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는 엄선희나 민정아처럼 저주의 말을 퍼붓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만으로 임지강을 압박하기는 충분했다.병실 안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임서아, 이게 뭔지 알아? 너 죽는 날 장례식에 보낼 화환이야. 몇십만 원이나 들여서 구매했다고.”“윽….”임서아는 분해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민정아는 노트 하나를 꺼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이건 공동묘지 리스트를 하나 뽑아왔는데 어디가 좋을지 네가 한번 골라 볼래? 넌 세희 씨 이복동생이잖아. 우린 세희 씨 친구니까 당연히 도와야지. 북쪽이 좋아? 아니면 남쪽이 좋아?”“푸흡….”임서아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민정아 일행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돌아갈 준비를 했다.어차피 목적은 달성했으니 빨리 도망가는 게 상책이었다.이 일로 경찰서에 불려갈지 몰라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어차피 기증자가 나서지 않으면 임서아는 죽을 목숨이고 미리 꽃을 준비해 왔을 뿐이었다.세 사람이 걸음을 돌리는데 등 뒤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거기 서!”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엄선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르신, 어르신께 신세를 진 사람은 부소경 대표지 우리가 아니거든요? 그러니 당신은 우리한테 명령할 자격이 없어요!”“준명이랑 결혼하기 싫은 게냐?”어르신이 물었다.“내가 누구랑 결혼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 어르신과 결혼할 것도 아닌데!”엄선희는 두려울 게 없었다.“너….”그녀는 냉소를 머금고 어르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래! 말 한번 잘했다!”어르신이 차갑게 웃었다.“신세희 대신 복수를 하러 온 거구나! 맞지?”민정아도 지지 않고 맞섰다.“어르신! 당신께 은혜를 입은 사람은 진짜 내가 아니죠! 나를 사칭한 어떤 나쁜 년이지. 난 당신들 집안에 신세 진 거 없거든요? 그러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서 씨 어르신은 할 말을 잃었다.“나는 누가 내 친구 괴롭히는 거 못 보거든요!”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고윤희를 바라보았다.그녀가 구경민의 애인인 줄
민정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서 씨 어르신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서아가 신세희와 자매 사이라는 걸 알면 됐어.”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다들 돌아가.”어르신이 말했다.“내가 힘없는 노인네라고 하지만 당장 경찰서에 전화 한 통 넣으면 바로 달려올 형사들이 차고 넘쳐. 이번 일은 철없는 젊은이들이 벌인 일이라고 문제 삼지 않을 테니 돌아가.”어르신이 이렇게 나오자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진 쪽은 민정아 일행이었다.엄선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안 그래도 가려고 했거든요?”말을 마친 세 사람은 바로 걸음을 돌렸다.큰 충격을 받은 임서아는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코에서는 코피가 멎지 않았다.허영이 울부짖었다.“빨리 의사 좀 불러와요! 우리 딸 살려야죠!”임지강이 이를 갈며 말했다.“서아 잘못되면 저 여자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임서아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잠시 후, 의사들이 들이닥쳤다.그들은 급히 임서아를 수술실로 옮겼고 가족들도 부랴부랴 뒤를 따라갔다.네 명의 의사들이 한참을 바쁘게 응급조치를 진행해서야 임서아는 안정을 찾았다.피곤한 기색을 한 의사가 수술실을 나오며 말했다.“어르신께서 서울 병원에 연락해서 진귀한 약품들을 많이 가져왔으니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서 씨 어르신이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고맙네.”의사는 어르신을 위로하며 말했다.“임서아 환자 상태로는 병세가 점점 악화될 겁니다. 빨리 기증자를 찾아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 특히 안정을 취해야 하니 아무 사람이나 병실에 들이지 마세요.”잠시 머뭇거리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르신, 사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습니다. 병실에 난입해서 난동을 부린 것도 죄가 된다고요!”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은 내 손녀 목숨을 살리는 게 우선이야. 아직까지 별다른 위험은 없는 거지?”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은 꽤 안정적입니다.”“수고했네.”말을 마친
잠시 뜸을 들이던 서준명이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벌레도 밟으면 꿈틀해요. 하물며 신세희도 감정을 가진 사람인걸요.”어르신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니? 둘은 친자매야! 동생이 죽게 생겼는데 언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신장 하나 내놓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니?”서 씨 어르신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그 순간 그는 과거에 자신이 신세희를 얼마나 싫어하고 혐오했는지, 얼마나 그녀를 괴롭혔었는지 전부 잊은 듯했다.신세희가 나약한 사람이었다면 그의 괴롭힘을 못 이겨 지금쯤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죽은 사람이 어떻게 그들을 위해 신장을 내놓을까?서준명은 어르신의 말에 화가 나서 헛웃음만 나왔다.“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거예요?”“둘은 피를 나눈 자매이니까!”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어르신과 더 대화를 이어갈 가치가 없다고 느낀 그는 차갑게 등을 돌렸다.“준명아….”그의 모친이 그를 불렀다.서준명은 걸음을 멈추고 어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다른 하실 말씀 있으세요?”그의 어머니가 말했다.“정아 좀 말려봐. 이건 정아가 나설만한 일이 아니잖아. 이러다가….”서준명이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세희가 무슨 심정일지 생각이나 해봤어요? 우리 가족들 세희를 6년이나 괴롭혔잖아요. 그랬으면서 지금 신장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입장 바꿔서 누가 나한테 그랬으면 엄마는 어떤 심정일까요? 그 부탁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그의 어머니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당연히 거절하지! 무슨 염치로!”“그럼 된 거잖아요.”말을 마친 서준명은 미련 없이 병실을 나갔다.그는 지금 당장 부소경의 집으로 가서 신세희를 만나볼 생각이었다.병원을 나온 서준명은 바로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 밖으로 엄선희는 빨리 전화를 받았다.“귀하신 도련님이 어쩐 일이세요?”서준명이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왜 나한테 그래요?”엄선희가 차갑게 대꾸했다.“서준명
서준명은 한 번도 고모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고모가 집을 나갈 때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하지만 익숙한 눈빛을 보자 고모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그가 다급히 차에서 내려 밖으로 나갔을 때, 상대는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어디 갔지?’서준명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익숙한 그림자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그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과일 바구니를 든 노인이 길을 지나가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 근처는 요즘 무슨 일이래? 어제 어떤 아가씨가 여기서 목놓아 울며 엄마를 찾더니….”서준명이 다급히 물었다.“어르신,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노인이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오늘은 젊은 청년이 여기서 고모를 찾고 있네.”말을 마친 노인은 서준명을 쳐다도 보지 않고 가던 길을 가버렸다.서준명의 두 눈에 눈물이 흘렀다.‘고모가 살아 계신 걸까? 근처에 사는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 당장 신세희를 만나고 싶었다.그는 어제 아침에 아파하던 신세희를 떠올리고는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소경은 여전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서준명이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형, 세희는 괜찮나요?”“괜찮을 리가 없잖아.”부소경이 말했다.서준명은 멈칫하며 계속해서 말했다.“미안하다는 말로 위로가 안 된다는 거 알아요. 할아버지 대신 사과하겠다는 위선적인 말은 하지 않을게요. 지금 저택 아파트 단지에 와 있어요. 어떻게 우리 가족들을 상대하면 좋을지 상의하러 왔어요.”부소경은 대답이 없었다.“형, 경비한테 말해서 들여보내 주면 안될까요?”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알았으니까 그냥 들어와.”“네.”전화를 끊은 서준명은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나는 지금 세희 씨 집에 있어요.”서준명은 바로 차를 운전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부소경이 미리 언질을 줬는지 그를 가로막는 경비 직원은 없었다. 부소경의 저택 근처에 도착하자 문 앞에
서준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뭐 걸리는 점이라도 있나요?”부소경은 대답 대신 등을 돌리며 말했다.“일단 올라가자.”서준명은 부소경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거실에는 민정아, 구서준 커플과 엄선희, 그리고 고윤희 커플이 이미 와있었다.서준명을 본 구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다가와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구서준, 너희 집 사람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말을 마친 그가 주먹으로 서준명의 얼굴을 쳤다.하지만 서준명은 피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그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엄선희에게 물었다.“세희는 좀 어때요?”“고열에 시달리고 있죠. 헛소리도 가끔 하는 것 같고요. 계속 엄마를 부르다가 또 가끔은 몸을 웅크리고 무섭다면서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요.”그 말을 들은 서준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세희 좀 보고 싶어요.”서준명이 말했다.엄선희는 서준명을 데리고 침실로 향했다.서준명은 문밖에서 잠시 안쪽을 바라보았다.이불을 목까지 올려 쓰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가녀린 여자가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깊이 잠든 것 같았는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커다란 침대에 그녀 혼자 누워 있으니 더 가냘프고 애처로워 보였다.서준명은 6년 전 신세희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그때도 그녀는 고독하고 힘없는 처지였다. 이 커다란 도시에 마음 둘 곳 하나 없이 정처없이 떠돌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고 괴롭혔다.나중에는 터무니없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하지만 그런 악랄한 환경에서도 그녀는 꿋꿋하게 살아남았다.그때 그녀의 배속에는 유리가 자라고 있었다.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 그녀는 혈혈단신으로 부소경의 결혼식 현장에 난입했다.아이를 지키려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가장 힘들 때,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노가다 현장에서 일했다.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돌보며 불구가 된 오빠도 같이 돌봤다.그때도 그녀는 강했고 무너지지 않았다.그런 강한 의지에 남자인 서준명도 감탄했었다.하지만 그렇게 강했던 여자가 마치
현장에 있던 모두가 숙연해졌다.부소경이 벌떡 일어나더니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엄선희가 서준명을 쏘아보며 한마디 했다.“서 씨 가문의 대단하신 도련님, 그 집 할아버지는 도대체 언제 돌아가시나요!”“엄선희!”엄선우가 그녀를 발렸다.“서 대표님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해?”“오빠!”엄선희가 오빠를 쏘아보았다.“그집 어르신이 잘못하신 일을 왜 서 대표님한테 화풀이를 해? 둘이 감정이라도 상하면 어쩌려고!”“사랑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난 그런 할아버지를 어른으로 모시고 싶지 않아!”서준명은 주변을 둘러보았다.민정아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고윤희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서준명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가문 때문에 벌어진 일이 맞아요. 우리 할아버지가 임서아 걔를 그렇게 감싸고 돌 줄은 몰랐어요. 이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내일 다시 연락드리죠!”말을 마친 서준명은 저택을 나왔다.집으로 돌아온 서준명은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할아버지, 상의 드릴 일이 있으니 집으로 좀 오시죠.”수화기 너머로 어르신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준명이 너까지 도대체 왜 그러니? 네 동생이 오늘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내가 어딜 가?”“동생, 동생, 동생! 임서아만 할아버지 가족이고 저는 손자도 아닌가요?”서준명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어르신이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러냐?”서준명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담담히 말했다.“임서아 이식 수술 일로 상의 드릴 게 있으니 일단 집으로 오시죠.”어르신은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오늘 세희네 집에 갔었어요.”서준명의 말에 어르신이 한껏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그애가 이식 해준대?”“그런 것 같으니까 일단 집으로 오세요. 같이 의논할 게 있어요.”“좋아!”어르신은 냉큼 기쁘게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어르신은 병실로 돌아갔다.“서아야, 너 살릴 수 있겠어!”임서아도 화색을 띄며 다급히 물었다.“진짜예요, 외할아버지
임서아가 다급히 물었다.“걔가 그러자고 할까요?”“당연하지!”어르신의 자신 있는 대답에 임서아가 활짝 웃었다.“정말 든든해요, 외할아버지.”어르신은 임서아를 위로한 뒤, 병원을 나가 집으로 향했다.서준명은 거실에서 어르신을 기다리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어르신을 보자 그는 차갑게 식은 시선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어르신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네 동생 일 때문에 상의할 게 있다고 나를 집으로 부르지 않았니? 오늘 소경이네 집에 갔었다면서? 신세희가 서아한테 신장을 내준다고 한 게 사실이냐?”서준명이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할아버지는 양심의 가책도 안 드세요?”어르신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평생 옳은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니?”“그런데 세희한테는 왜 그러셨어요!”서준명이 분노한 눈빛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여자가 네 동생 남편 될 사람을 빼앗았잖니! 그리고 너도 그런 애한테 빠져서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그래서 나는 걔가 싫어! 역겨워!”어르신은 대놓고 욕설을 퍼부었다.“역겨운 사람한테 어떻게 신장을 내놓으라고 해요!”“그건 안 되지!”어르신이 광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그 애의 장기로 서아를 구할 거야! 걔가 서아한테 한 짓이 있으니까! 속죄하는 셈이지 뭐!”“할아버지!”서준명은 이가 갈렸다.“부 대표랑 한 약속 때문에 세희를 괴롭히는 거잖아요!”“그래!”어르신도 솔직히 인정했다.그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이 말했다.“소경이는 나한테 큰 은혜를 입었다. 예전이라면 이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소경이도 나한테 빚진 게 있잖니! 전에는 빚을 갚으라는 말을 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네 동생은 지금 죽을 날짜를 받고 병원에 누워 있는데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야?”“좋아요! 그렇다면 제 신장을 가져가세요! 두 개 다 가져가서 그렇게 아끼는 외손녀한테 주시라고요!”말을 마친 서준명이 품
그날 밤, 서준명과 임 씨 가문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어르신의 잔인한 계획을 몰랐다.부소경, 신세희는 당연히 그걸 알 방법이 없었다.그날 밤, 신세희는 점차 열이 내렸다.오후까지 열이 펄펄 끓던 신세희의 옆을 지킨 사람은 신유리였다. 아이는 엄마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앳된 목소리로 엄마의 귓가에 대고 그녀를 불러주었다.아이는 주기적으로 면봉에 물을 적셔 엄마의 마른 입술을 닦아주기도 했다.부소경을 비롯한 집안 가정부가 얼른 가서 자라고 달랬지만 신유리는 끝까지 안 피곤하다고 고집을 피웠다.아이는 엄마를 보살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나를 보살폈으니까 지금은 내가 엄마를 지켜줘야지.’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민정아와 엄선희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아이의 정성이 닿았던 걸까, 그날 밤 신세희는 열이 내렸다.얼굴은 창백했지만 서서히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신세희가 천천히 눈을 떴다.참 오래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중간에 악몽을 꾸기도 했다.수많은 사람들이 칼을 들고 그녀의 뒤를 쫓아오는 꿈이었다. 하지만 임신해서 배가 부른 그녀는 힘들게 도망치다가 벼랑 끝까지 몰렸다.한발만 걸음을 내디디면 추락할 상황이었다.등 뒤에는 칼을 든 사람들이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그리고 그들이 든 칼이 그녀의 허리에 꽂혔다.그들은 그녀를 차갑게 비웃으며 그녀의 몸에서 신장을 꺼내갔다.죽음의 상황에 처한 그녀는 아이 생각부터 들었다.“유리, 우리 유리 어떡하지? 내가 죽으면 우리 유리는 어떡해? 유리야….”여섯 살밖에 안 된 신유리가 면봉으로 그녀의 입술을 닦아주고 있을 때, 신세희는 꿈에서 딸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그러면서도 이건 꿈이라고, 지독한 악몽이라고, 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자신에게 되뇌었다.‘그래, 난 아직 살아 있어. 유리가 내 옆에 있어.’‘난 엄마야. 이렇게 슬퍼할 시간이 없어.’‘어린 유리가 슬퍼할 거야.’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고개를 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