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영은 3초 동안 망설이다가 재빨리 문을 열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먹을래요” * 제주도. 차 안에 앉아 섬을 구경하는 네 사람, 길 양쪽에 벚꽃이 수북이 심어져 있고, 하늘은 바다와 평행하게 펼쳐져 있다. 차가 해저터널로 들어갔고, 터널에서 해저전망대를 통과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전망대 주차구역에는 관람객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고, 관람객들은 전망대 앞에 서서 바다 아래의 신비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주차장에 서자 강성연과 제인은 차에서 내려 승강장을 향해 걸어갔다. 제주도의 해저터널은 z국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세계 유일 해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터널이다. 터널은 2층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위층은 열차 통행로, 아래층은 차량 통행로다. 전망대 구역은 아래층 감속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넓은 주차장이 있어 휴식을 하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강성연은 전망창 앞에 멈추었다. 짙고 푸른 바다 밑에는 다양한 크기의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몸집이 큰 고래류도 만날 수 있었다. 구천광은 마스크와 모자를 써 얼굴을 꽁꽁 싸맸지만, 반지훈이 그와 함께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늘씬한 두 남자가 차 앞에 기대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끌었다. 구천광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좀 떨어지시죠” 반지훈은 팔을 둘렀다. “알아보는 게 싫으면 차 안으로 들어가. 내리라고 한적 없어” 구천광은 피식 웃으며 모자 챙을 내렸다. “어, 저 두 사람 좀 낯이 익네” “모자 쓴 사람, 구천광 같은데 설마 진짜 아냐?” “아닐걸. 근데 옆에 서 있는 사람, 잡지에서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반지훈 대표는 아니겠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반지훈은 갑자기 손을 뻗어 구천광이 쓰고 있던 모자를 빼앗아 자신의 머리 위에 얹고 강성연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구천광은 그제서야 반응했고, 몇몇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았다.“구천광이다!” “어
강성연은 진작에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다만 왜 그가 그렇게까지 구천광을 거슬려 하는지 몰랐다. “본인이 트집 잡는 게 뻔한데, 남 탓을…!” 반지훈은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았고, 강성연은 누가 볼까봐 모자로 두 사람의 얼굴을 가렸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성연아, 겨우 생긴 우리만의 시간인데, 다른 두 명을 데리고 다니고 싶지 않아. 게다가….” 강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게다가?” 그는 억울해했다. “밤에도 너랑 못 자게 했잖아” 그가 그녀에게 몸을 비비자 강성연은 몸을 떼고 좌우를 살핀 후 재빠르게 그의 어깨를 밀쳤다. “소란 피우지 마요, 사람도 많은데” 반지훈이 웃었다. “그럼 사람이 많지 않을 때는?” 그녀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 “옆에 오지도 마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 사람들의 시선이 구천광에게 쏠린 틈을 타, 반지훈은 무려 2분 동안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중간에 멈추지 않았다면 그녀는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 반지훈은 그녀의 뺨을 쓰다듬고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아니면 밤.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 해” 구천광은 반지훈에게 한 방 먹었다. 그는 팬들에게 싸인 해주고 사진을 찍느라 지쳤다. 제인이 아니었으면 그는 아마 못 나갔을 거다. 그들이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이었고, 구천광은 저녁 생각이 없어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반지훈과 강성연 두 사람만 남았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또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일부러 느리게 움직이며 반지훈보다 천천히 먹었다. 반지훈은 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며 그녀가 먹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식사를 하는 동안 세 잔의 와인을 마셨다. 그는 강성연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을 알고는 웃었다. “내가 취하기를 기다리는 건가?” 강성연이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취해도 상관없어요.” 반지훈은 턱을 짚고 빙긋이 웃었다. “나는 취하지 않아. 하지만 반쯤 취한 상태라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는 광기와 관능의 경계에서, 하나의 그물처럼 그녀를 붙잡아 그녀를 도망갈 수 없게 했다. ......반지훈은 강성연을 안고 객실로 돌아왔고, 강성연은 나른하게 그의 품에 기대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는 그녀의 목덜미에 붙어 있었고, 얼굴빛이 고왔다. 그녀를 소파에 눕히자 강성연은 그를 걷어차고 한쪽으로 기어가 엎드렸다. 반지훈은 욕실에 가서 수건을 들고 소파 가장자리에 앉아 머리를 닦아주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또 화가 났네." 강성연은 흥 소리를 내며 그를 무시했다. 그는 참을성 있게 강성연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누가 나를 속이래?” 강성연은 돌아서서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그를 보았다. "결국 내 잘못이라는 거예요?" 그는 가볍게 웃었다. “아니.” 강성연이 그의 다리에 눕자 반지훈은 그녀의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성연이 머릿결은 참 좋아."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전에도 그 말 한 적 있어요.” 그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키스했다. “그래? 기억이 안 나도 머리 속에 다 남아있나 봐.” “지훈 씨.” “응.”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강성연은 잠시 그를 쳐다보았다. "아직 대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어요." “무슨 질문?” 강성연은 일어나 앉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왜 구천광을 그렇게 싫어해요?” 반지훈이 시선을 돌리자 강성연이 그의 뺨을 잡았다. “피하지마요.”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등을 움켜쥐었다. “왜 그 자식 일을 물어.” “궁금하니까요.” 강성연은 그가 도망갈까 봐 그에게 다가가 앉았다. “대답 안해주면 오늘도 소파행이예요.”반지훈은 망설였다.강성연은 그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 “소파에서 자는 것보다 나랑 자고 싶지 않아요?” “아니.” 그는 고개를 숙이며 약간 침울해했다. “그 자식 얘기해서 좋을 거 없어.” 강성연이 웃었다. “어릴 때 괴롭힘 당해서 화내고 울어본 적이 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그래요?” “…”그녀는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말해봐요
그녀는 강성연 맞은편에 앉았다.“사모님,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네요.”“그럴 리가요?”강성연은 빙긋 웃었다.“그런 건 없습니다, 저도 그 일 때문에 온 겁니다. 당신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제인은 의아했다.“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강성연은 빙긋 웃었다.“당연히 마케팅을 하려고 그러죠.”제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제 뜻을 오해하지 마세요. 구천광씨와 반지훈씨는 어릴 적부터 친했잖아요. 이 기회에 둘의 우정이 더 돈독해지는 것도 좋죠.”강성연은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도 최근 며칠 동안 상황을 봤을 거예요. 비록 자꾸 싸우지만 사실 친해서 그러는 거잖아요.”제인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구천광 곁에 있는 시일이 오랬다. 비록 구천광은 연예계에서 인맥이 넓지만 사실 친한 사람은 몇 명 안되었다.그녀는 구천광과 반지훈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비록 자주 연락하지 않지만 반지훈 대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구천광은 꼭 도와줄 거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저희가 팬들과 함께 소란을 피우면......”강성연은 픽 웃었다.“아니면 회사에 구천광이 일 요청도 마다하고 제주도에 휴가 온 걸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제인은 확실히 할 말이 없었다.강성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저에게 구천광이 꼭 제주도에 왔어야 하는 아주 좋은 핑계 하나가 있어요.”강성연이 방에 돌아갔을 때 반지훈은 샤워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있는 노트북을 본 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그녀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오른 후 연예계 기자에게 DM을 보냈다.반지훈이 축축이 젖은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허리에 타월을 두르고 있었으며 다른 타월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았다.강성연은 그를 보면서 픽 웃었다.“당신도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요.”반지훈은 그녀 앞에 서더니 테이블에 손을 놓았다. 반지훈이 가까이 오자 상쾌한 바디워시 향기가 났다.“무슨 뜻이야?”
그녀는 턱을 괴면서 말했다.“만약 회사의 일이 아니면 어떡해요?”반지훈은 고개를 들더니 한참 동안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또 연희승에게서 전화가 오자 반지훈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반지훈 대표님, 왜 이제야 전화를 받은 거예요? 기자들 때문에 제 휴대폰에 불이 날 것 같아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기자들이 왜 너를 찾는 거야?” “대표님께서 제주도 투자 프로젝트에 구천광 도련님을 요청했잖아요. 기자들이 모두 그걸 묻고 있어요.”연희승은 이렇게 중얼거렸다.“허니문을 간다고 하셨잖아요? 왜 갑자기 투자 프로젝트를 하시는 거예요? 온천 호텔을 하실 생각이셨어요?”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요리를 먹고 있는 강성연을 바라보았다.“기자들이 뭐라고 해?”“대표님이 제주도 투자 프로젝트에 구천광 도련님을 요청했다고 하지요. 두 분이 사이가 좋으셔서 구천광 도련님이 연예계 스케줄도 빠졌다고 해요.”반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한 후 강성연을 빤히 바라보았다.그가 전화를 끊자 강성연은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기자들과 함께 나에게 함정을 파놓은 거야?”“그게 왜 함정이에요?”강성연은 반지훈 다리에 앉더니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의 목젖을 만졌다.“당신은 손해 보는 것도 없잖아요. 다른 사람도 도와줄 수 있고요.”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래도 먼저 말해주지.”강성연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두 사람의 거리는 1센티밖에 되지 않았다. 반지훈은 움직이지 않았고 강성연도 키스하지 않았다.“그럼 제가 괜한 짓을 한 거네요.”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아니야.”강성연은 그의 가슴에 기대면서 말했다.“지훈씨, 3년 전 제가 훈련 캠프에서 독사에게 물렸을 때 구의범이 구천광을 찾아 절 도와준 거예요. 그들이 저의 목숨을 살려준 것과 다름이 없어요. 전 그 은혜를 아직도 잊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구천광씨를 도와줘요. 네?”반
두 사람의 일이 인터넷에 오르자 그들의 관계가 아는 사이뿐만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친구를 위해 일을 거절하는 행동은 팬들의 지지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부정적인 기사도 생기지 않을 거다. 상대가 불만한다 하여도 반지훈이 상업계에서의 지위와 TG의 재력은 만만치 않았다. 뒤에서 구시렁거릴 수는 있지만 누구도 진지하게 따지지 못할 거다.구천광은 한참 동안 서있더니 몸을 돌려 테이블에 놓은 커피를 바라보았다.“제가 찾지 않으면 이유 없이 절 도와줄 사람이 아니에요.”제인은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천광 오빠, 사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절 찾아오셨어요.”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가볍게 웃었다.“강성연의 소행일 줄 알았어요.”제인은 빙긋 웃었다.*송아영은 병원 화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입원할 필요가 없었지만 왜서인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최근 며칠 동안 육예찬은 종종 맛있는 걸 들고 그녀의 병실에 찾아왔다. 그녀는 유혹을 이기지 못해 피둥피둥 살이 쪘다.그녀는 뱃살을 만지면서 탄식했다.“송아영, 좀 적당히 먹어. 육예찬은 정말 나를 살찌우려고 하는 거야. 계속 이렇게 먹으면 안 돼.”“아영아.”송아영이 고개를 들자 조훈이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어라?”송아영은 놀란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 훑어보았다.“몇 년 사이에 많이 멋져졌네. 이렇게 보니 정말 선생님 같아.”조훈은 미소를 지었다.“성연이가 너에게 알려줬구나.”“그래.”송아영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갑자기 선생님이 된 거야?”조훈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평생 법의학자로 살 수는 없잖아.”조훈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송아영의 어깨를 잡고 자세히 살펴보았다.“너는 왜 입원한 거야? 어디 아파?”“아, 아니.”송아영은 얼굴을 긁었다.“사실 멀쩡해. 그저 병원이 좋아서 퇴원하고 싶지 않은 거야.”조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살 빠진 것 같아.”“응?”그 말을 듣고 송아영은 매우 기뻐했다.“정말? 나
조훈은 매너 있게 악수를 했다.“저는 조훈이라고 합니다.”“당신이 조훈이군요.”“절 알고 있습니까?”조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송아영은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당신도 조훈을 알아요?”육예찬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사진에 있었잖아요.”송아영은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뭐라고요? 아버지가 그 사진을 당신에게 준 거예요?”육예찬은 웃었다.“약혼녀의 사진을 저에게 주는 게 뭐 어때요?” “당신......”조훈은 묵묵히 그들을 바라보더니 빙긋 웃었다.“난 먼저 할머니 병문안 갈게.”“할머니가 입원하신 거야?”송아영은 그제야 조훈을 바라보았고 육예찬은 표정이 좀 어두워졌다.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연세가 있으셔서 고혈압 때문에 입원하셨어. 지금 어머니가 보살피고 있거든, 난 가봐야 해.”송아영은 조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육예찬은 손을 뻗어 그녀의 시선을 가렸다.“왜요? 아쉬워요?”송아영은 그의 손을 찰싹 때리더니 고개를 들었다.“뭐라는 거예요? 제 친구라고요!”“친구?”육예찬은 팔짱을 끼면서 비아냥거렸다.“저 사람이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송아영은 의아했다.“무슨 뜻이에요?”육예찬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튕겼다.“당신 스스로 생각 좀 해봐요.”송아영은 이마를 주물렀다.“육예찬씨, 손 대지 말고 말로 해요!”육예찬은 몸을 숙이더니 씩씩거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제가 건드리면 어떻게 할 거예요?”지나가던 아줌마들이 그들을 보면서 웃었다.“젊으니까 정말 좋네.”“그러니까 말이야. 젊은 부부들은 다투는 것도 달달해 보여.”송아영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를 갈면서 중얼거렸다.“부부는 무슨.”육예찬은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가는 아줌마들을 향해 빙긋 웃었다.별안간 송아영은 멀지 않은 곳에 한 어르신이 나무 아래서 가야금을 연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그 어르신을 향해 걸어갔고 육예찬은 말리지 않았다.젊은이들 중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적
육예찬은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았다.“자신이 없는 거예요?”송아영은 그를 가볍게 밀쳤다.“전 정말 안돼요......”어르신은 갑자기 일어서며 말했다.“한 번 해봐.”송아영은 깜짝 놀라더니 손을 저었다.“할아버지 전......”어르신은 시원시원하게 웃었다.“괜찮아, 잘 못해도 널 웃을 사람 없어.”육예찬이 그녀를 밀치자 송아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흘깃 보더니 어르신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오랫동안 가야금을 연주하지 못했었다. 다시 가야금 앞에 앉은 그녀는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송아영이 의자에 앉자 화원에서 산책하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아영은 기분을 가라앉힌 후 가야금을 연주했다. 아마 마음이 급해 그런지 음이 삐끗했다.그녀는 멈칫했고 손이 덜덜 떨렸다.어르신이 그녀를 달랬다.“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그저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돼.”아마 어르신의 말을 들어 그런지 송아영은 그제야 모든 잡념을 뿌리쳤다.화원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가야금 연주곡이 울려 퍼졌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들었다.곁에 있던 어르신은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면서 즐기고 있었다.육예찬은 나무에 기대 송아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예전 무대 위에서 빛을 뿌리던 그녀를 보는 것 같았다.곡이 끝난 후 주위 사람들의 박수소리에 송아영은 정신을 차렸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매우 만족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넌 나보다 연주를 더 잘하는구나.”송아영은 재빨리 일어서더니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아닙니다, 아닙니다. 과찬이세요.”어르신이 물었다.“아까 그 곡의 이름은 무엇이니?”“아, 그건 제가 예전에 생각 없이 만든 곡입니다.”어르신은 눈에 빛이 나더니 그녀를 훑어보았다.“편곡도 할 줄 알아?”송아영은 어색하게 웃었다.“예전에요. 지금은 안돼요.”어르신은 손을 저었다.“넌 정말 겸손한 아이구나.”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명함 한 장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