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011 - Chapter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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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지금 나한테 뭐라고 욕했냐?”“철없이 나이만 먹고 죽지도 않는 인간이라고 욕했습니다!”“네가 감히 나를 욕해?”신세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네! 어른답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거 알아요? 소경 씨랑 이쪽으로 오면서 당신이 크게 앓아누운 줄 알았어요. 당신이 죽게 되면 손자한테 연락은 해줘야 하잖아요? 그 생각하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알아요? 그쪽이 드디어 죽게 생겼으니까요! 더는 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았어요!”“너….”서 씨 어르신은 분노에 말도 채 잇지 못했다.하지만 신세희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참 끈질긴 목숨이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 외손녀는 죽게 생겼으니까! 가짜 말고 진짜 당신 외손녀요! 딸을 평생 찾아다녔다면서요? 어렵게 되찾은 외손녀가 죽으면 당신은 어떤 느낌일까요? 가슴이 찢기는 느낌이겠죠?”서 씨 어르신은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집어삼켰다.생각 같아서는 당장 총으로 신세희를 쏴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병실에 누워 있는 외손녀는 신세희의 신장이 필요했다. 그러니 죽일 수 없었다.그는 다 구겨진 존엄을 유지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잠시 숨을 고른 뒤, 어르신은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신세희, 너는 줄곧 내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는 걸 알고 있다.”“뭐라고요?”신세희는 그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네가 적합성 검사를 받아보고 일치해서 신장을 기증해 준다면… 그래서 내 외손녀를 살릴 수만 있다면 앞으로 더는 너한테 어떠한 편견도 가지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너를 인정하고 우린 사이 좋게 지낼 수도 있어. 소경이를 친손자처럼 생각하는 만큼 너도 그리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남성 재벌 인사들에게도 너를 소개해 주지. 네가 지난 과거를 많이 후회하고 네 동생을 위해 신장까지 내주었다고 말이다.”서 씨 어르신은 마치 다 너를 위한 일이라는 것처럼 대수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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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신세희는 부소경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었다.그녀와 서 씨 어르신이 피 터지게 싸우는 동안 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하지만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전에는 단지 추측일 뿐이었던 일이 확신이 생겼다. 예전에 그는 신세희가 임지강과 서 씨 어르신이 잃어버린 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생각이 맞았어.’부소경의 가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임지강의 사지를 찢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그저 평소처럼 차갑고 냉랭한 표정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그가 이 정도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서 씨 어르신 덕분이었다.그들 사이에는 임 씨 가문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이 있었다.부소경은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사람이었다.신세희가 어르신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임지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어르신께서 임서아를 손녀라고 계속 오해하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는 임서아 일가에게 뼈에 사무친 배신을 당하게 될 텐데 그것 역시 처신을 잘못한 어르신이 받아야 할 대가였다.신세희와 밖으로 걷던 부소경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병실 앞에 서 있는 임지강 내외와 서 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그는 어르신에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어르신, 그럼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신세희의 어깨를 끌어안고 다시 걸음을 돌렸다.복도 모퉁이를 돌아 엘리베이터까지 도착한 신세희는 드디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속 상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곪고 곪아서 이미 딱지가 앉아버린 상처를 누가 다시 헤집은 기분이었다. 여전히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아팠고 처음 상처받았을 때보다는 차원이 다른 아픔이었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세웠다.“부 대표, 세희 씨, 잠시만요.”한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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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신세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이때, 서준명이 신세희의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신세희 씨, 겁내지 말아요. 제 부모님은 진짜 조카를 찾고 싶어 하셨던 사람들이에요.”“그래, 맞아!”서준명의 부친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 찾고 싶었어! 내 여동생의 핏줄인데 당연하지! 아가, 전에는 우리가 너한테 많이 잘못한 것 같구나. 네가 고모를 닮았다고 준명이가 여러 번 말을 했는데 그때는 믿기지가 않았어. 그래서….”서준명의 부친은 구슬픈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구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 중년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우린… 나랑 네 외숙모는 귀가 너무 얇아서 약아빠진 인간들의 말에 속아 너를 몰라본 것 같구나….”서준명의 모친도 미안한 얼굴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외숙모도 잘못이 커. 아가, 우리가 그 인간들의 말만 듣고 편견을 가지고 너를 바라본 것 같아서 미안해. 네 외삼촌이랑, 나, 그리고 준명이는 너를 지지한단다. 절대 임서아한테 신장을 기증해 주지 마.”신세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자코 있었다.이때 서준명이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세희야, 나를 오빠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네 마음도 이해할게. 내 부모님을 인정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 넌 가족이 없는 게 아니야. 이제 우리가 네 가족이니 우리가 너를 지켜줄게. 네가 임서아를 위해 신장을 내놓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신세희의 눈가가 붉어졌다.외숙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아가, 똑똑하지 않은 우리도 눈치챌 수 있었는데 영감님은 뭐에 홀렸는지 모르겠다.”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솔직히 저 조금 감동했어요. 하지만 서 대표님, 그리고 두 분… 저는….”그녀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저는 당신들이 찾는 조카가 아닙니다. 그래서 서 대표님의 고모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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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엄마, 정말 이곳에 있어? 6년이나 찾아가 보지 않았다고 나한테 화나서 안 나타나는 거야? 미안해, 엄마. 세희가 정말 미안해… 나를 그렇게 사랑해 줬는데 나는 엄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혼자 어떻게 사는지 너무 걱정돼, 엄마…. 줄곧 떠돌이 생활을 한 거야?”“엄마… 난 정말 나쁜 딸이야.”신세희는 결국 울며 바닥에 쓰러졌다.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그녀가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엄선희였다.원래대로라면 오늘은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아침부터 서 씨 어르신의 연락을 받고 병원에 달려갔다가 상처만 입고 정신을 못 차리느라 출근해야 한다는 것도 깜빡하고 있었다.신세희는 다급히 눈물을 닦고 전화를 받았다.“미안해, 선희 씨. 오늘 집에 일이 좀 있어서 출근은 힘들 것 같아.”“무슨 소리야?”엄선희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재촉하려고 전화한 거 아니야. 유리가 선물한 액세서리 박스 있지? 회사 어린 후배들이 그걸 엄청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고. 글쎄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엄선희는 너무 들뜬 탓에 신세희의 약간 울적한 말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신세희도 걱정 끼치기 싫었기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후배들이 보는 눈이 있네.”“그럼!”엄선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세희 씨, 조사해 보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어제 집에 가서 검색해 봤더니 글쎄 가성섬 흑금목 소재가 금보다 더 비싸다면서?”신세희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설마 그거 팔아서 현금으로 바꾸려는 건 아니지?”“당연히 아니지! 사실 나한테 왜 이렇게 귀한 걸 선물로 줬는지 알 것 같아.”엄선희가 말했다.“그건 유리가 고른 건데….”“세희 씨가 동의하지 않았으면 어린 유리한테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선물을 샀겠어? 립스틱이랑 매니큐어는 유리가 골랐다는 거 믿겠어. 하지만 이 액세서리 박스는 아무리 봐도 세희 씨가 추천한 것 같단 말이지.”신세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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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선희 씨, 걱정하지 말고 일 해. 조금 쉬면 낫겠지 뭐.”엄선희는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녀가 어리둥절한 말투로 물었다.“세희 씨, 혹시 울어?”마침 옆을 그녀의 옆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관심조로 물었다.“아가씨,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울상을 하고 있어? 이 할미한테 말해봐. 혹시라도 내가 도와줄 수 있잖아.”신세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세희 씨! 무슨 일이야? 그냥 몸살 아니었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걱정돼서 미치겠네!”엄선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신세희는 목 놓아 울며 하소연했다.“선희 씨, 그 인간들이…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래! 정말 몹쓸 사람들 아니야? 양아치 같은 놈들!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엄선희는 그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신세희는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 세 명 중 신세희가 리더 역할을 맡아서 했다.그녀는 화를 낸 적이 거의 없었으며 충동적인 성격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나약한 사람도 아니었다.그런데 그런 그녀가 아이처럼 울고 있다.“세희 씨, 울지 말고 나한테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그래? 누가 세희 씨 괴롭혔어?”“임지강… 그 인간이 처음으로 나를 딸이라고 인정했어. 그런데 그러면서 자기 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해 달래. 그 인간이 허영이랑 낳은 딸… 임서아가 심각한 신부전증을 앓고 있거든. 신장을 이식 받지 못하면 한 달을 못 넘긴대. 그래서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라는 거야.”“이런 몹쓸 것들…. 임지강 그 인간, 그리고 그 집안 사람들 정말 곱게 봐줄래도 봐줄 수가 없네.”엄선희도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말했다.“세희 씨, 바로 갈 테니까 울지 마.”말을 마친 엄선희가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급하게 회사에 연차를 낸 뒤, 디자인 부서로 가서 민정아를 찾았다.일에 파묻혀 있던 민정아가 씩씩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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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부소경 씨 친척인데요.”여자가 말했다.잠시 당황하던 아주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문앞을 가로막았다.“저는 당신 얼굴 본 적 없습니다!”여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나도 아줌마 얼굴 몰라!”아주머니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지만 방에서 쉬고 있는 신세희를 방해할까 봐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도대체 누굽니까? 여긴 함부로 출입할 수 있는 평범한 아파트 단지가 아닌데 어떻게 들어왔죠?”여자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말했잖아. 나 부소경 친척이라고. 감히 누가 내 앞을 가로 막아?”“당장 가세요! 안 그러면 신고하겠어요!”아주머니도 지지 않고 말했다.여자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안 들여보내주면 어쩔 수 없지. 아줌마가 나 따라와.”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자를 따라갔다. 밖으로 나가자 부성웅의 차가 보였다.차에는 가문의 그의 아내인 진문옥도 같이 타고 있었다.아주머니는 급히 다가가서 인사했다.“어르신, 사모님, 두 분이 어떻게… 이곳에 방문하시는 건 참 오랜만이네요.”부정웅이 다짜고짜 물었다.“가성섬에서 돌아왔으면서 본가에 인사도 오지 않으니 내가 직접 올 수 밖에. 서 씨 영감이 한 말이 사실이야?”“무… 무슨 말씀이요?”서 씨 어르신과 부소경 두 사람 사이에 비밀이 오갔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하지만 둘이 도대체 무슨 비밀을 공유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원래는 서 씨 어르신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가장 아끼는 외손녀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어르신도 병원에 거의 있다시피 하는 신세라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부성웅도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의 집까지 찾아오고 싶지 않았다.아들이 낮에는 집을 비운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회사로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했다.지금도 아들의 비서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 괘씸하기 그지없었다.“대표님은 긴급회의 중이시니 일단 돌아가시죠, 어르신.”부성웅은 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냉대뿐이었다.“급한 일만 해결하면 찾아 뵙죠! 따져야 할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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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하지만 가정부는 신세희라는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가정부의 입장에서 그녀는 어질고 착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그녀가 절망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방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본능적으로 신세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부성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신세희한테 가서 전해! 앞으로 우리 가문에 계속 발을 들이고 싶으면 소경이 설득해서 본가에 한번 오라고 하라고! 가성섬에 다녀왔으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족들한테 먼저 얘기해 주는 게 도리 아니야?”“네, 어르신. 그렇게 전하겠습니다.”부성웅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진상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상희야, 가자!”진상희는 부성웅을 따라 차에 올랐다.가정부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지금은 돌아가서 신세희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온순하던 분이 저러시지?’가정부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경비실 직원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아주머니.”고개를 돌리자 경비 직원의 등 뒤에 두 여자도 함께 서 있는 것이 보였다.“아주머니, 이 아가씨들이 댁 손님이라는데 아는 얼굴인가요?”경비실 직원이 물었다.가정부는 엄선희와 민정아를 만난 적 있었다.성질 급한 엄선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세희 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가정부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조금 전에 어르신이 다녀갔어요. 뭔가 알고 따지러 오신 것 같은데 제가 집에 없다고 돌려보냈거든요. 사모님께서는….”신세희의 얼굴을 떠올린 가정부가 눈물을 글썽였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엄선희와 민정아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신세희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밖에서 한참을 우느라 진이 빠진 상태였다.극심한 피로를 느꼈던 탓인지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그러는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엄선희와 민정아도 속이 좋지 않았다.“어떡하지?”민정아가 울먹이며 말했다.“세희 씨가 괴롭힘을 당했는데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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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고윤희는 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차림으로 보아 어디 경호원이나 훈련을 받은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그건 옷 색깔이 어두워서 그런 것일 수 있었다.“누구신지….”처음 보는 얼굴이라 고윤희는 당황스러웠다.그녀와 구경민이 함께 거주하는 이곳 별장은 평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그들도 평소에는 거의 서울에 있었기에 이곳을 아는 사람이 몇 없었다. 그들은 가성섬에 간 부소경과 신세희를 기다리느라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었다.“택배 왔습니다.”여자가 말했다.“여자가 택배 배달을요? 하지만… 저는 물건을 주문한 적 없는걸요?”고윤희는 원래 쇼핑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평소 필요한 액세서리나 옷들은 구경민과 함께 백화점에 가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한 적 없었다.여자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가소로운 미소를 지었다.“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죠. 당신 같이 집에서 두문불출하는 가정주부가 할 얘기는 아닌 듯 싶네요.”고윤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처음 보는 여자에게서 적의가 느껴지는 건 단지 느낌일까?고윤희는 심성이 착하고 싸우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구경민은 지금 한창 부소경과 긴급회의를 하고 있을 테고 집에는 그녀 혼자 있으니 괜히 말싸움을 벌여봤자 좋을 게 없었다.“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죠?”“말했잖아요! 택배 배달 왔다고!”여자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죄송하지만 저는 물건을 주문한 적 없으니 당장 돌아가세요!”여자가 피식 웃더니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꾸했다.“구 대표님이 주문한 택배인데요? 이거 국제택배예요. 저는 중요한 국제 택배만 전담하거든요. 받아두는 게 좋을 텐데요?”고윤희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구경민이 하는 일에 한 번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요한 기밀문건이라면서 왜 서울로 보내지 않고 휴가용으로 잠시 머무르는 별장에 주문했는지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다.그녀는 여자에게서 서류를 건네 받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죄송해요. 그리고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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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집안으로 돌아온 그녀는 엄선희와 민정아를 기다렸다.고윤희와 구경민이 휴가용으로 거주하는 별장은 주변에 산과 호수로 둘러싸여서 풍경이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엄선희, 민정아는 이 아름다운 곳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두 사람은 곧장 거실로 가서 고윤희를 찾았다. 그리고 신세희가 당한 일들을 그녀에게 간략해서 설명했다.설명을 다 들은 고윤희는 화가 나서 얼굴까지 하얗게 질렸다.“윤희 언니,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우리는 친구로서 세희 씨가 이렇게 괴롭힘 당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하겠어요.”엄선희가 새빨개진 눈으로 말했다.신세희의 몰골을 보지 못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기절한 듯 잠들어 있는 신세희를 보았을 때,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고윤희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었다.어떻게 해야 할까?사실 고윤희도 답을 찾지 못했다.그녀를 포함해 민정아, 엄선희, 그리고 신세희까지 심성이 착한 사람들이었다.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옛말이 있다.고윤희는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한 적 없었고 일방적으로 상처를 받는 쪽에 가까웠다. 물론 나중에 구경민이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주고 그의 보호를 받으며 지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녀의 과거도 신세희 못지 않게 참담했다.그런 세 사람이 갑자기 모여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할 방법을 찾자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어렸을 때 빈민가에서 힘들게 살았던 민정아는 어렸을 때부터 받은 만큼 돌려주는 성격이었다. 신세희를 만나기 전에는 꽤 많은 사고를 치고 다닌 시절도 있었다.“나한테… 생각이 있긴 한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민정아가 입을 열었다.그러자 엄선희가 눈을 반짝이며 환호를 질렀다.“빨리 말해! 그 집안을 박살낼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괜찮아!”고윤희가 엄선희를 말렸다.“그런 소리하지 말아요. 남한테 해를 가하면 우리도 그에 따르는 처벌을 받아야 해요.”“우리가 다치지 않고 적당히 분풀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민정아가 생글생글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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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구경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소경이 회사에 갔다가 얘기 들었어.”고윤희가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사람들이 심성이 굳고 어진 분이라고 극찬하던 서 씨 어르신이 왜 세희 씨한테만 이렇게 못된 짓을 하는 걸까?”구경민은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고윤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하지만 온 신경이 신세희에게 집중되어 있는 그녀를 보자 하고 싶었던 말을 다시 속으로 삼켰다.“경민 씨!”고윤희가 그를 재차 불렀다.“듣고 있어.”“소경 씨랑 얘기는 해봤어? 그 집안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이건 너무하잖아!”고윤희는 구경민 앞에서 한 번도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을 보인 적 없었다.구경민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물었다.“세희 씨가 많이 걱정돼?”“당연하지! 친구니까!”구경민이 웃으며 말했다.“안지 며칠이나 됐다고?”“오래 알았다고 다 친구는 아니야. 마음이 맞는 친구는 알고 지낸 세월과 상관없다고.”잠시 숨을 고른 고윤희가 다시 말했다.“세희 씨랑 알고 지낸 시간은 길지 않지만 세희 씨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줬어. 유리까지 나한테 잘해줘. 이번에 가성섬에서 선물도 가져왔더라고….”고윤희는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신유리가 그녀에게 준 선물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그녀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 선물은 아이를 상징했기에 구경민에게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었다. 구경민이 영원히 그녀에게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했다.“비록 최근에 만난 사람이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온화한 분위기에 끌렸어.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는 아주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기 쉬운 건 아니잖아. 그러니 당연히 걱정이 되지.”신세희에 관한 얘기만 늘어놓는 고윤희를 보자 구경민은 말했다.“소경이 회사에 간 것도 그일 때문이었어.”“어떻게 됐어? 소경 씨는 뭐래?”고윤희가 물었다.구경민은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말했다.“다른 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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