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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서준명은 한 번도 고모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고모가 집을 나갈 때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익숙한 눈빛을 보자 고모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가 다급히 차에서 내려 밖으로 나갔을 때, 상대는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

‘어디 갔지?’

서준명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익숙한 그림자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과일 바구니를 든 노인이 길을 지나가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근처는 요즘 무슨 일이래? 어제 어떤 아가씨가 여기서 목놓아 울며 엄마를 찾더니….”

서준명이 다급히 물었다.

“어르신,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노인이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오늘은 젊은 청년이 여기서 고모를 찾고 있네.”

말을 마친 노인은 서준명을 쳐다도 보지 않고 가던 길을 가버렸다.

서준명의 두 눈에 눈물이 흘렀다.

‘고모가 살아 계신 걸까? 근처에 사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 당장 신세희를 만나고 싶었다.

그는 어제 아침에 아파하던 신세희를 떠올리고는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소경은 여전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준명이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 세희는 괜찮나요?”

“괜찮을 리가 없잖아.”

부소경이 말했다.

서준명은 멈칫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위로가 안 된다는 거 알아요. 할아버지 대신 사과하겠다는 위선적인 말은 하지 않을게요. 지금 저택 아파트 단지에 와 있어요. 어떻게 우리 가족들을 상대하면 좋을지 상의하러 왔어요.”

부소경은 대답이 없었다.

“형, 경비한테 말해서 들여보내 주면 안될까요?”

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으니까 그냥 들어와.”

“네.”

전화를 끊은 서준명은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지금 세희 씨 집에 있어요.”

서준명은 바로 차를 운전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부소경이 미리 언질을 줬는지 그를 가로막는 경비 직원은 없었다. 부소경의 저택 근처에 도착하자 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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