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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잠시 뜸을 들이던 서준명이 담담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벌레도 밟으면 꿈틀해요. 하물며 신세희도 감정을 가진 사람인걸요.”

어르신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니? 둘은 친자매야! 동생이 죽게 생겼는데 언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신장 하나 내놓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니?”

서 씨 어르신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순간 그는 과거에 자신이 신세희를 얼마나 싫어하고 혐오했는지, 얼마나 그녀를 괴롭혔었는지 전부 잊은 듯했다.

신세희가 나약한 사람이었다면 그의 괴롭힘을 못 이겨 지금쯤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그들을 위해 신장을 내놓을까?

서준명은 어르신의 말에 화가 나서 헛웃음만 나왔다.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거예요?”

“둘은 피를 나눈 자매이니까!”

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

어르신과 더 대화를 이어갈 가치가 없다고 느낀 그는 차갑게 등을 돌렸다.

“준명아….”

그의 모친이 그를 불렀다.

서준명은 걸음을 멈추고 어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하실 말씀 있으세요?”

그의 어머니가 말했다.

“정아 좀 말려봐. 이건 정아가 나설만한 일이 아니잖아. 이러다가….”

서준명이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

“세희가 무슨 심정일지 생각이나 해봤어요? 우리 가족들 세희를 6년이나 괴롭혔잖아요. 그랬으면서 지금 신장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입장 바꿔서 누가 나한테 그랬으면 엄마는 어떤 심정일까요? 그 부탁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그의 어머니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거절하지! 무슨 염치로!”

“그럼 된 거잖아요.”

말을 마친 서준명은 미련 없이 병실을 나갔다.

그는 지금 당장 부소경의 집으로 가서 신세희를 만나볼 생각이었다.

병원을 나온 서준명은 바로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 밖으로 엄선희는 빨리 전화를 받았다.

“귀하신 도련님이 어쩐 일이세요?”

서준명이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왜 나한테 그래요?”

엄선희가 차갑게 대꾸했다.

“서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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