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의 옆자리에 앉은 제인은 룸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말을 돌렸다. “어제는 온천도 못 갔는데, 오늘 밤에 가요” 구천광은 조용히 젓가락을 들어 초밥 한 조각을 집어들었고, 반지훈 역시 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제인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태연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지훈 씨, 어제 약속한 건요?” 반지훈은 차를 마시던 동작을 멈추고 찻잔을 내려놓은 후 구천광을 쳐다보았다. 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반지훈은 세 글자를 짜냈다. “미안해” 영 내키지 않았다. 구천광은 이번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안 들려요” 반지훈은 찻잔을 잡은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사과한다고. 어제 저녁에 너 때렸고, 너도 나 때렸잖아. 그럼 쎔쏌이지” “오” 구천광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반지훈 씨가 사과하시니, 저도 마지못해 받아드리죠” 반지훈은 씩 웃으며 구천광과 나지막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받아 주지 않아도 돼” 구천광은 주저하지 않았다. “저도 받아 줄 생각 없어요” 두 사람은 마치 서로에 대한 긴장이 풀린 듯하였고, 분위기는 전보다 싸늘해졌다. 강성연이 이마를 짚었다. 남자들은 가오가 육체를 지배한다더니, 정말이었다. 그녀는 구천광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녀도 자신 때문에 구천광이 휘말려 반지훈에게 한 대 맞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구천광 씨, 입가의 상처는 괜찮으세요?” 구천광은 웃었다. “괜찮아요, 조금 까졌는데, 작은 상처예요” 반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젓가락으로 접시 위의 초밥을 찔렀다. 가슴이 답답했다. “나도 맞았는데 왜 나한텐 관심이 없지.” 강성연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젯밤 지훈 씨가 사람을 때렸잖아요. 아침에 꼼수까지 부렸는데, 제가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구천광도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어젯밤 기운이 넘치고 힘도 장난 아니던데, 형은 관심 받을 필요가 없겠죠?” 반지훈은 화가 났고, 이내 얼굴이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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