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선희 씨, 걱정하지 말고 일 해. 조금 쉬면 낫겠지 뭐.”엄선희는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녀가 어리둥절한 말투로 물었다.“세희 씨, 혹시 울어?”마침 옆을 그녀의 옆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관심조로 물었다.“아가씨,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울상을 하고 있어? 이 할미한테 말해봐. 혹시라도 내가 도와줄 수 있잖아.”신세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세희 씨! 무슨 일이야? 그냥 몸살 아니었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걱정돼서 미치겠네!”엄선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신세희는 목 놓아 울며 하소연했다.“선희 씨, 그 인간들이…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래! 정말 몹쓸 사람들 아니야? 양아치 같은 놈들!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엄선희는 그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신세희는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 세 명 중 신세희가 리더 역할을 맡아서 했다.그녀는 화를 낸 적이 거의 없었으며 충동적인 성격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나약한 사람도 아니었다.그런데 그런 그녀가 아이처럼 울고 있다.“세희 씨, 울지 말고 나한테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그래? 누가 세희 씨 괴롭혔어?”“임지강… 그 인간이 처음으로 나를 딸이라고 인정했어. 그런데 그러면서 자기 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해 달래. 그 인간이 허영이랑 낳은 딸… 임서아가 심각한 신부전증을 앓고 있거든. 신장을 이식 받지 못하면 한 달을 못 넘긴대. 그래서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라는 거야.”“이런 몹쓸 것들…. 임지강 그 인간, 그리고 그 집안 사람들 정말 곱게 봐줄래도 봐줄 수가 없네.”엄선희도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말했다.“세희 씨, 바로 갈 테니까 울지 마.”말을 마친 엄선희가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급하게 회사에 연차를 낸 뒤, 디자인 부서로 가서 민정아를 찾았다.일에 파묻혀 있던 민정아가 씩씩거리며
“부소경 씨 친척인데요.”여자가 말했다.잠시 당황하던 아주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문앞을 가로막았다.“저는 당신 얼굴 본 적 없습니다!”여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나도 아줌마 얼굴 몰라!”아주머니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지만 방에서 쉬고 있는 신세희를 방해할까 봐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도대체 누굽니까? 여긴 함부로 출입할 수 있는 평범한 아파트 단지가 아닌데 어떻게 들어왔죠?”여자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말했잖아. 나 부소경 친척이라고. 감히 누가 내 앞을 가로 막아?”“당장 가세요! 안 그러면 신고하겠어요!”아주머니도 지지 않고 말했다.여자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안 들여보내주면 어쩔 수 없지. 아줌마가 나 따라와.”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자를 따라갔다. 밖으로 나가자 부성웅의 차가 보였다.차에는 가문의 그의 아내인 진문옥도 같이 타고 있었다.아주머니는 급히 다가가서 인사했다.“어르신, 사모님, 두 분이 어떻게… 이곳에 방문하시는 건 참 오랜만이네요.”부정웅이 다짜고짜 물었다.“가성섬에서 돌아왔으면서 본가에 인사도 오지 않으니 내가 직접 올 수 밖에. 서 씨 영감이 한 말이 사실이야?”“무… 무슨 말씀이요?”서 씨 어르신과 부소경 두 사람 사이에 비밀이 오갔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하지만 둘이 도대체 무슨 비밀을 공유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원래는 서 씨 어르신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가장 아끼는 외손녀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어르신도 병원에 거의 있다시피 하는 신세라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부성웅도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의 집까지 찾아오고 싶지 않았다.아들이 낮에는 집을 비운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회사로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했다.지금도 아들의 비서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 괘씸하기 그지없었다.“대표님은 긴급회의 중이시니 일단 돌아가시죠, 어르신.”부성웅은 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냉대뿐이었다.“급한 일만 해결하면 찾아 뵙죠! 따져야 할 것도 있고
하지만 가정부는 신세희라는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가정부의 입장에서 그녀는 어질고 착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그녀가 절망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방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본능적으로 신세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부성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신세희한테 가서 전해! 앞으로 우리 가문에 계속 발을 들이고 싶으면 소경이 설득해서 본가에 한번 오라고 하라고! 가성섬에 다녀왔으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족들한테 먼저 얘기해 주는 게 도리 아니야?”“네, 어르신. 그렇게 전하겠습니다.”부성웅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진상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상희야, 가자!”진상희는 부성웅을 따라 차에 올랐다.가정부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지금은 돌아가서 신세희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온순하던 분이 저러시지?’가정부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경비실 직원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아주머니.”고개를 돌리자 경비 직원의 등 뒤에 두 여자도 함께 서 있는 것이 보였다.“아주머니, 이 아가씨들이 댁 손님이라는데 아는 얼굴인가요?”경비실 직원이 물었다.가정부는 엄선희와 민정아를 만난 적 있었다.성질 급한 엄선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세희 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가정부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조금 전에 어르신이 다녀갔어요. 뭔가 알고 따지러 오신 것 같은데 제가 집에 없다고 돌려보냈거든요. 사모님께서는….”신세희의 얼굴을 떠올린 가정부가 눈물을 글썽였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엄선희와 민정아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신세희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밖에서 한참을 우느라 진이 빠진 상태였다.극심한 피로를 느꼈던 탓인지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그러는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엄선희와 민정아도 속이 좋지 않았다.“어떡하지?”민정아가 울먹이며 말했다.“세희 씨가 괴롭힘을 당했는데 가만히
고윤희는 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차림으로 보아 어디 경호원이나 훈련을 받은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그건 옷 색깔이 어두워서 그런 것일 수 있었다.“누구신지….”처음 보는 얼굴이라 고윤희는 당황스러웠다.그녀와 구경민이 함께 거주하는 이곳 별장은 평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그들도 평소에는 거의 서울에 있었기에 이곳을 아는 사람이 몇 없었다. 그들은 가성섬에 간 부소경과 신세희를 기다리느라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었다.“택배 왔습니다.”여자가 말했다.“여자가 택배 배달을요? 하지만… 저는 물건을 주문한 적 없는걸요?”고윤희는 원래 쇼핑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평소 필요한 액세서리나 옷들은 구경민과 함께 백화점에 가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한 적 없었다.여자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가소로운 미소를 지었다.“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죠. 당신 같이 집에서 두문불출하는 가정주부가 할 얘기는 아닌 듯 싶네요.”고윤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처음 보는 여자에게서 적의가 느껴지는 건 단지 느낌일까?고윤희는 심성이 착하고 싸우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구경민은 지금 한창 부소경과 긴급회의를 하고 있을 테고 집에는 그녀 혼자 있으니 괜히 말싸움을 벌여봤자 좋을 게 없었다.“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죠?”“말했잖아요! 택배 배달 왔다고!”여자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죄송하지만 저는 물건을 주문한 적 없으니 당장 돌아가세요!”여자가 피식 웃더니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꾸했다.“구 대표님이 주문한 택배인데요? 이거 국제택배예요. 저는 중요한 국제 택배만 전담하거든요. 받아두는 게 좋을 텐데요?”고윤희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구경민이 하는 일에 한 번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요한 기밀문건이라면서 왜 서울로 보내지 않고 휴가용으로 잠시 머무르는 별장에 주문했는지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다.그녀는 여자에게서 서류를 건네 받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죄송해요. 그리고 배달
집안으로 돌아온 그녀는 엄선희와 민정아를 기다렸다.고윤희와 구경민이 휴가용으로 거주하는 별장은 주변에 산과 호수로 둘러싸여서 풍경이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엄선희, 민정아는 이 아름다운 곳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두 사람은 곧장 거실로 가서 고윤희를 찾았다. 그리고 신세희가 당한 일들을 그녀에게 간략해서 설명했다.설명을 다 들은 고윤희는 화가 나서 얼굴까지 하얗게 질렸다.“윤희 언니,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우리는 친구로서 세희 씨가 이렇게 괴롭힘 당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하겠어요.”엄선희가 새빨개진 눈으로 말했다.신세희의 몰골을 보지 못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기절한 듯 잠들어 있는 신세희를 보았을 때,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고윤희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었다.어떻게 해야 할까?사실 고윤희도 답을 찾지 못했다.그녀를 포함해 민정아, 엄선희, 그리고 신세희까지 심성이 착한 사람들이었다.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옛말이 있다.고윤희는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한 적 없었고 일방적으로 상처를 받는 쪽에 가까웠다. 물론 나중에 구경민이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주고 그의 보호를 받으며 지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녀의 과거도 신세희 못지 않게 참담했다.그런 세 사람이 갑자기 모여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할 방법을 찾자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어렸을 때 빈민가에서 힘들게 살았던 민정아는 어렸을 때부터 받은 만큼 돌려주는 성격이었다. 신세희를 만나기 전에는 꽤 많은 사고를 치고 다닌 시절도 있었다.“나한테… 생각이 있긴 한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민정아가 입을 열었다.그러자 엄선희가 눈을 반짝이며 환호를 질렀다.“빨리 말해! 그 집안을 박살낼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괜찮아!”고윤희가 엄선희를 말렸다.“그런 소리하지 말아요. 남한테 해를 가하면 우리도 그에 따르는 처벌을 받아야 해요.”“우리가 다치지 않고 적당히 분풀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민정아가 생글생글 웃으
구경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소경이 회사에 갔다가 얘기 들었어.”고윤희가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사람들이 심성이 굳고 어진 분이라고 극찬하던 서 씨 어르신이 왜 세희 씨한테만 이렇게 못된 짓을 하는 걸까?”구경민은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고윤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하지만 온 신경이 신세희에게 집중되어 있는 그녀를 보자 하고 싶었던 말을 다시 속으로 삼켰다.“경민 씨!”고윤희가 그를 재차 불렀다.“듣고 있어.”“소경 씨랑 얘기는 해봤어? 그 집안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이건 너무하잖아!”고윤희는 구경민 앞에서 한 번도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을 보인 적 없었다.구경민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물었다.“세희 씨가 많이 걱정돼?”“당연하지! 친구니까!”구경민이 웃으며 말했다.“안지 며칠이나 됐다고?”“오래 알았다고 다 친구는 아니야. 마음이 맞는 친구는 알고 지낸 세월과 상관없다고.”잠시 숨을 고른 고윤희가 다시 말했다.“세희 씨랑 알고 지낸 시간은 길지 않지만 세희 씨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줬어. 유리까지 나한테 잘해줘. 이번에 가성섬에서 선물도 가져왔더라고….”고윤희는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신유리가 그녀에게 준 선물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그녀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 선물은 아이를 상징했기에 구경민에게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었다. 구경민이 영원히 그녀에게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했다.“비록 최근에 만난 사람이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온화한 분위기에 끌렸어.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는 아주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기 쉬운 건 아니잖아. 그러니 당연히 걱정이 되지.”신세희에 관한 얘기만 늘어놓는 고윤희를 보자 구경민은 말했다.“소경이 회사에 간 것도 그일 때문이었어.”“어떻게 됐어? 소경 씨는 뭐래?”고윤희가 물었다.구경민은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말했다.“다른 놈들이었다
남자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거친 키스를 이어갔다.한참 뒤, 고윤희는 힘없이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 늦게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오자마자 다른 사람 얘기만 하고 있어? 다른 사람 생각하느라 내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는 건가?”고윤희가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지한 얘기 하고 있었잖아….”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구경민은 바로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고윤희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오늘 해외에서 택배가 왔었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녀는 지쳐 잠이 들 때까지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그날 밤, 남자는 마치 굶주린 늑대 같았다.고윤희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온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이 남자가 어젯밤 얼마나 거칠었는지 설명해 주고 있었다.마치 한참을 굶은 사람 같았고 또 마치 오늘 밤이 지나면 다음은 없는 것처럼 굴었다.침대에 누운 고윤희는 어젯밤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못된 사람이야.”그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언니! 출발했어요? 나랑 정아 씨는 이미 준비 다했거든요.”‘이런!’고윤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어제 엄선희, 민정아와 오늘 움직이기로 약속했는데 구경민한테 밤새 시달리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여덟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조금만 기다려 줘요! 바로 갈게요!”고윤희가 다급히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온몸에서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마치 돌에 깔린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일어나서 재빨리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화장도 생략한 채, 핸드백만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가는 길에 그녀는 구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경민 씨, 어디야?”“일이 있어서 나왔어.”수화기 너머로 구경민의 자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침대에 누운 임서아는 세 사람을 알아보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임지강을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이 황당한 소리에 많이 놀란 듯했다.“정아 네가 어쩐 일이야?”서준명의 모친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너도 네 동생 보러 온 거니?”민정아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이모, 임서아가 죽게 생겼다고 해서 미리 추도회를 열어주러 왔어요.”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못된 것들… 다 나가서 죽어버려! 외할아버지, 저 여자들 다 죽여버리라고 해요. 어떻게 저한테 저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죠?”안 그래도 두려웠던 임서아인데 민정아의 말을 듣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서 씨 어르신은 너무 화가 나서 말까지 더듬었다.“신세희가 보내서 온 거냐?”임지강도 버럭 화를 냈다.“예의도 모르는 것들!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소란이야? 당장 안 꺼져?”허영은 핸드폰을 엄선희에게 던졌다.세 사람은 급히 몸을 피했다.소란을 피우거나 욕을 하는 건 고윤희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냥 머릿수라도 채우려고 동참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세희만 괴롭히는 임 씨 가문 사람들이 괘씸하기도 했다.하지만 엄선희나 민정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민정아는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임서아, 너 혈액에 독소가 가득하다면서? 네가 왜 이런 꼴이 났는지 알려줘?”그녀는 임서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한 짓이 많아서 그래. 넌 원래 사회의 암 같은 존재였잖아. 그 독들이 돌고 돌아 네 몸에 쌓인 거지. 인과응보야. 설마 독소를 배출하지 못해서 나중에 피부가 다 썩는 거 아니야? 아유, 징그러워!”“민정아!”임서아가 눈물을 흘리며 이를 갈았다.“지금 네 꼴이 어떤지 알아? 온몸이 썩고 있어. 그 얼굴 보면 한 달도 살기 힘들겠네. 그 모습 구경하려고 우리가 온 거야.”“당장 꺼져! 빨리 저 인간들을 내쫓아요!”임서아가 바르르 떨며 소리쳤다.하지만 서준명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