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광은 강성연 앞에서 처음으로 폭력을 썼고, 강성연은 이렇게 분노하고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는 구천광을 처음 봤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반지훈에게 말했다. “3년 전 성연 씨 앞에서 성연 씨를 나에게 보내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때부터 이렇게 한대 때려줄 생각이었어요” 반지훈의 몸이 굳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반지훈의 멱살을 잡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형은 나를 잘 알고 있어요. 만약 내가 뺏으려 했다면 진작에 손을 썼을 텐데, 형이 내가 손쓸 기회를 기다렸겠어요?” 반지훈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그의 주먹을 풀어주며 심호흡했다. “구천광 씨, 일단 지훈 씨를 놓아줘요. 할 말이 있어요” 구천광은 손을 떼고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가면을 줍고 몸에 묻은 흙과 모래를 털고 돌아섰다.강성연은 차분하게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제가 천광 씨의 연락처가 있는 건, 촬영 당시 제작진 쪽에서 soul 브랜드의 주얼리를 협찬해달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보증인이어서 번호를 남겼기 때문이에요.그리고 그날 당신은 오후까지 나를 등대에서 기다렸고, 저는 구천광 씨에게 연락한 뒤에야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반지훈의 눈빛은 약간 흔들렸고, 그녀는 그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제가 구천광 씨의 번호를 갖고 있지만, 제가 구천광 씨에게 전화 건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당신이 예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당신이 나를 의심할 자격은 없어요” “성연아…”“당신은 내가 구천광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하나요? 좋아요, 그럼 당신 뜻대로 할게요. 3년 전에 당신이 바라던 거잖아요” 강성연이 몸을 돌렸다. 반지훈이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안았고, 강성연은 몸부림쳤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미안해 성연아, 너를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강성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약간 떨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예전 기억이 없어서 불안했어. 내 직
양우진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그래요, 저도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그럼 우선 그렇게 하죠” 통화가 끝난 뒤 제인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자 제인은 그를 쳐다보았다. “김 감독은 연예계에서 워낙 유명해서 자존심이 강할 텐데, 이렇게 지연하면 그 사람이…” “괜찮아요, 나중에 제가 가서 설명할게요. 저희 집안이 저에게 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연예계 업적에만 기대서 설득할 수는 없어요” 그가 분가하려면 할아버지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제주도의 투자 프로젝트를 따내야 했다. 한 편. 강성연은 베개와 이불을 소파에 내던지고 반지훈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요” 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을 닫았다. 반지훈은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 손잡이를 돌렸다. 그는 그녀가 문을 잠근 것을 확인하고 마지못해 문 앞에 기대었다. “성연아, 내가 잘 못했다는 거 다 알아. 이렇게 가혹하게 대할거야?” “가혹하죠. 매우 가혹해요” 못된 놈, 기억을 잃었다는 핑계로 뻔뻔하게 ‘오해’해 놓고, 다시 들어와서 자려고? 꿈 깨라! 강성연은 침대로 돌아와 새 이불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문 밖의 반지훈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의 불을 어둡게 하고 누웠다. 잠시 후, 문밖에서 나던 소리가 사라졌다. 거실 밖에서 들려오는 약간의 인기척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녀와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방문으로 시선을 보냈다. 어쨌든 베개와 이불은 이미 그에게 줬다. 그녀는 돌아서서 눈을 감았고, 날이 밝을 때까지 편안하게 잠을 잤다. 강성연은 아침에 침실에서 거실로 걸어갔다. 반지훈이 소파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고, 이불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이 약간 아프고 불편했다. 그녀는 이불을 주워 다시 그의 몸을 덮었고, 그녀의 손이 그의 피부에 닿으며 그의 몸이 매우 차갑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가을인데 실내에는 차가운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다. 이 사람... 설마 밤새도록 이런 건 아니겠지? “지훈 씨…” 강성연이 말
강성연의 옆자리에 앉은 제인은 룸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말을 돌렸다. “어제는 온천도 못 갔는데, 오늘 밤에 가요” 구천광은 조용히 젓가락을 들어 초밥 한 조각을 집어들었고, 반지훈 역시 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제인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태연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지훈 씨, 어제 약속한 건요?” 반지훈은 차를 마시던 동작을 멈추고 찻잔을 내려놓은 후 구천광을 쳐다보았다. 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반지훈은 세 글자를 짜냈다. “미안해” 영 내키지 않았다. 구천광은 이번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안 들려요” 반지훈은 찻잔을 잡은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사과한다고. 어제 저녁에 너 때렸고, 너도 나 때렸잖아. 그럼 쎔쏌이지” “오” 구천광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반지훈 씨가 사과하시니, 저도 마지못해 받아드리죠” 반지훈은 씩 웃으며 구천광과 나지막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받아 주지 않아도 돼” 구천광은 주저하지 않았다. “저도 받아 줄 생각 없어요” 두 사람은 마치 서로에 대한 긴장이 풀린 듯하였고, 분위기는 전보다 싸늘해졌다. 강성연이 이마를 짚었다. 남자들은 가오가 육체를 지배한다더니, 정말이었다. 그녀는 구천광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녀도 자신 때문에 구천광이 휘말려 반지훈에게 한 대 맞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구천광 씨, 입가의 상처는 괜찮으세요?” 구천광은 웃었다. “괜찮아요, 조금 까졌는데, 작은 상처예요” 반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젓가락으로 접시 위의 초밥을 찔렀다. 가슴이 답답했다. “나도 맞았는데 왜 나한텐 관심이 없지.” 강성연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젯밤 지훈 씨가 사람을 때렸잖아요. 아침에 꼼수까지 부렸는데, 제가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구천광도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어젯밤 기운이 넘치고 힘도 장난 아니던데, 형은 관심 받을 필요가 없겠죠?” 반지훈은 화가 났고, 이내 얼굴이 어두
명승희는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보고 웃으며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요. 제가 뭘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얘기를 할려고 온 거예요”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방안의 분위기는 잠시 얼어붙었다. 송아영은 고개를 숙였다. “육예찬을 떠나라고 하려는 거죠? 안심해요, 제가 그 사람이랑 파혼하기만 하면, 제가 뺏을 일은 없을 거예요”나중에 다른 사람이 와서 그녀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 지금 바로 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명승희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귀국하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6년 동안 그와 함께 있었어요. 비록 그가 나에게 이별을 얘기했지만, 나는 귀국한 후에도 여전히 그의 곁에 있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죠” 송아영은 멈칫하였다.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명승희는 쓸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에 송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6년 동안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해도 무방해요” 명승희는 뮤지컬에서 처음 육예찬의 연기를 본 후부터 그를 좋아했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그를 쫓아다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육예찬이 자신을 거부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끈질기게 매달려서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 육예찬은 항상 수동적이었다. 그녀는 그를 감동시키기 위해 바이올린을 배우기도 했고, 그의 취향을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히 둘의 사이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향해 아흔아홉 걸음을 내디뎠지만, 그는 끝내 그 한 걸음을 내딛지 않았다. 그녀도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매우 노력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 송아영은 입을 다물고 약간 동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승희 씨, 저한테 이런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저랑 육예찬 씨는 집안
송아영은 3초 동안 망설이다가 재빨리 문을 열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먹을래요” * 제주도. 차 안에 앉아 섬을 구경하는 네 사람, 길 양쪽에 벚꽃이 수북이 심어져 있고, 하늘은 바다와 평행하게 펼쳐져 있다. 차가 해저터널로 들어갔고, 터널에서 해저전망대를 통과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전망대 주차구역에는 관람객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고, 관람객들은 전망대 앞에 서서 바다 아래의 신비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주차장에 서자 강성연과 제인은 차에서 내려 승강장을 향해 걸어갔다. 제주도의 해저터널은 z국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세계 유일 해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터널이다. 터널은 2층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위층은 열차 통행로, 아래층은 차량 통행로다. 전망대 구역은 아래층 감속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넓은 주차장이 있어 휴식을 하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강성연은 전망창 앞에 멈추었다. 짙고 푸른 바다 밑에는 다양한 크기의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몸집이 큰 고래류도 만날 수 있었다. 구천광은 마스크와 모자를 써 얼굴을 꽁꽁 싸맸지만, 반지훈이 그와 함께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늘씬한 두 남자가 차 앞에 기대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끌었다. 구천광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좀 떨어지시죠” 반지훈은 팔을 둘렀다. “알아보는 게 싫으면 차 안으로 들어가. 내리라고 한적 없어” 구천광은 피식 웃으며 모자 챙을 내렸다. “어, 저 두 사람 좀 낯이 익네” “모자 쓴 사람, 구천광 같은데 설마 진짜 아냐?” “아닐걸. 근데 옆에 서 있는 사람, 잡지에서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반지훈 대표는 아니겠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반지훈은 갑자기 손을 뻗어 구천광이 쓰고 있던 모자를 빼앗아 자신의 머리 위에 얹고 강성연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구천광은 그제서야 반응했고, 몇몇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았다.“구천광이다!” “어
강성연은 진작에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다만 왜 그가 그렇게까지 구천광을 거슬려 하는지 몰랐다. “본인이 트집 잡는 게 뻔한데, 남 탓을…!” 반지훈은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았고, 강성연은 누가 볼까봐 모자로 두 사람의 얼굴을 가렸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성연아, 겨우 생긴 우리만의 시간인데, 다른 두 명을 데리고 다니고 싶지 않아. 게다가….” 강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게다가?” 그는 억울해했다. “밤에도 너랑 못 자게 했잖아” 그가 그녀에게 몸을 비비자 강성연은 몸을 떼고 좌우를 살핀 후 재빠르게 그의 어깨를 밀쳤다. “소란 피우지 마요, 사람도 많은데” 반지훈이 웃었다. “그럼 사람이 많지 않을 때는?” 그녀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 “옆에 오지도 마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 사람들의 시선이 구천광에게 쏠린 틈을 타, 반지훈은 무려 2분 동안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중간에 멈추지 않았다면 그녀는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 반지훈은 그녀의 뺨을 쓰다듬고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아니면 밤.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 해” 구천광은 반지훈에게 한 방 먹었다. 그는 팬들에게 싸인 해주고 사진을 찍느라 지쳤다. 제인이 아니었으면 그는 아마 못 나갔을 거다. 그들이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이었고, 구천광은 저녁 생각이 없어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반지훈과 강성연 두 사람만 남았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또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일부러 느리게 움직이며 반지훈보다 천천히 먹었다. 반지훈은 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며 그녀가 먹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식사를 하는 동안 세 잔의 와인을 마셨다. 그는 강성연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을 알고는 웃었다. “내가 취하기를 기다리는 건가?” 강성연이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취해도 상관없어요.” 반지훈은 턱을 짚고 빙긋이 웃었다. “나는 취하지 않아. 하지만 반쯤 취한 상태라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는 광기와 관능의 경계에서, 하나의 그물처럼 그녀를 붙잡아 그녀를 도망갈 수 없게 했다. ......반지훈은 강성연을 안고 객실로 돌아왔고, 강성연은 나른하게 그의 품에 기대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는 그녀의 목덜미에 붙어 있었고, 얼굴빛이 고왔다. 그녀를 소파에 눕히자 강성연은 그를 걷어차고 한쪽으로 기어가 엎드렸다. 반지훈은 욕실에 가서 수건을 들고 소파 가장자리에 앉아 머리를 닦아주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또 화가 났네." 강성연은 흥 소리를 내며 그를 무시했다. 그는 참을성 있게 강성연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누가 나를 속이래?” 강성연은 돌아서서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그를 보았다. "결국 내 잘못이라는 거예요?" 그는 가볍게 웃었다. “아니.” 강성연이 그의 다리에 눕자 반지훈은 그녀의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성연이 머릿결은 참 좋아."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전에도 그 말 한 적 있어요.” 그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키스했다. “그래? 기억이 안 나도 머리 속에 다 남아있나 봐.” “지훈 씨.” “응.”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강성연은 잠시 그를 쳐다보았다. "아직 대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어요." “무슨 질문?” 강성연은 일어나 앉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왜 구천광을 그렇게 싫어해요?” 반지훈이 시선을 돌리자 강성연이 그의 뺨을 잡았다. “피하지마요.”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등을 움켜쥐었다. “왜 그 자식 일을 물어.” “궁금하니까요.” 강성연은 그가 도망갈까 봐 그에게 다가가 앉았다. “대답 안해주면 오늘도 소파행이예요.”반지훈은 망설였다.강성연은 그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 “소파에서 자는 것보다 나랑 자고 싶지 않아요?” “아니.” 그는 고개를 숙이며 약간 침울해했다. “그 자식 얘기해서 좋을 거 없어.” 강성연이 웃었다. “어릴 때 괴롭힘 당해서 화내고 울어본 적이 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그래요?” “…”그녀는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말해봐요
그녀는 강성연 맞은편에 앉았다.“사모님,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네요.”“그럴 리가요?”강성연은 빙긋 웃었다.“그런 건 없습니다, 저도 그 일 때문에 온 겁니다. 당신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제인은 의아했다.“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강성연은 빙긋 웃었다.“당연히 마케팅을 하려고 그러죠.”제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제 뜻을 오해하지 마세요. 구천광씨와 반지훈씨는 어릴 적부터 친했잖아요. 이 기회에 둘의 우정이 더 돈독해지는 것도 좋죠.”강성연은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도 최근 며칠 동안 상황을 봤을 거예요. 비록 자꾸 싸우지만 사실 친해서 그러는 거잖아요.”제인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구천광 곁에 있는 시일이 오랬다. 비록 구천광은 연예계에서 인맥이 넓지만 사실 친한 사람은 몇 명 안되었다.그녀는 구천광과 반지훈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비록 자주 연락하지 않지만 반지훈 대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구천광은 꼭 도와줄 거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저희가 팬들과 함께 소란을 피우면......”강성연은 픽 웃었다.“아니면 회사에 구천광이 일 요청도 마다하고 제주도에 휴가 온 걸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제인은 확실히 할 말이 없었다.강성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저에게 구천광이 꼭 제주도에 왔어야 하는 아주 좋은 핑계 하나가 있어요.”강성연이 방에 돌아갔을 때 반지훈은 샤워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있는 노트북을 본 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그녀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오른 후 연예계 기자에게 DM을 보냈다.반지훈이 축축이 젖은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허리에 타월을 두르고 있었으며 다른 타월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았다.강성연은 그를 보면서 픽 웃었다.“당신도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요.”반지훈은 그녀 앞에 서더니 테이블에 손을 놓았다. 반지훈이 가까이 오자 상쾌한 바디워시 향기가 났다.“무슨 뜻이야?”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