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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신세희는 부소경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었다.

그녀와 서 씨 어르신이 피 터지게 싸우는 동안 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전에는 단지 추측일 뿐이었던 일이 확신이 생겼다. 예전에 그는 신세희가 임지강과 서 씨 어르신이 잃어버린 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생각이 맞았어.’

부소경의 가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임지강의 사지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차갑고 냉랭한 표정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이 정도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서 씨 어르신 덕분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임 씨 가문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이 있었다.

부소경은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사람이었다.

신세희가 어르신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임지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어르신께서 임서아를 손녀라고 계속 오해하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는 임서아 일가에게 뼈에 사무친 배신을 당하게 될 텐데 그것 역시 처신을 잘못한 어르신이 받아야 할 대가였다.

신세희와 밖으로 걷던 부소경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병실 앞에 서 있는 임지강 내외와 서 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르신에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어르신, 그럼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신세희의 어깨를 끌어안고 다시 걸음을 돌렸다.

복도 모퉁이를 돌아 엘리베이터까지 도착한 신세희는 드디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속 상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곪고 곪아서 이미 딱지가 앉아버린 상처를 누가 다시 헤집은 기분이었다. 여전히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아팠고 처음 상처받았을 때보다는 차원이 다른 아픔이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세웠다.

“부 대표, 세희 씨, 잠시만요.”

한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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