곤한 기색을 한 의사가 수술실을 나오며 말했다.“어르신께서 서울 병원에 연락해서 진귀한 약품들을 많이 가져왔으니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서 씨 어르신이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고맙네.”의사는 어르신을 위로하며 말했다.“임서아 환자 상태로는 병세가 점점 악화될 겁니다. 빨리 기증자를 찾아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 특히 안정을 취해야 하니 아무 사람이나 병실에 들이지 마세요.”잠시 머뭇거리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르신, 사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습니다. 병실에 난입해서 난동을 부린 것도 죄가 된다고요!”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은 내 손녀 목숨을 살리는 게 우선이야. 아직까지 별다른 위험은 없는 거지?”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은 꽤 안정적입니다.”“수고했네.”말을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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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잠시 뜸을 들이던 서준명이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벌레도 밟으면 꿈틀해요. 하물며 신세희도 감정을 가진 사람인걸요.”어르신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니? 둘은 친자매야! 동생이 죽게 생겼는데 언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신장 하나 내놓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니?”서 씨 어르신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그 순간 그는 과거에 자신이 신세희를 얼마나 싫어하고 혐오했는지, 얼마나 그녀를 괴롭혔었는지 전부 잊은 듯했다.신세희가 나약한 사람이었다면 그의 괴롭힘을 못 이겨 지금쯤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죽은 사람이 어떻게 그들을 위해 신장을 내놓을까?서준명은 어르신의 말에 화가 나서 헛웃음만 나왔다.“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거예요?”“둘은 피를 나눈 자매이니까!”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어르신과 더 대화를 이어갈 가치가 없다고 느낀 그는 차갑게 등을 돌렸다.“준명아….”그의 모친이 그를 불렀다.서준명은 걸음을 멈추고 어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다른 하실 말씀 있으세요?”그의 어머니가 말했다.“정아 좀 말려봐. 이건 정아가 나설만한 일이 아니잖아. 이러다가….”서준명이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세희가 무슨 심정일지 생각이나 해봤어요? 우리 가족들 세희를 6년이나 괴롭혔잖아요. 그랬으면서 지금 신장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입장 바꿔서 누가 나한테 그랬으면 엄마는 어떤 심정일까요? 그 부탁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그의 어머니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당연히 거절하지! 무슨 염치로!”“그럼 된 거잖아요.”말을 마친 서준명은 미련 없이 병실을 나갔다.그는 지금 당장 부소경의 집으로 가서 신세희를 만나볼 생각이었다.병원을 나온 서준명은 바로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 밖으로 엄선희는 빨리 전화를 받았다.“귀하신 도련님이 어쩐 일이세요?”서준명이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왜 나한테 그래요?”엄선희가 차갑게 대꾸했다.“서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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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서준명은 한 번도 고모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고모가 집을 나갈 때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하지만 익숙한 눈빛을 보자 고모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그가 다급히 차에서 내려 밖으로 나갔을 때, 상대는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어디 갔지?’서준명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익숙한 그림자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그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과일 바구니를 든 노인이 길을 지나가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 근처는 요즘 무슨 일이래? 어제 어떤 아가씨가 여기서 목놓아 울며 엄마를 찾더니….”서준명이 다급히 물었다.“어르신,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노인이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오늘은 젊은 청년이 여기서 고모를 찾고 있네.”말을 마친 노인은 서준명을 쳐다도 보지 않고 가던 길을 가버렸다.서준명의 두 눈에 눈물이 흘렀다.‘고모가 살아 계신 걸까? 근처에 사는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 당장 신세희를 만나고 싶었다.그는 어제 아침에 아파하던 신세희를 떠올리고는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소경은 여전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서준명이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형, 세희는 괜찮나요?”“괜찮을 리가 없잖아.”부소경이 말했다.서준명은 멈칫하며 계속해서 말했다.“미안하다는 말로 위로가 안 된다는 거 알아요. 할아버지 대신 사과하겠다는 위선적인 말은 하지 않을게요. 지금 저택 아파트 단지에 와 있어요. 어떻게 우리 가족들을 상대하면 좋을지 상의하러 왔어요.”부소경은 대답이 없었다.“형, 경비한테 말해서 들여보내 주면 안될까요?”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알았으니까 그냥 들어와.”“네.”전화를 끊은 서준명은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나는 지금 세희 씨 집에 있어요.”서준명은 바로 차를 운전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부소경이 미리 언질을 줬는지 그를 가로막는 경비 직원은 없었다. 부소경의 저택 근처에 도착하자 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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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서준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뭐 걸리는 점이라도 있나요?”부소경은 대답 대신 등을 돌리며 말했다.“일단 올라가자.”서준명은 부소경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거실에는 민정아, 구서준 커플과 엄선희, 그리고 고윤희 커플이 이미 와있었다.서준명을 본 구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다가와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구서준, 너희 집 사람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말을 마친 그가 주먹으로 서준명의 얼굴을 쳤다.하지만 서준명은 피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그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엄선희에게 물었다.“세희는 좀 어때요?”“고열에 시달리고 있죠. 헛소리도 가끔 하는 것 같고요. 계속 엄마를 부르다가 또 가끔은 몸을 웅크리고 무섭다면서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요.”그 말을 들은 서준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세희 좀 보고 싶어요.”서준명이 말했다.엄선희는 서준명을 데리고 침실로 향했다.서준명은 문밖에서 잠시 안쪽을 바라보았다.이불을 목까지 올려 쓰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가녀린 여자가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깊이 잠든 것 같았는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커다란 침대에 그녀 혼자 누워 있으니 더 가냘프고 애처로워 보였다.서준명은 6년 전 신세희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그때도 그녀는 고독하고 힘없는 처지였다. 이 커다란 도시에 마음 둘 곳 하나 없이 정처없이 떠돌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고 괴롭혔다.나중에는 터무니없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하지만 그런 악랄한 환경에서도 그녀는 꿋꿋하게 살아남았다.그때 그녀의 배속에는 유리가 자라고 있었다.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 그녀는 혈혈단신으로 부소경의 결혼식 현장에 난입했다.아이를 지키려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가장 힘들 때,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노가다 현장에서 일했다.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돌보며 불구가 된 오빠도 같이 돌봤다.그때도 그녀는 강했고 무너지지 않았다.그런 강한 의지에 남자인 서준명도 감탄했었다.하지만 그렇게 강했던 여자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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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현장에 있던 모두가 숙연해졌다.부소경이 벌떡 일어나더니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엄선희가 서준명을 쏘아보며 한마디 했다.“서 씨 가문의 대단하신 도련님, 그 집 할아버지는 도대체 언제 돌아가시나요!”“엄선희!”엄선우가 그녀를 발렸다.“서 대표님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해?”“오빠!”엄선희가 오빠를 쏘아보았다.“그집 어르신이 잘못하신 일을 왜 서 대표님한테 화풀이를 해? 둘이 감정이라도 상하면 어쩌려고!”“사랑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난 그런 할아버지를 어른으로 모시고 싶지 않아!”서준명은 주변을 둘러보았다.민정아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고윤희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서준명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가문 때문에 벌어진 일이 맞아요. 우리 할아버지가 임서아 걔를 그렇게 감싸고 돌 줄은 몰랐어요. 이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내일 다시 연락드리죠!”말을 마친 서준명은 저택을 나왔다.집으로 돌아온 서준명은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할아버지, 상의 드릴 일이 있으니 집으로 좀 오시죠.”수화기 너머로 어르신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준명이 너까지 도대체 왜 그러니? 네 동생이 오늘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내가 어딜 가?”“동생, 동생, 동생! 임서아만 할아버지 가족이고 저는 손자도 아닌가요?”서준명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어르신이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러냐?”서준명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담담히 말했다.“임서아 이식 수술 일로 상의 드릴 게 있으니 일단 집으로 오시죠.”어르신은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오늘 세희네 집에 갔었어요.”서준명의 말에 어르신이 한껏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그애가 이식 해준대?”“그런 것 같으니까 일단 집으로 오세요. 같이 의논할 게 있어요.”“좋아!”어르신은 냉큼 기쁘게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어르신은 병실로 돌아갔다.“서아야, 너 살릴 수 있겠어!”임서아도 화색을 띄며 다급히 물었다.“진짜예요, 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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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임서아가 다급히 물었다.“걔가 그러자고 할까요?”“당연하지!”어르신의 자신 있는 대답에 임서아가 활짝 웃었다.“정말 든든해요, 외할아버지.”어르신은 임서아를 위로한 뒤, 병원을 나가 집으로 향했다.서준명은 거실에서 어르신을 기다리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어르신을 보자 그는 차갑게 식은 시선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어르신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네 동생 일 때문에 상의할 게 있다고 나를 집으로 부르지 않았니? 오늘 소경이네 집에 갔었다면서? 신세희가 서아한테 신장을 내준다고 한 게 사실이냐?”서준명이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할아버지는 양심의 가책도 안 드세요?”어르신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평생 옳은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니?”“그런데 세희한테는 왜 그러셨어요!”서준명이 분노한 눈빛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여자가 네 동생 남편 될 사람을 빼앗았잖니! 그리고 너도 그런 애한테 빠져서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그래서 나는 걔가 싫어! 역겨워!”어르신은 대놓고 욕설을 퍼부었다.“역겨운 사람한테 어떻게 신장을 내놓으라고 해요!”“그건 안 되지!”어르신이 광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그 애의 장기로 서아를 구할 거야! 걔가 서아한테 한 짓이 있으니까! 속죄하는 셈이지 뭐!”“할아버지!”서준명은 이가 갈렸다.“부 대표랑 한 약속 때문에 세희를 괴롭히는 거잖아요!”“그래!”어르신도 솔직히 인정했다.그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이 말했다.“소경이는 나한테 큰 은혜를 입었다. 예전이라면 이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소경이도 나한테 빚진 게 있잖니! 전에는 빚을 갚으라는 말을 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네 동생은 지금 죽을 날짜를 받고 병원에 누워 있는데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야?”“좋아요! 그렇다면 제 신장을 가져가세요! 두 개 다 가져가서 그렇게 아끼는 외손녀한테 주시라고요!”말을 마친 서준명이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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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그날 밤, 서준명과 임 씨 가문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어르신의 잔인한 계획을 몰랐다.부소경, 신세희는 당연히 그걸 알 방법이 없었다.그날 밤, 신세희는 점차 열이 내렸다.오후까지 열이 펄펄 끓던 신세희의 옆을 지킨 사람은 신유리였다. 아이는 엄마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앳된 목소리로 엄마의 귓가에 대고 그녀를 불러주었다.아이는 주기적으로 면봉에 물을 적셔 엄마의 마른 입술을 닦아주기도 했다.부소경을 비롯한 집안 가정부가 얼른 가서 자라고 달랬지만 신유리는 끝까지 안 피곤하다고 고집을 피웠다.아이는 엄마를 보살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나를 보살폈으니까 지금은 내가 엄마를 지켜줘야지.’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민정아와 엄선희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아이의 정성이 닿았던 걸까, 그날 밤 신세희는 열이 내렸다.얼굴은 창백했지만 서서히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신세희가 천천히 눈을 떴다.참 오래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중간에 악몽을 꾸기도 했다.수많은 사람들이 칼을 들고 그녀의 뒤를 쫓아오는 꿈이었다. 하지만 임신해서 배가 부른 그녀는 힘들게 도망치다가 벼랑 끝까지 몰렸다.한발만 걸음을 내디디면 추락할 상황이었다.등 뒤에는 칼을 든 사람들이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그리고 그들이 든 칼이 그녀의 허리에 꽂혔다.그들은 그녀를 차갑게 비웃으며 그녀의 몸에서 신장을 꺼내갔다.죽음의 상황에 처한 그녀는 아이 생각부터 들었다.“유리, 우리 유리 어떡하지? 내가 죽으면 우리 유리는 어떡해? 유리야….”여섯 살밖에 안 된 신유리가 면봉으로 그녀의 입술을 닦아주고 있을 때, 신세희는 꿈에서 딸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그러면서도 이건 꿈이라고, 지독한 악몽이라고, 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자신에게 되뇌었다.‘그래, 난 아직 살아 있어. 유리가 내 옆에 있어.’‘난 엄마야. 이렇게 슬퍼할 시간이 없어.’‘어린 유리가 슬퍼할 거야.’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고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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